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동인데1,2라인은돼지우리같다.’
물론3,4라인에사는우리에게하는말이다.
그분은몇개동을맡아청소하기때문에각라인의형편에대해서는누구보다도
소상하게알고있다.
나는우리동의1,2라인을직접가봤다.
제일윗층에서부터계단으로걸어내려오면서그상태를눈여겨살펴봤다.
3,4라인과가장크게다른점은,
우선청소하기전의엘리베이터내부가아주더러웠다.
아주머니의진술에의하면쓰레기국물,껌과과자를쌌던종이,봉투,개가싼오줌,
그리고담배꽁초까지버려져있다는것이다.
다음은계단이더러웠고가장인상적인차이점은각세대의출입문이었다.
5년전입주때부터붙어있는딱지광고들이그대로붙어있고문의외부표면이낡은
아파트처럼더러웠다.
때문에주변전체가어두워보였다.
아파트의경우그집에누가살고있는지는출입문상태를보면금방알수있다.
집주인-임자가사는집은그출입문부터가깨끗하다.
엘리베이터도깨끗하고주변도밝다.
물론세입자가사는집은대부분그반대다.
우리가사는3,4라인의경우엘리베이터안에뭔가가떨어져있으면반드시누군가가
닦아내고청소한다.
자기물건처럼아낀다.
세(貰)을살고있는경우월세든전세든남의집을빌려사는형태다.
말하자면임자가아닌것이다.
따라서주인의식이없고더러워져도상관하지않는다.
내것이아니기때문이다.
내것과네것의이차이는그차별정도여하에따라하나의사회공동체의삶의질을
결정하는중요한요소가된다.
똑같은아파트의동인데도1,2라인과3,4라인의차이는세입자의숫자가다르기
때문에생긴것이다.
3,4라인에는상대적으로세입자가적다는의미다.
이런현상을사회전체에확대해보면그속성에서같다는것을알수있다.
주인의식을가진국민이많은사회와주인의식이없는국민이많은사회는그근본
에서다를수밖에없다.
전자가밝고,환하고,즐겁게살수있는사회라면후자는어둡고,더럽고,불편한
사회다.
이차이는그근본에서완전한해결은어렵다.
단지나쁜쪽의비율을줄여나가는노력이있을뿐이다.
가장큰이유는인간에게는우,열이엄연하게존재하기때문이다.
우수한사람들이있는가하면열등하고비열한사람들도많다.
오래전우리는사택인아파트로이사하면서단독주택인우리집을할머니한분과
장성한아들,두식구가사는세대에전세를준일이있다.
그분들은우리가집을팔때까지14년을그집에서살았다.
가끔가보면우리가살때보다더깨끗하고단정해진것을알수있었다.
60평정도의마당도손질이잘돼있었고텃밭을만들어키우는채소도가지런했다.
그분들은전세집을자기집처럼가꾸고손질하면서산것이다.
주인의식은하나의생각-이념-사상이지소유가아님을증명한우수한분들이다.
셋집이니까더러워도된다는생각은말하자면’노예근성’이다.
임자가아니기때문에아무렇게나써도된다는잘못된생각에사로잡혀있는부류가
그들이다.
그런부류들이사회전체에서차지하는비율에따라선진국과후진국이갈라지는것이
라고해도지나친말은아니다.
사실이그렇기때문이다.
지금우리사회의법과질서가혼탁한것도따지고보면같은이치다.
최초의인간집단은’힘’에의해통치됐다.
군대를가진왕이나족장이그들이다.
봉건시대의통치집단은귀족이었다.
장원과농노의구조는오래동안계속되었으며적어도산업혁명이일어나기까지
자급자족하는농경형태는변하지않았다.
르네상스를통해비로서인간의’인권’이의미를가졌고서민들의참정권을통해
민주시민사회가출현했다.
시민사회의가장큰특징과의미는,
보통사람인시민,주민이나라에대해주인의식을가지는것이다.
루이16세와마리앙뜨와네트의머리가킬로틴에서짤린후의역사가그것이다.
우리가서구사회라고부르는모든지역의공통점은민주주의정치체제와자본주의
시장경제,그리고시민의식이다.
가장적극적인시민의식의표현이투표이며선출직이국민의공복이라는개념이
거기에서비롯됐다.
반대로형태는민주주의국가지만국민의마음속에시민의식-주인의식이없다면그건
선진국이아니다.
주인의식이없으면임자가아니기때문에훔치고,속이고,훼손한다.
임자는모든것이자기것이기때문에그럴필요가전혀없다.
훔치고,속이고,훼손한다는것은무엇인가.
온갖불법과무질서,혼란,그리고부정부패가그것이다.
이세상에자기것을훔치고,속이고,훼손하는사람은없다.
