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가좋다는선진국일수록엽기적인범죄가많고자살율이높은점이다.
정신병자도많고그들을수용하는시설도많다.
말하자면비정상적인사람들의분포비율이높아지고있고결국은커다란사회문제가
되고있다.
아직이런현상에대한명쾌한대답은없지만’현대의문명사회’가인간의비인간화
(非人間化)를촉진시킨다는가설은잘알려져있다.
특히현대의도시생활은구획성,규제,온갖규칙,인간사이를차단하는거주형태,
더세분화되고있는사생활의방법,간섭을배제하는인간관계등이얽혀인간을
고립시키고고독하게하며비정하게만들고있다.
이런가공된환경이만들어내는여러가지압박은그대로스트레스가되어정신질환
으로연결될가능성이충분히있다.
불특정다수를향해총기를난사하는동출행동뒤에는반드시이런스트레스들이
있다는것은이미잘알려진사실이다.
또스트레스는각종암발병의가장큰원인으로분석되기도한다.
우리의1950년대,
없이살기는했지만’순수의시대’였다.
그대표적인것이’생명-목숨’에대한태도다.
어디서사고로사람이죽었다는소문을들으면사람들이구름처럼모여들던시대다.
사람의목숨-생명에대한지대한관심은’인간’에대한존엄성이살아있다는증거다.
따라서인간의가치가제자리에있었던시대이기도하다.
그게사실은정상적인세상이다.
지금은,
눈앞에서사람이죽어도별무관심이다.
내가다치지않고죽지않으면되는것이지남이어떻게되든그건나와는상관없는
일이다.
파리목숨보다못한게지금의사람목숨이다.
인간의가치가애지중지함께사는애완동물만도못한게오늘이다.
우리가함께생각해야하는것은그게누구든,자기도파리목숨보다못한사람들중
하나일수있다는사실이다.
더나아졌다는사회에살고있는대가가그러하다.
지금의현실에대해이를제대로이해해야문제의뿌리를볼수있다.
사람의가치가애완동물보다못한세상이된현실에대해성찰할수없다면돌파구는
찾지못할것이다.
우리어미니는감자를쪄도몇알은바구니에담아담넘어이웃과나누셨다.
그러면수수떡이나호박잎데친것이담을넘어우리집에왔다.
‘이웃’이확실하게존재하던시절이다.
담을넘어주고받던그하찮은물건들은살아있는인정의표현이었다.
사람사는방법이그랬고이웃은희노애락을함께나누는이웃사촌들이었다.
옆집에서쌀독긁는소리(그건쌀이바닥났다는뜻이다.)가나면저녁밥상머리에서
부모님은근심스러운얼굴이되어걱정하는얘기를나누셨다.
그시절,서로가양식을꿔먹는일은다반사였고그렇게그힘든보리고개를넘어가곤
했다.
더많이가지고있는,먹을게지천인지금이그때보다더각박한세상이된것은
무슨이유일까.
계단식아파트에마주하고살아도김치조각하나도오가는게없다.
무엇이우리들을이렇게만들었는가.
그후하던인심은모두어디로간것일까.
이웃이없는삶은고도(孤島)에혼자사는것이나마찬가지다.
인간은글자(人)그대로서로기대고사는존재다.
그관계가단절되었다면이게예사일인가.
그런데모두가아무렇지도않은얼굴로산다.
집안에들어앉아텔리비젼을보면되는것을,이웃은무슨이웃,그런얼굴들이다.
지금우리부부는매식을하지않는다.
사먹고싶은음식도있고사먹을수있는돈도있지만매식을못한다.
안하는것과못하는것은전혀다른문제다.
우리처럼나이가많은세대는옛것과새것을비교할수있는축적된경험이있다.
옛음식들은,비록장사하는사람들이만든것이라해도’순수한맛’이있었다.
그리고음식점들은그’맛’을위해온갖노력을기우렸다.
지금은오직’돈’이다.
돈만많이벌수있다면먹고죽지않을정도의독(毒)은눈하나깜빡안하고집어넣는다.
때깔좋고감칠맛만낼수있다면못할짓이없다.
옛것을모르는혀들은그게정말맛인줄알고중독된다.
한번중독되면빠져나오지못하는게’맛’이다.
