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편사회- 破片社會.
파편(破片)은깨어져부서진조각이다.

영어에manager라는단어가있다.
사전적인의미로는감독,지배인,경영자등이대표적인뜻이다.
지배인(支配人)의경우,영업에관한일체의지시및감독에대해그권한을업주
(業主)로부터위임받은사람을일컽는말이며대표적인것이호텔의지배인,또는
총지배인이다.

이단어를대기업에서사용하는경우그의미에가장적합한직위가부장급(部長級)
간부사원이다.
쉽게말해manager는산전,수전,공중전까지다겪은달인(達人)을뜻한다.
신입사원에서시작,부장급이되기까지십수년간을회사의모든부서에서순환근무
했으며부장자리에앉아서도모든현장에대해속속들이알고있는사람이다.
따라서manager-부장급간부의가장큰기능과능력은회사업무에대한연계와통합
능력이다.
두세부서의부분적업무연계를통해최대의효율을창출해내는역할이그것이다.

본래영업부서와현장의제품출하부서사이는좋지못하다.
선적일자와납기가촉박할때는어쩔수없이출하업무가늘어나고길어진다.
어렵사리수송차량을수배해서공장에보내도출하부서가빨리움직여주지않으면
엄청난차질이생길수도있다.
두부서사이의하위직책임자들사이에충돌이잦은것도그때문이다.
이럴때부장급간부사원은이문제를전혀다른방향에서풀어나간다.
해변에위치한공장인만큼두부서가함께할수있는이벤트를마련하는것이다.
직원중낚시가잘되는해변마을출신을수소문하고,공장장과협의,대형버스와음식
을준비해서휴일에두부서직원들이함께바다낚시를나가게한것이다.
그리고이행사를계속해나갔다.
그일이후,두부서사이에는어떤말썽도충돌도없었다.
모든일이부드럽고신속하게진행된것은말할것도없다.

본래함께낚시하는처지는’동료’다.
그유대감은어떤것보다끈끈하고깊다.
문제를전혀다른방향에서풀어나갈수있었던것은그간부사원이두부서모두에서
근무한일이있었기때문에속성을파악하고있었기때문이다.
이때회사가얻게되는’효율-이익’은돈으로는계산할수없는막대한것이다.
그게manager의역할이다.
그간부사원이한부서에만근무했었다면더큰충돌로이어졌을것이다.

2007년6월,
모스크바에서열린제13회차이콮스키콩쿨에심사위원으로참석했던두분의얘기를
들어보자.
한국예술종합학교김남윤교수는,한국의바이얼리니스트로는처음으로그콩쿨의
심사위원으로초대받았다.
‘국제콩쿨에가보면,
외국학생들은자기연주가끝난뒤에도객석에앉아다른연주자들의음악을끝까지
진지하게경청한다.
한국학생들은떨어지면곧바로짐싸고집으고간다.
한국학생들도세계음악무대에서빼어난성과를거두고있지만한가지고쳐지지않는
단점이있다.
자신의연습과연주에만빠져좀처럼남의음악을듣지않는다.
내가연주하는악기못지않게남의연주를듣는것도중요하다.
특히한국의음악도들이음악회에잘가지않는것은너무나안타까운일이다.
음악은평생걸어가야하는길인데입문(入門)만하고그만두려고하는것같다.’

피아노부문심사위원으로참석했던피아니스트백건우씨의얘기는,
‘젊은참가자들의연주를들으면서아쉬운점도발견했다.
테크닉면에서빼어난연주도많았고화려함도즐겼지만상대적으로연주곡에대한
이해가떨어지거나개성이뚜렷하지못한대목도많았다.
토막토막부분적으로는처리를잘했지만전체적으로곡흐름을깨닫고있는연주는
적었다.
젊은피아니스트들이’잘알려진곡,’효과를내기쉬운곡”자신있는곡’에만빠져
있다는것은음악도로서는’죽음’과마찬가지라는생각이들었다.’

때때로FM음악방송을통해젊은신인들의연주를듣거나,
신인의연주회에가서느끼게되는것은,
기교면에서뛰어난그들의연주가’음악’이되어다가오지않는점이다.
말하자면그연주가사람을감동시키지못하고있는것이다.
손끝의재간은있는데음악을연주하는’인격-人格’이없기때문이다.
자기가연주하는곡에대한음악적체험없이악기만잘다루는수준이기때문이다.
많이듣는다는것은무엇인가.
그건곡을이해하는하나의과정이다.
그음악이선율로나타나기이전한사람의작곡가가겪은정신의세계-철학에다가서는
것이다.
다른연주자의연주를듣는다는것은같은곡의다른해석을통해’음악성’을배울수
있기때문이다.
그렇게넓고깊은음악의세계를모르고는감동적인연주는나올수가없다.
그런연주들은’음악의파편’이기때문이다.

