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김정일.
1945년8월,
그때나는일본국민학교-소학교에다니고있었으며대일본제국의황국신민(皇國臣民)
으로서천황폐하에대해공부했다.
그달15일,
사람들은내가처음보는깃발을꺼내들고(나중에그게태극기인것을알았다.)흡사
미친사람들처럼소리를지르면서거리를달리고있었다.
일제식민지36년이종말을고한공복절이그랬다.
철이들어서겪은일이기때문에지금도그때의장면들을똑똑히기억하고있다.
곧이어탱크를탄소련군이진주했고나는’인민학교’에서조잡하게등사된책으로
김일성장군에대해공부했다.
한글도그때처음으로배웠다.
그리고1년정도지난후,
아버지는심사숙고한끝에고향을떠나남쪽으로내려가기로결심했다.
종친들이모여사는마을의어른들은물론할아버지와할머니도한사코반대했다.
그러나아버지의결심은확고했고’공산주의치하에서는살수가없다’는게그이유였다.

고향을떠나평양을거쳐황해도해주에도착하기까지꼬박한달이걸렸다.
기차,트럭,달구지를얻어타기는했지만대부분은걸어서내려왔기때문이었다.
그때의고생은정말대단했다.
안내인을사서,밤에38선을넘었다.
미군에게발견된우리는흡사밀가루를뒤집어쓰듯이DDT살충제를뒤집어썼고,
연백을출발한협궤를타고서울에도착했다.
나는다시’국민학교’에입학했고,이번에는이승만대통령에대해공부했다.
내짝은전쟁이끝난후일본에서귀국한동포였는데한글도모르고한국말은한마디도
못했다.
담임선생님은내게당부했다.
‘네가이아이에게한글과우리말을가르쳐줘야한다.’
첫산수시험에서100점을받았고,답안지를받아쥔아버지는
‘사람은어디에서나머리만좋으면된다.’고말씀하셨다.
그해가을,학교의가을운동회에서나는청군의응원단장을했다.

나의중학교생활은전쟁때문에망가지고말았다.
1950년6월25일새벽,
북한인민군의남침으로시작한6.25사변은3년동안민족상잔을거쳐국토를폐허화
했다.
내게있어그전쟁은몸서리처지는기억이다.
피난길에서,날은어두워지는데비를피해들어선초가집처마에서흙벽에몸을기댄채
지붕을타고내려오는낙수를바라보는참담한감정은겪어보지않고는상상도못할
것이다.
오라는데도없고,갈데도없고,먹을것도,잠자리도없는것이다.
전쟁에서내가배운가장큰교훈은,
‘배가고프면끝’이라는사실이다.
1,4후퇴로부산에피난갔을때는영도다리근처에있는’천사당’제과점에서일주당
쌀반말을받고일했다.
처음에는밤새조리로가마니의팥을이는신참이었지만나중에는동구랗게만든앙꼬
(팥앙금)를떡에묻히지않고맵씨있게모찌(일본찹살떡)를싸내는기술자가되었다.
물론학교는근처에도가보지못했다.

잘생각해보면,
한국의근대사에서일제에의한식민지도,
38선으로남북이분단된것도,
6.25의민족상잔의처참한전쟁도우리와는무관한,타의에강요된역사였다.
특히지금의휴전선이더그렇다.
대한민국-조선은그긴역사에서중국의힘을벗어난본적이없다.
중국의천자가조선의왕을복속시켜온게그전형적인관계다.
6.25전쟁때,유엔의개입으로국군을포함한연합군은두만강과압록강에도착했다.
대한민국이물리적으로통일될수있는천재일우의기회였다.
그귀중한기회를무산시킨게누군가.
중공군-중국이다.
지금의휴전선이생긴직접적인원인이중국의개입이다.
그리고휴전회담의당사자는유엔군과중공군,인민군이었으며대한민국은가장큰
피해를입었으면서도그중요한테이블에서배제됐다.
우리가역사를제대로알아야하는이유는이렇게명백하다.

안드레이란코프는북한전문교수다.
이제그의걱정을들어보자.
‘고급소비생활에익숙해지고국내의좌우갈등에빠져있는남한국민대부분은
21세기의한반도운명을결정하는전화점이오는것을보지못하고있다.
이런무관심은남북한의공동운명과한반도의안정을위협하는것이다.’
구차한표현이긴하지만,
한국이중국의영향을가장적게받은것이20세기말과21세기초엽인지금이다.
중국은나름대로복잡한내부문제에당면해있었고한국은세계10위권의경제대국으로
성장했기때문이다.
얼마전후진타오주석은베이징올림픽이끝난직후서울에와서우리와의’동반자관계’
를확인하기까지했다.
그러나내일의당면문제를생각해보면중국은다시커다란족쇄로다가오고있다.
‘북한문제’가그것이다.
분명히북한문제는남북의문제이고우리의문제인데현실적인국제관계에서우리는
다시아웃사이더가될수도있는위기에있으며그중심에다시중국이있는것이다.

