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를별(別)과물하(河)자가그것이다.
나는국민학교4학년때아버지앞에서천자문공부를마친후고향마을의한문이름이
別河인것을알았다.
그발음도좋았지만한문의뜻이더마음에들었다.
아마도마을앞을흐르는대동강지류때문에생긴이름일것이다.
내고향은산이아주높기때문에낮시간이짧았고잘라낸나무밑둥에는어른두세
사람이앉아점심을먹을수있을만큼우람한나무들이많았다.
대낮에곰이새끼를데리고다니기때문에먼곳에갈때에는꼭할아버지와함께
다녔다.
할아버지가내게만들어준첫장난감이활이었다.
산간마을이기때문에논농사는없었고강냉이를많이심었으며강냉이알의껍질을
벗겨낸후밥을지어먹었다.
내게흰쌀밥은그래서생소한음식이었다.
別河,
따로흐르는냇물,
큰물줄기를떠나따로흐른다는것은개성적이며독창적인의미가있다.
거기에는따로흐를수있는’명분과실력’이요구된다.
모두가함께가는길을벗어나자기만의길을가기위해서는그렇게할수있는내적
이유와결심,그리고그것을실천할수있는용기가있어야가능하다.
일반적인경우,
사람들은남과달라지는것을불안해한다.
모두가함께가면익명성속에숨을수있고군중심리에편승,안정감을가질수있다.
그러나그것이옳은길이라해도대오를벗어나혼자가되면불안해지는게인지상정
이다.
재미있는것은,
사람들은가급적이면그겉모습에서남들과다르기를원한다.
옷,장신구등의차별화를시도하고가짜라도명품을가지려한다.
남보다더예뻐보이고싶고더독특하게보이려고애쓴다.
그러나그건겉모습뿐이다.
속마음에서’혼자’이기를시도하는사람은많지않다.
그건쉬운일도아니지만아무나할수있는일도아니다.
別河이기위해서는개인이드러나야하고스스로내린결정에대해무한책임도져야
한다.
익명성이사라진모든환경은자기를주시하는시선들로가득차게된다.
그것을극복하고가장개성적인삶을산다는것은생각보다훨씬어렵다.
익숙한것들을버리고생소한것들을가진다는것은상당한자기이유가없이는안된다.
거의모든사람들이살고있는겉모습은놀랄만큼비슷하다.
전체가구의절반이훨씬넘는세대가아파트에살고있다.
비슷한평면도의모든거실은붕어빵찍어내듯똑같다.
작은차이는무시해도될정도로똑같다.
그똑같음을보고있노라면정말숨이막힌다.
이세상에아파트의거실보다더몰개성적인공간은없을것이다.
그리고모두가비슷한’규격화’된진화를시도한다.
아파트의평수를늘려나가고,
직장에서의승급,승진만이가장큰희망이며,
승용차의차종을업그레이드하는것등이그것이다.
애들을유명학원에보내고,
동창회에나가맛있는음식먹고연속극얘기로수다를떠는것도마찬가지다.
흡사그규격화를위해인생을사는사람들같다.
다른길도있다는것은전혀모르고있다.
別河는의도적이고의지적인다른선택이다.
본류를떠나홀로다른길로흐르겠다는선언인것이다.
왜그러는가.
거기에는추구할만한다른것들이있기때문이다.
더넓은세계가있고,도약할수있는넓은공간이있고인간이알고살아야할드넓은
지식의세계가있기때문이다.
음악과철학이기다리고있고고독을선택한영혼이받는놀라운보상이있기때문이다.
‘여럿이함께’에서는알아차릴수도없는놀라운세계가별하에있다.
다른선택은반드시부(富)와명예를가져다주는것은아니다.
승급과승진의기회가많아지는것도아니다.
어쩌면그반대일수도있다.
때문에다른선택은결국가치관의문제가된다.
예를들어진정한화가라면다이아먼드보다좋은붓과물감,그리고좋은종이를
선택하는게그런것이다.
자기의창조적기능을표현하는수단이그것들이기때문이다.