한번은아주바쁜일이있어할수없이짜장면을배달시킨일이있다.
우리부부는그음식을먹을수가없었다.
우리입에는,그옛날짱궤가손으로만들어주던짜장면을먹었던우리혀로는
그걸먹을수가없었다.
그건짜장면이아니라검은타르에비벼놓은국수엿다.
입안에남아있는끈적거림과불쾌한뒷맛은상당한유해물질이섞여있다는증거다.
그일이후,나는굳게결심하고중국요리전문가인향원(香園)의이향방씨의요리책을
보고짜장면을직접만들었다.
세번실패하고네번째에성공한후지금은옛날짱궤가만들어주던진짜짜장면을
즐겨만들어먹곤한다.
설탕이외에는어떤인공조미료도첨가하지않은수순한짜장면이다.
나쁜음식은그독성이서서히몸에축적되고결국그것은온갖질병으로나타나게된다.
특히애들이길거리에서사먹는온갖불량,유해식품의피해는상상을초월하는것이다.
지금우리들은무서운상업주의에갇혀독이들어있는음식을돈을주고사먹으면서
살고있다.
그리고병원에가서다시제돈을쓰면서치료받는다.
근자사회적화두의하나가양극화현상이다.
가진자와없는자의차이가극명하게드러나고있다는얘기다.
그건그사이를메워주는’거지’가없기때문이다.
우리가어렸을때,
아침저녁으로문간에나타나는게거지였다.
더럽고냄새나는옷에벙거지를뒤집어쓰고팔에는고리를단크고작은깡통을걸고
구걸했었다.(망하면깡통찬다는게그말이다.)
그런데때로는거지와주부들사이에논쟁이생기곤했다.
그이유는’반찬’때문이었다.
밥만주면그걸반찬없이먹을수없으니반찬을달라는것이고가난한시절반찬마련이
어려웠던주부들은밥은주되반찬은주지않기때문에생기는시비였다.
그때는그렇게가진자와없는자가아주가까이에마주서서있는것을나누어먹고
살았었다.
가장크이유는가지고있는것의차이가크지않았기때문이다.
지금은빈부의차이가너무크기때문에가진자와없는자의인간적접점(接点)이없다.
서로완전히다른세상에서자기들끼리살고있는것이다.
가난한사람들은부자들이얼마나잘사는지를모르고부자들은없는사람들이얼마나
고통스럽게살고있는지를전혀모른다.
자본주의시장경제나낳은이간극은그것을메꿀수있는적절한방법이없다.
조세정책에의한재분배가지금으로서는최선의방법이다.
따라서탈세에대해서는패가망신정도의처벌이따라야한다.
지금같은솜방망이로는해결하지못한다.
인간의생명이존중받기위해,
담넘어로오가던인정을되살리기위해,
무서운상업주의를극복하기위해,
빈부가섞여살던인간적인사회를위해옛날로돌아가자는것이아니다.
돌아갈수도없다.
지금우리들은너무나많은것을가지고풍요롭게살고있다.
문제는오직하나만남는다.
생활하는방법이아무리변해도’인간’이’인간’으로남아있을수있어야사람사는
사회가될수있다.
모든것은먼저’사람’이있고난후의문제다.
인간이물질에의해대체(代替)된다면그건사람사는사회가아니다.
최고의가치는언제나사람이가지고있어야되는것이다.
더가진자와덜가진자의차이는물질에대한것일뿐,’인간의존엄성’에서는
어떤차이도인정되지않아야한다.
‘인간소외현상’에서제외되는사람은없다.
가진자도,권력이있는자도예외는아니다.
인간은,그어떤것과도대체될수없다는확고한철학이절실한시대가지금이다.
남여노소관계없이제정신을가지고있는사람이라면그동안우리가얻은것은
무엇이고잃은것은무엇인지를생각해봐야한다.
그성찰없이진정한발전은없다.
형식만있어도안되고내용만있어도안된다.
불과물사이에냄비가있어야물을끓일수있는이치와같은것이다.
균형이깨진발전은발전일수가없다.
한쪽이파괴됐기때문이다.
무엇을잃어버렸는지를제대로알고있다면대신얻은것이무엇인지도알수있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그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