지금우리는’정보화시대’에살고있다.
우리의IT인프라는세계참단의정상급수준이다.
그러나바로여기에아주큰함정이있다.
정보의홍수는그핵심을집어내는선별능력이없으면많은쓰레기에불과하다.
컴퓨터에악플을올리고,게임하고,여러가지잡다한부가기능만으로시간을허비
하는한인간적향상은기대하기어렵다.
세계유명사이트의80%가영어로되어있다.
어학실력이부족한대부분의사람들에게는접속자체가차단된세계다.
휴대폰의구멍같은화면은계속인간을왜소화시키고있다.
모니터와그구멍에길들여진사람들에게크고넓은것은낯설다.
거부감이생기고반발한다.
조각조각에는사육되었지만통전(統全)은그개념도없다.
사회도사람도기재도파편화된것이다.
매일매일디지털세계의속도-스피드는우리모두를산산조각으로쪼개고있다.
그속도가빠르고이미지가현란하기때문에제대로알지도못하는사이에파편이
되고있다.

하나의사회공동체는서로다른기능과역할이연계되어만들어내는에너지로살게
된다.
분야별전문화가더세분될수록그연계들은더절실해진다.
아무리전문화된분야라해도그것하나만으로는아무의미도없는게현대적인
삶이다.
영업부서와제품출하부서를연계시키는manager의역할이바로그것이다.
두부서가아무리뛰어나게일을잘해도연계없이는’효율-이익’은창출되지않는다.

파편들을모아형체를만드는것이리더십이다.
선진국이선진국이된것은같은파편들을연계해엄청난효율을이끌어냈기때문이다.
그게현대국가의힘이다.
후진국이뛰떨어진것은뛰어난기량을가진파편들이파편으로흩어진채죽어버렸기
때문이다.
리더십은지도자만의몫은아니다.
두부서의속성을아는간부사원의’지식’이연계를만들어냈다.
모르면불가능한일이다.
아무리통계적인수치라해도우리의지식총량이미국의17분의1이라는것은시사
하는바가크다.
왜우리는지식총량에서이렇게부족한가.
이유는많겠지만가장대표적인것은’알려고하지않는’생활태도때문이다.

일반적인지식이라해도’보는것’만으로는그것을얻지못한다.
보는것은일과성의이미지이며디지털세계가그것이다.
일과성으로지나가는이미지는사고(思考)-생각할것을요구하지않는다.
지나가면그만이고다시다음이미지로이어질뿐이다.
그러나쓰고읽는아날로그의세계는’생각’할것을요구한다.
책이그대표적인대상이다.
TV는구경하는것으로끝나지만신문을생각할것을요구한다.
읽는것이기때문이다.
TV는지나가는쓰레기정보지만신문은’편집된정보이며지식’이다.
그리고고정적정보와지식이기에보관과재활용이가능하다.
책은그지식의뿌리에서부터열매까지의모든과정을설명하고있는지식의큰
창고다.

앞선사회와뒤쳐진사회는여러가지면에서큰차이를가진다.
그중하나가,가장일반적인현상으로서책을읽는사람의유무다.
이점은여러나라를여행해보면금방알수있다.
앞선사람들은책을사랑하고책을많이읽는다.
지식이거기에있기때문이다.
바로그렇게얻어지는지식이그들의평범한일상에서엄청난연계들을만들어
내고있다.
그연계들의합이곧국가에너지가된다.
선진국의힘이그것이다.

보이는외형에서우리나라는이미선진국수준이다.
이제우리가꼭해야할일은그내용면에서확실하게선진국이되는것이다.
그러기위해서는’보는것’의반을쪼개어’읽는것’에줘야한다.
지금처럼구경하는사람만있고생각하는사람이없으면안된다.
일상생활에서의작은연계들은’상식’으로가능하다.
그러나그효율은엄청난것이될수있다.
상식(常識)이무엇인가.
보통사람으로의례가지고있는일반적인지식이나판단력이다.
쉽게말해’분별력’이다.
모든일들을사리에맞게판단하는힘이그것이다.
그상식과모두가세운원칙이통하는사회가곧선진국이다.
법과질서가살아있는사회가선진국이다.
우리라고이를이루지못할이유는정말하나도없다.
못하는게아니라안하고있을뿐이다.
‘생각’이없기때문이다.
파편들이파편대로흩어져있기때문이다.
그리고매일매일그파편들은더작은파편들로끝없이쪼개지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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