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과문화가함께발전한나라,
문명은있되문화가없는나라.
문명도문화도없는나라가그것이다.
(전통민속-傳統民俗을문화로분류한다면이경우에는문화는있고문명은없는
케이스가된다.예를들어아직도존재하는미개척의오지들이그것이다.)
문명(文明)은정신문화에대해주로인간의외면적인생활조건,물질문화를의미하며
문화(文化)는인간의정신적활동,또는그에따르는성과를의미하며학문,예술,
종교,도덕등이여기에포함된다.
근자에는이런전통적인표현대신하드웨어(hardware)와소프트웨어(software)라는
지구촌용어를차용해서쓰는경우가더많아졌다.
이용어가가지는뉘앙스가현대인의생활과사고방식에더접근해있기때문이다.
하드웨어와소프트웨어는,
우리시대의총아인컴퓨터에빗대어설명하는것이더적절할것이다.
컴퓨터의기계적설비와장치,즉그본체가가지는기재와형식은하드웨어다.
무엇보다컴퓨터는우선’물건’이다.
그자체로서는자리만차지할뿐아무쓸모도없는복잡하고값비싼기계일뿐이다.
그러나이물건-기계설비에’프로그램’이들어가면세상을바꾸는혁명적인기능이
나타난다.
이때’프로그램’은하드웨어에대해대표적인소프트웨어가된다.
따라서컴퓨터자체는문명의산물이지만그것에기능을부여하는프로그램은
문화의산물이다.
문명과문화가합목적적으로연결될때가장이상적인형태의환경이조성되는것이고
우리는그런상태의나라들을하드웨어와소프트웨어가함께발전한선진국이라부른다.
반대로문명은있되문화가없는경우는그속성상선진국이될수없다.
형식과내용의불균형때문에하드웨어만존재하고소프트웨어가부족하기때문이다.
예를들어벤쯔는소유했지만그운전방법을모르는경우가그런케이스다.
지금의우리생활에서개인이소유할수있는가장큰하드웨어는무엇일까.
아마도그중하나가현대식아파트일것이다.
요지음아파트들은그설계와시공,사용하는건축자재에서눈부신발전을거듭했다.
그만큼인간의주거환경은크게개선되어거개의사람들이새아프트를선호하는
수준에이르렀다.
모두가아는대로아파트는많은세대가조밀하게모여사는공동주택형식이다.
겉으로보이는현대식아파트는하드웨어의기준에서본다면거의완벽하다.
그러나그속내를드려다보면,
이거대한하드웨어에는그운영상반드시필요한소프트웨어가거의없다.
아직은아프트1세대라는일천한시간도이유가되겠지만그보다는여러사람이함께사는
방법에대해이해가부족하고교육이없으며특이남-이웃을배려하는생활문화가
없는것이더근본적인이유다.
살인에까지이르는심각한층간소음(層間騷音).
주먹다짐까지오가는주차시비.
집안에서짐승을기르는일때문에생기는시비,
시켜먹은음식그릇을씻지도않은채문앞에내다놓는이기적인몰상식,
밤늦은시간에두둘겨대는피아노소리.
엘리베이터안에서담배피우고쓰레기를버리는야만성,
밤10시가지났는데도떠들고노는아이들,
나열하자면끝이없을것이다.
문명은있되문화가아직없기때문이다.
예를들어아파트생활에서가장큰문제인층간소음은설계와시공에서기술적으로
이를상당히줄일수있다.
그러나건설비가높아져평당분양단가가올라가는것을우려하는악덕업자들은이를
기피한다.
이때국민의대의기관인국회가그시공기준을’법’으로정하면이심각한문제는크게
완화될수있다.(지금도어느정도의규제는있지만지켜지지않고있다.)
그게소프트웨어다.
그러나아직국회는그런’문화적정서’가거의없다.
수준이거기에미치지못하고있기때문이다.
거대한정치적쟁점에는민감해도국민의생활을편케하는정밀하고조밀한문제에는
우선개념도관심도없다.
(여기에는유권자의책임도크다.한번선출하면그만이라는생각이그것이다.)
개인이소유할수있는고가의하드웨어중하나가자동차다.
1970년대,이태리에서디자인되고만들어진현대의포니1이울산공장에도착했을때
나는그차를직접가서봤으며정말감탄했었다.
이상하게도카이로에는지금도유난히포니1택시가많다.
얼마전모영화사가영화에필요한소품으로이낡은차를역수입한일이있다.
지금우리나라는자동차생산6위국가이며자동차의품질은외국인들이인정하는수준이다.
이제는차가없는집이없다.
도로에넘쳐나는게모양도다양한국산차량들이다.
그러나자동차문명은있되자동차문화가없는게지금의우리현실이다.
