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사는 재미.
5년전,
내가은퇴한후우리부부는이곳’청송마을’로이사했다.
우리가살았던목동아파트에서는승용차로30여분거리,그러나지금은같은거리인데도
50분정도로시간이늘었다.
차량들이그만큼증가한것이다.
새아파트에짐을푼다음날아침나는일찍밖으로나가봤다.
그때,
놀랍게도나는맑고깨끗한공기속에서얇게섞여있는두엄냄새를맡았다.
그순간,어릴때시골고향에서살았던온갖일들이회상되었으며비로서안식할수있는
환경에도착했다는안도와감사의마음을가질수있었다.

공기가맑고깨끗하다는것은시골에사는가장큰혜택이다.
주변이온통논과밭이기때문에습도가높아가습기도사용하지않는다.
목동에살때는방바닥을걸레질하면까만먼지가묻어났었다.
마모된자동차타이어의카본색이그렇다.
여기는,걸레질을해도약간의황토색먼지만묻어날뿐이다.
맑은물에사는고기가건강하듯,맑은공기에사는사람도건강해질수밖에없다.
일이있어도심에나갔다집에돌아오면맑은공기로심호흡부터하는습관이생겼다.
도시의공기가얼마나심하게오염됐는지는이곳에살아보고서야비로서깨달았다.
위치상으로는약간북쪽임에도여름을에어컨없이지낼수있다.
선풍기하나면충분하다.
맑고깨끗한공기,
매일그공기를값없이마시고산다는것은정말감사한일이다.

사람이논밭가까이에살면비록돈을주고사더라도그먹거리는아주싱싱하다.
겨울철에는가까이에있는농협직판장에서저렴한가격에질좋은식료품을쉽게
장만할수있다.
봄부터가을까지는시골아낙들의노점들을이용하면된다.
거기엔우리에게필요한거의모든먹거리들이밭에서바로갖다놓은것들이다.
먹어보면수퍼에서구입한것과는질적으로다르다.
부드럽고맛이있고가격도저렴하다.
우리부부는이곳으로이사온후밥에두어먹는콩과함께채소먹는분량이종전의몇배로
늘어났다.
아침에만드는야채샐러드는거의20여가지의채소가들어간다.
건강에도크게도움이될것이다.
이귀중한채소들을겨울에도계속농협에서구입할수있다.
싱싱하고질좋은채소를마음껏먹는것,
이또한시골사는재미의하나다.

우리아파트뒷편에는폭이약15미터정도되는오래된농업용수로(水路)가있다.
우리집에서바로내려다보이는이수로는매일일몰시간이되면환상적일만큼
아름답게변한다.
아내는창가에서이수로를그리기도한다.
맑은날저녁시간우리는붉게물든그아름다운수로를보면서행복해한다.
그건얼마나큰혜택인가.
그뿐아니라우리는거의매일서늘해지는저녁시간이면그수로의둑길을따라
걷기운동을한다.
우리집에서’석모1리’의다리까지왕복하는데꼭1시간이걸린다.
우리의빠른걸음을감안하면상당히먼거리다.
사람은물가에살면선해진다고한다.
그건맞는말일것이다.
우리는수로를따라걸으면서,물가를걸으면서언제나즐거워한다.
그건매일매일의작은행복이기도하다.

어느날,
우리가지나다니면서인사를나누게된,혼자사시는할머니가단정하고손질이잘된
밭에서강낭콩을따고있었다.
아내는그콩에관심을보였고할머니는한끼분량도더되는콩을껍질채건냈다.
‘밥에둬서잡숴봐.맛이좋을거야.’
그콩은정말맛이있었다.
다음에우리는걷기운동중에그할머니댁에들려서그콩을조금사고싶다고했다.
수확한콩대부분은나가사는자녀들이가져갔고큰되로하나반정도의분량이
남아있었는데우리는만원을드리고그콩을샀다.
가게에서사는것보다는거의배의분량이었다.
그런데도할머니는,
‘이거내가너무많이받은거아닌가.뭐좀더줄게없나.’
하면서따놓은토마토와막쪄낸옥수수두개를신문지에싸서아내의손에쥐어준다.
인삼이살아있는것이다.
그리고는언젠가자기집에와서밥한끼같이먹자고하신다.

