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이야기.
군복무중처음휴가를얻어집에도착했을때,
어머니가눈물을흘리면서하신말씀이있다.
‘세상에,남의아들을데려다가이꼴을만들다니…’
피골이상접한,까맣게그을리고거칠어진내모습은내가봐도집에있을때의나는
아니었다.
아내의얘기는조금다르다.
내나이또래의오빠가첫휴가를나왔을때식구들은거지가들어서는줄알았다고했다.
군복무를마친후제대복을입고집에도착했을때도어머니의분노는다시폭발했다.
‘거지도지금네꼴보다는낫겠다.세상에죽일놈들….’
내가지급받은싸구려제대복은내체구보다작은것이어서손목과발목이드러나는
7부같았고,싸구려운동와비슷한신발은작아서뒤축을꺾어신어야했다.
집에오는도중기차안에서나는구석자리에쭈구리고앉아내모습을숨기려했다.
내행색이내가봐도창피했기때문이었다.
그게1950년대의군대였다.
그50년대의군대를우리들은’자유당군대’라고불렀다.
자유당처럼썪고부패했기때문이었다.

나는사병으로전방부대에서군복무를마쳤다.
지금도그때의군대생활을회상하면결코잊지않고떠오르는것이’춥고배고팠던’
아픈기억이다.
땀에절어버린,벗어놓은방한화가밤새얼어버리는내무반의추위는잠을잘수
없을때가많았다.
그리고24시간배가고팠다.
젊은군인들에게배가고프다는것은정말참기어려운고통이었다.
졸병들은하나같이먹는꿈을꿨다.
꿈에먹은음식얘기는그래서언제나중요한화제였다.
부대주변에서숙주에달라붙어있는기생충처럼,군인가족들은사병들의먹거리를
훔쳐먹고살았다.

미군들이물려준철모는크고무거웠으며,
반자동식으리M1소총은키가큰내게도버거운개인화기였다.
지급되는피복이모자라나는제대할때까지USMC가선명히찍혀있는커다란
미해병대의군복을입고있었다.
연대의무실에마취제가없어입에재갈을물고위생병네명이내리눌루고생살을
째는수술도받아봤다.
그열악했던자유당군대얘기를하자면끝이없을정도다.
얼마전등산길에서행군중잠시휴식하고있는군인들을만났다.
나는그들의양해를구한후사병들이지참한개인장비들을만져봤다.
화이바로,우리머리에맞게만든철모는가볍고탄탄했다.
한국인체형에맞춰만든우수한개인화기,피복그리고가죽으로만든튼튼한군화,
그건모두가국산제품이고질도좋았다.
그군인들은체구도컸고영양상태도좋아보였다.
군요차량은물론,전차와자주포,그리고1.400톤급신형군함도우리가만들어쓰는
시대다.
격세지감이바로이럴때쓰는말일것이다.

설명할수는없지만,
취리히공항의공항경비대군인들은아주잘훈련된병력이라는인상을가지게한다.
몇번을가봐도그랬다.
그들은복장,무장,근무자세에서어떤안정감을가지게한다.
가장뛰어난전투력을가진군대는어느나라군대일까.
나는서슴치않고이스라엘군대라고말하고싶다.
나는아홉번이스라엘을여행했고그때마다이스라엘군대를유심히관찰했다.
그것은첫여행에서받은이스라엘군대의강열한인상때문이었다.
중동에위치하지만이스라엘은유럽의수준을가진나라이며군대의수준과내용도
인접아랍과는아주다르다.
멀리서봐도가까이에가서봐도그군대는대단한’싸움꾼’이라는인상을준다.
여섯번에걸친중동전에서1억아랍에둘러싸인이작은나라가거둔전과를보면
수긍이갈것이다.
육상전은말할것도없고공중전에서도평균50대1이었다.
이스라엘조종사들의전투력은미공군을능가할것이다.

이스라엘의고교생들은졸업과동시에남여구분없이입대한다.
남자는2년,여자는1년동안의무적으리복무한다.
이스라엘군대는그래서젊고겁이없고민첩하다.
아랍에포위되어있는환경은자기들이무슨일을해야하는지를아는군대를만들었다.
비상소집된예비군의기갑부대는현역과는다른무게와노련함을보여준다.
그리고이스라엘에는네게브가있다.
주변아랍국들은그사막깊숙한곳에자기들의중심부를겨냥한수백기의핵탄두가
있다는사실을알고있다.

