빌리에 체류기- 20 .

10월6일일요일.
날씨는청명하고따뜻했다.
아침6시30분에일어났고,7시30분에둘이서마담이사다놓은신선한바게뜨와까뻬올레로
이댁에서의마지막아침식사를마쳤다.
이어짐을다시정리하기시작했고9시20분까지는다끝마쳤다.
라면등남은식품류와여러가지물건들을박스에넣어테잎으로붙인다음보자기로예쁘게싸서
오정은양에게전해달라고마담에게맡겼다.
우리는오양에대해지금은빠리에서고생하고있지만반드시자기분야에서성공할것을마음속으로
기원했다.

10시30분,이군부부가차를가지고왔다.
우리는마담,세바스챤그리고매튜와석별의정을나눴다.
그동안한지붕밑에서한솥밥을먹으면서가족처럼가까워진프랑스인들이다.
그들도우리와헤어짐을못내서운해했고나는마담에게그동안우리에게베풀어준친절과사랑을
감사했다.
마담은서울에도착하면반드시전화해줄것과빠리에오면꼭자기에게연락하라고했다.
출발하는차에서내다보니우리가한달간머물렀던방의고전적인창문들이돌로된벽과어울려
정말아름답게보였다.
30분정도면공항에도착할줄알았는데중간에길이막히기시작,거의50분결려드골2C공항에
도착했다.
짐을내린후이군부부와도헤어졌다.
나는그동안끼친신세에대해감사했고그들은서울에서의재회를얘기했다.

2B공항과는달리체크인은밖에서하고보안구역으로들어갔다.
C88번게이트까지간후,짐은내가보기로하고아내는몇가지선물을사기위해면세점들이있는쪽
으로갔다.
시간안에돌아오기는했지만아들에게줄열쇠고리를사지못하고왔기에내가바로옆에있는
가게에서아주기발하게만든열쇠고리하나를샀다.
탑승구를나서니셔틀이기다리고있었다.
빠리발,서울행AirFrance288편,승객의반은한국인이고반은외국인들이다.
여름철같은아우성은없었고한국인승객대부분도관광객이기보다는업무차의여행객들이기에
매너들이아주좋았다.
우리좌석은맨앞자리,앞에의자가없어좋았고다리를뻗을수있어편했다.
기내식에서아내는한식을,나는프랑스식을선택했다.
식사하면서도그동안빠리에서먹었던바게뜨와크롸상생각이계속났다.

식사를마친후잠시쉰다음,나는조용해진비행기좌석에서이번여행에대한여러가지생각들을
정리해봤다.
무엇보다도이번여행은우리부부에게는뜻깊은것이었다.
한달여의기간과경비지출도기록적이지만중산층프랑스인가정에서그들과함깨지내면서
프랑스,빠리,프랑스인들에대해체험적으로그내부를들여다볼수있었던귀중한시간이었다.
나는다른분들에게도이여행형태를권하고싶다.
아주특이한여행형태였고,
특히빠리에서대중교통수단으로서의지하철을이용할수있었던것은프랑스를이해하는데큰
도움이되었다.
그만큼빠리의지하철노선도를미리공부하는일이아주중요하다는사실을깨달았다.
일단지하철이용에익숙해지면빠리는지리적으로손안에들어오는것이다.
똑같이내년의영국에서의자동차여행을위해서도지도읽기에대한사전공부와준비가대단히
철저해야된다는사실을알았다.

문화도시빠리에장기체류하면서,
나쁜뜻이아닌,정당한평가로서’우리는아직멀었다’는점을실감했다.
의식구조,세련미,효율성,검소함과절약정신,형식보다는내실을우선하는삶의태도,그리고
빠리에는인간을괴롭히는[소음]이거의없었다.
우리가그들의겉을흉내내는것과그내부를알고배우는것은전혀다른문제다.
바탕에서차이가났다.

마담의집이낡고오래되긴했지만,
그건어디까지나우리의기준에서의얘기지마담에게는그렇게중요한문제가아니다.
마담은나보다나이가젊은여자지만정말많은것을알고있었다.
프랑스어가통했다면우리는아마도상당히깊은대화를할수있었을것이다.
언어가벽이되었다뿐,양쪽의수준은같은것이었다.
나는아직까지내아내를제외하고내주변에서마담만큼많은것을알고있는부인을본적이없다.
마담도우리부부에대해비슷한생각을했을것이다.
우리는그것을느낄수있었다.

