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유감, 충남의 선택.
사람들이모여살고있는사회공동체의가장기본이되는바탕은무엇일까.
잘생각해보면그건뜻밖에도’신뢰’다.
신뢰(信賴)는서로가서로를믿고의지하는마음이다.
늦은시간귀가하는경우정류장에서버스를기다릴때,
반드시버스가와서자기를태우고목적지까지간다는믿음이있기때문에현장에
없는버스를기다리는것이다.
이때신뢰의대상은버스가아니라그버스를운행하는회사와버스를운전하는사람
이다.
버스를기다리는사람과버스를운전하는사람은서로가전혀모르는타인의관계지만
‘대중교통’이라는사회시스템이그두사람을신뢰로연결하고있다.
그신뢰가비록이기적이고경쟁적인개인들로가득차있는사회라해도함께모여
사회공동체를이룰수있는바탕이되는것이다.

다른한가지신뢰는’인간’에대한것이다.
모든학부모들은자기아이를가르치는선생을교육자로신뢰한다.
사범교육을받은전문가로서자녀들을교육하는교육자라는신뢰가있는것이다.
아무리교사들에게우,열이있다해도그것이이신뢰를훼손하지는않는다.
또하나의대표적인시스템이’은행’이다.
통장을가지고있는모든예금자는은행에맡긴자기의재화가안전하다고믿는다.
사실은행은국가기관도아니고,단지영리를목적으로하는금융기업일뿐이다.
그래도사람들은은행을믿기때문에거래를계속한다.
신문도마찬가지다.
적어도신문에실린기사라면그게사실이라고믿는다.
그것은신문이라는언론매체를신뢰하기때문이다.
이런사례는그끝이없을정도로많다.
사회공동체의기본바탕이신뢰이기때문이다.

그러나가장중요한신뢰는도덕적인것이다.
인간이인간에대해가지는신뢰에는그근저에반드시도덕적인기준이자리하고있다.
이기준이중요한것은제도나법으로강제하는것이아니라자발적인것이기때문이다.
우리가사회지도층인사들에대해가지고있는신뢰가대표적인것이다.
예를들어우리모두는김수환추기경의말씀에귀를기울이고법정이쓴책을소중하게
읽는다.
그분들의도덕성을신뢰하기때문이다.
반대로BBK사건의김경준같은인간에대해서는전혀신뢰하지않는다.
도덕성이결여돼있고남을속이고남의것을훔친범죄자이기때문이다.
겉으로봐서는똑같은인간이지만내용적으로는선과악으로갈리는,전혀다른종류의
인간이함께존재하는게사회다.
때문에절실히필요한것이이차이를분별하는판단력이다.
사회적바탕이되는신뢰를지켜내는기능역시이분별력일수밖에없다.

지난4월9일에치러진총선에서,
충남의홍성,예산선거구에서는이회창후보가49,908표(득표율60,9%)로당선되었고,
같은충남의논산,계룡,금산의선거구에서는이인제후보가23,566표(득표율27,7%)로
5선에성공했다.
이인제후보의경우는전국선거구중최소득표로당선된기록적인케이스이기도하다.
이인제와이회창이누군가.
한마디로’배신자들’이다.
경선결과에불복,대선에출마한이인제는’잃어버린10년’의단초를제공한배신자이며
이회창은두번이나자기를대선후보로선출,총력으로지원한소속정당을배신했다.
뿐만아니라정계를떠나겠다던국민과의약속도버리고말았다.
김대중의전철을밟은것이다.

한사회가건전하게발전하려면배신자에대해엄격해야한다.
특히정치에서는더그렇다.
우리나라의정치가국가의전체적인발전에크게미치지못하고뒤떨어진것은
이합집산을거듭하는정치적배신행위에대해유권자들이이를심판하지않는이유가
크다.
이회창과이인제의배신은실정법을어긴것은아니다.
그배신은도덕적이고인간성에대한것이다.
문제는이런배신자들이국회의원이되어대의정치의장에서부정적기능을하는데있다.
그부정적기능은,
우리사회의소중한신뢰를크게훼손,그바탕을흔드는것이다.
바탕이흔들리게되면질서가깨지고혼란이오는것은더말할것도없다.
우리의정치가혼탁하고뒤떨어진가장큰이유가’사람’에게그원인이있는것이며
특히배신자들이정치권안에있는것이큰이유가된다.

