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에미국으로이민가서이제50대가된친지가이런말을했다.
‘이민생활은,
분명보이지않는차별이있다.
그러나법이엄정하고공평하게집행되고,상식과원칙이통하는사회에살고있는
기쁨은그것을상쇄하고도남는다.
가끔한국에가보면그후진성에가슴아프고내가이민을결심한것이옳았음을
실감한다.’
그가말하는한국의후진성은뒤집어말하면,
법이제대로집행되지못하고,
상식과원칙이통하지않는사회라는얘기다.
이차이는양쪽을겪어본사람만이안다.
한쪽이사람살기에얼마나좋은지,그리고다른한쪽이사람살기에얼마나나쁜지를
체험했기때문에그차이의내막을아는것이다.

물리적조건에서볼때,
겉으로보이는우리사회는선진국과크게다르지않다.
어떤면은서구의수준에전혀손색이없다.
우리나라전체주택1.322만채가운데아파트가696만채로전체의52.7%다.
주거환경이크게바뀐것이다.
차가없는집도이제는거의없다.
TV나냉장고는두개이상가진집이수두룩하다.
옷도좋은것을입고있으며먹거리는차고넘친다.
연간버려지는음식이8조원을넘은것은오래전얘기다.
거기에IT의인프라구축은세계정상급이다.
그러나,
우리가선진국이되지못하고있는것은그들에게는있는데우리에게는없는것이
엄존하기때문이다.
그게’우리것’이다.
우리에게는아직’내것’만있고’우리것’이없거나크게부족하다.
우리것을다른말로는공공재-公共財라고한다.
대표적인것이법을지키는것과질서를지키는일이다.
법은모두의약속이다.
그리고질서는차례를기다리는’줄서기’다.
모두가혼자가아니라여럿이같이만들어내야하는’우리것’이다.

이두가지가잘지켜지면사람은편하게살수있다.
그러나법을어기는일이다반사고새치기가줄을허무는일상에서는그누구라도
편하게살수가없다.
가진게많다고해결되는문제도아니다.
지금우리사회의모든혼란은결국’우리것’인법과질서가지켜지지않기때문이다.
약속도지키지않고줄도서지않는다.
꿩잡는게매고,
힘세고목소리큰사람이이익을챙기는원시성이그대로남아있다.

2만불의물리적조건은3만불로그목표를달성할수있다.
그러나’생각하는틀-사고방식-의식수준’이바뀌않으면선진국진입은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우리것’은그것이절실하게필요한것임을깨달은사람들이함께만드는것이다.
그들도혼란을겪어봤기때문에그게필요하다는것을알아차린것이다.
‘내것’만고집하는수준에서’우리것’은나오기기어렵다.
지금우리가그단계에있다.
사회전반에만연한생각은극도의이기심뿐이다.
이기심은’내것’만챙기는심리다.
‘우리것’의개념이없다.
가정,학교,종교,사회에서’우리것’에대한교육이없다.
그건입시과목이아니기때문이다.
지금처럼교육이깊이병들어있는한’우리것’에대한개념은배울데가없다.
온갖이기적경쟁만살아있는각박한사회가된것이그이유다.
우리것은내것의일부를내놔야하는’포기’의개념에서출발한다.
그작은포기가쌓여공공재를만들고그’우리것’이모두를지켜주고더나은삶을
살수있는바탕이된다는것을깨달았을때가능해지는얘기다.

우리사회는전통적으로noblesseoblige가없다.
노블레스오블리지는고귀한신분에따르는도덕적의무를이르는말이다.
서양에서는귀족들이여기에해당되며그건사회의전통이되어지금까지어이져
오고있다.
과거우리사회는반(文班과武班의兩班)계층의사대부(士大夫)가있었지만
그나마도일제식민시대와광복후의체제에서붕괴되고말았다.
천민자본주의와기부문화가없는게모두상(常)과연결된다.
상은정신적으로도하위개념이기때문에내것만있고상위개념인우리것은없다.
지금우리사회가지향하는대표적인목표는출세와돈이다.
그건전적으로개개인의이기적인목표들이다.
공교육이붕괴되고사교육시장이비대해진것도그것때문이며부동산투기가잡히
지않는것도그때문이다.
출세와돈을위해서는수단과방법을가리지않는사회에서’우리것’은기대자체가
어렵다.
상(常)의사회이기때문이다.
우리의선진국진입이어려운가장큰이유가그것이다.

