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낙엽.
김정운이쓴[일본열광]에’젖은낙엽’이라는얘기가있다.
은퇴해서집에들어앉은일본남자들은’젖은낙엽’이라불린다.
쓸어내려해도절대안떨어지는늦가을의젖은낙엽,좀태워보려고하지만연기만
매캐할뿐,아무짝에도쓸수없는젖은낙엽이다.
버려지지도않는존재들인것이다.

그게누구든늙게마련이고늙으면젖은낙엽이된다.
여기엔예외가없다.
지금은모두가’은퇴후’를생각하는시대다.
그러나바로전세대만해도하도살기가바빠서은퇴자체를생각할여유가없었다.
그러니준비도있을리없었고애들다키워내보내고나면손안에남는게하나도
없는세월을산것이다.
지금노인들대부분이월10만원도안되는용돈으로근근히살아가는이유가그것이다.
그때는은퇴후를위한금융상품자체가하나도없었으며노후를준비한다는현실적
개념도없었다.
대가족제도가그렇게끝난것이다.

거의모든사람들은은퇴,하면제일먼저생각하는게돈이다.
그건지극히당연한얘기이기도하다.
그래서돈만마련해놓으면’은퇴후’는해결된것으로생각한다.
그게큰착각이었다는것을깨닫는것은젖은낙엽이되고도한참이지난후다.
그래서되돌릴수없는후회속에더젖은낙엽이되는게대부분의노후다.
나이때문에뭔가를새로시작할수도없기에발등을찍는후회만남는다.
고등교육을받은사람도마찬가지다.

돈은그것을쓸수있을때까지만유효하다.
무릎이아파장거리비행을할수없고,
관절이아프고기력이쇠해골프도칠수없고,
소화기능이약해져외식도하기어렵고,
당뇨에고혈압까지겹치면하루하루지내기도쉽지않다.
물론외출자체가어렵다.
그때돈은아무리많아도큰의미가없다.
미리미리건강관리를제대로하지못한것을후회해봐도이미젖은낙엽이된후다.
노후는,은퇴전에장기적인작전계획이필요한,외면해서는안되는실제적인문제다.
다른하나는아무도대신할수없는게그작업이다.
그래서이기적인지혜가필요하다.

노인한분이길가에벌려놓은좌판에는밭에서갖다놓은농산물들이빈약하게진열
돼있다.
겨울철이되면그노인은힘겹게군고구마장사를한다.
그런데,
그노인주변에는계절에관계없이서너명의같은또레친구들이항상붙어있다.
농산물도같이손질해주고고구마도다듬으면서새우깡과소주를아껴마신다.
그들은자기가거처할독립적인공간이없기때문에밖에나와있는것이고돈이없으
니마땅히갈데가없어노점상옆에자리잡고있는것이다.
매일길가에나와쭈그리고앉아있는것은’자기것’도’자기일’도없다는증거다.
저녁이면집에돌아가눈치밥한술뜨고연소극보다잠자리에드는게일과일것이다.
준비안된노년의전형이그렇다.
이건결코남의얘기가아니다.
준비안하면누구라도그렇게될수밖에없는게한국적현실이다.
절대로가볍게생각할일이아니다.
또남의일도아니다.

이제은퇴-노후생활을시작한지도6년이됐다.
나름대로노하우도생기고노후생활을보람있게하는요령도터득한터이다.
나는내노후생활에대해늘감사하고행복해한다.
큰불만과불편없이매일매일을질감있게살기때문이다.
중요한것은검소한생활철학이다.
은퇴후교외지역으로거처를옮길때장서의반은정리하고반은가지고왔다.
지금내서재의한쪽벽을채우고있는책들은은퇴후집중적으로읽기위해오래동
안한권두권모은책들이다.
600권이넘는’읽을책’이있다는것은제일큰행복이다.
보물창고에서보물을꺼내듯한권씩꺼내서정독한다.
어떤책은두번,세번읽기도한다.
안락의자에깊숙이앉아,따뜻한조명밑에서차를마시며고전을읽는즐거움은결코
다른것과비교할수없는행복이다.

