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와 소통.
지금의40,50대이상은’야간통행금지’시대를기억할것이다.
자정부터04시까지4시간동안은사회전체가어둠속에서정지된시간이었고모든경제
활동이멈춘정적의시간이었다.
지금생각해보면그것은정말전체주의국가에서나있을법한무서운통제였다.
‘통금’에걸리지않기위해늦은시간귀가전쟁을겪었던것이엊그제같은데벌써26년전
일이됐다.
‘통금’에걸리면파출소에서하룻밤지내야했고아니면미리여관에들기도했었다.
귀가하기위해서는집방향으로가는총알택시를타야했고몇배의요금을지불해야했다.
아무리모주꾼이라해도11시가되면일어서야했던통금은1946년9월에시작됐다.
미군정의군정포고1호로발효된통금은37년간실시되었으며대한민국에는밤의
문화가존재할수없었으며야간경제활동도있을수없었다.
37년동안그귀중한4시간을압수당했던것이다.

1981년12월국회는’통금해제건의안’을본회의에서통과시켰으며전두환대통령은
1982년1월5일부터통금의’해제’를지시했다.
그때,
수많은사람들은통금이해제되면우리사회에일대혼란이올것을크게우려했었다.
그러나통금의해제때문에생긴사건은없었으며밤12시가되면완전철시하던관습은
상당기간지속되기도했었다.
통금이해제된날,
사람들은자정이지난거리를오가면서정말야릇한감정을느꼈다.
그렇게좋을수가없었다.
특히술꾼들에겐’해방’의날이었다.
밤이움직이기시작한것은통금이해제되고도여러해가지나서였다.
37년간의관행은그렇게뿌리깊은것이었고밤이하나의일상으로자리잡는일은
그렇게간단한것이아니었다.

민간인에대한야간통행금지는그명분이어떠하든가장포악한규제임에틀림없다.
지금도우리국민들의의식속에는’통금’에길들여진숨은유전인자가분명히있다.
통제나규제에대해강력하게반발하거나그시정을요구하는정신이부족한게그것이다.
개발독재나군사독재를겪으면서민주시민으로서의’자의식’이이런규제들에의해
침해받은게사실이다.
지금도우리사회는열려있는소통보다는여러가지규제에의한막힘이더많다.
나는선진국을여행할때마다,
그들과우리의삶의차이에대해구체적으로관찰하는노력을기울인다.
유심히관찰하고,이를기록정리하고그차이의내용적성격에대해많이생각해본다.
같은사회공동체인데한쪽은억압과규제가심하고다른한쪽은자유스럽고원활한
소통이가능한이유들에대해생각하는것이다.

어떤선진국의경우,
모든차량은반대차선에서운행하는차가없으면아무데서나U턴과좌회전이가능하다.
그건정말놀라운광경이었고대단히경제적인매카니즘이었다.
우리처럼지정된U턴까지가야하는시간,기름의낭비가없는것은물론,그편리함은
이루말할수없이부러웠다.
물론여기에는그런교통질서를자발적으로,철저히지키는시민의식이있어야한다.
자칫큰교통사고로이어질수도있다.
그런데그곳에오래동안살고있는교포의얘기로는아직그런사고를본일이없다는
것이다.
우리는왜그렇게못할까.
아직시민의식이거기에미치지못해서일까.
대형교통사고에대한걱정때문일까.
두가지가다기우다.
‘통금’이해제되었을때모두가염려했던혼란은전혀없었다.
U턴과좌회전도마찬가지다.
우리라고그렇게못할이유가없다.
해보지도않고걱정부터하는건가장소극적이고방어적인자세다.
정말과감히,한번시험해보면어떨까.
미리미리홍보만잘하면안될것도없다.

다음은,
일반차량은안되지만영업용택시는아무데서나U턴과좌회전이허용되는나라도있다.
그것도부러웠다.
택시는이윤을추구하는경제활동,영업이다.
그들에게먼곳에있는U턴지점까지가게하는것은사실낭비일뿐이다.
우리도우선택시부터라도규제를풀어주면어떨까.
그게잘되면일반차량들로확대하면되지않을까.
규제가아닌소통을먼저생각하는관료가그래서절실하다.
열린마음,깬머리의관료가있어야가능한일이다.
철밥통을지키고앉아있는머리로는영원히불가능하다.

