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소묘(素描)
세중나모의천신일회장은얼마전모기관에63억원을기부했다.
‘나참돈좋아합니다.
돈귀한줄도알고아까운줄도압니다.
그런데기부하고나니까그렇게기분이좋을수가없어요.
그건나혼자만알수있는기쁨이에요.
기분이좋으니까건강도좋아집니다.’
‘나눔’은동물의세계에는없다.
치타가힘겹게잡은먹이를사자가빼았고,표범이잡은먹이를몇마리의하이에나가
나타나차지한다.
글자그대로약육강식(弱肉强食)의세계다.
내것을내어다른이에게주는것은인간세계에만있는지고한정신이다.
천신일회장은아주정직한얘기를했다.
‘나돈좋아합니다.’
그가돈을좋아했기때문에돈을모은것이다.
돈이귀하고아까운것을아는것은돈버는일이얼마나어려운지를알기때문이다.

그가63억원이라는거금을기부한것은’나눔’이주는기쁨의맛을알았기때문이며
그게돈보다더귀한것임을체험했기에가능한일이다.
아마도처음에는작은것을나눴을것이다.
나누는기쁨을알게되면서기부액도늘어났다.
내것을내어주면서오히려기뻐하는마음,그건인간만이향유하는놀라운정신의
세계다.
그렇게얻은만족감은소유와는전혀다른,종교적경지의기쁨인것이다.
이독특한,고귀한기쁨은반드시거액을기부해서만얻는것은아니다.
‘남을배려하는마음’만있으면누구라도느낄수있는기쁨이다.
이이타적인정서가바로’이웃사랑’이다.
이웃사랑은아주사소한일에서시작된다.
TV의볼륨을줄이고,엘리베이터안에서쓰레기국물을흘리지않고,자동차의도난
경보음이모두가잠든시간에고장나지않게주의하는것이모두이웃사랑이다.
여기에모든이웃을향해미소까지지을수있다면금상첨화다.
살기좋은세상은그렇게만들어지는것이다.

천재물리학자아이슈타인은그의유명한’상대성원리’를묻는친구에게바이얼린
연주로음악을들려줬다.
그런그가이런말을하기도했다.
‘할머니에게연구결과를설명하지못하면소용없는것이다.’
어려운내용을쉽게전달한다는것,
그건하나의기술이자높은교육적배경이없이는불가능하다.
김활란과김옥길은스승과제자이면서두분모두이화여대총장을지낸분들이다.
두분의가장큰특징은글을쉽게쓰고,말을알아듣기쉽게하는점이다.
정말그들은할머니라해도곧알아들을수있는아주쉬운말로어려운얘기들을풀어
나간다.
배웠기때문이고아는게많기때문이다.
법정용어와관료사회의딱딱한공문서를읽어보면그조직의무서운경직성을알수있다.
세상에있는어려운말은전부골라쓰는그경직성은그들이좁은골목안에갇혀살기
때문이다.
그리고는자기들이제일인줄안다.
아는게부족하다보니보다어려운문장을만들어권위를세우려든다.
사람사는형편도마찬가지다.
아는자는모든문제를쉽게풀어나가지만모르는자는더어렵게만든다.
무지가무서운게그것이다.
필부가무식하면자신의문제로끝나지만국가지도자가무식하면그게바로국민적
재앙이된다.
정말우리모두는험한세상을살고있다.

미국컬러비아대학의에드워드멘델슨교수는책도많이읽고,정말많은책을가지고
있는분이다.
그가이런말을했다.
‘내가틀렸다는것을깨닫는것이독서의한가지즐거움이다.’
독서에는사실많은즐거움이있다.
책을소유한다는만족감,
책을통해수많은사실을배우는기쁨.
책을읽음으로알게되는다른문화에대한접촉과이해,
그리고독서를통해자기의성장을알게되는기쁨.
그리고다른하나가자기가틀렸다는것을알게되는기쁨이그것이다.

사람은책을읽지않으면정신적으로성장하지못한다.
학교를졸업한후오래간만에동문수학했던친구들을만나보면서로가가지는차이가
메꿀수없는수준까지가있는것을발견할때가있다.
말이통하지않는것이다.
서로가전혀그수준이다른세계에살기때문이다.
계속해서공부하고배운사람과신문도제대로읽지않고사는사람이같을수가없다.
어느쪽이더좋고,나쁜문제가아니라같은인생을사는서로다른내용적차이가
문제다.
책은인류의영원한반려다.
강가의부두러운흙에남아있는물새발자국을보고글자를만든이후,기록은인간을
정신적존재로지켜왔다.
책을읽으며자기의잘못을교정해가는인간은당할수가없다.
그풍요로운삶은돈으로는살수가없다.

