釣三樂, 인생도 마찬가지.
오래전감포의방파제에서뱅애돔찌낚시를했을때나이든어르신한분으로부터
큰가르침을받은일이있다.
초리가연한긴장대에작은릴을달고아주가는실에채비를연결한후찌의무게로
멀리던져넣는낚시였다.
미끼를갈아끼우기위해채비를걷어올리는과정에서가늘고긴줄이엉켜버렸다.
나는대를방파제에뉘어놓은후칼로실의엉킨부분을짤라내려고했다.
가는실이엉키면풀기도어렵고시간도많이걸리기때문이었다.
그때옆에서낚시하던어르신한분이내게다가와조용히말했다.
‘젊은이,
그실을짜르면안되네,
시간이걸려도풀어내야하네.
그래야정말낚시꾼이되는게야.
고기한두마리안잡으면어때,
그시간에실을푸는게배우는건더많아.’

지금까지도그날의깨달음은잊지못하고있다.
그후지금까지나는아무리실이엉켜도짤라내지않고손으로풀곤한다.
그힘든과정이’인생수련’이라는것을체험으로알기때문이다.
그렇게길러진인내심은정말대단한것이다.
‘강태공’얘기에철학이담겨있는이유가그것이다.
어부와낚시꾼의차이는고기잡는방법이나어획량보다는그철학에있을것이다.
제대로한다면,그래서낚시는철학이기도하다.
고기를탐하는초기과정에서부터찌를바라보는철학에이르기까지긴시간과
경험이요구되는것도같은이치다.
그래서나는낚시장비의지나친기계화에반대한다.
아직도최고의손맛은단순한막장대에있지않은가.

조삼낙(釣三樂)은,
낚시의세가지즐거움을이르는말이다.
그첫째가기다리는재미.
기다린다는것은무엇일까.
어떤일이일어날것을알기때문에가지는기대감이며희망이다.
기다리는기능은인간에게만있다.
비록오늘이고달프고힘들어도내일을기대하는,내일을희망하는마음이있기
때문에견딜수있다.
기다림은그렇게좋은기능이다.

그러나말이쉽지몇시간동안고기의입질도없다면견디기어려운것은인지상정이다.
자리를옮겨보고,미끼를바꿔보고,나중에는대와채비까지바꿔본다.
현대인인우리들에게크게부족한것이기다릴줄모르는조급함이다.
가장큰이유의하나는,
영상문화-TV에중독돼있기때문이다.
그중독성은즉시해결되지않는일에는견디지못하고짜증을낸다.
우리들의인생에서기다리는묘미를뺀다면얼마나각박하고삭막하겠는가.
그건정말살기힘든인생이될것이다.
기다릴줄아는자만이결실의기쁨을맛볼수있다.
가을들녘의농부가그들이다.
자연은기다리는자들에게그렇게보상한다.
기다리는일도익숙해지면전에는알지못했던재미가있다는것을알게된다.
그래서조삼낙의첫째가기다리는재미다.

두번째가놓치는재미.
시련은인간을크게키운다.
고통을많이겪어본사람은별로두려워하는게없다.
대처하는방법을체험으로알고있기때문이다.
고기도놓쳐봐야진짜낚시꾼이될수있다.
이상한것은놓친고기는더커보인다는사실이다.
아쉬움때문일것이다.
세상만사가마음먹은대로이루어진다면그지루한인생을어떻게살수있겠는가.
재벌2세들이나락으로떨어지는것은’안되는일’을만나보지못했기때문이다.
사람은돈이많아지면정상적인일상을살지못한다.
정상적인일상은실패할때도있고가진것을잃을때도있으며고통과고난도겪으면서
사는것이다.
그런과정들을통해성숙해지고,건전해지고,넓은마음도가지게된다.

