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들은수학실력이딸리는자녀에게수학공부를별도로시키기위해인도인수학
교사를과외공부선생으로결정한다.
그런데이인도인은그학생을지도하기위해이미국인가정을방문하지는않는다.
인도에서인터넷을통해학생을지도하기때문이다.
물론그인도인교사는수학은물론영어구사력도완벽하다.
이런경우미국과인도라는지리적인거리나두나라의국경은의미가없다.
수업료도인터넷뱅킹을통해인도인구좌로이체되기때문에그어떤제한도받지
않는다.
지난세대만해도상상도할수없었던일이이제는평범한일상이된것이다.
지구촌(地球村)이빈말이아니다.
이런사례는수도없이많을것이다.
정말우리모두는원하든,원하지않든,세계인들과함께지구촌시대를이미살고있다.
더느끼고덜느끼는차이만있을뿐이다.
지구촌시대를사는우리들이그것을가정실감있게느낄수있는것이있다면그게
무엇일까.
아마도대표적인것이먹거리일것이다.
패션도중요하지만먹거리보다는나중이다.
인간에게먹는문제는그렇게중요한것이고그것은그대로지구촌시대를제대로아는
하나의방편이될수있다.
어느날아침,
나는우리집아침식탁을자세히관찰해봤다.
그리고크게놀랬다.
나도모르는사이에그식탁은그대로지구촌이었다.
우리부부는결혼후40여년이지난지금까지아침은빵식을해왔다.
때문에그만큼외제식료품도많을수밖에없다.
우선4인용식탁은30년도더된국산품이다.
조립식이기때문에나사못이헐거워져붕괴될수도있었지만그때마다큰못으로
고정시켜지금까지쓰고있다.
그식탁에덮여있는식탁보는인도여행중사온무늬도독특한인도산이다.
품질좋은면직물이며매우아름답다.
(우리집은아내가여행지에서사온식탁보가많기때문에자주가는편이다.)
식탁보위에가지런히놓여있는포크와나이프는아내가독일여행에서사온것이다.
작은아이보리색의접시는스웨덴제품이며큰접시는핀란드산이다.
이아름답고우아한접시세트는은퇴후쓰려고미리사뒀던것들이다.
식탁한엎에놓여있는토스터는투입구가큰네델란드필립스제품이다.
오래써서타이머는시원치않지만살살달래가며빵을구워내고있다.
과일과야채를갈아먹는믹서는브라운.
흰천을깐작은소쿠리에담겨있는빵도여러가지다.
가장즐겨먹는바게트는질소포장의반제품으로수입된프랑스산.
우리집가스오븐에서구워내기때문에진짜오븐후레쉬다.
롤과크롸상은미국인베이커리에서사온것이며내가즐기는플래인베이글도
그집제품이다.
이베이글을반으로쪼개는카터는미국산.
아내는독일산딸기프레져브를즐기지만나는언제나여러나라의오랜지마말레이드
를더선호한다.
특히아내는스위스,스웨덴,독일산의치즈를아주즐긴다.
뻐터는늘프랑스제품을사용한다.
우리의아침음료는영국산홍차이며무늬도아름다운영국산머그잔으로마신다.
베이컨과햄은맛좋은국산품을먹지만소시지는오래동안같은상품의미제를쓴다.
우리가즐겨먹는올리브열매와식용유는스페인산이다.
향신료로쓰는,갈아먹는소금은이태리제품이며후추는벨기에산이다.
훌라잉팬은특이한코팅으로유명한프랑스제품이며야채샐러드를덜어먹는큰
수저는타시겐트에서조선족이준선물을사용한다.
식탁에서쓰는종이냅킨은아내의소신에따라우아한무늬가있는흰색의미제를
사용한다.
아내의지론은식탁의격(格)을결정하는게냅킨이라는것이다.
마파두부를만들기위한두반장은대만산을쓰지만그외어떤식재료도중국산은
쓰지않는다.
위생적으로문제가많기때문이다.
우리집아침식탁에있는모든식재료와용기들은합법적으로수입된것들이며
밀수품은전혀없다.
평범한중산층가정인우리집식탁이이정도라면거의모든가정의식탁도비슷할
것이다.
이미우리의식탁은지구촌이다.
여기에입는것,장신구-명품까지합하면더긴설명이필요없을것이다.
우리가원했건,원하지않았건우리도모르는사이에지구촌한복판에살고있는게
오늘이다.
이점을인정하고인식해야한다.
그래야해답이나오기때문이다.
지구촌시대에가장자주언급되는말이GlobalStandard다.
세계적인기준,규범을뜻하는용어다.