책은시간과공간을넘어세계역사와인류의발자취를얘기해주는선생이며벗이다.
그리고내일을예측할수있는지혜를준다.
책을읽으며새롭게배우는기쁨과책을통해깨닫는놀라움은돈으로는살수없는
지고한가치의세계다.
시력이살아있는동안독서는그치지않을것이다.
지금도개인지출에서가장큰비중은책을구입하는비용이다.
연평균50권정도의신간을구입,함께읽고있다.
노후는어쩔수없이집안에있는시간이길수밖에없다.
이때독서는그시간을가장효율적으로사용하는방편이기도하다.
책을읽는습관과읽을책을미리구입해놓는것은은퇴준비의레슨원이다.

음악,
음악은영혼이거니는뜰이다.
내가준비한500여장의CD와350개가넘는테입은또하나의보물창고다.
바로크음악만3000여곡을가지고있다.
그무엇에도매이지않고,쫓기지도않고,느긋한마음으로음악을듣는다는것은
큰축복이아닐수없다.
나는개인적으로J.S바하의음악을가장많이듣는다.
푸가의기법,평균율크라비아곡집,B단조미사곡,무반주첼로모음곡,그의올갠
음악들은은퇴후가아니면그진수를맛볼수없는대곡들이다.
이런대곡들은적어도수십번씩집중해서들어봐야어떤경지에갈수있다는것을
체험으로알게됐다.
또하나는,
소나타와중주등실내악은가급적헤드폰으로듣는다.
각악기의음색을구별할수있는재미가크고선율악기만이아니라제2바이얼린,
비올라,첼로,또는피아노의선율을듣는재미가독특하기때문이다.
특히첼로의중후한저음선율들은듣기에따라선율악기의연주보다더많은것을
깨닫게해준다.

음악을듣지않고지내는날은없다.
수많은작곡가의아름다운음악들을서로다른연주자의연주로감상한다는것은
깊이감사할일이아닐수없다.
음악은듣기만하는것이아니라공부하는과목이기도하다.
작곡가,작곡의배경,연주자의경력과여러가지에피소드들은공부할수록재미가
있다.
파이프올갠의연주를즐겨듣다보니결국파이프올갠의구조와그역사에대해서
공부하게됐다.
음악은인간을정신적으로향상시키고철학하는심성을가지게한다.
음악은노후생활에서한인간의영혼을풍요롭게해주는신의선물임에틀림없다.

그게어떤분야든,
그분야에대해가장크게즐기는사람들은아마추어들이다.
운동도,예능도마찬가지다.
부담없이즐길수있기때문이다.
나는본래악기를좋아해서학교시절엔브라스밴드에있었다.
은퇴후까지도Bb의목관클라리넷을연습하고연주했지만근자에는부는것이힘들
어첼로로바꿨다.
이나이에현악기를손에잡는다는것은결코쉬운일은아니지만저음부악보를잘
읽을수있고이미오래전부터첼로를가지고있었기때문에쉽게교체할수있었다.
하루2-3시간연습하고있으며오늘은바하의메뉴엣3번을연습했다.
포지션이어려워서고생은되지만악기를연습하고연주하는즐거움에비하면그건
감수할수있는과정이다.
사람이하나의악기를가지고연습,연주한다는것은삶의질에서차원이달라지는
일이다.
특히노인들에게악기는치매를막아주는중요한방패가된다.

컴퓨터의키보드를두드리는속도에서나는우리가족중일인자다.
블로그를운영하고있기때문이다
나는세개의블로그를운영하고있으며하루평균세곳의독자는300-400명선이다.
일주일에세편의글을올렸었는데지금은첼로의연습시간이부족해서두편으로
줄였다.
블로그에올릴글을쓴다는것은그내용에대해책임을지는일이기때문에학생때
보다더열심히공부해야한다.
그리고블로그에올릴글을쓴다는자체가대단한정신작업이다.
그작업을매일계속한다는것은머리-뇌가쉬지않고가동된다는뜻이기도하다.
그리고그적업자체가발전이기도하다.
모든컴퓨터매니아는세대차가없다.
사실그건놀라운일이기도하다.
그래서내머리는젊은이그대로다.

