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장 – 高麗葬.
아주오래전에본에스키모영화에이런장면이있었다.
한가족이썰매에가재도구를싣고이동하던중어떤장소에이르러얼음위에방석을
깔고자리를마련한후늙은어머니를그위에앉히고식구들은떠났다.
물론버려진그노모는짐승(아마도백곰)의먹이가되는것이다.
이런매장풍습은퉁구스족,몽고족,시베리아여러부족사이에있었던것으로미루어
몽골리안인에스키모에게도같은풍습이있었을것은쉽게알수있다.

고려장은늙은이를산채로광중(壙中:시체를묻는구덩이)에버려두었다가죽으면
그곳에매장하는고구려때의풍속을이르는말이다.
그러나고려시대까지병사자(病死者)를유기(遺棄:내버리고돌아보지않음)하는
풍습은있었지만노인을버렸다는기록자체는없다고한다.
그러나귀납법(歸納法)적추리를가능케하는민간전래의설화는있다.
중년의아들이늙은아버지를지게에지고가광중에버린후돌아서는데따라갔던
어린아들이말한다.
‘지게를가지고가야지요.’
‘그건어디에쓰게.’
‘나도이담에아버지를지게에져다버릴려면그게있어야하잖아요.’
어린아들의이말을들은아버지는대오각성,늙은아버지를다시집으로모시고
왔다는것이그내용이다.

말하자면고려장이라는천인공노할악습을저지하려는의도가담긴설화가존재
하고있는것이다.
고려장의존재가전제돼야성립할수있는설화다.
이이야기는중국의원곡(元曲)에그원형이있다고한다.
원곡은중국의원대(元代1271-1368까지몽고족이중국을정복한후세운왕조)의
희곡으로명대(明代)의남곡(南曲)에대해북곡(北曲)이라고도부른다.
북방계의음악을이용한가곡으로처음에는북경,뒤에는항주(抗州)를중심으로
약150년간유행했었다.
이민족의지배하에서관리에의길이막힌많은지식인들이그정력을원곡에쏟아
획기적인학문으로발전했다.
현존하는작품으로는160여편이남아있다.
앞부분에예로든설화는이원곡에그원형이있으며그내용이시기적으로필요했기
때문에우리에게차용되었을것이다.
그필요가말하자면고려장의저지인것이다.

얼마전81세의할머니한분이시장바닥에서버려진사건이있었다.
같은재래식시장에서가게를하는남매가서로어머니를모시지않겠다고다투다가
생긴일이다.
그들은어머니가나타날까봐가게문까지닫도다투었다고한다.
경찰은아들과딸,그리고며느리와사위를존속유기혐의로불구속입건했다.
지척에살면서노모를시장바닥에유기한죄는짐승만도못한그들이받겠지만
81세의노인에게도현실적인문제가있다고보는게공평하다.
아마도언론에보도되지않은비슷한일은수도없이많이일어나고있을것이다.
이문제가구조적이기때문이다.
사람사는방법이바뀌었고,가치관이달라졌으며전통적으로가지고있던미풍양속이
산업사회에서걸레처럼훼손됐기때문이다.
여기에인성교육마저차단됐으니부모자식사이도혈육이아니라남남이되고말았다.
오직중요한것은’돈’뿐인무서운세상이된것이다.

유기된81세의할머니는,
우선’자기집-거주공간’이없었다.
사람은나이들수록거주하는’자기집’이있어야한다.
그게판자집이라도자기집이있어야독립적으로자유롭게살수있다.
거주공간이없으면뿌리없는풀처럼물결에밀려여기저기떠돌아다니는신세가
되는것이며노년의삶은형식과내용을가질수가없다.
‘틀’이없기때문이다.
최소한자기집이있었다면시장바닥에버려지지는않는다.
무슨일이있어도자기가늙어거처할’자기집’은반드시마련해야한다.
가진것모두를미리자식에게주고얹혀사는신세가되면어느날엔가는’고려장’을
당할수있는게지금의사악한세상이다.
거처부터장만한후,남는게있다면죽은다음에자식에게줘도하나도늦을게없다.

