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과거를’역사’라고부른다.
고대,중세,근세또는현대라는단위로나누어부르기도한다.
그러나’역사’가과거인이상그의미는동일하다.
역사는인간사회가거쳐온여러가지변천의모습이며인간,사물,어떤조직이남긴
자취이기도하다.
그래서역사는또기록이기도하다.
‘수메르문명’을인류최초의문명사회라고부르는것은그것이글자로기록됐기때문이다.
반면,문자이전의역사는기록되지못했기때문에우리에게구체적으로전해지지못했다.
우리가’과거’를알아야하는이유는,
과거를제대로알아야현재를올바로해석할수있고미래를예측할수있기때문이다.
우리모두는틀림없이’지금’에살고있지만그지금은과거와미래에연결되어있는시간과
공간이다.
그래서과거가중요한것이다.
아파트마다날짜는달라도’재활용쓰레기’를버리는날이지정돼있다.
지금은이시스템이정착이잘되어분리배출이아주잘이루어지고있다.
그만큼재활용수준도높아질것이다.
나는재활용쓰레기를버릴때마다그현장에비교적오래머물면서여러집이내다버린
쓰레기종류와수량을가늠해보곤한다.
한세대,또는두세대전까지만해도그런쓰레기들은없었다.
존재하지않았다.
왜냐하면그렇게버려지는물건이나물건을담았던용기들자체가없었으며폐신문등종이류와
박스는전문넝마주이가다가져갔기때문이다.
재활용쓰레기의내용을잘살펴보면불과한두세대사이에우리가얼마나잘살고있는지를
실감있게느낄수있다.
미군부대에서버려졌던,그놀라운물건들이,우리가주워다쓰던그물건들이지금우리들
쓰레기장에버려지고있는것이다.
격세지감은이럴때쓰는말일것이다.
나는지금가난했던옛날이좋았다는얘기를하려는것은아니다.
다시그전처럼가난해진다는것은정말모서리쳐지는일이다.
이미언급했지만그가난했던시절,과거는현재를알게해주는열쇠이며내일을내다볼수있는
창문이기때문에중요하다.
보통우리선대들은우리의일상생활을설명하는순서로의.식.주(衣,食,住)를들었다.
먹는것보다는외모에더신경을쓴게사실이다.
그러나지금이순서는아주실질적으로바뀌었다.
식,의,주가그것일것이다.
말하자면현대인들의가치관이그만큼실용적으로바뀌었다는뜻이기도하다.
이순서는다음세대에서또바뀔수있다.
그러나그순서가아무리바뀌어도우리들의일상생활이’과거’가되는데는전혀상관이없다.
어제는어제이기때문이다.
먼저먹는얘기부터해보자.
쌀밥,
대두박밥,감자,콩밥,강냉이밥,조밥,풀떼기,깡보리밥같은악식(惡食)을먹어본사람은
쌀밥의의미를잘알고있을것이다.
지금은해마다쌀소비량이줄어들고있는추세지만,
두세대전까지도쌀은아주귀한양식이었다.
매일쌀밥을먹는집은많지않았으며심지어는보리밥도먹기어려운집들이많았다.
봄이면신문마다일면머릿기사로절량농가(絶糧農家-양식이떨어진농가)와초근목피
(草根木皮-풀뿌리와나무껍질)로연명하는사람들의얘기가빠지지않았었다.
녹색혁명에의한’통일벼’가나오기까지쌀은늘부족하고비쌌다.
쌀의자급이이루어진것이불과33년전인1975년이다.
다음이고기.
내가고등학교에다닐때까지도쇠고기는,그것도아주조금,설날과추석그리고생일에만
맛볼수있었다.
그때의그고소했던맛은지금도잊지않고있다.
어떤식당에도’불고기’라는메뉴는없었다.
그리고간식,
국민학교때의대표적간식은무우였다.
중학교때는가끔얻어먹는고구마가있었고미군부대에서흘러나온도롭부스-drops는
횡재에속하는간식이었다.
지금지천에널려있는간식들을보면우리가얼마나잘살고있는지가실감난다.
그리고한가지.
옛날에는’비만’이라는용어가없었다.
따라서’다이어트’라는개념도없었다.
물론고혈압도당뇨병도심장병도그이름을모르고살았다.
단칸셋방.
크지도않은하나의셋방이보통다섯식구의거실이고식당이고공부방이자침실이었다.
한쪽벽에는개어서쌓아놓은이부자리가있었고그위에는이불보가덮여있었으며
그옆엔다리를접어놓은둥근밥상이세워져있었다.
밤에잘때는소변이라도보러나가려면다른식구들의팔이나다리를밟지않도록조심해야
했다.
발전량이모자라제한송전이던시절,
전기료를아끼려고두방사이의벽쪽천정에사각형의공간을만들어알전등을거기에
달아놓기도했다.
암흑을면하는수준의그밝기도감지덕지하면서살았다.
겨울엔.
방안에떠다놓은자리끼가얼었고,
여름엔무더위와함께식구중누군가가수건을휘두르며모기를쫓아야잠을잘수가있었다.
지금내가살고있는현대식아파트와어릴때살았던단칸셋방은글자그대로천국과지옥같은
차이다.
