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基礎) 는 보이지 않는다.
세상에존재하는모든보이는것은보이지않는것에의해지탱되고있다.
예를들어뉴욕의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EmpireStateBuilding)은1931년완공된
건축물로높이가102층,381미터에이르며사무실면적만도18만제곱미터가된다.
1973년세계무역센터가세워지기까지는가장높은건출물이었으며우리는이런고층
건물을마천루(摩天樓)라고부른다.
하늘에닿는집이라는뜻이다.
그러나그높고큰건축물이땅위에서있는것은땅밑에구축된어마어마한기초가
떠받치고있기때문이다.
우리들은마천루의보이는부분만보기쉽고그것을지탱하고있는기초에대해서는
알지못하거나생각하지않는다.
그러나기초가없다면마천루도없다.
보이지않게존재하지만그기초가모든보이는부분을지탱하고있는것이다.

물론마천루만그런것은아니다.
겉사람을지탱하고있는것은속사람이다.
사람의겉모습과언행은속사람이가지고있는인간적기초에의해결정되고나타난다.
우리는그것을인품(人品:사람의인격과기품)이라고부른다.
세상에는본받을만한사표(師表)가되는사람도있고짐승만도못한인간도있다.
그속사람,즉한인간의인간적기초가다르기때문이다.
이차이는가정,교육,환경에의해결정된다.
그리고가정,교육,환경은그시대의사회가가지고있는’사회풍조’에의해크게
영향받는다.
황금만능,물질만능주의의시대에서는인간정신의고귀한가치에대해소홀해지는게
일반적이다.
따라서하나의사회공동체가가지는’사회풍조’역시사회적기초의완성도에따라
아주달라진다.

기초의속성은,
보이지않는다는데있다.
보이지않지만존재하는,보이는모든것을지탱하는그기초는그것을’볼수있는사람
-안목’이따로있다.
기초를볼수있는눈이많은사회가바로선진국이다.
사람이고귀한인간정신과건전한가치관을가지고인간답게살수있는사회가그런
곳이다.
오일달러가넘쳐나도문맹으로가득찬토후국을선진국이라고부르지는않는다.

후진국의가장큰특징은,
보이는것에만집착하는현상이다.
좋은옷,좋고넓은집,좋은음식,좋은자동차와장신구등,그탐욕은끝이없다.
그러나그런사회는사람이인간답게살기에는아주불편한곳이다.
무질서와범법,온갖소음과소란스러움,작은일에도극단적으로충돌하는각박하고
살벌한사회가그런곳이다.
만인이만인을향해쟁투하는전투적사회가그러하며그모든원인중의원인은
표피(表皮)만알고그속,기초를모르고살기때문이다.
무게가없는사회인것이다.

근래에들어우리가국제적으로망신한대표적인사고가
삼풍백화점과성수대교의붕괴사건이다.
정상적인사회에서는있을수없는대형사건이었다.
그사고의일차적원인은,
보이지않는부분을소홀히한인재(人災)였다.
백화점내부의그현란함과보이지않는옥상의과부하는건물의붕괴로이어졌고
수많은무고한생명을앗아갔다.
겉으로봐서멀쩡한다리의강판이왜내려앉았는가.
보이지않는부분의쇠(鐵)가그피로정도를견디지못했기때문이다.

지금한강에는수십개의다리가세워져있다.
겉으로볼때그구조물들은아름다운색으로도색돼있다.
지금은그렇지않겠지만전에는같은구조물의안쪽,그러니까보이지않는부분은
도색안한곳이많았고이런사실이언론에보도되곤했었다.
공사시방서에는안쪽에도도색하게되어있었지만공사비를아끼려는악덕업자와
부패한공무원의준공검사로그런일이일어났던것이다.
도색이안된부분의부식은결국안전사고로이어질개연성이크고실제로사고가
났을때인명이희생되는것이다.
보이는곳만관심하고보이지않는곳을소홀히할때그결과는치명적일수밖에없고
결국은소잃고외양간고치는일이된다.
보이는것들이아무리현란해도보이지않는기초가지탱하지못하면결국은기울거나
허물어질수밖에없다.

