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면에서지금대학에몸담고있는사회학교수들은그막중한소임을제대로
감당하고있다고보기는어렵다.
근자우리사회는전에겪어보지못했던혼란과갈등,대결과분열의구도를가지고
있지만그내용적원인들과처방에대한학계의담론은아주미미한상태다.
모두가몸을사리기때문이다.
알고는있지만입을열지않고글도쓰지않는다.
역풍을견딜수있는학자로서의기개와소신이없기때문이다.
아무리부정적측면들을얘기해야하는어려움이있다해도사회를제대로진단하는
작업은개선과치유를위해서는필요불가결한일이기도하다.
사회학의소임이그것이아닌가.
대학의울타리안에만있는학문은그래서반신불수다.
60년대중반,서울대에계셨던김경동(金璟東)교수는6개의카테고리로우리사회를
설명했었다.
그첫째가한(恨)이다.
우리처럼한의정서를좋아하는민족도달리없을것이다.
한이무엇인가.
억울하다는생각,원통하거나원망하는마음,그리고그게속으로맺힌상태다.
그런데이상하게도나는처음부터한이라는말자체를싫어했다.
나와가까운분들중에같은생각을가진분들이적지않다는사실도알았다.
가장큰이유는,
내개인의생각이지만그건’열등감’의다른표현같기때문이다.
억울하고,원통한일을당했다는것은일차적으로약했기때문이다.
강한사람은한을가질이유가없다.
요지음젊은이들을보면서유쾌한것은恨을얘기하는분위기가거의없기때문이다.
적극적이고,이기적이고,개성적인자유분망한사람들에게한은생소한정서인
것이다.
다음이기(氣)다.
사람들이많이모여있는공공장소에서천방지축으로날뛰는애들을붙잡고나무라면
파랗게질린젊은여자가독기서린말을뱉어낸다.
‘애기를죽이지말라’는것이다.
기(氣)는사람이활동하는힘이다.
그래서원기(元氣)라고도한다.
기세로쓰일때도있다.
기가죽을때도있고기를펼때도있다.
애들을제대로가르치지않아버릇없이행동하는건기가아니다.
그건망종(亡種)일뿐이다.
이구분을못하는지금의젊은부모가그애들을어떻게기르고있을지는불문가지다.
망종과제대로된기를구분못하는수준에서그근본을제대로가르치는가정교육이
있을리없다.
우리사회가버릇없는애,어른으로차고넘치는것도원인은거기에있다.
이대로가면차례-줄서기-질서자체가붕괴될수있다.
생각만해도끔찍한일이다.
다음이’눈치’다.
눈치는남의마음을알아차리는힘이다.
다른뜻으로는주위와주변을살피는힘이다.
왜그럴까.
자신이없고불안하기때문이다.
보신(保身)을위해서는반드시눈치가발달해있어야한다.
공직사회-관료사회에서는필수불가결한처신의한방법이기도하다.
눈치가발달한사람들의특징은’소신’이없다는점이다.
사람이자기주장이분명하고개성적이기위해서는철학적소신이그바탕에있어야
한다.
주변을살피지않고도자기나름대로살아갈수있는신념과실력이있어야한다.
눈치가발달한사회는속이비어있는사회다.
유행에민감하고쏠림현상이심하다.
소속감이나귀속감이없으면불안해한다.
이런사회에서가장부족한것이’주인의식’이다.
법을어기고질서를지키지않는’노예근성’의뿌리가그것이다.
주인은그누구의눈치도살필필요가없다.
그러나종은주인의눈치를살펴야하고다른종들의눈치도살펴야한다.
가장비굴한방법으로자기것을챙기고남은전혀배려하지않는다.
각박하고살벌한사회가될수밖에없다.
다음이’떼쓰기’다.
떼는부당한요구를억지로하는것이다.
대표적인것이법적인쟁의절차를밟지않은불법파업이다.
불법건축물이철거되는현장에서의충돌도,노점상단속의현장에서도떼는집단과
조직으로공권력에대항한다.
떼쓰기는최악의이기심이다.
자기의유익을위해서라면사회공동체의기저가흔들려도상관하지않는다.
친북좌파의집권10년동안대한민국은떼쓰는방법과그수준에서크게발전한바있다.
떼쓰기를처벌하지않았기때문이다.
떼쓰기가통하면법이무너지게된다.
남는게힘과주먹이다.
데모대에얻어터지는공권력이그것이다.
‘국민정서’라는이름으로이떼는정권의비호까지받았다.
억지를쓰는부당한요구가계속먹혀들어간현장이현대자동차다.
불법파업하느라수고했다며특별격려금까지지급한게그들이다.
