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밝으면그걸읽을수있어재앙을면할수있지만안목이없으면옆에와있는
조짐도알아차리지못해낭패를당하게된다.
2009년벽두부터우리주변엔심상찮은조짐들이여기저기에나타나고있다.
그하나하나가워낙큰것이어서실체가잘보이지않지만결과는쓰나미처럼우리
모두를덮칠수있는위력을가지고있다.
우리가지혜로운민족이라면’때’가암시하는조짐들을알아차리겠지만어리석은
백성이라면그것을보지못하고께닫지못해서돌이킬수없는재앙을만날수도있다.
다른한가지는,
이조짐들의성격과규모가워낙크고생소한것이어서제대로대처하지않으면우리의
‘삶의터전’이그기반에서흔들릴수있는위험을안고있다.
‘호랑이에게물려가도정신을차리고있으라’는격언이이럴때쓰는말일것이다.
감성보다는이성(理性)이더요구되는시대이기도하다.
2008년말기준,
우리는4224억달러어치를수출했으며,
수입은4354억달러,수출입합계8578억달러로국가GDP의70%가무역에서비롯됨을
실감할수있다.
글자그대로우리는전형적인수출입국가다.
전체수출에서차지하는큰시장네곳을그구성비로살펴보면,
중국이22.1%,미국이12.3,아세안이10.4,일본이7.1이다.
이러한구성비가중요한것은그것이우리의’시장’이기때문이다.
우리상품을수입해주는시장이없으면수출은불가능하다.
이시장의형편이곧우리경제의사활을결정짓는변수들인것이다.
20여년동안두자리숫자의성장가도를달려왔던중국의수출기지광둥(廣東),
이지역엔이미해고와함께문을닫는기업이늘고있으며빈사무실이계속증가하고
있다.
세계최고의경영능력을자랑하던일본의도요다가비정규직들을비정하게내쫓고있다.
그만큼다급하다는얘기다.
미국의자존심빅3,지엠,포드,크라이슬러가구제금융을애타게기다리는처지가됐다.
2008년기준,
미국은마이너스0.7%,일본이0.2,EU0.5로선진경제권전체가마이너스로돌아섰다.
이러한수치들은미국에서시작된금융위기가실물경제로옮겨진후그파장이얼마나
크고심각한것인지를잘보여주고있다.
실로1982년이후27년만에세계전체무역량이감소하는폭풍인것이다.
경기침체와소비위축,그에따르는무역량감소는우리와같은수출입국가로서는거의
치명적인타격을받게된다.
이미쌓여있는재고,감산,구조조정에따르는해고와정리,심한경우는문을닫아야
하는사태도있을수있다.
지금과같은경제적환경은2009년한해동안해소될수있는성질의것이아니다.
경제의성장동력에가속이붙기까지는생각보다오랜시간이걸린다.
그렇다고우리의내수시장이크게도움이되는것도아니다.
일반적으로인구1억이상이어야내수에기대를건다.
아니면세계최고의’부가가치높은상품’을만들어파는유럽의’강소국’처럼돼야한다.
이번의경제위기는이미우리가겪었던그어떤어려움보다도그깊이와넓이에서
전혀다른것이다.
때문에무엇이어떻게진행되고있는지그조짐을잘읽어내야한다.
국가가해줄수있는일도사실은거의없다.
가난구제는나라도못한다는옛말이그것이다.
결국개개인이자기의처지와사정에따라지혜롭게대처할수밖에도리가없다.
런던의국회의사당,
의사일정에따라여당이제출한법안에대해야당의원의집요한반대발언이진행되고
있었다.
그때수상이자의원신분이기도한여당의윈스턴처질이엉거주춤자리에서일어나
이주머니저주머니를뒤지기시작했다.
결국의사당안에있던의원들의시선은처칠의이상한행동에집중될수밖에없었고
반대당의원의강경한발언은김이빠진채끝나고말았다.
그제야처칠은주머니에서약봉지를꺼내들고’여기있는걸그렇게찾았군.’이라고
말했다.
이유명한에피소드는의사일정을기술적으로방해하는것이교양에서나온다는
교훈을주고있다.
해머나빠루로문을부수지않고도,
격렬한몸싸움으로부상당하지않고도,
깡패처럼기물을부수고책상위에올라가겅중겅중뛰지않아도,
반대발언을방해할수있는수준을보여준일화이기도하다.
‘민주주의는최악의제도이지만현존하는어떤정치제도보다낫다.’
그처칠이한말이다.
민주주의는대의제도(代議制度)가그근간이다.
그래서지역주민들이선출한대표를대의원이라고부르며그들이국회를구성하는
주민대표들이다.
모든민주국가의국회는최종의사결정은다수결로한다.
그게최고불변의원칙이다.
다수결이만능이어서가아니라그방법이아니고는어떤의사결정도할수없기때문이다.
때문에정상적인절차에따르는다수결원칙이폭력등에의해작동되지못한다면
국회라는조직자체가쓸모없는것이될수밖에없다.
‘쓰레기통에서장미가필수는없다.’
1960년대한외신기자가우리의수준에빗대어쓴이글은지금예언처럼들어맞고있다.
우리에게민주주의는요원한것이다.
어떤형태의국가라해도그운용은’법’으로한다.
아무리정권이바뀌어도국가의정체성이유지되는이유가그것이다.
그런데그’법’을만드는입법기관이물리적폭력으로의사일정과다수결원칙이훼손
된다면이건보통문제가아니다.
더구나국회의폭력이관행처럼된대한민국’국회’는지금으로선전혀개선될기미가
보이지않는다.
