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이다.
그들은그만큼적극적이고열렬한한국대표팀의써포터들이다.
자비를들여외국까지응원나가는것을보면정말대단하다는생각을안가질수가없다.
그런데,그붉은악마는대표팀의A매치에서만볼수있다.
또관중들도A매치에는구름처럼모여도K리그는언제나썰렁하다.
그곳엔붉은악마도관중도없다.
왜그럴까.
우선경기수준이떨어지고재미가없기때문일것이다.
프로야구의경우도크게다르지않다.
그러나조금만더깊이생각해보면여기에는경기내용과는무관한,보다근본적인
이유가있다는것을알수있다.
대표팀의선수들은최종적으로선발된’최고들’이다.
그들이대표팀에뽑히기까지는이미초등학교에서부터축구를시작,거의모든시간을
축구에바친수많은’과정’을거친선수들이다.
한국의축구팬들은박지성,이영표,설기현에열광한다.
그들은또누구인가.
그들이영국의프리미어리거가되기까지에는우리들이다알지못하는고난의’과정들’
이있었기에오늘의’최고’가된것이다.
대표팀의A매치에는열광하는우리들이지만초등학교팀들의경기나중,고등학교
팀들의경기에는눈길도주지않는다.
K리그에관중이없는것도같은맥락으로설명할수있다.
A매치나프리미어리거는그많은과정들을다거친결과들이다.
그래서A매치에열광하는관중들은최고-결과만을즐기는구경꾼들이지진정한
축구팬은아니다.
정말축구를좋아한다면초,중고등학교팀들의경기는물론K리그에도관중이모여야
옳다.
미국의프로야구마이너리그에모이는관중들을보면설명이될것이다.
‘붉은악마’들의응원은,
축구를좋아하는축구팬들의응원이기보다는하나의집체적행사다.
이벤트인것이다.
A매치라는무대에서만형성되는집단’대한민국’이며민족주의다.
초대형태극기를폈다접는그동작은정말놀라운집체성이다.
결과에집중하는관중은승패에민감하다.
이기면영웅이지만지면역적이된다.
축구를진정사랑하고즐기는사람이라면동네축구도즐길수있어야한다.
경기자체를사랑한다면그게어떤경기이든그모든과정을소중히여겨야한다.
붉은악마는대표적인결과주의의표상이다.
그들에게는A매치만축구다.
모든과정이생략된결과만이관심이며A매치를통해발산하는카타르시스가중요한
것이다.
상업주의의모든’광고’는현대판신기루다.
신기루는온도와습도의영향으로대기의밀도가층층이달라졌을때빛의이상굴절로
말미암아엄뚱할곳에물상-모습이나타나는현상이다.
있는것처럼보이지만사실은아무것도아닌허상이신기루다.
우리가매일마주대할수밖에없는온갖광고들은,
최고의미인,미남.
최고로성공한사람,
최고로좋은옷을입고최고를좋은자동차를타고다니며,
최고를좋은집에서최고로좋은가구에파묻혀사는신데렐라들이다.
사실최고는얼마나귀하고좋은것인가.
광고가신기루인것은,
그최고가되기위해치러야하는값비싼’과정들’이모두삭제된점이다.
이세상에과정이없는결과가있을수있는가.
그런데그광고들은과정은모두감춘채현란한결과만보여주면서사람들을현혹한다.
그래서어리석은사람들을착각하게만든다.
자기가광고안에있는사람인양착각하고그들이지닌온갖것을충동구매한다.
카드빚에쫒길때는이미늦은것이다.
그것이허망한신기루라는것을깨달았을땐이미그악마의손은다른먹이를향해떠난
다음이다.
과정을모르고결과만쫓아다니면그끝은어제나똑같다.
패가망신인것이다.
지난10월2일,
서울대의이장무총장은기자간담회에서
‘통합논술은2004년부터논의된것으로흔들림없이밀고나가겠다.’고밝혔다.
서울대는2008학년도입시부터논술비중을지금의10%에서30%로늘릴예정이다.
