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 沒入.
사람이인간적으로그모습이가장아름다울때가어떤일에몰입해있을때다.
이해관계를떠나자기가좋아하는일에깊이빠져든모습은정말우아하고아름답다.
이런경우를무아지경(無我之境)이라고도한다.
정신이한곳으로통일되어’나’를잊고있는경지라는의미다.
몰입은정신적존재인인간만의특징이기도하다.
몰입이중요한것은한인간의삶에서’돈’과관계없는,지고(至高)한부분이존재
한다는이유때문이다.
‘사람이빵으로만사는것은아니다.’
성서의말씀이그것이다.
몰입하기위해서는몰입할수있는대상이있어야한다.
그리고그대상은선순환적인것이어야한다.
몰입을통해정신적으로더성장할수있는것이어야옳다.

사람들이가지는관심사는시대에따라다르다.
전세대가정신적이며인격적인면에치중했다면지금은보다현실적이다.
현대인들의공통되는관심사를세가지로요약해보면건강문제,돈버는문제,그리고
자녀의교육문제일것이다.
건강이중요한것은어제오늘의일은아니지만새로운질병이발견되고섭생에서오는
비만같은후천적질병이늘어나고있는환경에서건강은사실초미의관심사가아닐수
없다.
그러나크게보면건강에대한예방적투자보다는발병후치료에더많은비용이지출
되는모순이있는것도사실이다.
돈버는문제가바로재테크다.
은행차입으로주택을구입,일정기간이지나집값이오른후되팔면은행이자를빼고도
상당한이윤을챙길수있는시대가있었다.
부동산투기가그것이다.
그러나전문가가아닌경우막차를탓다가오히려손해보는경우도빈번했다.
그래도재테크는모두의뇌리에서떠나지않는대표적인관심사이기는마찬가지다.

연간20조원에육박하고있는사교육비지출은자녀교육에대한부모들의열성을
수치로알게해준다.
학원으로상징되는사교육시장의크기는공교육의붕괴가불러온재앙이지만아무도
그늪에서쉽게발을빼지못하고있다.
자녀의교육문제는미래와직결되기때문에소홀히할수가없기때문이다.
건강,돈,자녀교육문제외에도현대인의삶은고달프다.
거의모든시간을’돈’을버는일에소모해야하기때문이다.
특히지금은맞벌이를하지않으면중산층생활이어려울정도로지출이크고다양한
시대다.
먹고,자고,직장다니고,TV보는것외에자기가무엇을하고있는지체크해보면그
고달픈삶에서값이아닌,가치를찾아보기는어려울것이다.
현대인들의생활구조가그렇게돼있다.
다른것을쳐다볼수없을만큼압박을받고있으며다람쥐채바퀴돌듯하는단조로운
생활에반복적으로내몰리고있는게현실이다.

좋은섭생,의학의발달,위생적인환경등으로이제사람들의평균연령은80을넘어섰다.
단지육체적으로오래살기를(존재하기를)원하는사람들에게는좋은일일지모르지만
은퇴후20년이상을더살아야하는문제는결코간단한게아니다.
인간은’밥’만먹어서는안되는존재이기때문이다.
수많은,준비없이산세대가노년이된후’무료’라는감옥에갇혀고통받는게그예다.
지금의노년세대는교육도많이받지못했고,노후를위한금융상품도없었던것은물론
어려운살림속에서애들키우고여의느라힘겹게살았던노인들이다.
늙고병든몸에가진것도없으니그삶이고통스러울것은당연하다.
설사가진게있다해도정신적으로’자기것’이없기때문에무료하기는마찬가지다.
노인정안을잠시드려다봐도그사정은쉽게알수있다.
‘몰입’할게없는인생은사실상방치된인생이다.
몰입은그렇게중요한행위양식이다.

중독(中毒)이란말이있다.
사람의몸-생체가음식이나외,내용(外.內用)약물이가지는독성에의해기능장애를
일으키는현상을이르는말이다.
알콜,마약,담배등이대표적인것이고절도,도박,사기같은행동양식에도중독현상은
있다.
마약과알콜의중독현상은상당부분범죄와연계돼있다.
재범율이높은것은범죄의중독성이생각보다크기때문이다.
중독현상은부정적이며인간파괴적이다.
그게무엇이든한번중독되면헤어나기가아주어렵다.
아직까지그폐해를단정적으로말하기는어렵지만애들의게임중독이나인터넷의
악플도중독현상의한가지로볼수있다.
같은아이들이라해도장난감을가지고놀면서자라나는애들과게임만하는애들은
커서어른이되면분명한정서적차이가나타날것이다.
한쪽이정상적이라면다른한쪽은정서불안에의한폭력성이나타날수있다.
중독현상은고치기가아주어렵다.
비용도많이들고시간도오래걸린다.

