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기행 6- 타시겐트.
하루일정을마치고돌아왔을때,
우리는샤워로몸을씼으면서도호텔이제공하는타올은쓰지않는다.
안쓰는게아니라쓸수가없기때문이다.
아내의표현을빌면,
[그타올로몸을닦았다간피부가전부벗겨질]것이기때문이다.
그렇게거칠고조악했다.
이런정도의정보는가지고여행을준비했었기때문에타올과두루마리화장지는쓸만큼가지고
왔고지금그것들을쓰면서견디고있는중이다.

오늘저녁에는여행사직원인유리씨가우리방까지같이왔다.
시와산문4가지를녹음해달라는부탁때문이었다.
다낡아빠진일제소니카셋트에밧데리상태도안심할수준은아닌것같다.
그는그걸내게주면서녹음을부탁했다.
이곳에서는제대로된1.5볼트짜리작은밧데리도쉽게구할수가없다고한다.
(나는귀국후그의주소로[한-러사전]한권과1.5볼트짜리밧데리한상자를보내줬다.)
그가내게녹음을부탁하는것은북한사투리가아닌표준어를배우고싶고자기가듣기에내발음이
아주정확하기때문이라고했다.
그건힘든작업이었지만그의열의가대단했고북한사투리에비해표준한국어가얼마나세련된
것인지알려주기위해서도해야할일이었다.

나는그에게,
[이세상에서가장아름다운것은자연스러운것]이라고말했고그도깊이동감한다고했다.
스스로자기가[공상당원]임을밝힌이청년은우리부부가보기에도여러가지자질이뛰어난,
우수한러시아인이었다.
지금이곳에서는외국인관광객과접촉할수있는국영여행사직원이아주인기가있고수입도
좋기때문에선망의대상이라고했다.
그리고내일은비행장의관제탑요원들과조종사들이임금인상을위해24시간의제한파업이있을
것이라고했다.
지금의형편대로라면,
우리의[우즈베키스탄]행도12시간정도는지연될수있다고했다.
[페레스트로이카]는소련안에서[파업]이라는,있을수없는돌출집단행동까지일어나게하고
있었다.
유라씨가방을떠날때아내는아이들을위한과자와부인을위한나이론스타킹을그에게건넸다.
그는한사코안받으려고했지만우리의강권에가지고갔다.
정말성실하고예의바른소련청년이었다.

그가떠난후,
나는침대위에서등을기대고편하게앉아녹음을시작했고,지루하고어려웠지만꾹참고오랜시간의
작업으로그가원하던녹음을마쳤다.그리고말미에유라씨의한국어실력이표준어로향상되기를
바란다는말까지녹음했다.
이를지켜보던아내는[어나운서]보다더잘했다고격려했다.

도모체도브.

총파업은생각보다일찍끝났다.
아침에식당에서유라씨는이소식을전하면서식사후바로공항으로갈것이라고했다.
모스크바에는5개의일반공항이있다고했으며국내선전용으로는우리가도착한[도모체도브]
공항이가장크다고했다.
그러나그공항의바라크식건물은우리의6.25때를연상케하는것이었으며,
내부의낙후성은제대로설명하기도어려울정도다.
대합실의불결과다낡아빠진벤치들,깨진유리창문에는비닐이걸레처럼붙어있었다.
그리고화장실,
거긴대소변이흘러넘쳐바닥전체가오물로뒤덥혀져있어발을디딜수조차없었다.
우리가도착했던국제공항S-2는여기에비하면최고의시설인셈이다.
인간이어떻게환경을이렇게해놓고살수있는것일까.
그건도저히이해할수없는불가사의한일이었다.
슬라브족이본래이렇게더러운것인지이데올르기가그들을이렇게만든것인지분명둘중하나일
것이다.
세계어디에도,아무리후진국이라도이렇게더러운공항은없다.
우리가받은탑승권은보통종이로만든어설픈것이었는데계속회수해서재사용하기때문에
낡고더러웠다.
우리는일단여기서유라씨와헤어졌다.
그리고타시겐트와레닌그라드를거쳐다시모스크바에돌아왔을때만나기로했다.
자세한일정과시간은국영여행사에있는그가다파악하고있기때문이다.

아에로풀로트의일류신여객기.