그할머니는가진게없었다.
지금세상에가진것이없으면친부모라해도자식들에게는’카다란짐’이다.
인간이’짐’이되면짐짝취급을받게된다.
그할머니는짐짝이되어시장에버려진것이다.
죽는날까지자기가살아갈수있는돈은손에쥐고있어야한다.
꼭많아야할필요도없다.
사람이나이들면버릴것은많아도새로장만해야할것은거의없다.
구식이긴해도거의모든가재도구는다있는것이고결국제일큰지출은식비와
약값이다.
승용차를가지고있으면비용은불어나지만능력만있다면상관없다.

거개의노인들은지병(持病)이있다.
지병은오래동안가지고있는질병으로잘낫지도않는병이다.
약방에서나오는노인들을보면약이한보따리다.
약에의지해서노년을사는것이다.
모든약은병을치료하는순기능이있는반면반드시부작용-역기능도있게마련이다.
약화(藥禍)가그것이다.
통계적인사실은,같은노인이라해도학력이높을수록건강하고,저학력은그
반대다.
건강관리,위생,섭생,운동등에서고학력자는과학적사고방식으로적절히대처하면
서살아온반면저학력자는그런건전한대처없이살아왔기때문에노년에이르러
미신이나약,몸에좋다는이상한건강식품에집착하게되는것이다.
한가지분명한것은’건강’은건강할때관리하는것이지병든다음에는안된다는사실이다.
젊어서부터의꾸준한운동이야말로끝까지자기건강을지키는지름길이다.

병든노인이약값과치료비까지없이자식에게의지해야한다면아무리효자라도쉽게
감당할수있는일이아니다.
결국버려진81세의,자식들이있는할머니는,
집도,돈도없이건강하지못한노구(老軀)로자식들의무거운’짐’이된것이다.
지금세상은천륜(天倫)이무너졌기때문에그누구라도그지경이되면버려질수
있다.
무섭고슬픈일이지만그게지금의우리현실이다.
자식들이멀쩡하게살아있는노인이버려지는,버려질수있는사회는GNP가아무리
높아져도인간이인간답게살수있는사회는아니다.
젊은이들에게나늙은이들에게나마찬가지다.

이제는우리도이런문제에대한현실적인대안을찾아야하고그에걸맞는입장을
정리해야한다.
서구선진국들은’노인복지’를국가가담당한다.
이미그들은지금우리가겪고있는과정을겪어봤기에차선책을찾은것이다.
늘어나는노인들을수용하고보살피는공공기관의설립,운영을세금으로하는
것이다.
물론정부예산으로개인이운영하는복지시설도포함된다.
그방법이현실적인대안이고국민일반이동의하고있기때문이다.
복지예산에대한지출이커진다해도노인들이가족들에게직접적인’짐’이되는것
보다는그방법이서로에게좋기때문이다.
특히’치매’등,중환자의수용은국가가담당하는것이효율적이다.
한가정이그런중증의노인들을돌본다는것은물리적으로어렵다.
자칫한가정이파탄으로갈수있으며실제로그런일은주변에서쉽게찾아볼수있다.

마지막으로거론해야하는문제는,
사람은누구나예외없이늙는다는섭리다.
그어떤인간이라해도여기에서제외되지않는다.
지금의젊은이가노인들을대하는태도에는이섭리에대한각성이있어야하며,
지게를챙기는자식이눈앞에서보고있다는사실을명심해야한다.
자기도곧겪을일이라는현실을이해하고대비해야한다.
집,돈,건강,취미생활은기본중기본이다.
오래사는것자체는단지’생존’일뿐이지삶의의미는없다.
건강하게,건전하게오래살기위해서는반드시그것들을위한구체적인준비가
있어야한다.

이를위한한가지대원칙은,
‘쓰기전에저축’하는것이다.
돈은좋은것이고,특히노년의돈은더좋은것이다.
그게없으면짐짝이되기때문이다.
깔고앉아있는방석밑에서용돈이나가야손자들의절도커진다.
그건하나도나쁜게아니다.
세상사는이치가그런것이다.
내노년을준비하는그만큼,지금없이사는어려운노인들을돌보는일도중요하다.
그것은우리모두가들짐승이아니라천륜과혈육으로얽혀있는인간-사람이기
때문이다.
사람이모여사람답게사는사회공동체의제일원칙이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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