화가가그림을그릴때,
작가가글을쓸때,
작곡가가곡을만들때,
도예가가흙을빚을때,
그들은자기의일에몰입해있는것이다.
자기자신을잊을정도로깊이그일에빠져드는것이며그래야비로서명품이나오는
것이다.
몰입이중독과다른것은창의성과긍정적측면때문이다.
몰입은인간을즐겁게하고성장케한다.
몰입은어떤특정한분야에만국한되는것은아니다.
독서삼매경(讀書三昧境)이란말이있다.
삼매는본래가불교용어로서잡념을떠나한가지대상에만정신을집중시키는경지를
이른말이다.
이런경지에이르면바른지혜를얻게되고대상을올바로파악할수있다고한다.
책을쓰는건전문가들이지만읽는것은누구나할수있는일이다.
책을읽으며무아지경-삼매경에이르는것이말하자면몰입이다.
사람의탁해진심성이정화(淨化)되지않을수없다.
그래서몰입이귀한것이다.

낚시찌를바라보는시선은딴것은안본다.
찌의섬세한움직임은낚시꾼의마음을완전히사로잡는다.
찌낚시의묘미는해보지않은사람은절대알수가없다.
가장미세한물고기의입질도알수있게해주는더예민한찌를만들기위해노심초사
하는게그때문이다.
기원에가서하루종일있는사람들이있다.
바둑은정말놀라운집착력을가지는게임이다.
한번빠지면헤어나기가어렵다.
그묘미도필설로다설명하기는어려운것이다.
영화도마찬가지다.
영화를좋아하는사람들은같은영화를몇번이라도다시본다.
지금은테입이나디비디를쉽게보관할수있기때문에장서를가지듯영화도소장이
가능한시대가됐다.
그러나낚시도,바둑도,영화도하나의기호(嗜好),즉즐기고좋아하는것이지몰입은
아니다.
그렇다고기호의의미가줄어드는것은아니다.
건전한기호,기호품은우리의삶을풍요롭게해주는요소들이다.

반고흐(VincentVanGogh1853-90)는암스텔담의국립미술관을방문했을때,
렘브란트의’유대인신부’를일주일동안보게해줄것을요청한일이있다.
몰입하기위해서였다.
1990년암스텔담의고호미술관에서그의서거100주년을기념,고호작품전시회가
열렸을때,전시관3층초입에들어선나는그유명한’감자먹는사람들’과마주쳤다.
그어둡고,소박한그림앞에섰을때나도모르게눈물이나왔다.
주체할수가없었다.
그의해바라기와붓꽃앞에서는발이떨어지지않았다.
미술의세계는그림을그리는사람만아니라그그림을보는-감상하는사람도몰입이
가능한세계다.
그몰입은너무나강열한것이어서거의평생그순간을잊지못한다.
모스크바의푸시킨박물관,
이층전시실의입구에서오른쪽끝에전시된고흐의’붉은포도밭’,
그그림앞에서의감회는지금도또렷하게기억하고있다.
그게1991년,소련이붕괴되기직전의일이었다.
미술의세계가가지는강력한몰입은인간이가지는놀라운정신적세계가아닐수
없다.

프레드릭포사이스(FredreickForsyth)의어벤져(Avenger)를48시간에독파했다.
이통속소설은너무나재미있어서책을손에서놓을수가없었다.
‘자칼의날’로이미그재능을인정받은포사이스의장,단편들은내가읽는거의
유일한소설들이다.
협심증때문에중환자실에누웠을때도그의단편을읽었을정도다.
독서는인간이책을만들었기에가능해진일이며책은글자를만들었기에가능했다.
책이가지는문화사적의미는정말놀라운것이다.
인간의과거가’기록’으로남아있다는자체가기적같은일이기도하다.
그용량이아무리커지고,그기능이아무리진화해도컴퓨터는책을대신하지못한다.
형태는달라져도책은끝까지책으로남을것이다.
그리고수많은책들은그놀라운내용으로수많은독자들을’독서삼매경’으로안내할
것이다.
고등교육을받은사람이서재-책이없다는것은빈약한정신세계에서살기때문이다.
여기에는변명의여지가없다.
인류가물려받은유산중에책보다더가치있는것은있을수없다.
책은기호품이아니라몰입의대상이다.

요며칠,계속해서’칼아벨’의현악사중주A장조를살로몬콸텟의연주로감상했다.
제1,제2,두대의바이얼린,비올라,첼로의바이얼린족이만들어내는대화와화음은
정말황홀하다.
아마도현악4중주의묘미는다른어떤중주보다더독보적일것이다.
모든장르의음악은그나름대로의아름다움과깊이로우리를몰입의경지로가게한다.
음악의넓고깊은세계는끝이없다.
그리고그놀라운몰입의세계는사람들을차별하지않는다.
원하는모든사람에게그문은언제나열려있는것이다.
악기도마찬가지다.
손에잡은악기를놓지못하는것은그것도몰입이기때문이다.
음악은듣는것도중요하지만자가기직접악기로연주해보는것은또다른놀라운
세계다.
우리들의삶이풍요롭기위해서라도악기한가지는할줄아는게좋다.
특히노년에는더그렇다.

우리가사는일상에서,
우리들은언제어떤일에몰입하는가.
몰입이없다면그건참으로섭섭한인생이다.
오직돈만벌기위해자기의모든것을소진한다는것은지극히아쉬운일이다.
‘나’을잊을정도의몰입은정신건강을위해서도반드시필요하다.
건강한정신이있고건강한몸이있다.
특히이해관계와무관한몰입이그렇다.
일상에서몰입할수있는대상을가진다는것,
그보다더풍요로운생활은달리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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