현대자동차의악명높은불법파업은떼쓰기의전형이다.
찻단추를제대로고쳐끼지못했기때문에19년을내리당한게현대자동차다.
억지가통하기시작하면원칙과상식이설자리를잃게된다.
그건상식적인사람들이살기에가장고통스러운사회가되는지름길이다.
‘봐주기’의온상은아무래도공직사회다.
부패공무원들은기소율도낮고기소되어도형량이적다.
형무소에가도수감되는공간이다르다.
잡범들과는대우가다른것이다.
봐준다는것은덮어준다는긍정적인측면과함께불의를감춘다는사악한면이있다.
끼리끼리봐주다보면패거리가생기고그패거리는결국배타적이될수밖에없다.
다른이해집단과는대치되는입장을가지기때문이다.
봐주기는공정성을잃게되고반드시필요한경쟁력을가질수없게된다.
사회공동체가발전할수없다.
실력보다안면이먼저라면그어떤조직도비용대호율에서앞설수가없다.
사회공동체도마찬가지다.
실력과전문성이인정받지못하면그중요한자리에사이비가앉게된다.
시스템이제대로돌아갈리가없다.
낭비와비효율은돈은돈대로잡아먹고반대급부는나오지않는악순환이그속성이다.
가장대표적인것이사회주의경제의몰락이다.
옛소련의붕괴는결국경제의붕괴였다.
모든공산국가에서는’봐주기’로살아왔다.
서로가서로를봐주가다망한게그들이다.
봐주기가자리잡은사회는신고와밀고를구분하지못한다.
선진국일수록신고가많고후진국일수록밀고와무고가많다.
그만큼봐주기의사회는폐쇄적이다.
봐주기는공개를꺼리는어두운정서이기도하다.
김경동교수가사용한마지막틀이’인정(人情)’이다.
인정은남을동정하는따뜻한마음이다.
인정은그래서가장인간적이고인간미넘치는긍정적인정서이기도하다.
특히서로가어렵게살았던시절,이인정이없었다면모두가더큰어려움을겪었을
것이다.
문제는,
이인정도’아는사람’에게국한된다는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오래살고있는외국인들이하는말이있다.
‘한국인들처럼인정이많은국민도없다.
그러나친해지기전에는어림도없는얘기다.’
친한사람만배려하는문화는결코바람직한것이아니다.
처음만난사람들의싸울것같은표정은무표정과는다른,한국인특유의부정적인
인상이기도하다.
우리가가지고있는큰장점인인정을모두에게,조건없이베풀수있어야살기좋은
나라가된다.
내,외국인을막론,그게누구든인정을베푸는태도는유치원에서부터교육해야한다.
지구촌시대를사는지금그런정서는정말긴요한것이아닐수없다.
김경동교수가이틀을만든게1960년대중반이다.
벌써거의두세대전이다.
지금우리사회는그때에비해놀랄만큼변했다.
또그만큼자기의본색을드러내놓고사는시대가되기도했다.
나는개인적으로김경동교수의6가지틀에하나를더보태야된다고생각한다.
그게’상스럽다’다.
본래우리사회의계층적구조는반상(班常)이었다.
양반과상민(兩班,常民)이그것이다.
일제점령기일본의의도적인정책으로전통적인양반-사대부의선비문화가붕고,소멸
되고남은건상-常뿐이됐다.
광복과함께이常이신분상승을꾀하기위한수단이교육이었다.
가장빠른길이그것이었다.
지금의대입과열경쟁의뿌리는실로거기에있다.
常은거칠고,무례하며,몰상식하다.
주인의식이없기때문에감추고,훔치고,훼손한다.
자기것을챙기기위해남을해롭게하는일에도덕적인부담감을가지지않는다.
지금우리사회전반에창궐하고있는모든부정,부패,퇴폐,사기의바탕에는이常이
자리잡고있다.
일천한천민자본주의에서졸부가나타나는것도그이유는마찬가지다.
아마도이런현상은당분간계속될것같다.
가장염려스러운것은나쁜문화의세습이다.
자라나는애들을보면겁이난다.
어떤면에선어른들보다더거칠고조급하고상스럽다.
이세상에서그교육적효과가가장큰것이’솔선수범-率先垂範’이다.
앞장서모범을보이는일이다.
이것이생각있는어른들과지도자의몫이다.
그동안우리는국가지도력의빈곤으로사회전반이황폐해졌다.
정말이대로는사람살기좋은선진국이되기가어렵다.
정권교체의’계기’가경제살리기로만끝나서는안되는소이도거기에있다.
사람에게인격-품격이있다면,나라에도품격이란게있다.
‘시민정신’이절실한이유가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