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惡)의 진화.
지난해늦가을.
밤하늘에서들려오는그소리를듣자나도모르게큰소리로말했다.
‘왔어,왔어,’
아내도곧창가로다가와귀에익은그들의소리에귀를기울였다.
‘꺼억,꺼억,꺽’
우리가기다리던큰기러기들이돌아온것이다.
은퇴후교외로이사와서야철새들이밤에도이동한다는사실을알게되었다.
엄청난무리가낮과밤에관계없이북에서남쪽으로내려왔다.
다음날,
추수가끝난농수로양쪽논바닥에는이미큰기러기떼들이내려앉아낟알을주워먹고
있었다.
정말장관이었으며아름다운모습이었다.
적어도3월말까지는거의매일농수로를따라걸으면서이커다란새들을볼수있는
것이다.
내게는아주은밀하고큰즐거움의하나다.
큰기러기들은가을에떠나는해오라기와교대해서나타난다.

큰기러기-beangoose는,
그학명이Anserfabalis다.
기러기목오리과의무리생활을하는철새로서몸길이가평균76-89cm에이르는
아주큰새다.
일반기러기보다짙은갈색이며부리는검정색이고끝쪽은등황색의띠가있다.
다리는오랜지색,
몸아래면으로는가로무늬가있으며
우리나라에오는기러기중쇠기러기다음으로흔한철새로서전국어디에서나볼수있다.
보통10월하순에찾아오기시작해서다음해3월하순이면서식지인북극지역으로
돌아간다.
우리나라의대표적인도래지는,
낙동강하구의을숙도,전남익산군의금강하구,그리고경기도김포지역이다.
만,간척지,농경지,호수.하천등의습지와물가에서먹이를찾고쉴때는한쪽다리로
서거나배를땅에대고머리를뒤로돌려등깃에파묻는다.
한배의산란수는4-5개가보통이지만7개까지도알을낳는다고한다.
알을품는기간은약26일,
암컷은알을품기시작하면좀처럼둥지를떠나지않으며하루한번정도먹이를찾아
나선다.
부화된새끼의성장기간은7-8주다.
초식성으로밀과보리의푸른잎이나버려진낟알,감자고구마,마름열매,잡초씨등
다양하게먹는다.

경기도의경우,
김포시김포대교(외곽순환도로)에서최근에준공된일산의일산대교까지의약110만
평의장항습지가대표적인큰기러기도래지로서약1만마리의큰기러기떼가내려
앉는다.
이들은이곳을근거지로김포평야와강화도까지오가면서겨울을난다.
(주)일산대교와고양시청,9사단2대대,고양환경운동연합은2003년부터볍씨와말린
옥수수를함께구입해매주한번씩이습지에서철새들에게모이를주고있으며
겨울철마른논에물을채워그곳에사는생물들을철새들이먹을수있도록하는무논
행사도계속하고있다.
(주)일산대교는12월부터다음해2월까지소요되는먹이값으로1000만원을내놓고
있다.
앞으로장항습지는’에코투어’로바뀌며생태탐방프로그램도운영할계획을가지고
있다고한다.

모두가알고있는사실이지만,
큰기러기떼의비행은질서가정연하다.
큰V자형의편대가그것이며앞장서는대장기러기는수명20년이상된베테랑이라고
한다.
그들의비행편대는기류가갈라지는물리적현상을이용하는것으로서뒤에가는기러기
들은공기정항을덜받고날아갈수있다고한다.
큰떼가논에내려앉을때의모습과일제히날아오를때의모습은가까이에서본사람이
아니면그장관과아름다움을짐작할수도없을것이다.
아내가자주하는얘기가있다.
강화도에서그림을그릴때,
펴놓은이젤바로앞에서풀속에앉아있던큰기러기한마리가날아올랐는데그크기에
놀라뒤로넘어졌다고한다.
‘잠수함보다더커보였다’는것이다.
그리고아름아웠다고한다.
지금도자주그때의놀라웠던얘기를하곤한다.
우리부부는그렇게큰기러기를사랑한다.

그날도늘하던대로농수로를따라걷기운동을했다.
반환점을돌아15분정도걷다보니농수로진입부분과연결된큰차도에평소보이지
않던소방차한대가서있었다.
그리고내쪽을향해세명의119구급대원들이걸어오고있었고그들앞에는젊은남자가
자전거를탄아이와함께걸어왔다.
나와그들이만나지직전의지점에서남자아이는자전거에서내려한쪽이농수로제방
에연결된논으로내려갔다.
그리고2미터정도높이의농수로쪽논두렁한곳을손으로가리켰다.
가까이다가선나는풀속에엎드려있는큰기러기한마리를볼수있었다.
119대원두사람이그물로만든큰채를이용,큰기러기를걷어올리려했지만놀란새는
퍼덕거리며논바닥으로떨어졌다.
두사람이다시논바닥까지내려가겨우채에담아길위로올라왔다.
큰기러기는오른쪽다리가아주큰검은색의쇠로된덫에끼여있었다.
오랜지색다리의뼈는완전히끊어졌고,껍데기만연결돼있었다.

