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2년의프랑스혁명과1917년의볼세비키혁명은역사에큰획을그은,정치체제의
변화를가져온사건이었다.
프랑스혁명은절대왕권을허물고공화정(共和政)을수립,발전했으며오늘의선진
문화국프랑스를만들었다.
레닌에의해주도된볼세비키의10월혁명은짜르의전제(專帝)는허물었지만한세기를
채우지못하고70여년만에2억의인구를희생시키고붕괴됐다.
두개의혁명이가지는명암은그이데올로기의서로다름에있다.
프랑스혁명은내것과네것,그리고우리것이모두있었지만,
볼세비키혁명은’우리것’만있었다.
프랑스혁명의이데올로기는인간성에바탕하는,’사유재산권’과’인권’을인정하는
토대를가지고있었지만볼세비키혁명은’사유재산’과’인권’을부인하는반인간적
사유체계,즉유물사관에근거하고있었기때문에붕괴된것이다.
정치체제와이데올로기는그렇게불가분의관계를가지고있으며지금이라고달라진
것은없다.
2000여년전,
놀라운일이지만,
예수와바울은’노예제도’를당연시했다.
그러나놀랍다는것은지금의우리들입장이지그때로서는지극히당연한사회구조였다.
그들역시과학이전의,절대왕정시대를살았던사람들이다.
피라밋이상징하는절대왕정은당시중동지역의일반적인정치체제였으며최초의노예
는포로라는전쟁의산물이었지만그유용성때문에일반화된것이다.
그이후봉건사회를거쳐노예가사라지고보통사람들,특히최근의여성참정권이인정
될때까지인류는참으로다양한정치체제를운용해온것이사실이다.
그리고그정치적실험은아직까지도계속되고있다고볼수있다.
최근의’제3의길’을모색하는움직임도그중하나다.
정치는살이있는유기체와같기때문에발전하는것이당연하며거기에따르는진통역시
현실적으로존재하는’대가’라고보면된다.
적어도아직까지인간이발명한정치체제중가장그타당성이넓게인정받는것이
‘민주주의’다.
결코민주주의가최고의것은아니다.
단지아직그보다더좋은체제가없기때문에세계의대다수국가가이를채택하고있는
것이다.
우리는1948년,
올바른선구자,분별력있는지도자들에의해이체제를채택,지금의발전과번영을이룩
한게사실이다.
사회주의이데올로기를채택한같은땅,북한의오늘을보면두체제의현실적인차이가
어떤것인지는저절로설명이되고도남는다.
민주주의(民主主義)는,
국민이권력을가짐과동시에스스로권리를행사하는대표적인정치형태로서,
소극적의미에서는프랑스혁명이후’사유재산권’을전제로하여개인의자유와만민의
평등을법적으로확립한정치원리를뜻한다.
현대생활에서이용어는사회집단의제반활동에대해그존재양식이나인간의생활태도
에대해서도쓰이고있다.
민주주의의반대개념은전체주의다.
오늘의북한은일인절대독재와사회주의의왜곡된전체주의가혼합된국가로볼수있다.
예를들어고대의도시국가아테네는주민모두가정치에참여하는’직접민주주의’를
운용했다.
그러나그규모가커진현대국가에서이방법은물리적으로불가능하다.
따라서현대의민주주의는대의제도-代議制道-를그핵심으로한다.
국민들이자기의정치적의사를반영하는대표자를선출하여그대표자에게정치의
운영을위임하는것이다.
그대표자-대의원들이모인조직이바로국회-國會-다.
국회는국민이선출한대의원으로조직된헌법상의합의체(合意體)인입법기관이다.
따라서국회에서는국민생활에필요한법안의상정,
상임위에서의전문적인검토,본회의에서의토론과표결을거쳐나라의법이정해진다.
국회는이러한입법활동의효율적운영을위해’국회법’을제정,국회와국회의원
모두가일정한질서안에서그본연의임무를수행하도록하고있다.
국회의또다른주요기능의하나는행정부-집권세력에대한견제다.
대표적인것이예,결산의심의의결과주요임명직에대한인사청문회,그리고막강한
국정감사권이그것이다.
2008년과2009년의대한민국국회는정기,임시국회를막론,흡사폭력집단에점령된,
그기능이마비된불구의상태다.
일차적이고현실적인원인은야당들의폭력때문이다.