나와같은구세대는,
‘남자가요리하는것’은금기시했다.
라면도제대로끓이지못하는이유가그것이다.
은퇴후,나는아내와의약속대로아침식사는내가준비했다.
몇년을계속하다보니개스오븐에빵을구워내는일,야채샐러드를만드는일,
햄과달걀을지져내는일등은이제아주익숙하다.
손으로수플레오므렛도만든다.
그런데,
아내가미술을지도하는시간이늘어나면서점심이나저녁까지내가준비해야
하는일이잦아졌다.
아내가내게추천한요리책이한복려의래서피들이다.
본래밥은며느리가부탁할정도로잘짓는다.
그런데이제는내가배워서해내는찌개와국,밑반찬도대환영이다.
손맛이있다는것이다.
그래서김수미의래서피도추가했다.
우리음식의깊은맛은끝이없는것같다.
세계어떤음식도따라오기어렵다.
그리고모두가건강식들이다.

끝으로꼭하고싶은얘기는,
늙마의자기건강관리다.
사람이나이들면아픈데가많아진다,낡았기때문이다.
그때마다병원에간다는것도쉬운일이아닐뿐아니라치료비도무시못한다.
약값은또다른부담이다.
나이들어자기와가족의건강을지키는방법은여러가지가있겠지만나는
수지침(手指鍼)을권하고싶다.(http://soojuchim.com)
수지침안해본사람은없지만끝까지공부해서자격증-수지침사가된사람은
백에하나가어렵다.
거의중도포기를했기때문이다.
끝까지,제대로만배운다면웬만한잔병은전부자가치료가가능한게수지침이다.
특히뜸의효과는결정적이다.
수지침을제대로배우기위해서는인내와끈기,그리고학구적인자세가필요하다.
초,중,고급반모두를배우기위해서는합계2000페이지가넘는책을읽고공부해야
한다.
수지침이전래의민간요법이아니라과학이라는얘기다.
다른사람이하는데나라고못하겠는가.
그렇게결심하면된다.
나는일주일에5일이상빠른걸음으로60분을걷는다.
걷기보다더좋은운동은없는것같다.
그리고내가내몸에맞도록개발한스트래칭도계속하고있다.
몸의균형을유지하기위해서다.

내가적어본나의노후생활은전적으로내스타일일뿐이다.
상대적으로더훌륭한일상들이얼마나많겠는가.
나는매일매일을감사하고행복하게산다.
똑같이모든분들이그노후를감사하고행복하게살기를소망한다.
또그렇게준비하기를바란다.
나는젖은낙엽이기를거부한다.
언제나그내용에서푸른잎새이기를고집한다.
그것은충분히가능한일이다.
일상을푸른잎처럼살면되는것이다.

그첫째조건이물리적으로’시간’의확보다.
책을읽고,음악을듣고,악기를연습,연주하고,글을쓰고,요리하는모든일에는
시간이필수적인조건이된다.
24시간이빠듯하다.
은퇴-노후생활을건전하고창의적으로살기위해가장필수적인것이그래서시간
이다.
우리의일상에서이귀중한시간을송두리채앗아가는것이무엇인가.
그게TV다.
나는이미여러해동안지상파3사,KBS,MBC,SBS를전혀시청하지않는다.
처음에는아주어려울줄알았지만실행하고보니전혀문제가되지않았다.
TV를꺼버린해방감은’시간’을되돌려받음으로서더커졌다.
그쓰레기같은프로그램들은건전한정신을좀먹는중독성을가지고있다.
이제는TV를보되내가주인이되어지극히선별적으로시청하고있다.
시청시간도가급적하루2시간을넘지않는다.
(야구와축구는예외다.)
특히다큐멘트차넬은주의깊게살펴볼필요가있다.
교육적가치가높기때문이다.
리모컨을들고소파아앉아TV보다가끝나는인생을살기로작심했다면누가
그것을말릴수있겠는가.
그것도또하나의인생인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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