우리부부가빠리에서가장맛있게먹은음식은,
놀랍게도프랑스요리가아니라여러가지바게뜨샌드위치였다.
경비를아끼려는마음도있었지만무엇보다도맛이그렇게좋았다.
어떻게그렇게맛이있는빵을만들수있단말인가.
그리고멜론과포도는서울의5분의1값이다.
정말많이사먹었다.

이번여행에서또하나의수확은,
빠리지하철에대해완벽하게숙지한사실일것이다.
direction과corespondence만제대로알면못갈곳이없는게빠리의지하철이다.
빠리를경유지로만드나들땐감도잡히지않던그지하철노선도가그렇게편리한안내자가될줄은
정말몰랐었다.
이번여행에서노선에서는한번의실수도없었던것은노선도에대한사전공부와도상연습덕택
이었다.

빠리처럼아름답고다양한모습의문화도시를어떤제약도없이우리둘이마음대로걸어서
돌아다닌것도잊을수없는추억들이다.
물론한달을가지고빠리를다볼수는없다.
그러나자기발로이도시의거리를걷는다는것은그감촉에서다른것이다.
우리는우리가하고싶었던여행형태를선택,최고로적응해나가면서많은것을체험하고얻었다.

또하나감사한것은,
마담과그가족들이다.
그들은아주친절하고따뜻한사람들이었으며특히마담은마음이넓은여자다.
민박이라는형태는주거(住居)라는하드웨어보다는인간관계라는소프트웨어가더중요하다.
그런면에서우리는민박집선택이잘되었고그것은우리의행운이었다.
물리적으로어려운점들도있었지만마음편하게지낼수있었던것은전적으로그들가족의
덕분이었다.

앞으로빠리에다시간다면,
가장먼저가보고싶은곳은마르모땅미술관이고,
다음이몽소공원이다.
그두곳은그렇게인상적이었다.
사실우리부부는,
상대적으로외국여행을많이다니는편이다.
그것은우리가그런삶의방식에비중을두기때문에따라오는실천이지경제적으로더여유가
있어서는아니다.
말하자면가치관의차이일것이다.
귀국도하기전에다시내년의영국자동차여행계획을세우고있는것이그증거다.
자동차여행이가지는도전과모험을생각하면빌리에체류는큰어려움이라고말할것도없을것이다.
그래서더해보고싶은것이외국에서의자동차여행이다.

10월7일월요일.
오전8시50분,AirFrance288편은김포공항에착륙했다.
김포국제공항은규모,모양시스템에서시골역사였다.
그렇게초라하게보였다.
그리고차창을통해바라보이는들과길,아무렇게나방치된도로주변의잡초와쓰레기들은
우리가얼마나뒤떨어져있는가를보여주고있었다.
정리하고정돈하는것은앞선의식이만들어내는조화로운환경이기때문이다.
문명과문화의조화는앞으로도몇세대는지나야가능할것이다.
차선이분명한도시에살다가차선도없는,정비되지않은돌길에들어선,그런기분이었다.
그래서씁쓸했다.

집에돌아와짐을푼후,
먼저마담에게잘도착했다고전화했다.
마담의목소리는반가움으로가득차있었으며우리의전화를기다리고있었다고했다.
나는그동안의친절과사랑에대해깊이감사한다고했고마담은다시빠리에오면꼭자기에게
전화를달라고했다.
그리고오래간만에사우나에가서때를미는목욕을했다.
정말좋았다.프랑스사람들이어찌이맛을알겠는가.
이것좀수출할수없을까하고생각해봤다.
돌아오는길에[빠리바게뜨]빵집에들려막구워낸바게뜨를사가지고왔고내가만든까뻬올레와
함께먹어봤지만[영아니올씨다]다.
이차이는메꿀수없을것이다.
서울에서어떻게빠리의바게뜨를구할수있겠는가.
프랑스인이우리김치맛을낼수없는것과같은이치다.

저녁에는따뜻한밥을했고,
내가바다낚시에서만들어온우럭자반을기름에튀겨김치와함께먹었다.
그깊은맛이,우리가집에돌아왔다는것을알게해줬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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