인천사는사람이춘천을가는데,
승용차를가지고있으면서도인천에서청량리까지,다시거기서춘천까지기차를
타고간다.
불편을감수하면서까지그렇게하는이유는자기가익숙한길이아니면운전하기가
어렵다고미리겁을먹고있기때문이다.
실패를두려워하면사실아무것도할수없다.
고기놓치는것이싫어낚시를안하는것과하나도다르지않은소극적이고부정적인
태도다.
주변을살펴보면이런소극적성격의소유자들이나이들어치매에걸리는확율이
아주높은것을알수있다.
놓치는재미는,
낚시꾼의자세를바꾸게하고,
장비들을다시점검해보게하고,
특히채비에대해상당한연구를하게한다.
실패가성공을부르는첩경인것이다.

세번째가잡는재미,
수심50미터에서2키로정도의고기입질을받아바늘에걸었다면그손맛은
그어떤것과도비교할수없는스릴이다.
그리고그큰고기를배의갑판까지끌어올리는과정은높은곳에서의외줄타기
보다더힘들고긴장된다.
정말축적된낚시기술이절실히필요한순간이다.
노심초사기대하던일이이루어졌을때그기쁨과보람은겪어본사람만이안다.
성취감은그런것이다.남이해준것이아닌,내가노력해서얻은것이기에더값진
것이다.

잡는다는것은흭득하는것이다.
그것이물질이든,정신적인것이든,철학과종교적인것이든’얻는다’는것은
그과정만건전한것이라면인간만이누리는가장큰행복이다.
한가지주의할것은흭득을위한건전한노력과사행심은구분돼야한다.
언제나일확천금은위험하다.
가지는것도가지는사람과물량에균형이있어야한다.
그게맞지않으면반드시변고가일어나는것이고,예를들어복권당첨으로
일확천금한사람들의거의모두가그결말이불행한것이그증거다.
잡는재미를만끽하되조심해야하는위험한부분이그런것이다.

나는개인적으로釣三樂에하나를더보태고있다.
그게놔주는재미다.
그건여유와여백이다.
각박함을몰아내는방법이그렇다.
언젠가함께낚시하던친구가고기가잘잡히지않자안절부절했다.
저녁에친구들이술을가지고자기집에모이기로했는데아직매운탐감도잡지
못했으니그럴수밖에없는일이었다.
낚시를마감하고돌아가는배위에서나는내가잡은고기전부를그친구낚시통에
쏟아줬다.
거의40마리에가까운숫자엿다.
나중에들은얘기로는,
그날저녁그는친구들과함께회를치고매운탕을끓여놓고최고로즐거운시간을
보냈다는것이었다.
나는그얘기를듣는것만으로도충분히만족하고기뻤다.

나는스스로정한규칙에따라손바닥보다작은고기는반드시놔준다.
그리고박스에어느정도고기가차면그때부터는무조건방면이다.
놔주는재미는이상한힘이있다.
마음이여유로워지고자신감도생긴다.
놔주겠다고마음먹으면고기가더잘잡히는게그증거다.
마음을비웠기때문일것이다.
현대인들은한번그손에쥔것은내놓을줄모른다.
그러니우리사회가각박하고삭막해지는것이다.
사람과사람사이에도무지여유로움이없다.
피차얼마나살기가힘든가.
놔준다는것은베푼다는것이다.
내것을내어남에게줄수도있어야사람이다.
짐승이본능적으로먹이를독차지하는것과달라야인간이아니겠는가.

지금은낚시장비도발달하고사용하는미끼도다양하고고급이다.
그러나지금의낚시꾼들을보면오직빨리,더많이잡기위해고군분투다.
그럴바에야어부가되는게낫지않겠는가.
사실낚시는집에서채비를맬때부터이미시작되는것이다.
그게정말낚시꾼이라면’과정’을즐기는사람이어야한다.
낚시는그물로고기를잡는방법이아니기때문에낚시다.
기다리는재미,
놓치는재미,
잡는재미,그리고놔주는재미.
그래서낚시는인생의축소판이다.
한가지재미에만빠져있다면그건인생을제대로사는게아니다.
모든재미를고르게격어봐야한다.
그래야비로서인생의묘미를알수있다.
한번주어진인생인데,값지고멋지게살아야하지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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