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개의여자는결혼하면며느리가되고다시시어머니가된다.
이관계는가족이구성되는기본요소이기때문에변하지않는다.
시어머니와며느리사이는아들이라는매개가있고경우에따라시누이라는촉매가
있기도하다.
자고로고부간은어렵고힘든관계다.
아무리핵가족이주축이되는현대사회라해도이기본관계는변할수없다.
‘매운시집살이’가있었을때,
새로시집온며느리가겪는고통을표현한유명한얘기가있다.
‘벙어리삼년,귀머거리삼년,장님삼년.’
입을다물고,듣지않고,보지않으면서9년을살라는것은상당기간죽어살라는얘기다.
그렇게시집살이는매운것이었다.
‘된시집살이’라는표현도그래서생겼다.
이상한것은,
호된시집살이를한며느리일수록자기가시어머니가되었을때새며느리에게아주
심하게대하는점이다.
이건심리학적으로도연구해볼만한일이다.
자기가고통을겪었다면그것을다른사람에게되풀이하지않는게인지상정인데
고부간의문제는그렇지않다.
정도의차이는있지만이문제는외국에서도역시어려운것이다.
‘설령,설탕으로만든것이라해도시어머니는쓰디쓴존재다.’
스페인의속담이다.
‘며느리는시어머니의이쑤개다.’
이건폴란드의속담이다.
못된시어머니의분포는세계적이라는얘기다.
아마도고부간의문제는그속성상온전한해결책이없을것이다.
지금도고부간의문제로갈등을겪고있는가정은여전히많다.
그리고앞으로도마찬가지일것이다.
우리부부에게도며느리가있다.
이제손녀가6살이니며느리가우리집식구가된지도오래된셈이다.
며느리에대한시아버지의사랑은이미잘알려진것이니긴설명이필요하지않을
것이다.
내가늘감사하는것은우리며느리의원만하고너그러운성품이다.
그래서더사랑한다.
나는며느리를’아가’라고불러본적이없다.
언제나이름을직접부른다.
아들네식구가우리집에와서식사를같이하게되는경우다른반찬은며느리가
준비해도밥만은스스럼없이내게부탁한다.
그만큼내밥짓는솜씨는인정받고있다.
경우에따라설거지도내가할때가있다.
그렇다면아내의고부간은어떤것일까.
나는흥미를가지고며느리를대하는아내의태도를관찰하고있으며
시어머니에대한며느리의입장에대해서도살펴보고있다.
며느리를얻기전부터아내의공개적인입장은,
‘나는며느리편이다.’였다.
나와아들앞에서여러번강조해서한말이다.
말은그렇게해도실제며느리가들어오면달라질수있겠지하면서그얘길듣곤했다.
그런데아내는자기가천명했던입장을실천하고있다.
언젠가며느리가이런얘기를한적이있다.
‘결혼한친구들이모이면자연히시부모들에대한얘기를나누게된다.
물론그내용은시집살이에대한것이다.
나와시부모님들에대한얘기를들은친구들은’김정헌이가시집은제일잘갔다.’
는것이다.’
김정헌이는우리며는리의이름이다.
아내는,
정말어떤경우에도며느리편이다.
아직어떤문제가있었던것은아니지만그것이아무리사소한일이라해도반드시
며느리편에선다.
특히아들에대해서더그렇다.
둘이다투어도단연며느리편이다.
여기에는양보가없다.
어느핸가며느리가우리에게보낸성탄카드에는,
‘시부모님들이자기를친딸같이대해주신것을감사하는,글귀가있었다.
우리부부는정말딸을대하듯,이름을부르면서며느리를대한다.
평소에아내가하는얘기를들어보면아내가며느리편에서는이유가설명된다.
제일큰이유는자기가겪은시집살이를며느리에게되풀이하지않겠다는것이다.
(우리어머니는아주너그러운분이셨지만시집살이는역시시집살이고여기에
시누이가개입되면일은더어려워진다.)
한집안의살림을맡아하는주부의어려움도그한가지다.
음식장만,빨래,청소등끊임없이반복되는그일들이한여자를어떻게소모시키는
지를겪었기때문에같은일을되풀이하는며느리에대해동병상린의정을가지고
있다.
명절때가되어아들네가우리집으로올때도미리며느리에게전화해서꼭필요한
음식몇가지만,그것도남는것이없도록조금만장만하라고이른다.
‘정헌아우리끼리합심해서편하게지내자’는게그취지다.
나는아내가며느리에게이런전화를하는것을여러번봤다.
집안살림이라는게표도나지않으면서사람을지치게한다는것,
때문에’부담’을주면안된다는게아내의주장이다.
그다음이육아문제다.
남매를낳아키워본아내는’이세상에서제일어려운게임신,출산,육아’라고
단언한다.
자기가애들을키우면서겪었던어려움에대해서는지금도몸서리를치곤한다.
때문에애를키우는며느리를도와줘야하고그어려움을이해해야한다는것이다.
손녀를맡아줄때마다.
‘정헌아다잊어버리고마음껏,즐겁게지내라’고며느리에게말하는것도그런
이유에서일것이다.
아내가며느리와통화할때의모습을보면흡사친구와얘기하는것같다.
다정하고꾸밈이없고긍정적이다.
두사람사이가얼마나친하고가까운지를감지할수있는대목이다.
우리부부는아들네집에자주가지않는다.
그것이간섭이나부담을줄수있기때문이다.
대신밖에서함께외식하는경우는많은편이다.
다른일때문에아들네집가까이에갔어도미리알리지않았다면불쑥방문하지않는다.
그동안내가며느리에게부탁했던것은디카와스케너를마련해달라는것과오랜지
마말레이드가보이면사달라는정도다.
그리고컴퓨터조작에대한질문을하곤한다.
우리집엔제사가없다.
국립묘지에계신부모님에게는봄과가을에한번씩성묘간다.
나도,아내도대단히개성적인사람들이고지금은은퇴생활을하지만’자기일’이
분명한부모들이다.
단한시간도무료하게지내는법이없다.
사람은자기생활에충실하면다른일에간섭할시간이없다.
고부간의문제도같을것이다.
‘자기것’이없는시어머니가며느리에게깐깐할것은정한이치다.
비록옛날처럼함께살지는않지만고부간은역시고부간이고그사이가미묘하고
어렵기도마찬가지다.
‘때리는시어머니보다말리는시누이가더미운것’도현실이다.
나는아내와며느리의가깝고따뜻한관계를지켜보면서많은생각을해봤다.
전통적인의미에서의고부간은아무리겉으로는좋아보여도그속내는다를수있다.
그러나아내와며느리의관계는겉도속도똑같다.
그들은아주친밀하고격의없이잘지내고있다.
아마도가장큰이유는인간이가지는성품이아닐까생각한다.
아내는예술-그림을그리는화가로서어떤면에선아주예민하고자기주장이뚜렷한
사람이다.
그러나아내는,그본성이아주선량한사람이다.
그친화력은주변에가까이하는사람이많은것을보아도알수있다.
여기에며느리에대해자기의전철을밟지않게하겠다는분명한입장이있는것이다.
며느리는또그대로원만하고너그러운성품이다.
두사람의선한부분이합쳐져서모범적인고부관계를유지하고있는것이다.
‘김정헌이가시집은제일잘갔다.’
이건정말빈말이아니다.
우리부부도아들네부부도모두편하게지내는것은그고부간이있기때문이다.
‘家和萬事成’이란글귀는그래서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