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素描.
겨울은’생각하는계절’이다.
문을닫고사는내면의계절인것이다.
책을읽고,음악을듣고,그리고여러가지를차분하게생각할수있는계절이겨울이다.
일찌기서양사람들은이런겨울을’신이주신계절’이라고부르기도했다.
겨울이길고몹씨추운지방에서사람을정신적으로풍요롭게하는문학,음악,철학이
발전한것은결코우연만은아니다.
우리들을편리하게하는여러가지생활도구들도그런지역에서발명된것이많다.
겨울을어떻게보내고있는가.
계절이주는혜택을충분히활용하고있는가.
단지’바쁘다’는핑계로허송세월한다면그건’생활의낭비’다.
4면짜리신문을읽던옛사람이나컴퓨터앞에앉아있는지금사람이나똑같이인간은
‘정신적인존재’가아닌가.
그게중요한것이다.

가을을’독서의계절’이라고부르는것은적절하지못하다.
가을은들과산으로나가는계절이다.
실제로가을나들이가얼마나많은가.
그래서정말’독서의계절’은겨울이다.
물리적으로밖에나가있는시간보다집안에있는시간이더많고,마음만있다면책
읽기에는가장좋은계절이다.
‘책은한인간을인간답게만들어주는힘이다.
한사회,국가민족을제대로반석위에올려놓을수있는힘이다.
책을만드는사회,책을읽는사회,책을쓰는사회가제대로된사회다.
그래서편집자의역할이존중받아야한다.’
한길사김언호대표의주장이다.
사실인간이만든글자와책은세상의그어느것도그크고넒고,깊은의미를능가하지
못한다.
보이는모든첨단제품들도’생각’에서나온것이며책은그생각을키우는절대적인
조건이기때문이다.
글자가발명된이후의모든인류문화사의내용들이기록으로남은것도책때문이다.
그래서책은세상에서제일큰보물창고이기도하다.

세계에서가장큰박물관이’카이로박물관’이라면,
제일큰도서관은미국의와싱턴에있는’국회도서관’이다.
2천만권이상의책과팜푸렛이총길이851km의선반에놓여있다.
서울에서부산을왕복하고도남는길이다.
로코코시대의공연장을방불케하는내부의위용은보는사람을압도하고도남는다.
그큰공간이조용하기때문에더그랬다.
세상에서가장많이만들어지고가장널리퍼진책은기독교의경전인’성경’이다.
지금까지성경은약303개의언어로번역되었으며부분적인내용들은1.581개의
방언으로번역되기도했다.
글자가없었다면생각도할수없는일이다.
기독교가세계적인종교가될수있었던것은그내용을전달하는글자라는수단이
있었기때문이다.
한편,’블라드미르일리치레닌’의저서들도222개의언어로번역됐다.
지난세기공산주의이데올로기의수요가어느정도였는지를가늠해볼수있는숫자다.
지금도벽지에는책을싣고다니는’이동도서관’이존재한다.
그런데이이동도서관이라는기발한생각을처음한사람은뜻밖에도’나폴레옹’이다.
그는지독한독서광으로서전쟁터에5만권의책을싣고다녔다고한다.
군인들이전장에서간편하게먹을수있는저장식품인’캔’을만들게된것도그의
아이디어에서시작되었다고한다.

2008년의가장상징적인사건은’광우병촛불집회’다.
5월2일부터106일간계속된이시위에는경찰집계로96만여명이참가했다.
MBC의PD수첩이광우병위험을왜곡,과장해서만든프로를방영했고(그후검찰을
통해그허위성이낱낱이지적됐다.)여기에좌파성향의인터넷매체와시민단체등이
가세,수도한복판을무법천지로만든광란의폭력시위로까지발전했었다.
‘광우병촛불집회’의가장큰약점은,
‘사실’에근거하지않은점이다.
141개국에수출하는미국산쇠고기가광우병을일으킨예가전혀없었음에도불구하고
그러한과학적인사실은외면하고잘못전달되고부풀려진’괴담’에집단적인움직임이
있었던사실은부끄러운일이기도하다.
말하자면보통사람들이정치적으로’선동’당한것이다.
나중에는이시위가반정부세력으로변질,공권력을공격하는폭력으로까지발전
한것은’이적세력’들이편승할수있는기회가되기도했다.

‘잘못된정보와소문이논의를지배하는것을보고좌절감을느꼈다.
무역,식품안정성등과관련된문제들은과학적인근거들을기준으로마련된국제표준
에맍춰움직여야한다.
그래야어떤이슈가정치화되는것을막을수있다.’
전,주한미대사버시바우의얘기다.
시민이자기주장을펴는것은민주사회의기본권이다.
그러나그어떤주장을,어떤수단으로표현하든그모든것은’사실’에근거해야한다.
우리가촛불을넘어설수있는성숙함으로나아가기위해서는’사실’을중시하는
시위문화를만들어야한다.
그게누구든정치적으로’선동’되지않으려면자기의철학,주장이분명해야하며
상식적인’분별력’을가지고있어야한다.
우리에게는언제나그게부족하다.