역사학자하영휘(河永輝53)박사는,
17년동안2만여권의고문서(古文書)를정리한분이다.
옛책에서나는냄새-악취때문에만성비염이되면서까지그어려운작업을해왔다.
‘정치사중심의역사학계에서고문서는부당하게홀대를받아왔다.
얼마전까지만해도민가에서벽지로바르거나불쏘시개로쓰지않았는가.
하지만옛사회,경제를알게해주고생활과문화사를생생히들여다볼수있게
해주는귀중한원자료가고문서가아닌가.’
고문서를연구하는어려운작업은,말하자면우리사회의기초를다지는일이다.
과거없는현재가있을수없고,현재없는미래가있을수없다.
뿌리가없기때문이다.
우리사회가지금처럼천박해지고,경박해지고혼란스러워도이만큼굴러가는것은
곳곳에숨어있는’기초작업자들’때문이다.
그분야가어떠하든기초작업에매달려있는말없는사람들이있기에우리사회가
허물어지지않고유지되고있음을알아야한다.

우리국민성이가지고있는특징중하나가외화내빈(外華內貧)이다.
겉은화려한데속은빈강정이다.
사람들의겉모습은날로화려해지고있는데속에든것은계속줄어들고있으며
경박하고천박해지고있다.
의.식.주모두에서겉은그때갈이날로화려해지고반짝거린다.
그렇게하기위해쏟아붓는온갖해로운것들에대해서는아무생각들도안한다.
먹고마시는식음료에첨가되는유해물질도이제는그도를넘고있다.
전에는상상도할수없었던끔찍한일들이이제는예사다.
그리고사람들은그모든것에비판없이깊이중독되어있다.

인간이바른인간,무게중심을잡는인간이되기위해서는겉이아니라속을채워햐
한다.
그게인간기초작업이다.
인간은배우지않으면동물쪽에더가까운존재다.
결국문화란인간스스로가만들어낸본능의제도적제어가아닌가.
아마도인간을가장인간답게하는것이도덕과목의교육이다.
인간의동물적속성을순화하고차원높게향상시키는힘이도덕과윤리이기때문이다.
우리들의비극은이중요한도덕과목들이입시를위한도구과목에밀려제대로교육
되지못하는데있다.
도구과목은입시가끝나면없이지는허상이다.
아이하나가평균5곳이상의학원을돌면서교육을받아도덕목과목은하나도없다.
지식은있되교양은없는,절룸발이인간이양산되고있는것이다.
먼저제대로된인격형성이없다면지식은단지하나의도구일뿐이다.
어떤사회라해도교양없는지식만으로는지탱되지않는다.

나는인도를여행하면서’간디기념관’을찾은일이있다.
생각보다는작고검소한곳이었다.
그왜소하고볼품없는노인을대영제국은이길수없었다.
간디(GandhiMohandasKaramachand1869-1948)를사람들은’마하트마’라고
부른다.
‘위대한영혼’이라는뜻이다.
인도민족운동의지도자이며인도독립의아버지다.
프르반다르의중급카스트인상인집안의출신으로일찍영국에유학,변호사가되었다.
1919년영국이제1차세계대전중의공약을어기고노골적탄압법인로울라트를발표
하자국민회의파에들어가반영,독립운동에헌신한다.
특히종교성이짙은비폭력저항운동은유명했으며1930년대이후로는독립투쟁과
함께힌두사회의체질비판,불가족천민구제제창,이슬람과힌두양파의대립완화를
위해노력했다.
파키스탄과의분리독립을반대했으며독립직후인1948년힌두교신도에의해암살
당했다.

영국이이자그마한노인을이기지못한것은,
간디가가지고있는인간적무게때문이었다.
물리적인체중을보잘것없었지만,속사람이가진무게는영국보다무거웠다.
그것이간디의인간적기초였다.
고등교육을받은한인격으로서인도독립이라는분명한목표를세웠을때,
비폭력의위대한정신으로영국에굴복하지않았을때,
그는’마하트마-위대한영혼’이된것이다.

땅위에보이는모든것이아무리화려하고때깔이좋아도보이지않는땅밑의기초가
허약하면무너지게돼있다.
우리들이몸담고있는우리사회공동체가지금처럼’기초’를소홀히하면그재앙은
머지않아찾아올것이다.
그때발등을찍는후회를해도소용이없다.
지금우리들에게필요한것은外貧內華,겉은검소해도속은화려하고무게있는정신
을가지는일이다.
기초를다지는일은그렇게절실하고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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