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기행 5- 굼 백화점.
아침식사시간.
아내가어제여직원에게건넨나이론스타킹의효과는즉시나타나기시작했다.
같은음식이라도더좋은부분으로,더많이갖다주는것이다.
특히그비싸다는캐비아도푸짐하게담아다준다.
그리고더친절해졌다.
하지만커피엔여전히프림도우유도없단다.
고기는흔한데우유가없다는것은참으로이해하기힘든일이었다.
분명유통과정에서물류가부족했을것이다.

외화(外貨)전용상점.

관광객전용버스는,
오늘은일반소련인들은이용할수없는외화전용상점으로갔다.
이상점에는수입상품이있는것이아니라모두가소련제품으로서외화(예;달러)로만물건을살수
있었고상품의질도아주우수했다.
하나의예로,거리에서행상들이팔고있는조잡한목재인형(여러개의서로다른크기가속으로
겹쳐져있는)에비해이곳에서파는것은전혀다른솜씨의물건이었다.
결국조건에따라서는이렇게훌륭한물건도만들수있다는얘기다.
한가지특이한것은,
이상점에서는산물건을바꾸거나물리지못하는점이다.
손님이골랐다가마음에안들어도억지로살수밖에없다.
여직원들은비교적젊은아가씨들이었는데그태도는사무적이고위압적이고방관자의자세다.
거기에는분명열등감도포함된다.
우리는아주러시아적인목판화등,약200불어치를샀는데러시아일반물가와는물론우리수준과
비교해도아주비싼가격이었다.

가게에서쇼핑을마친후,
바로길건너에있는희랍정교회의[노보디비치]수도원에가봤다.
그렇게아름다운수도원이운영되고있다는사실이놀라웠다.
북한의경직성에비하면모스크바는역시유럽쪽정서가남아있는것같았다.
같은공산주의라도그운영에서서로다른것이다.

월요일이기때문에차량도사람도많이거리에나왔지만서울과비교하면시골수준이다.
군용차량들이많이다니고있었는데그육중하고투박한설계는정말러시아적이다.
시내곳곳에서는지하의수도관매설공사,아파트신축공사,건물보수공사등을하고있었는데
그들이사용하는장비는수량도부족했지만정말비능율적인구식이었다.
또공사속도가너무느려서그공사들이과연끝날수있을지의문이갔다.
모든공사가시공에서질이떨어지고시간이많이소요되는것은사회주의국가들의공통점이다.
경제적인인센티브가전혀없기때문이다.

어제처럼오늘도점심식사를하기위해다시버스를타고호텔로돌아가야했다.
시간의낭비가정말아쉬웠지만식당이존재하지않기때문에달리방법이없는것이다.
호텔과시내를오갈때호텔가까이에있는평범한건물앞길에는사람들이꽉차있는게보인다.
물어보니그건물은감자등극히제한된종류의식품을살수있는곳이라고했다.
그건물앞에있는사람들의줄은너비30미터정도의길을완전히메우고있고겹겹이꾸부러져있는
독특한형태이며아침에나갈때나저녁에돌아올때까지줄어드는법이없다.
사람들은바뀌겠지만수용와공급이맞지않는악순환의현장인것이다.
거의하루종일감자몇알을사기위해줄을서있어야하는인민들의마음은어떤것일까.
가까이지나면서보는그들의얼굴에는전혀웃음이없다.
모두가이미오래전에웃을을빼았긴사람들같았다.

굼백화점.

점심식사를마친후에는,
크레믈린맞은편에있는소련최고의[굼백화점]에갔다.
호텔을나와버스를향해가고있는데러시아인소년들이달라붙으면서껌을달라고손을내민다.
그것은꼭6.25전쟁때의우리들모습이었다.
동구권의종주국소련의수도에서는있을수없는일이지만현실은그랬다.
굼배화점.
우선그출입문은나같이건장한남자가밀고들어가기에도무겁고육중한커다란쇠문이었으며
그것은들어오는손님을거부하는문이었다.
안으로들어서자첫눈에그더럽고낡은내부가들어왔다.
진열된물건들은보잘것없는조잡한것들이었으며우리기준으로는믿어지지않을정도의저렴한
가격,그러나모스크바시민들중굼백화점에들어갈수있는숫자는아주적다는것이다.
그들에게는그만큼그백화점의물가가비싸기때문이라고한다.
러시안인들속에섞여서걸어보고,같이줄을서고물건을사면서느낀점은그들은아주친절하고
정직한사람들이라는것이었다.
혹시우리가물건을사고몰라서루불지폐를많이내면하나하나계산해서정확한금액을알려줬고
거스름돈도알아들을수있게숫자를세어보이면서내줬다.
그들의그성실하고품위있는태도는앞으로이나라의큰자산이될것이다.
백화점안에서가장긴줄이서있는곳은역시생필품과화장품코너였다.
상품들의조악성은우리의30여년전으로생각하면거의비슷할것이다.

