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기기의리모콘을손에들고소파에앉는경우와책과오디오기기의리모콘을
손에들고안락의자에앚는경우가그것이다.
전자는제1인생의끝자락을살고있고,후자는제2의인생을새롭게사는것이다.
전자는치매에그문을열어놓고있고후자는문을단속하고사는것이다.
비디오시스템과프로그램은보고즐기는것이기는해도스스로사색하는사변적기능은
없다.
그리고소파는앉기도하지만드러눕기도한다.
게을러지기시작하는것이다.
책과오디오시스템은읽고들으면서생각해야하고공부하고철학해야한다.
발전하는삶인것이다.
그리고안락의자에는드러누울수가없다.
조금은긴장하는삶이기때문이다.
이두가지패턴의차이는얼핏잘구분이안되는것같지만그근본에서아주다른생활
양식이다.
비디오의세계에서사람은끝까지객석에만앉게되고단지관중일뿐이다.
그러나책과오디오의세계는한인간이무대에서서자기를펼쳐나가는삶이다.
청중이아니라주인공인것이다.
읽고듣는다는것은나름대로의사색을통해해석을해야하기때문이다.
객석의삶과무대위의삶은그근본에서엄청난차이를가진다.
과정과결과모두에서그렇다.
하늘이공평한것은,
인간은누구나늙는다는사실이다.
형식은달라도은퇴없는인생은없다.
그래서은퇴후의삶은결코남의일이아니다.
그건곧자기앞에닥치는전혀다른또하나의현실이다.
제1인생의끝자락에서소모적인삶을사는것도,제2의인생을창조적으로사는것도
모두의선택의문제다.
선택할수있는것이기에그만큼준비가중요해진다.
또한가지는,
사람은그나이대로,얼마든지,의미있는삶을살수있는능력을가진존재다.
은퇴생활의가장큰즐거움은’해방감’이다.
출근시간에쫓기지않고,
목을죄는넥타이와정장을하지않아도,
눈치봐야할상사도부하도,
밀려있는일때문에고민할필요도없는,
모든속박에서벗어난자유,그해방감은체험하지않으면모른다.
비로서내가그동안얼마나많은속박속에서살았는지를알게된다.
해방은스트레스에서의자유이기도하다.
처음에는어색하게느껴지지만곧익숙해지고그해방감을만끽하게된다.
나는개인적으로책을아주좋아한다.
작고하신엄친께서는내가어렸을때부터당신이정기구독하시는월간지를내가
책방에가서사오도록하셨으며내가읽는’월간소년’을살돈도주셨다.
어려서부터책방을드나드는습관을길러주신것이다.
그건지금까지도내게는큰자산이다.
읽고싶은책은많은데,그책들을살수있는능력도있는데,시간이없어서책을읽지
못하는것은하나의고문이었다.
은퇴후우선독서하기좋은새안락의자를구입했다.
거기에깊숙히앉아읽고싶은책을마음껏읽는것,그건그대로하나의축복이다.
토마스프리드먼-ThomasFriedman.
재레드다이아먼드-JaredDiamond.
기소르망-GuySorman.
윌리엄번스타인-WilliamBernstein.
자크아탈리-JacquesAttali.
제프리삭스-JeffreySachs.
앨빈토플러-AlvinToffler.등은근자에내가집중적으로구입해서읽는책들의저자들
이다.
언제읽어도이들은해박한지식과함께철학을얘기하고세계를내다보는큰안목을
가지게한다.
정말격조높은내용으로가득찬책을쓰는사람들이다.
지금도내가가장많이구입하는것은책이다.
인생에서책보다더좋은친구는달리없다.
책은인간이글자를만들어기록을시작한이후의모든세계를그안에담고있다.
결국음악을듣는마지막자리는’실내악’이라는말이맞는것같다.
음악은책과함께내생활의중요한한부분이다.
교향곡과오페라,협주곡보다는실내악을많이듣는요지음이다.
지금은독주악기의무반주연주가가장많이듣는장르다.
그리고소나타들,
조용한시간차를마시며듣는실내악은’철학강의’의시간이다.
한작곡가와한연주가의최고의기량과실력은실내악에있는게아닌가하는생각을
해본다.
어떤방해도받지않고수준높은책을읽고음악을듣는다는것은내게있어어떤’특권’
처럼느껴지기도한다.
그래서더욱감사한다.
나는개인적으로blog를가지고있기때문에글을쓰고있다.
일주일에세편정도,
결코적은분량이아니며쉬운일도아니다.
재미있는것은,
한주간에두편을쓰면여유는있지만게을러지고,세편을쓰면긴장하게되고약간의
스트레스까지받는다.
그래서의도적으로힘은들지만세편을쓰고있다.
약간의스트레스는’머리의활동’을위해서는필수적인조건이된다.