아침시간의병원접수실.
병원을찾은고객과입원중인환자가간호사에게여러가지질문을한다.
그러나간호사의시선은딴데가있고,대답은건성이다.
TV의연속극을시청하고있기때문이다.
이런일은병원뿐아니라대한민국의모든곳,그어디에서나벌어지고있는광경이다.
자기일에대해’전문적’이지못한것,
비전문적인것은바로비생산성이다.
생산성1위인미국에대해우리는같은시간에68%수준이다.
지식총량에서는17분의1이다.
생산성이떨어져있는상태에서선진국진입은거의불가능하다.
자기직업에대한전문성,
자기가맡은일에집중하는전문성,
그일을통해투자이상의효율을끌어내는전문성에서우리는그개념이없다.
말하자면공사(公私)의구별이없는것이다.
대표적인후진국현상의하나가그것이다.

다른하나는방송저널리즘의폭력이다.
모든국민이집중해서일해야하는아침시간대에연속극을방영하는횡포는
시청율-광고수입-상업주의와맞물려있는악덕이다.
자본주의의가장나쁜폐해의하나가바로그것이다.
더구나시청료를반강제적으로징수하고있는공영방송이한술더뜨는것은결코
용서받을수없는죄악이다.
여기에그폐해를개선하지못하는정치리더십의부재가겹쳐이악순환은끝없이
계속되고있다.
이런사례는얘기하자면끝도없다.
생각하는수준이그것밖에안되기때문에생기는하나의사회적현상이기도하다.
정말가슴아픈일이지만이것이우리의수준이며현실이다.
실물경제에대해기초적인지식이라도있는사람이라면68%에서100%로가는게
얼마나어려운일인지알것이다.
지금같은비전문성으로는거의불가능한일이다.
무엇보다전문성-생산성이부족하기때문이다.

법이엄정하고공평하게집행되는것,
상식과원칙이통하는사회가되는길은그첩경의한가지가교육이다.
여기에가정,종교,사회교육이합해져야효율적이다.
내것과우리것이함께있어야하는당위와그방법,목표에대해아주어릴때부터
교육해야한다.
단연코다른방법은없다.
애들은영리하기때문에배워만주면금방깨닫는다.
내것과함께우리것이필요하다는사실을교육받고자란세대만이이근본적문제를
해결할수있다.
그리고이문제가해결돼야비로서진정한의미의선진국이되는것이다.
정말큰숙제는,
지금우리사회에는애들에게그걸가르칠정신적교사가없다는점이다.
배우지않았고,모르는것을어떻게가르칠수있겠는가.
상(常)의사회가안고있는한계가그것이다.
지금우리모두는하나같이상(常)들이다.

추석이지난다음날아침,
우리단지에들어온청소차는상당량의쓰레기봉투를버려둔채가버렸다.
쓰레기가규격봉투가아니라커다란검은봉투들에담겨져있었기때문이다.
그건법을어긴,극히이기적인행위다.
누가그랬을까.
아마도밤중에몰래내다버렸을것이다.
우리아파트에사는수준이라면밥을굶는정도는아니다.
그런데무엇때문에그런비겁하고이기적인행동을하는것일까.
바탕이’상스럽기’때문이다.
몸은아파트에살고자가용승용차를타고다녀도생각은종살이할때그대로다.
‘노예근성’이라는말이바로그뜻이다.
주인의식이없는것이다.
노예는내것만있고우리것은없기때문에다시노예다.
그런정신상태로는아무리돈을많이벌어도선진국에들어갈수가없다.

21세기를살고있는우리의현실에서공공재의질(質)은더나빠지고있다.
하나의사회적풍조가그렇다.
지금의잘못된’극단적이기주의’를극복하지못하면선진국진입은기대하기어렵
다.
소득은높아져도삶의질은점점더나빠질것이다.
생각하는틀-사고방식-의식구조가바뀌지않는한이문제는해결되지않는다.
선진국으로가는길은그렇게멀고험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