기자가물었다.
-이번공연에서’교실이데아’를부르기전에교육이한마디로엉망진창이라고했는데
교육에대해특히관심이많은것인가.
서태지의대답은아주단호했다.
-엉망진창이니까엉망진창이라고했다.
실제로교실이데아가나왔던94년에비해아무것도달라진게없다.
학생들이어린시절에너무많은것을파괴당하고있다고생각한다.
여전히주입식교육이고,내팬들중에는이미학부모가된사람들도있고그들에겐
어린학생도있다.
스스로바꾸지않으면아무도바꿔주지않는다는말을하고싶었다.
나스스로가제도교육이도움이될것같지않아학교를그만뒀다.’

홍대앞에는미술학원과화실이100여개가모여있다.
월200-400만원의학원비와함께’단기방’이라고부르는하숙집과고시원도모두
동이났다.
미술학원과화실에서’일반미술’과’입시미술’을나누어가르치는나라는대한민국
밖에없을것이다.
우리교육이얼마나깊이병들어있는지를알게해주는현실이다.
학문-예술로서의미술이아니라’입시’를위한경쟁도구가된것이다.

빠리의유명한사립음악학교인’스콜라칸토룸’.
이학교의’학교안내서’에는이런문구가있다.
‘사람은다른사람에대항하여음악을하는것이아니다.’
콩쿠르가음악의전부가아니라는철학이다.
교육은언제나보편적인것이다.
그자체에는어떤변화도있을수없다.
그러나개인의수학능력에는차이가있다.
우,열이있는것이다.
지금우리사회는이두가지서로다른개념을혼동해서소모적인논쟁과대립을계속
하고있다.
다른하나는’경쟁’이없는곳에서는’우수함’이나오지못한다.
지금은가정,사회,국가,지구촌이우수한인간을절실하게필요로하는시대다.
그래서생각을바꿔야하고차이를인정하는교양이필요하다.
현실이그걸요구하는데회피만해서는앞으로나아갈수가없다.
‘경쟁’자체는전혀나쁜것이아니다.
단지그시작과과정이공정해야한다.

지금68세인성영재씨는,
30년동안도넛노점상을하고있다.
연간매출이6000만원선.
단독주택도마련했고,남매를대학까지졸업시켰다.
노하우가쌓여그의노점앞에는점심시간이면줄이설정도로맛과품질을인정받고있다.
한가지일을30년정도하면이정도가된다.
성영재씨가친구의빚보증을섰다재산을날린다음,
여기저기월급쟁이로기웃거렷다면지금쯤은노숙자가될수도있다.
중간파산은대개그겋게귀결된다.
그가용감한것은’자기사업’을하던사장님이도넛노점상을시작한데있다.
그건정말올바른선택이었다.
호떡장사도’자기것’을해야승산이있는법이다.

우리동네큰길가에얼마전부터못보던호떡노점상이나타났다.
일부러몇개사서먹어보니맛이아주좋았다.
어느정도친해진후슬쩍호떡노점상을하게된사연을물어봤다.
자기가다니던중소기업이부도로쓰러진후,
다시는월급쟁이를안하기로작심하고자기동네에있는호떡노점상에붙어앉아
눈치를봐가며’속성’을배웠다고한다.
지금그가호떡을만들어굽는과정을보면그일을즐겁게한다는것을알수있고,
같은물건을만들어도고등교육을받은사람의솜씨와품질이우수하다는것을
느낄수있다.
월급쟁이보다낫냐고물어봤다.
‘다시월급쟁이할생각은없읍니다.
이일이월급보다수입도더많습니다.
그리고무엇보다자유스러워서좋습니다.’

어려운시대를살아가는방법중하나가아닐까생각한다.
직업에는전혀귀천이있을수없다.
그일을즐겁게,전문적으로할수만있다면보상은따라오게돼있다.
2009년2월의대학졸업예정자는56만명,
기업체들의채용예상숫자는17만9000여명.
수요와공급의불균형이가져오는백수의양산(量産)은구조적이기때문에해결할수
있는방법이전혀없다.
앞으로백수들은기하급수적으로늘어날것이다.
생각을바꿀때가된것이다.
전문화된노점상을우습게보면안된다.
허세보다는실속이있는또하나의길이될수있기때문이다.

‘기소르망’은세계적인프랑스인석학이다.
그는한국에대한이해가깊고,경창할만한조언도자주하는편이다.
그는하나의국가가장기적으로성장할수있기위해서는정부가구조적으로개입해야
하는분야가있다고주장한다.
법체계(法體系)의개선,
소유권보호-저작권포함.
기간설비(基幹設備)의확장.
교육의질적향상(質的向上)이그것이다.
정부의개입은신중해야하고또대단히치밀하고전문적인준비가있어야한다.
그모두가국민의세금을효율적으로,생산적으로사용하는일과직결되기때문이다.
건국이후,단한번이라도정부가그소임을성실하게다한적이있었던가.
결국모든공적부분(公的部分)은정부,정권의몫이다.
오늘,정치권의아수라같은추태를바라보는국민들의서글픈마음을그들은헤아리고
있는것일까.
그리고다음에도또다시그들에게한표를줄것인가.
정말생각을바꿔야할때가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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