스스로비디오리모콘이아닌,책과오디오의리모콘을쥐기로결심했기때문이다.
글을쓰는일은,
사실대단한작업이다.거의중노동에가깝다.
철자하나,단어하나,한자,단어의뜻,특수한용어의해설모두가상당한공부와노력을
요구하는힘든작업이다.
자료의조사와선택도어렵기는마찬가지다.
나는은퇴후글을쓰면서학생때보다더질감있는공부를계속하고있다.
그것은부족한내글을읽어주시는독자들에대한책임감때문이기도하다.
스스로생각해도놀라운일이다.
이모두가컴퓨터시대를사는매니아로서의즐거움이아니겠는가.
지금컴퓨터는나와가장가까운친구다.
나는어려서부터영화를좋아했다.
그건얼마나즐거운일인가.
은퇴후,
오전시간이라해도좋은프로그램은아무제한없이시청할수있다.
선별,선택만잘하면좋은프로그램은충분히찾을수있다.
지금은다채널시대이기때문이다.
매일저녁,나는상당한시간을프로그램검색에할당한다.
잘만찾아내면하루종일이라도좋은영화를볼수있는게지금의세상이다.
아침시간에출근때문에놓치는일없이좋은영화를볼수있다는것,이또한
빼놓을수없는은퇴생활의즐거움이다.
지금은오래사는것만으로는큰의미가없다.
건강하게오래살아야하고(특히치매에걸리지말아야한다.)건강해야다른식구들
에게짐이안된다.
평균수명이길어진만큼자기건강관리는더절실한문제가됐다.
내가규칙적으로하는운동은걷기다.
일주일에5일은집앞의수로를따라빠른걸음으로1시간을걷는다.
겨울에도땀이나는정도다.
그리고스스로개발한스트래칭을한다.
내가걷는수로옆에는논과밭,그리고포도밭과철새인기러기떼가논에내려앉는다.
때문에사계절내내구경거리가많다.
자연을보면서걷기운동을하는것,이것도은퇴생활의즐거움이다.
내가현역이었을때아내에게한약속이있다.
‘은퇴하면식사준비는내가할테니마음껏그림을그리라’는것이그것이다.
화가인아내는아이들을낳아기르고,살림을하느라늘시간이부족했다.
‘마음껏그림을그리고싶다.’는말이입에붙어있었다.
그런데막상은퇴하고보니할줄하는음식이하나도없었다.
요리책에의지할수밖에다른도리가없었다.
놀랜것은,
나는우리집에그렇게많은요리책이있는줄은정말몰랐다.
아내도요리자체를즐기는편은아니다.
알고보니그책들은그림을그리는데필요한참고자료로모은것들이었다.
나는하나의원칙을정하고그중에서몇권을골랐다.
우선,오래된것들부터살펴봤다.
그건,그음식들이우리가어려서부터먹던것들이고무엇보다인공조미료를쓰지않는
조리법때문이었다.
나는지금도화학조미료등인공조미료는전혀쓰지않는다.
다음은한식과중국음식을중심으로책을골랐다.
(일본음식은스끼야끼와오뎅만한다.)
아내의표현을빌리면,
‘요리에상당한소질이있고,손맛이있다.’는평이다.
유일하게,계속해서실패했던게짜장면이다.생각보다어려웠다.
지금은내짜장면을먹는사람마다옛날장궤가해주던그맛이라고말한다.
얼마전내짜장면을먹고외국의임지로돌아간친구가이메일을보내왔다.
‘그환상적인맛의짜장면이눈앞에아른거린다.’는아첨이다.
지금나는화덕에서불네개를동시에사용할수있는단계에까지는와있다.
앞으로적어도몇가지음식에서는타의추종을불허하는특유의요리를만들려고
작심하고있다.
은퇴생활을하면서체험적으로내린결론이있다.
제2의인생을살기위해서는반드시세밀하고적절한준비가있어야한다는점이다.
그리고그준비는하루아침에되는것은아니다.
거의대부분의사람들이’노후준비’하면돈부터생각한다.
그러나정작은퇴생활을해보면돈은부차적인문제라는사실을깨닫게된다.
사는방법에따라차이는있겠지만은퇴생활은그렇게큰돈이필요한것은아니다.
더큰문제는한인간으로서’무료함’에대처하는준비가중요하다.
자칫잘못하면비디오기기의리모콘을들고소파에앉는신세가된다.
하릴없이지내야하는인생은단지’존재’하는것이지’생활’은아니다.
노년의삶은자기가자기를상대해야하는진지함때문에더준비가필요하다.
준비만차근차근이잘한다면은퇴생활,노년의생활은전혀다른또하나의인생으로
우리앞에놓여진다.
평균수명이길어진만큼은퇴생활의즐거움도길어지는셈이다.
이제우리도은퇴를기다리는사회로발전해가고있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