‘누가길을걸으면서통화를하겠는가.’
AT&T의기술자들이휴대전화를발명했을때,회사CEO가한말이다.
그때기준으로는걸어가면서전화를한다는것은점잖치못한경박한행동이었다.
이기술을싼값에사간게모토롤라.
지금모토롤라는전세계휴대전화시장에서선두를달리고있다.
번돈도엄청나다.
제록스의기술자들이마우스를발명했을때도비슷한이유로상품화되지못했다.
IBM과애플이마우스로번돈은천문학적인것이다.
그리고지금도계속벌고있다.
알라스카를단돈몇푼에미국에팔아버린러시아의우직함도비슷한케이스다.
안목이없다는것,
그건차라리죄악이다.
개인이그렇다면자기의일로끝나지만그게공인이라면피해는국가적이된다.
참으로묘한것은’안목’은교육만으로는얻어지지않는다는점이다.
그건하나의천부다.

‘베트남전쟁시절만해도영화를통해현실을바꿀수있다고믿을만큼순진했지만
나이를먹으니영화를통해바꿀수있는것은겨우패션정도임을깨달았다.’
최근배우겸감독인로버트레드포드가한말이다.
내일을향해쏴라,스팅,이웃오브아프리카에서열연했던왕년의스타가그다.
젊었을때가졌던청운의꿈과나이들어알게된현실은이렇게다르다.
그것을깨달을때까지의세월은아무도극복하지못한다.
겪어봐야아는일이기때문이다.
젊었을때의치기가노인의지혜가되기까지는그렇게긴세월이걸린다.
놀라운사실은,
나이가들었는데도철이안든인간들이있다는사실이다.
더놀라운것은그고약한’병’은고치는약이없다는점이다.
젊은이는청운의꿈을가지되그게다가아니라는겸손이있어야한다.
기고만장과천방지축은스스로를망치는지름길이다.
전연세대정총장의아들은30대에50억원의빚을지고부모까지망쳐놨다.
물려받은게아니라면30대는아직배우는시기다.
잘못길러졌고,잘못판단하고,기업을잘못운영했기때문에생긴일이다.
세상을바꾸겠다고마음먹었지만바꿔놓은건패션정도라는레드포드의얘기는
그래서진솔하다.

미래학자앨빈토풀러가쓴’부(富)의미래’에이런얘기가있다.
‘최근인터넷에서부(wealth)라는단어를검색해보니5.000만개의결과가검색되었다.
신(God)이란단어를검색한결과가1억4천2백만개인것에는훨씬못미치지만
부에대한사람들의관심이큰것만은사실이다.
그런데부와신의겸색결과를합한것보다두배나많은4억5천만건에달하는검색
결과를보인단어가있다.
그단어가바로시장-市場-market이다.
시장은여러가지상품을팔고사는장소다.
그러나같은의미의market은상품의수요와공급에의해가격-값이형성되는,보다
넓은의미의개념이기도하다.
지금같은지구촌시대에서market은좁은의미의’저자’가아니다.
특히초단위로국경들을넘나드는엄청난국제금융은세금도부과하지못하고있는
전혀새로운전자시장이다.

4억5천만건이검색되었다는것은시장-거래가신을능가하는현대사회의지배자라는
뜻이다.
지금은경제가정치를앞서는시대다.
그만큼경제-거래-시장은인류의가장큰관심사이자온갖것을창출해내는마당이
됐다.
그리고시장-market은자본주의의꽃이다.
사회주의가허망하게몰락한것은시장의기능과힘을과소평가했었기때문이다.
그이데올로기가반인간적인점이거기에있다.
모든이윤은’내것’일때창출된다.
그리고그합이곧경제발전인것이다.

일전에짙은회색빛와이셔츠를사려고압구정동소재현대백화점에간일이있다.
그런데마음에드는그셔츠하나의값이23만원.
놀래서다른코너에갔더니거긴21만원.
미친물가가아니라’범죄물가’였다.
시장이왜곡됐다는것은우리국민들,특히그런백화점에서고가의물건을살수있는
사람들의’경제마인드’가병들었다는증거다.
모든물건의값은반드시적정수준이있는법이다.
그게크게상회한다는것은우리들의market이병들었다는증거다.
이제남은질문은하나다.
그게누구든자기가땀흘려번돈이라면셔츠한장에23만원을지불할수있을까.
가진자들의부(富)가정당하게얻은것인지를구체적으로물을때가됐다.
그들로인해왜곡된시장-market이서민들을괴롭히기때문이다.
그리고이것은사회정의(社會正義)에대한이념적인질문이기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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