서구선진국이자동차3세대라면이웃일본이2세대이고우리는이제막1세대를지나고있다.
인구10만명당교통사고사망자숫자에서우리는여전히세계1위이고지체장애자의
80%는후천적,즉교통사고에의한피해자들이다.
무서운과속,
습관이된신호위반,
인간의심성을황폐케하는끼어들기,
차선변경의신호가통하지않는살벌하고각박한인심,
교통사고뺑소니차량들,
주차되차를망가뜨려놓고도망가는해악,
도난방지경고음의오작동으로한밤중잠에서깨야하는비극,
신호가바뀌었는데도머리를디밀어모든차량들이얽혀버리는이기적인야만성,
관광버스통로에굴러다니는소주병과길길이뛰고있는인간작태.
정말적어나가자면끝이없다.
하드웨어만있고소프트웨어가없기때문이다.
자동차라는문명의이기(利器)도그것을운영하는문화가없으면이지경이된다.
예를들어우리주변에서는직접자기차를운전하는외국인을볼수가없다.
그들의눈에한국은’자동차정글’이다.
그들의자동차문화로는한국도로에서운전할수가없다.
목숨의부지가어려운데누가운전하겠는가.
지금은애들까지도휴대폰을가지고있다.
휴대폰의다양해지는기능은하루가다르게변하고있고여기에상업주의의선동까지가세,
지금대한민국은휴대폰으로덮여지고있는중이다.
이제사람들은손에휴대폰을들고있지않으면불안증세까지나타낸다.
깊이중독되었기때문이다.
편리한문명의이기를지나그것에의지하고매달려있는종속적관계가형성된것이다.
엄격히말해휴대폰의다양한기능중건전한일상을위한것은많지않다.
재미와놀이가휴대폰값을올리고엄청난통신비를지불하게하고있다.
이렇게말할수있는가장큰이유는,
휴대폰없이도그일상을건전하게사는사람들이함깨존재하기때문이다.
옆에있는사람에게까지문자메시지를보내는일은얼마나재미있는가.
그런데그건공짜가아니다.
한달사용료380만원이청구된사실을알고자살한중학생이있지않은가.
전화기는유선이든무선이든사람들의커무니케이션을위한문명의이기일뿐이다.
여기에대해’통화예절’은문화의영역이다.
휴대폰의경우그하드웨어에서는이미세계적인수준이다.
그러나주변에함께있는사람들을배려하지않고크게떠들어대는통화행태는
하드웨어에대한소프트웨어가없기때문이다.
또통화내용을들어보면거의가’통신낭비’다.
계속해서휴대폰을여닫는연속동작은그심층심리에’불안’이어느정도인지알게해준다.
새상품만나오면온갖감언이설에속아멀쩡한물건을두고또사게된다.
상품싸이클이가장짧은게바로휴대폰이다.
처음디지털시계가출시되었을때,
정말엄청난물량이팔려나갔었다.
너도나도큰유행이되어디지털손목시계를차고다녔다.
그러나지금,
거개의사람들은다시아날로그식시계를차고다닌다.
편리와불편의차이가만들어낸자연스러운현상이다.
디지털방식은’순간’만알려줄뿐,앞뒤연계가안된다.
‘시간’은앞과뒤에대한연결이있어야비로서의미를가질수있다.
아날로그식이다시채택된이유가그것이다.
시간이지나면모든하드웨어에대해반드시필요한소프트웨어가생겨날것이다.
문제는,
그필요성에대한우리들의자각과노력이다.
대표적인하드웨어인아파트도자동차도휴대폰도필요한소프트웨어는우리스스로가
만들어나가야하는문화의영역이다.
그첩경은말할것도없이교육이다.
유치원에서부터가르쳐야한다.
그렇지않으면자라나는애들은부모세대의잘못된행태를그대로배워답습하게되고
이는그대로하나의’악순환’이된다.
그런데지금어떤교육시스템에서도이를위한구체적인커리큘럼이보이지않는다.
그게우리의후진성이다.
문명만있고그문명을운영하는문화가없다는것은사실무서운일이다.
같은칼이라도주부가들면요리하는도구가되지만강도가들면사람을해치는
흉기가되는게그원리다.
여기서주부와강도는인간이가지는내적차이(內的差異),즉도덕성에근거하는
문화의차이인것이다.
우리들이문명과함께문화도함께가져야하는당위가그러하다.
문명과문화가균형을이룰때그게얼마나사람살기에좋은환경인지를깨달아야한다.
지금의아수라와는전혀다른세상이되는것이다.
문명만으로는결코선진사회가되지못한다.
내용적으로더중요한것은소프트웨어다.
이미우리들은세계적수준의온갖하드웨어를가지고있다.
이제여기에소프트웨어만더하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