우리사회는개인에게가해지는압력이아주높은사회다.
혈연,지연,학연이있고선후배의서열이있고연고지의배타적특성이강하고
학교,직장의구조가전근대적이다.
한사람이라도튀어보이면발로밟지않고는견디지못한다.
‘벌떼처럼일어나는’기질의분출하는쏠림현상이심한사회다.
특정지역에서연고가있는특정후보가표를싹쓸이하는정치후진성도그런것이다.
모두가같지않으면목숨을부지하기어려운게우리사회다.
그리새지구촌시대의씨족부락이우리사회다.
지금지구촌은’개성적인괴짜-천재들’의시대다.
극소수의괴짜들이평범한다수를먹여살리는IT기술의첨단시대다.
別河가필요한이유도말하자면그런것이다.
우리들의시대착오적인획일적’평준화교육’이얼마나큰덫인지알기나하는가.
10년을영어공부한사람이간단한영작문도못하고입도떼지못하는죽은교육은
이제끝내야한다.
공교육의붕괴가사교육시장을키웠다면이제는사교육시장의공룡화가공교육을
황폐화시키고있는현실을직시해야한다.
다른애들을다른방법으로길러내지않으면내일을기약할수없다.
너무오랜시간정치리더십의부재가불러온지금의위기를과소평가하면안된다.
누란(累卵)의위기라는말이거짓이아니다.
다른선택이가능하고별하를인정하는사회가되기위해서는’개성’과’개인주의’를
구분할줄알아야한다.
개인주의의가장적극적인표현이’새치기’다.
새치기가무엇인가.
많은사람들이애써기다린질서를깨는이기적인반사회적행위다.
다른사람들에게피해를입히고자기의이익을추구하는것이개인주의다.
그래서사회공동체를좀먹는해충이개인주의다.
그러나개성적인것은’독특한’것이지해로운것은아니다.
우리는너무나오래동안개성적인것과개인주의를혼동해왔다.
이제그둘이근본에서다르다는것을알고인정해야한다.
개인주의-이기주의-새치기는우리사회공동체를좀먹고붕괴시키지만
개성적인것은그독특함으로사회발전에기여한다.
앞으로의시대는개성적인사람들이나타나주도하는세상이돼야한다.
그게모두가사는길이다.
서로다른것을인정하는것이교양이며문화다.
모두가모든일에서똑같다면그건고인물이썪듯이정체된사회가된다.
개성적인독특함을인정한서구가선진사회가됐고전통과인습으로사람들을규제
하는이슬람이낙후한것이그증명이다.
타바의국경을걸어서넘어봐야이집트의낙후와이스라엘의발전을눈으로,귀로,
온몸으로느낄수있다.
그건한두세대안에해결할수없는깊은골이되어두세계를갈라놓고있다.
이제는우리사회도수많은別河들이나타나야한다.
다른선택을쉽게할수있는분위기도조성돼야한다.
그리고무엇보다도스스로다른선택을결단하는별하들이나타나야한다.
그리기위해서는지금의내가어떤자리에있는지,얼마나획일적인타성에깊이
침윤돼있는지를알아차려야한다.
중독현상은그렇게무서운것이다.
계절적으로여름이면나타나는무지의천박한병을앓지말아야한다.
누가시작했는지는모르지만너도나도실내화인슬리퍼를끌고길거리에나서는
여자들,몰개성적인,대표적인쏠림현상의하나다.
그달그락거리는경박한소리가천지에진동하는동안별하를기대하기는어렵다.
유행이나쁜게아니라나쁜유행이문제다.
왜모두가실내화인슬리퍼를끌고길거리에나서야하는가.
그몰개성적인행동은이미아파트의거실에서시작된것이다.
지나간한때,
저녁때가되면잠옷인파자마를입은사람들이집앞의평상에나와앉는것이유행
이었다.
지금그망측한풍경이사라진것은그게나쁜유행인것을알았기때문이다.
누가그게웃기는일임을알게했는가.
다른선택을한,깨어있는정신들이다.
그들이바로別河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