비행기탑승은셔틀이없기때문에바람부는들판을짐을가지고걸어가야했다.
비행기에는동체중간아래부분으로올라가는계단이설치되어있었는데그계단으로올라가니
거긴크고컴컴한창고였다.
일단거기에서큰짐은짐칸에넣은후한층을더올라가야객실인데계단양쪽난간에는위압적인
늙은소련여인들이눈을번뜩이면서손님들이휴대하는작은짐들을체크하고있었다.
그들은모든나라의모든비행기에서휴대가허용되는작은카트가방까지도안된다는것이었다.
꼭군대의병영같은분위기였다.
모스크바발,타시겐트행[아에로풀로트]의[일류신]여객기의객실에들어섰을때,
가장놀라웠던것은코를들수없는지독한냄새였다.
그것은빠리-모로코간을운행하는비행기의객실보다몇배더지독한것이었다.
그리고그객실은너무우중충했고흡사만화영화에나오는엉터리로만든우주선의내부같았다.
그리고여러종족들이섞여있는승객들의무표정과남루한의복,그모든것은한마디로어떻게
표현할수없는다른세계였다.
소련은국토가넓기때문에항공교통편이발달해있고사회주의국가답게탑승요금도아주저렴
하다고했다.
그러나낙후된위성국이많기때문에모든국내선여객기의객실은비슷한사정이라고했다.
그래도유라씨의그런설명보다사정은더나빴다.

비행기가이륙한잠시후,
음료수를한잔씩갖다주는데그컵은이미우리주변에서는사라진,거무티티한프라스틱제품
이었으며컵을담고있는쟁반도때가까맣게낀전시대의것이었다.
우리는도저히그음료수를마실수가없었다.
그리고점심시간의기내식.
그것은한마디로[대한민국국민]인우리들에게는수용소군도의급식수준이었다.
예의그거무티티한불결한쟁반에접시도없이
그로데스크한닭고기한조각.
통채로올려놓은커다란생오이하나,
검은빵한조각과딱딱한치즈두조각,
그리고커피와설탕,과자하나.
그게전부였다.
차마손을댈수가없었다.
우리는오이를집어들고먹어봤다.
그런데그소련오이는정말맛이좋았다.
주변을보니모두가정신없이게걸스럽게먹고있다.
소련과그위성국들은상당기간아주어렵겠다는생각을안할수가없었다.
내옆자리에는공무원인듯한중년남자가앉아있었는데그역시금방쟁반을비운다.
나는내쟁반을들어서그에게건네주려고하자잽싸게받아가서는순식간에전부먹어치운다.
인간이음식에굶주리고산다는것은정말비극이아닐수없다.
객실에는계속해서시끄러운음악이나왔으며강철같은여자목소리의어나우스먼트가나왔다.
[비행문화]가전혀없는삭막한사막같았다.
그동안우리가얼마나화려한비행기들을타고다녔었는지비로서깨달았다.

초루스호텔.

3시간30여분의비행끝에타시겐트공항에착륙했다.
놀라운것은,
비행기에서공항청사까지셔틀이운행하고있었는데그건군용의대형트레일러(탱크등을싣고
다니는)위에컨테이너박스로지은집이었다.
세상에그런셔틀은처음봤다.
그래도청사는모스크바에비하면작지만깨끗했다.
짐을찾는데40여분이더걸렸다.
우리를기다리는국영여행사직원과함께다낡아빠진소형버스를타고호텔로향했다.
국영여행사Intourist가지정한곳은타시겐트의Chorsu호텔,이곳에서는가장큰숙소라고한다.
도착해서입구에들어서니로비가없고바로엘리베이터를타는공간이었다.
회교지역답게노인들이그특유의둥근모자를눌러쓰고의자에앉아있었다.
그건물은,
우리가체류하는동안무너질수도있는,형편없는시공이었다.
안내된방은우리나라3류여인숙수준,
도무지몸을붙일데가없다.
단한번도청소한일이없는,습기로축축한침대,더럽고축축한침구.
카바없이달려있는알전구,
샤워를할수있는시설은없었고아주구식인,좌변기가있는화장실.
좁고더러운방,걸레로도쓸수없는낡은타올.
방에는나방이까지날아다니고있었다.
이곳은정상적인인간이몸을쉴수있는장소는아니었다.
우즈베키스탄의수도타시겐트,
가장좋다는호텔의현주소가그랬다.

모스크바에서타시겐트로떠나기전,
[도모체도브]공항에서탑승을기다리고있을때,막타시겐트에서비행기가도착했고,
승객들은각자의짐을챙겨들고청사로걸어오고있었다.
그런데자세히보니그중에미국에살고있는동생내외가있지않은가.
우리는서로놀랬고,반가웠다.
시간이많지않아긴얘기는나누지못했지만타시겐트의초루스호텔이얼마나열악한지를
거듭얘기하면서놀래지말라고했다.
그런데도착해보니상황은더나빴다.
이번여행의목적이분명한만큼반드시참고견뎌야했고,달리방법도없었다.
세상에이런곳도있을수있다는것을알았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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