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공기가답답하게느껴질때가많다.
실제로실내가더울때도있다.
그럴때,
가방에넣어가지고온우리의합죽선(合竹扇-얇게깎은겉대를맞붙여서부채살을
만든쥘부채)을척하니꺼내우아하게펴들고부채질을하면심신이시원해지고
안정된다.
늘느끼는일이지만그때,
주변의외국인들은모두가놀라워하는얼굴이다.
그작은쥘부채가일으키는바람도바람이지만그아름다운모양,거기에그려저있는
운치있는동양화,그리고끝부분에달려있는노리개모양의고리는모두가놀라운
예술품이아닌가.
그들이어디에서그렇게아름다운부채를본일이있겠는가.
나는외국에나갈때,특히중요한외국인을만날때이합죽선을선물한일이많다.
열이면열모두가감탄하고놀라워했다.
또하나의요술이아름다운한국의보자기다.
접으면주머니에쏙들어가는그보자기가얼마나많은물건을쌀수있는지를보여줄때
그들을벌이진입을다물지못한다.
그래서잘만든,지극히한국적인보자기도내선물목록중하나다.
어제가중복,
거의35도에육박하는살인적인더위다.
헌데,
나는에어컨을쓰지않는다.
직장에다닐때야사무실전체가냉방되어있으니도리가업었지만,은퇴생활하는
지금은부채를사용한다.
에어컨의찬바람이강제된것이라면부채의시원한바람은자연의것이다.
천천히부채를흔들고있으면시원하기도하려니와무엇보다도여유가있어좋다.
합죽선쥘부채는정말우리조상들의지혜가함축된보물같은물건이다.
어찌에어컨이그운치와미(美),여유로움을따를수있겠는가.
에어컨의기능은또그대로쓸모가있다.
똑같이합죽선의기능과운치역시우리생활에서는중요한부분이다.
새것은새것대로,옛것은옛것대로모두가자기자리가있다는것을아는게생활의
지혜가아니겠는가.
내가고등학교에다닐때,
우리고장에는김찬삼교사가있었다.
고등학교에서’지리’과목을가르치던그는나중에한국최초,최고의여행가가되었다.
당시로서는생각도할수없었던배낭여행으로세계를누빈선구자이기도하다.
그분이쓴여행기를읽어보면황무지나다름없었던’개척’의여정이얼마나어려웠었
는지를짐작할수있었다.
1958년,첫번째세계일주여행을떠나기에앞서김찬삼은거울앞에서서미소짓기
훈련을했다.
‘세계언어를다배우는것보다소박하고어진미소가더고귀한것이며웃음이야말로
진정한에스페란토(세계언어)였기때문이다.’
직장에서은퇴한어떤일본인은,평생꿈꿔오던세계일주여행을떠났다.
오래동안준비해온물건중에는성능이뛰어난카메라도있었다.
그가귀국해서마련한’세계여행사진전’에서친구들은놀랬다.
외국어라고는한마디도못하는그가어떻게그많은나라들을여행했으며이렇게많은
사진을찍을수있었단말인가.
그런데뜻밖에도그의대답은간단했다.
‘미소,그거면만사오케이.’
진심을담아웃기만하면그게어느나라누구든자기가원하는것을다해줬다는것이다.
그일본인이김찬삼처럼거울앞에서웃는연습을했는지는알수없는일이다.
한가지분명한것은,
웃음도연습이필요하다는사실이다.
특히무표정-사나운얼굴이특징인한국인에게그건필수적인레슨이다.
일본속담에,
‘웃지못하는사람은가게를열지말라’는게있다.
미소,웃음,그것은모든것을극복하고정복하는가장힘센무기다.
우리민족이웃지못하는피를물려받은것은그래서지구촌시대의비극이다.
자,오늘부터라도거울앞에서웃는연습을해보면어떨까.
분명돈으로는환산할수없는온갖이익을가져다줄것이다.
웃는연습을열심히하다보면잠시더위도잊지않겠는가.
‘더운밥세끼가보약보다낫다’는말이있다.
TV드라마중,특히사극은야외촬영이많다.
대부분이산중턱에서만들어지기도한다.
아주더운여름이아니라면산중턱은늘춥다.
야외촬영장에는거의,뜨거운음식을먹을수있는밥차(간이식당)가따라다닌다.
밥차가없는경우에는도시락을가지고갈수밖에없고,그건찬음식이다.
영화제작자한분이그경험으로이런얘기를했다.
‘뜨거운밥과국을먹고찍은장면과찬도시락먹고찍은장면은나중에모니터링
해보면출연자들의박력에서뚜렷한차이가난다.’
박력(迫力)이무엇인가.
그행동에서느껴지는강하게밀고나가는힘이며보는이들의마음을강하게사로
잡는긴박감이다.
