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준.
오스트리아의’빈’에가면아주오래된교회의출입문옆벽면에
자그마한동그라미와옆으로된막대의그림이검은색으로새겨져있다.
아주오래전,
아직공식적으로사용되는도량형(度量衡)이있기전,
그교회앞광장에서는정기적으로장이섰다고한다.
문제가생긴것은같은값에빵의크기가서로달랐고,천의길이가서로달라시비가
끊이지않았다.
이에교회에서는그기준,같은값에대한빵의크기와천의길이를정해교회의벽에
그림을그려놓게된것이다.
사람들은거래를하다가시비가생기면빵이나천을가지고와서교회벽의그림에
대보고문제를해결했다고한다.

도량형은길이,부피,무게,자와되,저울을아울러이르는말이다.
물물교환의원시적거래에서부터화폐와카드로결제하는지금의상거래까지모든
도량형은거래내용과조건의기준이된다.
그만큼도량형은중요한것이고’저울과되를속이지말라’는경고는이미
수메르문화의기록과구약성경에서도자주발견되는정도다.
도량형은시대와지역에따라서로다른기준을채택하고발전했기때문에지금은
환산표와대비표를사용,이를극복하고있다.
예를들어우리나라의휴전선은언제나155마일로표시된다.
한국인이지만제땅의휴전선이몇km인지아는사람은거의없다.

또한가지,
모든도량형의생명은그정확성에있다.
여기에차이가생기면경제활동과생활전반에서일대혼란이생길수밖에없다.
그러나모든도량형기기도사람이손으로만든것인이상고장도생길수있고편차가
나타날수도있다.
예를들어50톤정도의전자저울의경우그토로란스는1톤까지도줄수있다.
또악덕상인들은의도적으로이를속여부당한이득을챙기기도한다.
따라서국가에서는공인국가기관으로하여금수시로도량형기기의점검을하고있다.
그러나도량형기기의숫자가워낙많고일손을부족하기때문에그점검이형식에
그치는것은모두가아는일이다.
일부슬기로운주부들은시장에나갈때평소핸드백에넣고다니는물건,예를들어
손톱깎기같은것을미리빈저울에올려놓고그눈금을살펴정확도를확인하기도
하는데이는사실꼭필요한일이기도하다.

지금은,
정도의차이는있어도모든국가들이세계공통의도량형기준을채택,사용하고있다.
그러나도량형기기의제조기술과그관리에서는아주큰차이가있다.
선진공업국일수록정확도가유지되는기기를사용하지만후진국의경우그편차는
생각보다크다.
‘기준’이정확하면경제생활이공정하고편리하지만그것이’부정확’하면어느한쪽이
부당한손해와피해를입게된다.
도량형기기는우리생활에서차지하는실용적기능이크기때문에그것들이정확하지
못할때의피해는’사회적문제’가될수있다.

체온계(體溫計)는인간의체온측정에사용되는일종의최고수은온도계로서모양에따라
막대형과평판형으로나뉜다.
체온계는상거래에서쓰이는도량형기기는아니다.
그러나가장중요한사람의체온을측정한다는측면에서는일반도량형기기보다더큰
의미를가지는측정기기다.
체온계는인간의건강,질병,치료등에서가장중요하고기본적인자료를측정한다는
의미에서는일반도량형기기와는비교도할수없을만큼큰비중을가진다.
따라서체온계의정확성은아무리강조해도지나침이없다.
그누구라도병원에가면의사의진찰을받기전체중,키,체온,혈압같은기초적인
몸상태를먼저체크받는다.
그항목들은그만큼중요한기초자료가되기때문이다.

지난8월27일,
한나라당의안명옥(安明玉)의원은기자들에게배포한보도자료를통해,
‘식품의약품안정청’으로부터제출받은2005-2006의료기기수거및품질검사를근거로
시판되고있는체온계의불량율을발표했다.
시판체온계17개제품에대한검사결과47.1%인8개제품의온도정확도가기준치를
초과하는부적합체온계로밝혀졌으며,
특히부적합체온계의생산이전체실적의92.4%이고생산실적1-3위의기업이모두
부적합판정을받은것은물론,체온계생산실적2위인모기업의경우기준온도에비해
최고섭씨3.5도의차이가나타났다고했다.

저울눈이틀리는것과체온계의온도표시가틀리는것은질적으로전혀다른문제다.
저울은물질-돈의손해지만체온계는오진으로이어질수있기때문이다.
오진은오판을불러오고생명을위협할수있는처방과치료로이어질수있다.
우리몸의평균체온은36-37도가정상이다.
불량체온계의최고편차3.5도를더하면섭씨40.5도가된다.
생각만해도끔찍한일이아닐수없다.
뿐만아니라가정에서상비하고있는체온계역시그불량율때문에필요없는걱정과
오판을불러올수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정확한체온계도만들수없는과학기술과제조업의낙후지역인가.
그렇지않다.
참단전자기기들은세계시장을누비는정도다.
문제는,체온계와같은중요한제품이라해도경제적채산성이나쁘기때문에대기업이
손을대지않고있으며거의모두가영세한중소기업이이를만들고있기에구조적으로
불량제품이나올수밖에없다.
연구,시설,공정관리,유통구조모두가열악하고영세하기때문에어쩔수가없는것이다.
결국체온계같은중요한제품은국가가지원하고감독해서라도제대로된제품을
만드는길밖에없다.
국민보건과직결되는문제이기때문이다.
이는전적으로발상(發想)과철학의문제이며문화수준과안목의문제다.

카이로근교,
새로도로를만들고아스팔트포장까지끝난상태에서이집트인들이황색의중앙선을
긋고있다.
놀라운것은그황색선은직선이아니라꾸불꾸불한곡선이다.
카이로에살고있는분의설명에의하면그들은같은장비를가지고도정확한직선을
만들지못한다는것이다.
그들이수천년전최고의기하학적구축물인피라밋을쌓은사람들의후손이라는사실이
믿어지지않는얘기였다.
불량체온계는그것과는다른케이스일까.
그렇기를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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