피부에닿는문제가아니기때문에모두가강건너불구경하듯한다면우리는영원히
후진국의누더기를벗지못할것이다.
선진국진입은고사하고’의회민주주의’체제를유지할수도없다.
이미국회는깨질대로깨지고있고,
정치적리더십은사라진지오래다.
폭력을선명성으로알고있는수준미달의야당은더말할가치도없다.
집권여당의무능,무기력은우리의마음을참담하게한다.
국회사무총장실에난입해책상위의전화기와메모지등기물을닥치는대로집어던지고
탁자위에올라가펄쩍펄쩍뛰고,국회의장실로돌진,’의장나와라’하고고함지르며
발로의장실문을걷어차는이난동은20여분동안계속됐다.
한국가의입법기관이,국민이선출한대의원들의전당이한사람의무뢰한으로말미암아
아수라장이된것이다.
참으로전대미문의참사다.
경상남도사천지역구의유권자들은그들이선출해국회에보낸민노당대표강기갑의
이반의회적망동에대해어떤형식으로든국민앞에설명해야한다.
그게순리다.
그런’시민정신’이있어야한다.
결코그대로넘어갈수있는사안이아니다.
그러기에는그조짐이너무치명적이다.
우리의의회민주주의자체가흔드리고있는모습이다.
학계,정치권,정부,경제계,노동계,시민단체그리고언론에서까지도거론하지않고
있는커다란’국가적아킬레스건’이있다.
실업율,실업자문제의’근본원인’에대해서그렇다.
2008년말현재명목실업자는100만명대이지만실질실업자는315만명을상회한다.
조만간이기록도갱신될것이다.
모두가합창처럼부르짖고있는화두는,’일자리창출’이다.
백번지당한말씀이긴하다.
헌데,그’일자리’는어디에서누가만드는것인가.
모두가’기업’이라고입을모으고있다.
한쪽만보면그렇다.
이제다른한쪽을살펴보자.
2009학년도정시모집을시작한학교는,
4년제대학교가199개교,2년제전문대학이146개교다.
합계345개학교가신입생모집에나선것이다.
여기에2월이면57만여명이대학문을나선다.
한편이들을기다리는기업의’일자리’는5만개정도,
50여만명이갈데가없는것이다.
숫자에는신축성이있었겠지만이런일은해마다되풀이되고있는’해결할수없는’
문제라는점에주목해야한다.
57만대5만은,
수요와공급의불균형이어느정도인지를정확하게보여주는수치들이다.
국토면적9만여평방킬로에4700만이모여살고있는이좁은나라에대학이400개가
넘는다는것은이미’비극’을예고하는일이다.
매년쏟아져나오는졸업생과일자리가그균형을잃고있는구조가그때문이다.
해마다기업들이흡수할수없는졸업생이쏟아져나오는것은수요보다공급이더크기
때문이다.
쉽게말하면학교의숫자를줄이지않는한이문제는전혀해결될수없는구조적인
것이라는얘기다.
여기에더해우리나라대학진학율은83.3%로세계최고수준이다.
지금과같은불합리한구조를개선하지않는한수요화공급의불균형은해소될수없다.
때문에문제의해결을진정원한다면이구조적인모순에접근해야한다.
백수-고등룸펜이늘어난다는것은,
‘사회적불안’의근심스러운요소가된다.
문화사에대해기초적인소양이라도있다면이문제가얼마나무서운것인지이해할수
있을것이다.
실업자-실업의불안심리,불만은그안에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를쓰러지게할수있는
독소(毒素)를가진다.
한편이런부정적토양에는반드시반국가적인좌익세력들이편승,이들을악용한다.
촛불에서봤던그대로다.
선동(煽動-demagogue)과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populisim)이그것이다.
선동정치가와대중영합,인기를얻는세력들은국가재정을대중의비위를맞추는일에
탕진하기때문에결과적으로는경제가파탄되고실업자는더늘어나게된다.
그래서선동되는대중을우민(愚民)이라고부르는것이다.
이런악순환이계속되는전형이오늘의라틴아메리카다.
아르헨티나,칠레,브라질과같은비교적경제가성장하고있는나라라해도거의모든
자본가들은자기들의재산을해외에저축하지국내은행에예치하지않는다.
정치적불안때문인것이다.
이미여러해전문교부는부실대학86곳을퇴출시키겠다고발표했었다.
이번에도신입생모집에서정원을채우지못하는사립대는통,폐합하거나퇴출
시키겠다고발표하고있다.
그동안수없이들어온말이지만아직한번도시행된적은없다.
그러나이제는사안의중대성을깨달아그계획이실천돼야한다.
학원모리배,부패한공무원,지방이기주의에사로잡힌무지한인사들에의해우후죽순
처럼생겨난’간판용학교’들을정리하지않고는실업문제의근본은해결될수없다.
이대로간다면대한민국은고등룸펜으로차고넘칠것이다.
그모두가화약고의뇌관이될수있음을감지하고있어야한다.
재앙을막는길은그것밖에달리없다.
경제,의회민주정치그리고실업문제는우리가당면한구체적이고현실적인
‘나쁜조짐들’이다.
정치권,정부,경제권,근로자그리고국민모두가힘을합하지않으면넘어가기어려운
가파른고개들이다.
힘을합친다는것은무엇인가.
모두가자기분야에서최선을다하면된다.
그총합이국력인것이다.
지금은그어는때보다도이총합의힘이절실한때다.
우리에게는민주국가건립60년의주어진기반이있고,
세계경제10위권의경제력도있다.
파고를넘을수있는’실력과기량’이있다는얘기다.
반드시그렇게돌파해나가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