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가의 기법 Die Kunst der Fuge. BWV 1080.
학문적인설명은아니지만,
서양고전음악을듣는데는애호가대부분이비슷하게격는단계가있는것같다.
처음에는주변에서쉽게들을수있는,그대부분이친숙한선율들로서상당히대중화된
음악들이다.
대개그런선율들은어떤작품의전체가아닌,한부분으로서결국은그선율이들어있는
전곡을다듣게되는길라잡이가되기도한다.
이처음단계에서가장크게나누어지는경향은기악과성악음악에대한개인적인선호일것이다.
물론어떤분명한선을긋는것은아니지만이때의개인적인선택은거의일생을가는것같다.
작곡가나연주자에대해서도처음에는지명도가높은쪽을주로듣게되지만시간이지나
경력이쌓이면자기가더좋아하는음악가를찾게되는것도그런단계의일환일것이다.
특히연주자의경우가더그렇다.

교향곡이나오페라에서시작된음악의길은,
협주곡들을거쳐실내악에이르게되고종당에는무반주악기의독주로가게되는데
어떤의도에서라기보다자연스러운순서가그런것같다.
가장큰이유는넓고아름다운음악에서깊고오묘한음악의세계로들어가기때문이다.
오페라나심포니오케스트라의연주는여럿이함께감상할수있지만,특히현악기의무반주
독주는결국혼자듣는음악이된다.
(피아노의경우는독주라해도여럿이함께들을수있는악기다)
참으로오묘한것은,
한번무반주독주악기의연주에빠지면다른연주를듣는기회가크게줄어든다는사실이다.
음악을차별하는것이아니라무반주독주악기의심오한연주가더깊이있고,들을수있는
메시지가풍부하기때문일것이다.
물론이경지에까지이르려면많은시간과경비가지출되어야한다.
특히자기가악기한가지를가지고있는경우더그렇다.

피아노를악기의여왕이라고한다.
그화려한음색은여왕으로서의손색이없다.
그러나단일악기로가장큰것은파이프오르간이다.
파이프에바람을불어넣어소리를내기때문에엄격히말하면거대한관악기인것이다.
그장대한소리와넓은음역,지축을흔드는화음의소리는심장이멎을정도다.
파이프오르간하면,
언제나가장먼저떠오르는작곡가는요한세바스챤바하(1685-1750)다.
특히그의d단조’토카타와푸가’BWV565번은모르는사람이거의없을정도로유명하다.
바하는명실상부한오르간의대가다.
그는작곡자이자연주자일뿐만아니라오르간을해체,수리까지할수있는기술자이기도하다.
형을따라다니면서배웠기때문이다.
그는오르간을사랑했고,오르간음악을위해자기의최선을다한음악가이기도하다.
바하오르간음악의최고정점은,
‘푸가의기법’BWV1080이라는데이의를달사람은없을것이다.
이곡은바하의오르간음악의집대성이라할수있다.

‘푸가의기법’은,
1749-50(또는1748-49)년에작곡되고그의사후인52년에출판되었다.
이곡은어쩌면바하의마지막미완성대작이다.
4곡의카논과15곡의푸가로구성되며1곡을제외하고는연주악기의지시가없기때문에
여러가지해석과편곡으로연주되고있다.
푸가-fuge는,
하나의주제가각성부,혹은각악기에정기적이며규율적인모방반복을행하면서특정한
조직법칙을지켜이루어지는악곡이다.
푸가가가지는세가지선율적요소는,
주제(主題),응답(答唱),대주제(對主題)다.
옛형태는이미14,15세기에싹이보였지만17세기에이르러정비되었고바하와헨델에의해
크게꽃을피우게된다.
특히바하의푸가들은푸가가가지는기법의모든가능한면을남김없이표현하고있다.

바하는그의말년인1747년5월프로이센의프리드리히2세대왕의궁정을방문하게된다.
왕의궁정에서쳄발로주자로봉직하던차남엠마누엘의주선으로이루어진일이다.
왕은바하를환영했고바하는왕이내놓은주제-테마로즉흥연주의묘기로화답했다.
이렇게만들어진곡이’음악의헌정’BWV1079다.
같은해6월에오르간의카논풍변주곡인’높은하늘에서’BWV769를작곡했으며
다음해인1748년에서49년에걸쳐’푸가의기법’작곡이진행되었을것으로추정된다.
고도의대위법기교를요하는이곡은바하가심혈을쏟은,대위법음각과대위법예술의
정점을나타내는대작이지만급격한시력의쇠약때문에미완성으로끝나게된다.
이때의그의자필악보를보면거의읽기가어려울정도다.

1802년,포르겔(J.N.Forkel)의,
‘요한세바스챤바하의생애와예술,그리고작품’이출간되었다.
이책은바하의첫전기일뿐아니라음악사를통털어첫번째의음악가평전이기도하다.
포르겔은바하의장남인빌헤름프리데만과도교류가있었지만이책의저술을위한결정적인
정보들은차남엘마누엘로부터얻었다.
포르겔은1773-86년사이에엠마누엘로부터31통의편지를받았다.
엠마누엘역시선친의유산을보호하려는포르겔에게성의를다해응답한것이다.
포르겔의이소중한자료와책은결국19세기초반,’바하르네상스’를태동케한뿌리가되었다.
이제포르겔의’푸가의기법’에대한기록을보자.
‘이러한종류로는유일한작품인이탁월한곡은작곡가의사후인1752년에야출판되었지만
이미그이생전에한아들이그대부분을식각(蝕刻-약물을사용,유리나금속에그림이나
글씨를새기는일.)해놓고있었다.
그러나이곡은넓은세상에서통하기에는너무드높아서아주소수의전문가들만살고있는
작은세계로밀려나지않을수없었다.
이작은세계에곧인쇄된악보가공급되었다.
그러나인쇄용동판은그후더이상사용되지못한채상속인들에의해고철로팔렸다.
인쇄된악보가팔리지않아인쇄용동판비용을갚을만큼의이익도내지못했다.’

우리부부는,
‘헬무트발하’와’앙드레이주아르’의파이프오르간연주로’푸가의기법’을자주듣는다.
푸가라는악곡형식은그대위법적정밀성때문에건반악기,그것도파이프오르간의연주가
아니면그체계적이고조직적인화성을제대로들을수없기때문이다.
들으면들을수록그깊고오묘한음악의세계는사람을매료시킨다.
인간이그렇게위대한음악을작곡할수있다는사실이놀라울뿐이다.
바하의’무반주바이얼린소나타와파르티타’,그리고’평균율크라비아곡집”B단조미사곡’
‘무반주첼로모음곡’을지나서도착한것이’푸가의기법’이다.
같은오르간이라도푸가의기법을연주할때는전혀다른오르간이된다.
오르간이가지고있는모든기능을있는대로살려내는바하의드높은정신때문이다.
그리고우리부부는,
‘자크룻시에트리오’의연주로바하의곡을듣는다.
피아노,더불베이스,드럼이연주하는,쿨재즈의바하를듣는다.
왜이런연결이가능한지는설명할수가없다.
우리는룻시에트리오의연주를두번이나직접연주회에가서들었다.
(우리나라에서발매된음반5장도모두가지고있다.)
바하는’바로크’라는한시대에갇히는음악가가아니다.
바하음악에열광하고심취하는사람은모든시대에그의음악과함께존재한다.
요한세바스챤바하는그이름과는달리(바하는시냇물이라는뜻이다.)바다처럼넓고
깊은음악가다.
그의음악또한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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