만약다시한반도에전쟁이발발한다면,
우리는이를대처할수있을까.
지금의나태하고방만한생활과,국민의의식수준으로그전쟁을치를수있을까.
지금우리는휴전선-休戰線을가지고있는불안한땅에서살고있다.
휴전선을평화체제로전환하려는노력자체가우리의의지만으로는해결될수없는
역학관계속에있는것이다.
북한의앞날에는상상도할수없는많은변수들이있다.
그중하나가핵무기와화학,세균무기까지가지고있는117만의북한군이다.
포스트김정일시대는그래서무서운’뇌관’이되는것이다.
전쟁이발발할수있는변수도그뇌관중의하나다.

김일성은,
바록날조되고조작된것이기는하지만’항일빨치산’이라는카리스마가있었다.
그카리스마는북한의종교가되었고김일성은죽어서신이되었다.
김정일에게는그게없다.
김정일체제에서선군(先軍)을앞세우고무서운폭압정치로치닫는게바로그런약점
때문이다.
그김정일이뇌혈관의장애로쓰러졌다.
66세밖에안된그가쓰러진것은스스로자초한재앙이기도하다.
너무많이먹고,너무많이마시고,너무많이즐겼기때문이다.
문제는그다음의사태다.
일인독재체제의가장큰약점이정권의교체가순리대로되지못하는것이다.
피비린내나는숙청과권력을둘러싼무서운쟁탈전이그간의전례들이다.

일인독재는정보도독점한다.
고급정보일수록더욱그렇다.
북한에서세계동향에대해가장잘아는사람이김정일이다.
그동안그가한국,일본,러시아,중국,미국과벌려온줄다리기외교를보면그걸알수
있다.
그는그만큼교활하기도하다.
모르면그런술수는나오지못한다.
북한체제에미래가없다는것을가장잘아는것도,그래서김정일이다.
특히종주국인소련과동구권의붕괴를보면서더크게깨달았을것이다.
교묘하고치졸한술수로자기의입지를지키고있는김정일은선군정치로도,폭압정치
로도북한체제가오래갈수없다는것을알고있다.
이러한북한의환경과조건에서그는자기자식들로의권력세습을기피할수도있다.
김정남이나김정철은아직그정치능력이검증되지않은미지수의인문들이다.
역사적으로독재체제가붕괴될때독재자가거의틀림없이희생된사실도세습을
부정적으로볼수있는요인이된다.
오히려군부나다른세력들이권력을장악했을경우체제가무너져도그책임은그들
에게돌아간다.
김정일의가족들은해외은닉재산으로얼마던지편히살수있는것이다.

다음은북한의권력계층이다.
그들은철저하게남한으로의흡수통일을반대한다.
흡수통일이되면모든특권은박탈되고인권문제등의중대범죄로감옥에갈수도있다.
그들이바라는해결책은친중국정부의수립과유지다.
그래야만자기들의기득권이보장되는것은물론,점진적인중국식개방,개혁으로
국민들의생활을향상시킬수있기때문에계속해서지지를받을수도있다.
여기에국제역한관계에서의중국의입장이맞물려있기때문에상당히그가능성이
큰시나리오가된다.

우리가한가지명심해야할사실은,
북한의불안으로야기되는한반도문제에서그주인공인우리들은또다시배제될수도
있다는국제정치의현실이다.
한반도에가장큰이해관계가걸려있는게중국이다.
그들은한사코그들의국경에미국의힘이닿는것을피하려할것이다.
가장현실적인대안은친중국북한정권의유지다.
표면에나서는게누구든관계없이뒤에서그들을조정하는것은중국이다.
그러나일본과러시아도팔짱을끼고있지는않을것이다.
아시아에서의자기들의입지가훼손되거나축소되는것을방관할나라들이아니다.
어떤형태로든자기들국익을지키려는개입을시도할것이다.

결국한반도문제의해결은당사자인남과북의주권에있는것이아니라국제정치의
역학관계와지정학적인이유때문에중국,러시아,일본의개입에결정적인영향을
받을수밖에없다.
현실적으로,
이들세나라에대해,특히중국에대해가장큰영향력을행사할수있는나라는미국
밖에없다.
독일이통일될때소련의개입을막은게미국이었다.
한미동맹의중요성은우리쪽의국익때문에더강조될수밖에없다.
그래서친북좌파10년동안그관계가크게훼손된것은반민족적범죄에해당된다.
포스트김정일의시대는이제구체적으로다가오고있다.
한반도의운명이다시한번소용돌이를만나게되는시각이다가오고있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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