세계가지구촌이되면서서로다른다양한문화가교차하고있지만,그래서더요구
되는게모두가함께사용할수있는지구촌기준,규범이며그필요성은아주절실
하다.
서로가편하게살수있으려면그건필수적이다.
특히우리나라의경우,
부존자원없이교역-무역으로먹고살기때문에지구촌의모든이웃과는장삿속으로
라도잘지내야한다.
‘이미지’의중요성이그것이다.
같은성능의상품이라해도일본제품과중국제품이가지는서로다른이미지가그것
이다.
우리의이미지는결국GlobalStandard로평가받게된다.
세계가요구하는수준을잘지켜야하는이유가거기에있다.
아직은미흡한부분이많기때문에특히더신경을써야한다.
그들이좋아서가아니라우리가살아가기위해그렇다는것이다.
이제한두가지사례를들어설명해보자.
지난5월17일,
서울중랑구에있는모초등학교에서는학교운동장에서소방안전교육중30대와
40대의학부모2명이소방차사다리의바스켓에서떨어져즉사하는사고가있었다.
그때바스켓은지상에서24미터높이에있었으며차량과바스켓을연결하는와이어
의중간부분이끊어지면서이런끔찍한사고가일어났다.
이때운동장에는250여명의4학년학생과20여명의학부모,교사가그참사를지켜
봤으며부모가추락사하는장면을지켜본아이들은평생정신적후유증에시달릴
것이다.
사다리차의바스켓은진화작업에임하는고도로훈련된소방관만이사용할수있는
구난장비다.
아무안전장치도없는그바스켓에전혀훈련이안된부녀자가탔다는자체가벌써
재앙이다.
무모하기때문이다.
뿐만아니라24미터높이의바스켓아래에는메트리스도깔지않았다.
더기가막히는것은끊어진와이어에대한’교체에대한내부규정’이없다는점이다.
쉽게말해그냥끊어질때까지쓴다는얘기다.
이끔찍한사고는단한마디로요약할수있다.
‘안전불감증’이그것이다.
안전의식이없기때문에생긴대표적인인재(人災)다.
삼풍백화점의붕괴도,성수대교상판이내려앉는사고도결국은안전의식이부족
했던게첫번째원인이다.
이런어처구니없는사고들은한국의이미지에결정타를가하는불상사들이다.
첨단의휴대폰은문명의산물이지만그것을사용하는매너,통화예절은문화에
속하는영역이다.
안전의식은대표적인문화적정서다.
선,후진국이갈리는기준의하나가그것이며중요한GlobalStandard의하나가
그것이다.
보이는것들이아무리현란해도그머릿속,의식구조가전근대적이라면분명한
추진국이다.
안전에대한식시과문화는같이가는개념이다.
문명만으로는안되는분야가그것이다.
서울에서20년도넘게살고있는미국인이있다.
상당히친한사이이기때문에직설적인질문도자주하는편이다.
‘당신은왜한국에서자동차운전을안하는가.’
망서릴것도없이내놓는대답은,
‘죽지않고살아서미국에돌아가기위해서’란다.
서울에는직접자기차를운전하는외국인이거의없다.
우리부부는런던에서왜건을빌려타고손수운전으로잉글랜드와스콜틀랜드를
일주하면서비로소그이유를깨달았다.
교통사고를내고싶어도그렇게할수없는시스템과운전문화가그것이다.
서울보다더편하게,안전하게,느긋하게,즐기면서운전석이오른쪽인차로여행
할수있었다.
정말별천지였다.그런풍토,교통질서와문화에서운전하던사람들은서울에서
운전할수가없다.
정말살아남는다는보장이없다.
악명높은이스라엘의도로도서울에비하면애들수준이다.
독일의아우토반도속도와함깨분명한질서가있다.
한국의교통질서,교통문화는정글보다더무섭다.
모두가습관이되어모르고살뿐이다.
안전의식과교통질서는일상생활과가장밀접한부분이다.
지금의우리수준은결코GlobalStandard에미치지못한다.
인터내셔날헤럴드트리뷴에따르면,
‘모노콜’이선정한세계의살기좋은도시20위안에한국의도시는하나도없다.
도쿄는4위,그리고고베가들어있다.
통합적인교통시설의우수성,첨단기술,서비스의질에서높은점수를받았다.
더쉽게말하자면GlobalStandard에접근해있다는뜻이다.
세계최고수준의IT인프라를가지고있는우리가제외되는가장큰이유는’의식
구조-사고방식’때문이다.
인습과관습은하루아침에바뀌지않는다.
그것을바로잡아세계적수준에접근시키는게’교육’이다.
다른방법은없다.
그교육이죽었으니이대로라면우리에게내일은없는것이나마찬가지다.
누가고양이목에방울을달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