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곡리 이야기.
여러해전가을,
우리부부는동해안의7번국도를따라자동차여행을한일이있다.
그때,
양양에서주문진으로내려오는도중뜻밖에오른쪽에산자락을따라나타난좁고아름다운
소로를발견,진입한일이있다.
길의넓이는승용차두대가스쳐가기에도좁았지만곧고길게뻗은길양옆에는
어른나이만큼이나오래된미류나무들이눈부시도록아름답게서있었다.
그리고길옆으로는작은개울이흐르고있었는데그양쪽둔덕에는온갖잡초들이정말
아름답게덮여있는,그림같이아름다운길이었다.

천천히들어선,
그길끝에나타난마을은자그마한,전형적인시골동네였으며
그때,우리는지금은갈수없는북쪽의고향에들어선것같은착각과감격을체험했었다.
거기[말곡리]에는옛것들이본래모습그대로그렇게보존되어있었다.
그후우리는그마을말곡리를잊지못하고있었고,언젠가는다시가봐야한다고되뇌이면서도
이일저일로미루기만했었다.
그렇게여러해가지난어제,
우리는아침5시에출발,안개자욱한영동고속도로를거쳐주문진에들어선후마치고향집을찾는
설레는마음으로말곡리로향했다.

그러나,
그아름다운길의초입에들어섰을때,
우리가그토록일어나지않기를바랐던일이현실로나타나기시작했다.
두줄로서있어야할,그눈부시게아름다웠던미류나무들의한쪽줄이사라지고
대신시멘트로만든회색빛전신주들이무장한군대처럼늘어서있었다.
조심조심들어선마을에는,
작은굴삭기가개울바닥에서모래와자갈을퍼내어양쪽둔덕의아름다운잡초위로쏟아붓고
있었으며마을의좁고아름다웠던길은시멘트와아스팔트로덮어지고있었다.
마을앞개울에는대형덤프트럭이지나다닐수있는커다란시멘트다리가세위지고있었으며
이미그위로는많은트럭들이먼지를일으키며분주히오가고있었다.
마을건너편에완만하게자리잡았던넓은밭들은이미파헤쳐져있었고,
머지않아인근의다른마을들처럼대형숙박업소가들어설터였다.

우리는차문을열고발도내디디지않은채말곡리를빠져나왔다.
"자기들이살고있다고해서정말자기들만의땅일수있을까?"
아내의한탄이었다.

말곡리는변할것이다.
새일자리가생기고,수입도늘고,생활형편도많이좋아질것이다.
누가그것을막을수있겠는가.
그러나,
그들이지불한반대급부가무엇인지를깨닫는데는많은시간이필요할것이다.
그리고살아숨쉬는흙위로부어져굳어버린시멘트의무게가어떤의미를가지는지는
영원히깨닫지못할수도있다.

그아름다웠던미류나무들은,
전기톱에잘려나갈때어떤색깔의피를흘렸을까.

한계령에오르며,
터질듯이물을먹음은나뭇가지들의현란하도록아름다운색깔도
소중한것을상실한,슬픔과아픔으로가득찬우리부부의마음을위로해주지는못했다.

아무연고도없는,
설악산자락의작은마을말곡리.
처음봤을때의그아름다움으로우리의가슴속에남아있을수있을까.
오랜세월이흐르면시멘트바닥은부식할것이고,
그때그것들을걷어낸자리엔본래거기있었던살아있는흙들이소리지르면서일어날것이다.
그게금수강산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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