아내에게그수로는,그림의세계다.
수로옆옛길에이젤과파라솔을세우고종일그림을그린다.
수로의옛다리,오래된길,길게휘어져그끝이물에잠긴수양버들,낚시좌대,
그모두가아름다운소재들이다.
같은수로라도계절이바뀌면그모습은아주달라진다.
화가에게가까이에아름다운수로가있다는것은시골에사는가장큰혜택일것이다.

우리부부는주말이면등산을한다.
차로20여분만나가면산림욕장이있고이어등산로가나타난다.
370여미터정도의높이이기때문에오르내리기에적당하고사람도별로없는,한적하고
조용한산이다.
등산을해보면그게얼마나좋은운동인지를알게된다.
등산은몸의운동이자또마음의운동이다.
현역이었을때,나는틈만나면배에서2박3일을버티는원정바다낚시를나가곤했었다.
그건정말고된작업이었고심신의소모가큰스포츠였다.
지금은그힘든원정바다낚시대신등산을즐기고있다.
가까운곳에쉽게오르내릴수있는산이있다는것,그것또한빼놓을수없는시골사는
재미의하나다.

내가은퇴한후거주지를북쪽으로정한것은’강화도’때문이기도하다.
강화도의서남부분은관광지로난개발되어온갖유흥업소들로들끓고있지만,
북동쪽은군사지역으로개발이억제돼있다.
그건그만큼옛것들이보존돼있다는의미이며화가인아내에게는결코다른데서는
쉽게찾을수없는귀중한소재들이다.
집에서차로30-40분만나가면그대로옛시골이다.
정말놀라운일이다.
그리고그곳엔우리의옛것들이다양한모습으로남아있다.
그동안아내는강화도에서정말많은그림을그렸다.
그리고강화읍의’풍물시장’.
현대식수퍼마켓에비하면그건6.25이전의재래시장모습그대로다.
상품,진열,상인,거래방식모두가옛것들이다.
우리는그시장안을천천히걸으면서이것저것구경도하고떡을사고오이지를사고
좌판으로꾸민간이식당에올라앉아장터국수와순대국을사먹는다.
그곳은모든것이여유롭고풍성하다.
도무지각박한것을찾을수가없다.
그래서우리는그풍물시장을사랑한다.
그또한시골사는재미의하나다.

은퇴후에도도심에눌러사는것은개인의자유다.
특히어느특정지역에사는것을자랑스럽게생각하고거기에크게집착하는것도
개인의자유다.
상대적인것이긴해도,그러나거기엔잃는것이너무많다.
학승법정이한말이그것이다.
‘사람이자연에가까이살면병원에서멀어진다.’
우리가논과밭가운데살면서깨달은게그것이다.
시골은시골을찾는사람을보듬어안아준다.
심신이함께건강해지는게그것때문이다.
그러나풍요로운시골생활을위해서는반드시나름대로자기의내면생활을위한
구체적인준비가있어야한다.
많은시간과집중도를요구하는고전읽기,
어떤환경적인방해도받지말아야그심오한내용에도달할수있는깊이있는음악듣기.
시간에구애받지않고작업할수있는그림그리기,
오래동안정성스레수집한자료들을활용,학구적인글쓰기,
그게어디든항상더넓은세계와연결되는컴퓨터의적극적인활용,
우리부부는같이쓰는블로그(blog)를개설,
그림과글을함께올리고있다.
우리는이블로그를통해현역때보다더많은친구들을사귀고있다.
컴퓨터는밖을향해커다랗게열려있는우리집창문이다.

노후의은퇴생활은주거환경과똑같이내용적인준비가아주중요하다.
돈은생활의수단이지목적은아니다.
많은사람들이노후,하면우선돈부터생각하는것은당연하지만그것만으로풍요로운
노후생활은보장되지않는다.
더중요한내면의준비가사실은필수적이다.
돈은있는데할일이없다면그런생활을견딜수있을까.
돈이많다고하루에다섯끼를먹는것은아니다.
그래서노후생활에서가장무서운적은’무료함’이다.

이제가을의문턱,
정말매미소리가요란하다.
그런데이상한것은그소리에는짜증이나지않는다.
그건소음이아니고자연의소리이기때문이다.
지금수로옆논과밭은그색이변해가고있다.
곡식과열매들이익어가고있기때문이다.
우리는매일수로를따라걸으면서그놀라운변화에감탄하고감사한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