이유승(李裕承)은백사(白沙)이항복의10대손으로조선후기까지10명의재상(宰
相)을배출한삼한갑족의후손이다.
재상은임금을돕고모든관원을지휘감독하는정2품이상의벼슬이며,
삼한갑족은우리나라의대대로문벌이높은집안을이르는말이다.
이유승은고종때이조판서(吏曹判書)를지낸분으로그에게는여섯아들이있었다.
첫째가이건영-李健營-1853-1940.
둘째가석영-石營-1855-1934.
셋째가철영-哲營-1863-1925.
넷째가회영-會營-1867-1932.
다섯째가시영-始營-1869-1953.
여섯째가호영-護營-1875-1933.
이중다섯째이시영은17세(1885)에과거에급제하여형조좌랑,평안도관찰사,한성
재판소소장을지냈으며임시정부법무총장을거쳐광복후에는부통령을지낸분이다.
이여섯분의이름을거명하는것은우리모두가기억하고있어야할선구자들이기때문
이다.
그들은한결같이나라에대해주인의식을가진깨어있는정신들이었다.
조선명문가의자제였던이유승의여섯아들들은나라가일제에합방되자그들치하
에서의굴욕적인삶을거부,형제모두가식솔들을거느리고만주로망명했다.
1910년겨울,
12대의마차에60여명의가족을태우고고국을떠난것이다.
지금의명동을떠나면서처분한재산총액은지금돈으로환산하면1000억원정도의
거금이다.
이들은이돈으로만주의유하현(柳河縣)에독립군양성기관인신흥무관학교(新興
武官學校)를세웠다.
서로군정서(西路軍政署)소속의이학교는1920년폐교될때까지2000여명의졸업생
을배출,독립군양성에크게기여했으며유명한청산리전투에서일본정규군을대파
한전투가그성과의하나다.
말하자면이유승의가문은한국의대표적인noblesseoblige에해당하는집안이다.
그들은자기들의모든것을던져신분에걸맞는책무를다한것이다.
사회적계층으로분류한다면이유승의집안은상류계급인양반에속한다.
조선시대벼슬아치의문반(文班)과무반(武班)을아울러양반이라고불렀다.
조선후기에는과거급제와상관없이사족(士族)을그렇게불렀다.
이제도는공식적으로1894년갑오경장때폐지됐다.
양반에대칭되는계층이상(常)이다.
반상-班常이라고함께부르기도한다.
상놈(常놈)은지난날신분이낮은남자를낮추어이르는말이며그뜻에서는본데없이
막된남자라고욕하는말이다.
그신분이상(常)인’종’은남의집에서대대로천역(賤役)에종사하던노예다.
노예는인격을인정받지못하고상품이나가축과같이취급되어타인에게사육되는
자유없는신분의개인이나집단이다.
반상-班常의근본적인차이는한쪽은주인이고한쪽은종이라는점이다.
주인에게는임자라는주인의식이있지만종에게는임자가될수있는자기것이없다.
그래서처음부터주인의식이존재하지않았다.
우리가사는현대사회에서제도적인반상은없다.
모두가자유민주주의국가의시민이다.
그러나신분상의법적차별이없다는것이곧사회계층이없다는뜻은아니다.
지금우리사회공동체에서는엄연히상류,중류,하류의계층이존재한다.
그건누구나인정하고있는현실이다.
누가일부러그런구분을만든것이아니고생활의조건과환경이그런구분을만드는
것이고이는세계어느곳에서나마찬가지다.
심지어공산독재국가에도노멘클라투라라는특권계층이존재했었다.
문제는하나의사회,국가가그계층적편성에서어느부류가상대적으로더많은가에
따라삶의질에서차이가나는점이다.
이웃일본은아시아에서유일하게선진국에진입한나라다.
세계가객관적기준에서그것을인정하고있다.
우리는경제규모10위권안팎의경제대국이면서도선진국진입은요원하다.
우리모두가이숙제앞에서정직해야한다.
왜우리는상위권의경제국가이면서도선진국진입이안되고있는것일까.
상대적으로상(常)이더많기때문이다.
훔치고,속이고,훼손하는’노예근성’이근절되지못했고주인의식이크게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어려운숙제를극복하는길은여러가지가있겠지만가장효율적인방법은’교육’
이다.
먼저교육을살리지않고는이문제가해결되지않는다.
어려서부터교육을통해시민의식-주인의식을가지게해야한다.
언제어디서나자유민주주의사회의시민은교육을통해양성돼왔다.
우리의외형은이미선진국수준이다.
이제는기필코내용을선진국이되게해야한다.
그첩경이모두가임자-주인의식을가지는것이다.
결코다른길은없다.
엽전한닢을가지고있어도주인이면임자다.
그러나천냥을가지고있어도그게남의것이면노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