지난10월18일의와싱턴.
우리나라이상희합참의장과미국의피터페이스합참의장이함깨의장대를사열했고
그사진이신문에실렸다.
같은4성장군인데,
피터페이스대장의군모에는모자채양에만황금빛잎사귀가있었고,
이상희대장의군모는채양,모자줄,둘레,그리고국군표식까지모두가황금빛이다.
미합참의장에비해4배가많았다.
지금까지공부해온문화사를통해알수있는것은,
어떤조사에의한통계는아니지만,
그군복에황금장식이많이달린군대는부패하고약했으며가죽을많이쓴군대가
잔인했다.
북한군고위장성들군복가슴에가득달려있는커다란황금빛훈장들은왠지깡통으로
만든장난감처럼보이기까지한다.
사실어떤면에서군복은그군대를상징하는이미지가있다.
이스라엘군대의경우아주가까이다가가서살펴봐도그전투복만으로는사병과
장교를구별하기힘들다.
눈에뜨이는장식이없기때문이다.
사치와는거리가먼오직사활이걸린전투만을위해운용되는부대임을알수있다.

우리한국군의전투력은어느정도일까.
그건아무도모른다.
우선군의정보가기밀이기때문이다.
기밀이라는벽은군을지키는울타리도되지만부패를덥는장막이될수도있다.
가끔보도되는군의부정과부패를보면그근본에서50년대자유당군대와달라지지
않았음을알수있다.
부대안에서일어나는사건사고들은겉보기와는달리그안이탄탄하지못하다는것을
반증하고있다.
그동안우리군대는장비,무기,훈련,병참등에서북한군에대해우위였다.
재래식무기체계의경우우리는계속국방비를늘려노후무기를대체하고새무기를
도입했지만북한군은그경제사정때문에그렇지못했음은모두가알고있는일이다.
특히전투기의경우유류의부족으로충분한훈련을하지못했다.
각종실탄사격훈련도마찬가지대비를할수있다.
병력의체력과영양상태에서는우리가절대적인우위였다.
비록북한군병력과화력이그숫자에서는우리를능가하지만그질(質)에서는
우리가우위였었기때문에그만큼전쟁억지력을가진다는자신이있었다.

핵무기(核武器)는,
핵분열이나핵융합반응에의해발생하는어마어마한에너지를살상파괴용으로이용
하는무기들의총칭이다.
반응하는방식에따라핵분열무기-원자폭탄과핵융합무기-수소폭탄으로나누며
사용목적에따라전략핵무기,전역(戰域)핵무기,전술핵무기로나눈다.
그위력의크기에따라대형핵무기와개인이휴대할수있는소형핵무기로구분하며
틍상무기분류에따라핵미사일,핵폭탄,핵어뢰와기뢰등이있다.
1945년8월6일의히로시마와8월9일의나가사끼에투하된것은비행체가운반하는
핵폭탄이었으며순식간에수십만명의인명을살상했다.
그끔찍한비극은지금도전율할정도다.
핵무장에대해일본이보이는반응은그피해를직접겪었던나라이기에더민감하다.

이제남북의군사력은,
지금까지가졌던기본구도가완전히깨졌다.
그것이상당한수준의것이든,조잡한것이든핵무기는핵무기다.
인정하든안하든북한의핵실험은기정사실이고그결과는남북군사력의질적변화를
가져왔다.
이제우리의무기체계는핵무기앞에서장난감이된것이다.
미국의핵우산이제공된다해도우리에게전쟁억지력이없어진것은마찬가지다.
지금우리들은이게얼마나심각한문제인지를잘모르고있다.
북한은중국,러시아,일본에대해핵무기를사용할수없다.
억지력과함께즉각보복당하기때문이다.
따라서제일만만한게친북좌파세력이집권하고있는남한이다.
머지않아그들의’핵공갈’이시작될것이다.

10월21일자신문에는,
개성공단을방문한여당의대표가북측의여성과함께춤을추는사진이실렸다.
나는그동안김근태씨에대해언제나동정적이었다.
군사정부시절그가겪은고초를잘알기때문이었다.
그러나그사진을보는순간그가왜끌려가서고문당하고감옥살이를했는지어슴프레
알수있었다.
아무리친북좌파라해도집권당대표가아닌가.
북한의핵실험때문에야기된세계적인긴장한복판에서그건정상인이취할수있는
행동거지가아니다.
그사진은가장적나라한대한민국의현주소이며한국호의선장과그사관들의정체를
밝히보여주는사례였다.
함량과수준미달의세력이나라를운용하는아찔함이그안에있었다.
상식적이지못한친북좌파의행동은핵무기처럼무섭기까지했다.
이제’서울은불바다’라는얘기가공갈만은아니게됐다.
딴세상을살게된것은북한이아니라우리들이다.
그리고그건우리의사활이걸린문제임을우리스스로가깨달아야한다.

전방부대에배치된후야간경계근무를서기위해처음으로참호에들어갔다.
그참호안에는글씨도뚜렷한팻말하나가붙어있었다.
‘졸면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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