119대원두사람은두꺼운장갑으로바꿔끼고아주힘들게,조심스럽게그덫을벌리고
큰기러기의부러진다리를꺼냈다.
정말처참한광경이었다.
그들은다리가끊어진큰기러기를조류협회에가져간다고했다.
어린아들의얘기를듣고119에신고했던그젊은아버지는침통한모습으로혼자말을
했다.
‘저놈은죽을때까지외다리로살겠구만.’
덫에는긴끈이연결돼있었고,그게끊어진것을보면큰기러기가힘으로그끈을끊고
날아올랐지만쇠로된덫의무게때문에무리에서떨어져논으로내려앉은것을알수
있었다.
큰기러기는혼자서논에내려앉는법이없다.
적게는수십마리에서많게는수백마리가동시에무리를지어움직인다.
누군가가그들이자주내려앉는곳에의도적으로덫을놓아새를잡으려고했던것이다.
우리모두가때를따라찾아오는철새들을보호하고있으며먹이까지주고있다.
덫을놓는다는것은상상도할수없는일이다.
때문에덫은밀엽이며악이다.
악한인간이아니고는할수없는일이다.

그날저녁때나는밥을먹을수가없었다.
아내에게는큰기러기가부상당한것으로만얘기했다.
사실을말하면틀림없이아내는토했을것이다.
밤에자리에누워서도다리가끊어진,그불쌍한새때문에쉽게잠들수가없었다.
왜어떤사람들은큰기러기를사랑하고아름답게본는데다른사람들은그무서운덫을
놓고그새를잡으려고하는것일까.
큰기러기는식용조류도아니다.
유황오리는있어도유황기러기는없지않은가.
이유가어떠하든그건악한일임에틀림없다.
선한인간이그런밀엽을할리가없다.
그방법은너무나비열하고,잔인하며,원시적이다.
새가아무리미물이라해도하나의생명인이상그렇게무참하게다리를잃게해서는
안된다.
평균적인보통사람이라면절대그런악한짓은하지않는다.
그런일을할수있는인간은태생적으로나기질적으로악하기때문에덫을놓을수있다.
그리고그게나쁘다는사실을알지도못하고인정하지도않는다.

악-惡은완전하게설명할수없는개념이다.
그래서성경은우회적인방법으로악의시작을얘기한다.
그게선악과(善惡果)스토리다.
엄격히말하면선악과는사과가아닌데도남자들의목젖을Adam’sapple이라고부르
면서여자의꾐에넘어간어리석은남자들을비웃고있다.
선악과얘기의핵심은’불복종’이다.
만지지도말라는엄격한말씀을어긴것,그게악이며그대가가실낙원(失樂園)이었다.

惡은바르지않은것이며양심을좇지않고도덕률을어기는것이다.
양심(良心)은인간이자기의언행에대해옳고그름을,선과악의판단을내리는도덕적
의식(道德的意識)이다.
도덕(道德)은,
하나의사회공동체에서보통사람들의옳고그름을판단하여올바르게행동하기위한
규범의총체다.
법률과달리외부적인강제력이아니라내면적인원리로서적용하는것이다.
종교와달리절대자와개인의관계가아니라인간과인간의상호관계를규정하는개념
이기도하다.

그렇다면선(善)은무엇인가.
선은,착하고올바르며도덕적기준에맞는것이다.
진(眞)이사고(思考)에,
미(美)가감정(感情)과연계되는데대해
선(善)은의지(意志)와연결되며윤리적영역에포함된다.
윤리(倫理)는,
사람으로서마땅히행하거나지켜야하는도리이며윤리학의준말이며인륜(人倫)
이라고도한다.
인륜은,헤겔적용어로서,
객관화된,이성적의지(理性的意志)이며부모와자식,형제간,부부간의관계와질서다.
출생,결혼,장례등을인륜대사(人倫大事)라고부르는게그때문이다.

종교적의미의악은,
선에대립되는개념으로서인간의생명과삶에직,간접으로화(禍)나해(害)를주는
유형,무형의부정적실재(實在)들을통칭하는명칭이며성경은그악이잘못된
도덕적결과라고본다.
그리고대부분의악을죄(罪)라고규정하고있으며이는인간과신사이의잘못된
관계에서비롯된다고정의한다.
그대표적인것이이미언급한’불복종’이다.

큰리러기가인간이놓은덫에걸려그다리가끊어진참사에대한사람들의입장은
서로다를것이다.
흡사가족이그무서운일을당한것처럼마음아파하는사람들도있을것이고,
그정도는아니지만,아무리미물의짐승이라해도덫을사용하는것은옳지못하다고
생각하는입장도있을것이다.
어떤사람들은뭐그런정도의일을가지고야단인가하고이미를찌프릴수도있으며,
덫을놓은것은옳지못하지만새한마리가잡히는것이야늘상있을수있는일이라는
입장도있을것이다.
나아가서는덫이아니라그이상의방법으로라도새를잡는것이뭐그렇게나쁜일이
냐고반론하는입장도있을것이다.
이중’나’는과연어떤입장인가.
솔직할수록’양심’이라는거울속의자기는아주분명하게모습이드러날것이다.
선과악은그렇게갈라지는것이다.
그리고악은진화하기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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