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긴대로 사는게 가장 행복하다.

개발붐이시작되었을때의실화(實話)한가지.
제법넓은밭과논을가지고있던농부가있었다.
그지역이개발되면서그큰땅이전답에서택지로바뀌었다.
얼마후지목이변경된그땅에대한재산세고지서가나왔다.
그엄청난금액을본농부는고민,고민끝에우물에빠져자살하고말았다.
평생땅만파먹고살던농부는땅의일부를팔아세금내는방법을몰랐던것이다.
농부로살았으면제명대로살사람이재산가가되어비명에간것이다.
이게극단적인얘기인것은사실이지만생긴대로살지못해불행한사람은뜻밖에많다.
그렇다면생긴대로산다는것은무엇인가.
‘성격이운명이다’라는명제도하나의대답이될수있다.
성격은죽을때까지바뀌지않는다.

‘자넨검사가되었으면좋았을텐데…’
내가자주듣는얘기다.
논리적인사고방식과언변이있다는것이다.
사실나는피아노를배우는게소망이었다.
편모슬하에서어렵게살았기때문에당시로서는피아노레슨은언감생심이었다.
현역에서은퇴한지금,
뒤돌아보면하고싶던일은거의해보지도못하고살았다.
모두가어렵던시절가족을부양하다보니세월은다가고만것이다.
내경우는은퇴한지금이가장행복한시기다.
내가하고싶은것만하고그렇게할수있는여건도되기때문이다.

얼마전아들은내서재에있던구형컴푸터세트를20인치LCD모니터와용량이큰
본체,부드러운키보드,레이저프린터까지새것으로바꿔놨다.
여기에5.1시시템의스피커까지연결했으니서재가어떻게바뀌었는지는짐작이
갈것이다.
컴퓨터와FM래디오를들을수있는헤드폰도각각마련해줬다.
내경우컴퓨터는은퇴생활에서아주비중이큰생활의필수적인도구다.
나처럼오래동안타자기를사용한사람에게키보드는친구처럼가깝다.
공부하고글쓰기를즐기는생활습관과컴퓨터의blog운용이맞물리면서내노후는
그만큼보람과의미를가진다.
그러나천성이기계를싫어하면컴맹이될수밖에없다.
한통계에의하면60세이상세대중7%만이인터넷을한다고한다.
세계를내다보는창-窓-window는없지만그렇다고나무랄일도아니잖는가.

다시젊어지기를소망하는사람들이많다.
나는’전혀아니올시다’다.
너무고생스럽게살았었기때문이다.
일제식민지-광복-월남,6.25-최루탄-어려웠던직장생활등을생각하면그렇다.
특히1950년대의’자유당군대’는생각만해도몸서리쳐진다.
배고픈것이끝이라는사실을그때깨달았다.
확실한것은,
모든나이에는그나이에걸맞는즐거움과보람이있다는사실이다.
똑같이,사람은제생긴대로사는것이가장행복한것도사실이다.
호떡장사를했으면딱좋았을사람이사업을한답시고집까지말아먹는것을보면
‘주제파악’은생각보다어렵다는얘기다.

생긴대로,행복하게살기위해서는,
제일먼저살펴야할것이’내가잘하는게’뭔지알아내야한다.
여기에그일을좋아하기까지하면성공할확율은더커진다.
사람이자기가좋아하고잘하는일을하면모든경쟁에서반은이기고들어간다.
잘하는일이바로하늘이주신천부다.
하늘이점지해주신자기만의재간인것이다.

지금수많은청소년들이받고있는고통의전부는입시지옥이다.
일류대학은제한돼있고거기에들어가려고경쟁하는사람은부지기수다.
정말위험한것은,
탈락했을경우거의일생동안’열등감’에시달리게되는악몽이다.
처음부터제갈길을제대로갔으면성공적인삶을살사람이이류,삼류의백수가
되어사회의낙오자가되는것은정말가슴아픈비극이아닐수없다.

생기대로산다는것은,
출세의기준을개성적으로바꾼다는뜻이다.
내친구아들중두놈은언제나내가기특하게생각하는대상이다.
한놈은순경-경찰관이다.
처음부터경찰관이되는게목표였고결국경찰이됐다.
순경의정복을차려입고나서는것을보면주변이훤해진다.
자신감이넘치고사명감을가지기때문이다.
파출소소장이되면한번찾아가볼참이다.
또한놈은제빵사다.
소원대로제빵학교에다녔고지금은큰가게에서제빵사로일하고있다.
이놈도틀림없이제가게를가질것이고그때나도단골이되려고한다.
되고싶어서순경이된것이고,
되고싶어서제빵사가된것이다.
그부모들도,그아이들도정말훌륭하다.
자기가하고싶고,잘하는일을하면서행복과보람을느낀다면그보다더귀한일이
어디에있겠는가.