외국여행중,그곳에살고있는친지와함께차로바닷가에나가게됐다.
마침토요일오후라엄청난차량들이고속도로에나와있었고정체의기미가보이기
시작했다.
그때교통경찰이나타나우리와반대쪽고속도로중한차선을열고밀려있는차들을
진입시키는것이아닌가.
내눈에그건정말생각지도못했던놀라운광경이었다.
진행하면서보니이미도로곳곳에상,하행선을가르는임시표지판들이설치돼있었다.
운전자들역시늘있는일이라익숙하게적응했고결국그차선은두개로늘어나기
까지했다.
그만큼소통도원활해졌다.
그건정말신나는소통이었다.
나가는차들이밀릴때올라오는차량이적은반대쪽도로를하행선으로즉시개방하는
사회가어떻게발전하지않을수있겠는가.
그융통성과소통의매카니즘은그들이선진국임을충분히증명하고있었다.
명절마다꽉막히는우리의고속도로는왜그런융통성이없을까.
관계자들이내놓는이유는많다.
또타당하기도하다.
그러나발상을전환하고미리철저히준비만한다면텅비어있는한쪽을충분히사용할수
있다.
문제는시민의편리를먼저생각하는’사고방식’의차이일뿐이다.
규제와억압이체질화된우리사회가앞으로나아가기위해서넘어야할큰고개중
하나가그것이다.

외국의어떤도시.
커다란네거리가갑자기차들로엉켜서막혀버렸다.
주변에교통경찰은보이지않았고,이정체를풀수있는방법도없어보엿다.
그때평복의신사한사람이네거리의중앙에나타났고주머니에서조끼를꺼내
입는것이아닌가.
그조끼에는글씨도선명히앞뒤로’police’라고찍혀있었다.
그사복경찰관은익숙하고효율적인방법으로정체를풀었고교통체계를정리했다.
그건분명히훈련받은전문가의솜씨였다.
경찰의존재가무엇이며어떤것인지를확인해볼수있는순간이었다.
같은인력이라도그기능을다양화,어느곳에서나경찰의역할을감당하는융통성이
정말부러웠다.
반드시제복을입어야교통경찰인줄아는내게는신기한광경이기까지했다.
다른한가지는그사복경찰의지시에잘따르는시민정신이었다.
한두명의얌체때문에생긴일이지만경찰의즉각적인개입과그지시에시민들이
협조함으로서정체가빠른시간안에풀린것이다.
질서는대표적인사회공공재다.
그건한두사람이아니라모두가잘지킬때살아움직이는유기체같은것이다.

37년간실시해온’야간통행금지’를해제한다는것은사실하나의모험이기도했다.
특히안보분야와치안책임자들의반대가컸다.
그러나통금이해제된후그것때문에생긴사고는없었다.
통금이해제됨으로서4시간이다시돌오왔고그4시간동안의경제활동이있었기에
이만큼성장한것이다.
이제는정말절실한필요에의해각종규제를풀어야할때이다.
규제는족쇄이며이걸그대로두고는지구촌경쟁에서뒤쳐질수밖에없다.
우리는언제나총론(總論)에만강하다.
각론(各論)이약하기때문에앞으로나가지못하는일이얼마나많은가.
지금은하드웨어의시대가아니다.
소프트웨어-각론의시대다.
모법(母法)뿐아니라시행령과시행세칙에서더세분된전문성이요구되는것이다.
‘메뉴얼’이그것이다.
모든일에모든사람들이언제라도사용할서있는가장효과적인’메뉴얼’이있어야한다.
그게소프트웨어의세계다.

프랑스빠리에서우리기준으로택시를찾으면만나지못한다.
빠리의택시는보통의승용차와다르지않고차종도가지가색이다.
택시라는표지만붙어있을뿐전혀딴차들과구분할수없는보통차량들이다.
그래도택시의기능에는전혀문제가없다.
그기능만살아있다면,똑같지않다는것은전혀문제가안되는것이다.
그런사고방식이그들의문화다.
획일적인것,모두가똑같아야한다는것,그게규제의산물이다.
관리하기가편하기때문이다.
그걸관료주의적발상이라고한다.
우선그것부터깨야한다.
시민의소통이우선하는사고방식으로바뀌어야선진국이될수있다.
규제와소통의차이는생각보다훨씬크고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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