같은음식인데,
뜨겁게먹었을때와차게먹었을때의이차이가우리음식의비밀이고특징이다.
우리음식의기본은밥과국,그리고김치다.
뜨거운밥과국이있고,찬밥과식은국이있다.
그차이는물리적이기도하지만그뜻에서는더넓은의미를가진다.
대표적인것이’찬밥,찬밥신세’다.
더운계절이니음식도음료도찬것을더많이찾게된다.
그런데우리선조들의지혜인한방에서는모든병이들어오는통로가’찬것’이다.
이열치열(以熱治熱)이그래서나온처방이다.
열을열로서다스리라는이뜻은복날뜨거운삼계탕을땀을뻘뻘흘리면서먹고나면
깨달아진다.
찬것으로더운것을이기기는쉽다.
그런데그후유증은다시뜨거운것으로다스려야한다.
감기,몸살로오한이왔을때삼복에두꺼운솜이불을뒤집어쓰고개떨듯떨고땀을
흘려야되는게그이치다.
정말건강하게살고싶으면’균형감각’이발달해야한다.
‘더운밥세끼가보약보다낫다’는어르신들의가르침을소홀히생각하면안된다.
그건아주오래동안경험된진실이기때문이다.
1960년대,미국미시간대학의치아교정학교수인제임스이해리스박사팀에의해
이집트미라에대한X레이조사가재개된바있다.
미시간대학의연구진은고대이집트시대와그리스,로마정복이후의미라에서그
치아상태가완연히다른것을발견했다.
고대이집트인미라의치아가건강한데비해그리스,로마시대이후의치아가대부분이
충치였던것이다.
결국모든치아의상태는먹는음식과깊은관계가있는법이다.
정복되기이전의이집트인들은충치가생기지않는전통음식을먹은반면,정복이후의
이집트인들은달고,이빨에잘달라붙는음식을많이먹었다는얘기다.
정복이전과정복이후의공통점은치아상아질의마모가다른지방에비해심했는데,
이는음식에섞이는모래때문으로결론이났다.
구세대인내게,
심장병,당뇨,비만은생소한용어들이다.
내가어렸을때주변에서이런질병에시달리는사람은없었다.
대신폐결핵과말라리아가많았다.
심장병,당뇨,비만은먹는음식과직결되는질병이며지병이다.
이질병들은서양음식이보편화되면서크게늘어난것이사실이다.
특히어린이비만은페스트푸드가그주범이다.
근자에주목받기시작한우리의전통음식이사실은건강식이라는점은시사하는바가
크다.
제것이얼마나좋은것인지를모르고남의것을탐하다가만난질병들이지금국민을
괴롭히고있다.
나는개인적으로’다이어트’라는말을혐오한다.
그건많이먹고,많이자서생긴질병이다.
풍만한것과비만은전혀다른것이다.
비만은스스로를컨트럴하지못하는게으른자들이받은벌이다.
고치는방법도하나밖에없다.
덜먹고,덜자는게그것인데결사적이어야효과를볼수있다.
살뺀다고아침굷고와서에어로빅하고사우나에가서미친듯이미역국에밥말아퍼
먹는것은대표적인어리석음이다.
현재가장빠른추세로증가하고있는게’심장병’이다.
먹는’기름’을줄이지않는한백약이무효다.
기름은피를탁하게하고혈관을막는다.
우리음식의대표적인반찬이김치다.
김치는야채다.
잘지은밥과알맞게익은김치.
이보다더확실한건강식은세계어디에도없다.
‘퓨전음식’이라고불리는그쓰레기들은던져버리고뜨거운밥과잘익은김치를
더많이먹을일이다.
이스라엘의모든가정,유대인의가정에는출입문문설주에직사각형의작은
‘메쥬자-mezuzah’가붙어있다.
뚜껑에는히브리어알파벳의’쉰’자가아름답게꾸며져부착돼있으며,이는
야훼하나님의다른이름인’샤다이’의이니셜이다.
그안에는가죽에쓴신명기두곳의말씀이들어있다.
‘쉐마’도그중하나다.
모든유대인은어느곳에가던지그집문설주의메쥬자에자기손을갖다대고,다시
그손을자기입에맞춤으로서그집의평화를기원한다.
오래전,
서로반목하는유명한랍비두사람이있었다.
한사람은메쥬자를수평으로붙여야한다고주장하고,다른랍비는수직으로붙여야
한다고주장했다.
오늘날모든유대인가정의메쥬자는수평도,수직도아닌비스듬한각도로붙어있다.
중요(中庸)이우리쪽사상이니이는필시유대인들의지혜일것이다.
그게균형감각이라는것이다.
우리처럼쏠림현상이심한민족은명분에매달려실리는놓치는,손해보는삶을살기
쉽다.
더운여름철에더그러기쉽다.
그래서시원하고여유로운합죽선을손에쥐라고권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