30%라면당,락이좌우되는비중이다.
전국의학생들과학부모들이화들짝놀라기에충분한뉴스다.
이미노술학원들이우후죽순처럼나타나고있고논술교재도불티나게팔리고있으며
이거대한시장에외국자본도참여하겠다고나섰다.
논술비중의상향조정은거의모든대학이비슷하게채택할것이다.
논술(論述)이무엇인가.
자기의의견이나주장을논리적으로서술하는기술이다.
말하자면어떤주제,문제를글로써나가는문장실력,작문실력이다.
글은잘쓰는데말이어눌한사람이있고,
말은청산유순데글은엉망인사람이있다.
그런데말도잘하고글도잘쓰는사람도있는게세상이다.
논술은,
학원에서과외로배울수있는분야가아니다.
배운다면,그건규격품이나기성품에대해다시암기,학습하는것이다.
과외과목만바뀌는셈이다.
논술은하루아침에배워서되는게아니다.
어려서부터책을많이읽어야하고그게습관이되어여러분야의책들을읽어야한다.
신문도잘읽어야한다.
한편좋은글을쓰기위해서는좋은음악을많이들어야하며좋은그림도많이감상해야
한다.
겉으로봐서는무관한것같지만영감을얻는길이그안에있기때문에중요하다.
영감은상상력없이는가질수없는정서다.
여행을많이해서견문을넓히는것도필수적이다.
외국영행만이여행은아니다.
논술은한인간이가지고있는지식,학식,교양의총화(總和)다.
논술에는’결과’라는게없다.
언제나과정이다.
독서,음악,미술에끝이있는가.
A매치만따라다니는것도,
광고들을현실로착각하는것도,
논술을학원에서배울수있다고생각하는것도모두가’과정’을모르기때문이다.
과정에는공짜가없는게하늘의법칙이다.
건너뛰었다면반드시다시돌아와서채우고지나가야한다.
우리는건너뛴과정이많은허약한사회다.
결과우선주의가너무오랫동안앞자리를차지하고있었다.
‘최고’만존재가치가있고나머지는헌신짝인줄알고살아왔다.
압권(壓券)이라는말이있다.
‘가장뛰어난것’이라는뜻으로쓰이는말이다.
그글자를가만히보면의미는저절로알게된다.
옛날과거(科擧)에서가장뛰어난답안지를다른답안지들위에얹어놓았다는
고사에서유래한글귀다.
아무리뛰어난답안지라해도혼자달랑땅위에놓인다면압권은못된다.
그뛰어난답안지가최고의자리에있을수있도록밑에서받쳐주는다른답안지들이
있기에압권인것이다.
사람사는사회도마찬가지다.
모든최고는과정들이받쳐주어생기는결과적인압권인것이다.
과정없는결과란있을수가없다.
과정들이탄탄해야최고들이나타난다.
과정들을인정하고지원해야최고가나온다.
결과만,최고만인정하는사회는사상누각-모래위에지은집과같다.
모든과정들은큰집을떠받치고있는보이지않는기초들이다.
압권에가리어보이지는않지만그게없이최고의결과는성립되지않는다.
결과우선주의의다른이름이때갈이다.
최고의다른이름도때갈이다.
때깔만있는사회는기초없이지은집과하나도다르지않다.
지금의우리사회가그렇게한심한사회다.
앞으로의세계는단순히선,후진국으로만갈리지는않을것이다.
문명이가지는속도때문에선,후진국의간격은더빠르게,더크게벌어질수밖에없다.
선진국들은이제삶의질로승부하게된다.
단순한GNP의수치가아니라그숫자들이담고있는내용에따라새로운분류가
생길것이다.
질(質)은과정이결정한다.
과정이충실하면최고의결과를얻지만그것에소홀하면신기루를만나게된다.
이제우리사회도’과정’을중요하게생각하는성숙함을가져야한다.
사실그럴때도됐다.
모든과정에충실할때가장바람직한결과가나온다는사실을받아들여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