조금다른얘기이긴하지만,
내가고등학교,대학교에다닐때까지시내에는대중교통이없었다.
시외버스는있었지만시내버스는없었다.
그게어디든전부걸어서다녔고한시간정도걷는것은아무것도아니었다.
지금의구세대가건강한것은아마도그때많이걸어다녀서일것이다.
지금집집에있는자가용승용차를보면정말딴세상을보는것같다.
어떻게단두세대사이에이런변화가가능했던것일까.
비록모든아파트의내부구조가토끼장처럼획일적이긴하지만단칸셋방이진화한그속도는
놀라운것이다.
압축성장이아니고는불가능한일이었다.
내가소학교에다닐때,사꾸라꽃무늬의단추가달린,군복비슷한교복을입었었다.
중학교땐아주조악스러운광목천으로만든교복을입었었는데너무큰걸사서1학년땐
컷고,2학년땐꼭맞았으며3학년땐작았다.
돈을아끼느라처음부터너무큰것을샀기때문이었다.
고등학교땐마침우리옆집에사시던박학전시장님이자기가동경에서입었던대학생제복을
줘서그걸뒤집어고등학교교복을만들어입었다.
세비로라는좋은천이었다.
아침마다함께골목청소를했었기에그분이내게주신선물이었다.
대학교때는거의모든대학생들이미군의군복을검게물들여입고다녔다.
신발도대부분이목이짧은워카를신었었다.
내가처음양복을입어본것이직장에들어가서였다.
처음에는옷이구겨질까봐아무데나잘앉지도못했다.
지금은’옷’을입는시대가아니다.
‘패션’을입는시대가아닌가.
버서놓은옷들이쌓일수밖에없다.
멀쩡한옷을내다버리면서도눈하나깜박안하는세상이됐다.
학교운동장에버려진멀쩡한애들옷이며칠이지나도그자리다.
옷이차고넘치는시대에살고있기때문이다.
요지음언론매체들은경제가어려워지고있다고연일보도하고있다.
그때마다나는재활용쓰레기들을생각한다.
정말살기가어렵다면그런쓰레기는나오지않는다.
아니나올수가없다.
기름값이조금만올라도야단법석들이다.
승용차의요일제운행,자전거타기,한집한등끄기등골동품같은낡은메뉴들이죽지도않고
또튀어나온다.
아마도공무원들의진부한사고방식은바뀌지않을것이다.
정말전기를아끼려면,그래서수입원유를줄이려면시대에맞는큰발상을해야한다.
우선백해무익한TV의낮시간방영을없애야한다.
엄청난전기-기름이절약될것이다.
그리고,
기름값을대폭올려야한다.
정말차가필요한사람만,감당할수있는사람만운행하도록해야한다.
기름값을오히려크게올려성공한나라가덴마크다.
대체에너지에관한한타의추종을불허하는나라다.
길을가득메운자동차는아직기름값이싸다는얘기다.
100만,200만의청년백수들에대해얘기하고있다.
‘일자리’가없다는것이다.
그게정말일까.
합법,불법포함지금이땅엔100만이넘는외국인근로자들이있다.
그건일자리가아니고뭔가.
좀정직해질필요가있다.
일잘리가없는게아니라’내가원하는일자리’가없는것이다.
8만평방킬로에4천7백만이사는이작은나라에4년제대학교가200개나있다는것자체가
기형적이다.
먹물이든머리들이어찌그손에기름을묻히겠는가.
일자리가부족할수밖에없다.
이문제는구조적이기때문에해결될수가없다.
그래서원인에손을대야한다.
우리는지금낭비의시대를살고있다.
감사할줄모르기때문이다.
너무나올챙이시절을생각하지않고살고있다.
지금우리들은한두세대전에비해거의선진국수준의풍요로운생활을하고있다.
경제는언제나상대적인개념이다.
보리밥도못먹던사람에겐쌀밥이꿀맛이지만맥햄버거에식상한입에는더좋은
음식이없다.
어른도애들도전혀절약하는정신이없다.
절약의미덕을교육하지않았기때문이다.
낭비의보복이얼마나무서운것인지모르고있다.
한국의세계명품시장은그성장세가폭발적이다.
까르띠에,반크리프앤아펠등보석,시계브랜드를수입판매하는리치몬드코리아의
매출액은2000년614억원에서2007년엔1134억원으로증가했으며,
루이비똥의매출액은2001년493억원에서2007년1690억원으로,아르마니등을수입
판매하는신세계인터내셔널의매출액은같은기간918억원에서2764억원으로뛰어올랐다.
우리가한가지제대로알고있어야하는사실은,
이런고가의세계명품들은부자들만이아니라보통서민들도똑같이구매하고있다는
사실이다.
정말경제가어렵다면팔릴수없는물건들이다.
나는지금쌀밥에고깃국을얼마든지먹을수있고,
편리하게지어진아파트의내서재에서글을쓰는생활에대해깊이감사하고있다.
올챙이시절을잘알고있기때문이다.
한가지간절하게소망하는것이있다면우리나라가그의식구조와수준에서선진국이
되는것이다.
물질에서는이미충분히부자가아닌가.
반드시그렇게될날이올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