200여개의4년제대학중소위일류대학은5%도안된다.
거기를통과했다고행복한인생이약속되는것도아니다.
5%에들지못하는나머지는결코낙오자들이아니다.
일류대학에진학하고졸업했다는것은암기교육,교과서공부를더잘했다는얘기지
더우수한인간이라는뜻은아니다.
학교성적이곧성공의보증수표는아니다.
정말성공하는사람은생긴대로사는사람들이다.
하늘이주신재간,재주로자기일을하는사람들이제일행복한사람들이다.
행복하지못한사람들의가장큰병폐는남과자기를’비교’하는것이다.
상대적박탈감은반드시이런비교에서비롯된다.
부정축재에대한상대적박탈감은사회적분노가그바탕에있지만개인적인박탈감은
열등감을깔고있다.
그게나쁜것이다.

주제파악이부족하고,
자기정체성이부족하면그렇게된다.
지금세상은직업만해도수십만가지다.
모두가똑같아야할이유는하나도없다.
천차만별(千差萬別)이그뜻이다.
그많고다양한직업중에꼭일류대학을나와야되는일은극히일부분이다.
일류대학경제과를졸업한사람이회사경리과에앉아전표처리나하고있다면
그전문교육이무슨의미가있겠는가.
그게아무리대기업이라해도그신입사원의직업적입장은호떡장사보다못하다.
호떡장사는자기일을자기가하고이익도전부자기것이다.
저축만잘하면분식집을차릴수있고그게유명한식당으로발전하지말라는법도
없다.
사람이자기생긴대로,자기의천부를따라사는게순리다.
그안에보람과성공이있다.
그리고그렇게사는게정말행복이다.

지금자라고있는애들이생긴대로살수없는가장큰이유는엄마들에게있다.
더정확히는엄마들의근거없는욕심때문이다.
그건자식에대한소박한희망일수도있지만자기가이루지못한것을자식들통해
얻으려는보상심리도있다.
그게무서운것이다.
보상심리는욕망이되고,그욕망은자식의천부를보지못하는어리석음으로이어진다.
여기에엄마들끼리의경쟁이겹치면일은구제불능이다.
얼마나많은애들이아까운천부를박탈당하고학원에서학원으로쫓겨다니는다람쥐가
되었는가.
생각만해도애석한일이다.
자식에대해가지는잘못된집착의한가지모습이’기러기가족’이다.
가치관의문제이긴하지만부부사이가자식에게밀렸다면이미파경이다.
정상적인부부라면자식때문에이역만리를사이에두고별거하지는못한다.
그렇게살인생이라면결혼할이유가없다.
기러기가족은그자체가자식에게도무거운압박이된다.
그리고그런애들은십중팔구불효자식이된다.

자식을기르는모든가정의화두는자식의진로문제다.
그리고그진로는대학입시에서시작된다.
지금까지대학입시제도는15번바뀌었다.
그러데도개선된건정말아무것도없다.
사람들이달라지지않았기때문이다.
150번을바꿔도사람들의생각이바뀌지않으면아무소용도없다.
이제는더이상안되는애를일류대학입시에몰아부쳐낙오자를만들면안된다.
부모라해도한인간의인생을그렇게망칠권리는없다.
생긴대로살게해줘야한다.
어릴때부터자식을잘관찰하고적성을파악해서그진로를잡아주는게백번옳다.
공무원이될애도있고,학자나군인이될애도있다.
운동신경이발달한애가있는가하면연예에발군의실력을가진괴짜도있는법이다.
애들은그렇게서로다르고모두가그안에놀라운천부를가지고있다.
부모가할일은그걸빨리찾아제길을가게도와주고지도하는것이다.

내가아는분중에복잡한목형(木型)을만드는목수가있다.
솜씨가뛰어난분이다.
한번은물어봤다.
‘늘같은일을하니지겹기도하겠네요.’
대답은전혀뜻밖이었다.
‘재미있죠,전이일을아주좋아합니다.
늘더좋은물건을만들려고노력하죠.’
만족하고,감사하고,행복해하는얼굴이다.
그게바로생긴대로사는,행복한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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