서울의은평구을선거구에서는이재오가낙선하고,
경남의사천선거구에서는이방호가낙선했다.
이두사람이누군가.
그누가이두사람이낙선하리라고생각이나했겠는가.
본인들이삼킨눈물도정말썼을것이다.
그들의오만과방자함이유권자들의서릿발같은심판을받은것이다.
이점은중요한정치발전이다.
아무리대통령의최측근이라해도개인적인평가에따라낙선된것이다.
은평을선걱구와경남사천은그런의미에서유권자의분별력과힘을보여준긍정적
사례가된다.

동작구을선거구에서는정동영이낙선하고,
도봉구갑선거구에서는김근태가낙선했다.
여당의대통령후보였던정동영의낙선은충격적이기까지하다.
그러나유권자들은그가’그릇’이안된다는사실을이미꿰뚫고있었던것이다.
정동영은거의재기불능의직격탄을두번맞은셈이다.
인간적으로크게반성하고거듭나는계기가돼야한다.
입이아니라인간적으로그속을채우는수업을해야할것이다.
북한이핵실험을발표한날,
집권당인여당의의장이었던김근태는개성에서북한여성과함께춤을추고있었다.
도봉구갑선거구의유권자들은이부족한인간의경거망동을잊지않고있었다.
운동권의대부김근태는결국자기덫에걸리고만것이다.
네사람의낙선은우리정치가진일보하고있다는희망적인징표다.
이제는후보한사람한사람의정치력과도덕성,이념에대해심판받아야한다는선례가
생긴것이다.
그런의미에서네선거구의유권자들은그분별력이탁월했음을증명했다.

하나의사회공동체가그바탕을이루고있는’신뢰’를유지해나가는길은무엇일까.
그것은배신자들을응징하는것이다.
배신자는,결국은성공할수없다는사실을보여줘야한다.
여기에필수적인것이유권자-국민의의식수준이다.
정치의수준이곧국민의수준이라는말이그뜻이다.
지금은’부정선거’는거의사라졌다.
특히지난대선에서이명박후보가기업들로부터정치자금을받지않은것은분명
진일보한정치풍토다.
이대로간다면선거-투표자체는건전한방향으로갈것이며작은잡음들도결국은
사라질것이다.

문제는유권자들에게있다.
충남의홍성,예산선거구와논산,계룡,금산선거구의60.9%와27.7%의유권자들은
도덕적이고정치적인배신자들을응징하지않았다.
그들에게귀중한한표를줌으로서한국의정치판을크게흐려놨다.
그들에게면죄부를줌으로서배신의악순환을끊지못했다.
결국그두곳의선거구는분별력에서크게부족한유권자들임을드러냈고,새로운
정치게토(ghetto)를만든셈이다.
이제호남에이어충남이새게토가됐다.
정치발전을크게저해하는악성요소가지연,혈연,학연이다.
이세가지족쇄에서벗어나지못하면정치발전은기대할수없다.
그런면에서이재오와이방호를낙선시키고정동영과김근태를낙선시킨
서울의은평구을,동작구을,도봉구갑과경남사천의선거구유권자들은분별력이있고
올바른선택을한것이다.
이차이가어디에있는지를속단할수는없다.
그러나충남선거구의일부유권자들이분별력이부족하고그선택이잘못된것만은
분명한결과적현실이다.

우리모두는,
도덕적,정치적배신자들인이회창과이인제를볼때마다새로운게토인충남을잊으면
안된다.
그들의잘못된선택이배신을응징하지못하는우리사회의결점임도잊으면안된다.
결국배신자는다시배신하는게지금까지의관행이다.
악의재생산인것이다.
우리사회에서배신자가발을붙이지못하게하는것은우리모두의중요한책무다.
우리가형성하고,유지하고,운용해나가는’신뢰’를굳게지키기위해서는그선택을
잘못한유권자들을경멸해야한다.
그들은도덕적,정치적배신자들에게귀중한한표를낭비한분별력없는유권자들로서
경멸받아마땅하다.
모든정치발전은반드시유권자들로부터시작된다는점을상기하면더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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