굼백화점안에서화장실을찾는다는것은거의불가능할정도로어렵다.
표시는있는데그쪽으로가봐도찾을수가없다.
할수없이계단에앉아있는노인에게물어봤다.
tahanat비슷한발음으로뭔가를얘기했으며[다운스테어]라는영어를할줄알고있었다.
그리고계속손짓으로백화점의아래층으로내려가서끝쪽으로가라고했다.
결국아래층의건물끝쪽에가서야화장실을찾았는데무섭게생긴노인들이그앞에버티고서서
사용료를받고있었다.
그화장실은더럽고냄새가진동했다.
가난과더러움이같이있을때,그곳은가장낙후돼보이는법이다.
소련도,굼백화점도그랬다.
삼층건물의굼백화점은우리기준으로볼때어느곳에도존재할수없는매장이었다.
아내는자기와동생을위해진홍색털실로,손으로짠수제품의아름다운스웨터를2개샀다.
2개의값이5불정도,[수제품]값으로는믿어지지않는가격이다.
그런데그상품을싸주는포장지나비닐백이없기때문에또다른곳에가서비닐백을사와야했다.
한편,나는할머니한분에게러시아정교회를아름답게그린목판화한개를샀는데그할머니는
두꺼운마분지로그것을싼후투박한노끈으로묶어줬다.

우리는다리가아팠지만오늘의소련을더구체적으로체험하기위해굼백화점의1.2.3층을모두
걸어서다녀봤다.
현재굼백화점에나와있는거의모든상품은국제경쟁력기준에서는상품가치를가질수없는
조잡한수준이다.
이로미루어북한의사정도짐작할수있을것이다.
소련이일반상품에서경쟁력을가지기위해서는우선사람들이[경제mind]를가질수있어야하며
시장경제의[맛]을체험해야한다.
[능력껏일하고필요한만큼가져가는]사회주의시스템으로는회생의가능성이거의없다.
지금모스크바의[철시상태]가그종점인것이다.
이들도노력과이윤의법칙을깨달아야이수렁에서벗어날수있으며늘가방한두개를들고다니며
언제어디서나끝이없는줄을서야하는궁핍에서벗어날수있다.
한마디로그것은체제의전환을의미하는것이기도하다.
자본주의시장경제가최선의시스템은아니지만적어도아직까지는더효율적인[틀]이그것밖에
없기때문이다.
소련을비롯,동구권전체가사회주의시스템을버리는날이반드시올것이다.
가장큰이유는이반인간적인이데올르기로는먹고살수가없기때문이다.
[페레스트로이카]는그시작일수도있다.

평양식당.

여행사직원유리는,
모스크바에북한이직영하는[평양식당]이있다고했고,우리는저녁에그곳에가기를강력히
희망했다.
우선예약부터가어려웠다고했다.
우리가남쪽사람들이기때문,그러나그들도막강한국영여행사를끝까지거절할수는없었을것이다.
저녁7시20분경,
평양식당의기와를올린대문은입구가좁고침침했다.
내부는더좁고어두웠다.
배정된식탁에앉았는데전등은켜있지않고대신촛불이있었다.
칸막이한다른방에는환한전깃불이켜져있었고여러명의동무들이앉아있었다.
우선우리를좁고어두운방에갈라앉게한것도못마땅했지만어두운조명으로차별하는것도
정말치졸해보였다.
나는종업원에게정식으로항의,조명을켰는데역시어두웠다.
그들이여러가지로차려낸한국음식식단은,이미러시아화(化)한국적불명의얼치기였고,
음식들은맛이라곤하나도없었으며값은엄청나게비쌌다.
특히제일나중내온,그들이자랑하는[평양냉면]도냉면광인아내가한입먹어보곤그릇을앞으로
밀어내는수준이었다.
그건그냥당면국수였다.
그래도나는며칠만에먹는그국수를,오직국수라고생각하고다먹었다.
친절한러시아인종업원은[간장]을갖다달라고하자[고추장]을가져왔으며[평양식소스]라고
계속우긴다.

식사도중,
가끔씩나타나서안쪽으로들어가는,싸구려양복과김일성배지를달고있는동무들은아주사나운
시선으로우리를노려보곤했으며그것은정말가슴아픈일이었다.
왜그들은가까이에와있는,여행중인동족을그토록필사적으로피하고있는가.
이유는분명피하는쪽에있는법이다.
경직되고,획일적이고,시골티가묻어나는그들은언제까지정말자기들식대로살수있을까.
지금바깥세상은얼마나무섭게변하고있는가.
[고립주의]의끝이[괴멸]이라는사실을그들은언제쯤깨달을수있을까.(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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