그들은지금국회안에서,국회위원신분으로의사일정자체를물리적인방법으로막아
서고있다.
경남사천민노당의강기갑이날뛰던모습은대한민국헌정사에기록될만한망동이었다.
제1야당인민주당의횡포는,
대선을통해나타난국민의결정에’불복종’하는태도다.
물리적인힘과방법으로의안상정을저지하고,상임위를점거하는것은물론,본회의장
을폐쇄하는모든폭력망동은가장분명한반의회주의,반민주주의적인테러리즘이다.
여기에협상력을상실,우왕좌왕하고있는집권한나라당의무능이겹쳐져지금의
국회꼴이만들어졌다.
‘깽판국회’가그것이다.
국민의대의기관인국회에서,
법안의상정이물리적으로막히고상임위가열리지못해전문적인검토를할수없고,
본회의장점거로토론과표결이불가능하다면지금대한민국은’민주주의국가’라고
할수가없다.
국회가정상적으로기능하기위해서는그의사일정자체가국회법에따라질서있게
진행되어야한다.
그런데도지극히정상적이어야할국회기능이마비돼있다는것은국회를구성,운용
하는실체들의사상과수준에문제가있다는뜻이다.
문제의심각성이바로여기에있으며시간이흐른다고해결될수있는사안이아니라는데
우리모두의고통이있다.
더근본적으로는이데올로기의문제가되겠지만그이전에자기이데올로기에대한
이해,검토,확신의과정이가지는불량한사이비성에더큰원인이있다는것을간과
해서는안된다.
지난2월20일,
진중권은진보신당당원게시판에글을올려’보수화’등의이유로고김수환추기경을
비판하는일부진보진영에대해,
‘좌파라면종교에반대해야된다고말하는사람들은대단히,많이떨어진좌파’라고
하면서,
‘70,80년대엄혹한시절박정희,전두환한테짓밟힐때,그나마우리에게보호막이되어
준것이김추기경과카톨릭교회가아니었나’라고상기시켰다.
이어서그는’자신들의이념에100%들어맞지않는다고한사람의인생을가법게취급
하는것이소름끼친다’고했으며,
‘허접한이념서적몇권읽고형성된머리와입’을매도했다.
허접이라는말은쓰레기앞에붙여’허접쓰레기’로쓰이는말이며,
원형은’허섭쓰레기’다.
좋은것을골라낸뒤에남은찌꺼기물건이바로허섭쓰레기-허접쓰레기다.
진정한좌파라면무엇보다도,
아무리힘들고어려워도수도승같은자세로’자본론’은제대로읽어야한다.
그게기본텍스트이기때문이다.
그리고그것을’자기것’으로소화해야한다.
‘허접한이념서적몇권’으로는자기신념으로서의이데올로기는가질수없다.
있다면사이비인것이다.
오늘날한국좌파의가장큰약점이바로’지적수준’에서떨어지는점이다.
한사회공동체의지식인들을논리적으로설득할수없다면더더욱그렇다.
거기에그들이집권하는동안생겨난온갖부정부패는도덕적기반까지잃게했다.
정권을상실한지금까지도물리력-힘-폭력적방법을사용하는것은보도블럭을깨서
던지던전력밖에다른방법을모르는기술적인무지때문이다.
좌파가정채적대결없이폭력에의지하는것은빈약한이데올로기때문이며처음부터
국가와국민의이익을지키겠다는정치적자기신념이없었기때문이다.
소신의부족인것이다.
세계최고의불량최빈국가북한을지지하는위선은그들이평양에가서살지않는것으로
충분히설명되고있다.
진중권이’허접’이라고표현한지적은그래서오히려진솔하다.
그게한국좌파의한계이며현주소이기때문이다.
이제는시기적으로도이문제에대해정직하고솔직한자시성찰을해야할때다.
그렇지않으면정치적발전을기대할수없으며정치안정없이경제발전은없다.
정말우리는,우리민족은정치체제로서의’민주주의’를운용할능력이없는것일까.
민주주의대의제도를시작한지두세대가지난지금까지이제도가정착하지못하는
원인은무엇일까.
민족성과관계가있는것은아닐까.
검토의폭을넓히는것은올바른결론을도출하기위해서다.
정치운용과관계되는민족성에는크게두가지가연계되는것같다.
그하나가’극단화’다.
정치,문화,종교에이르기까지외부에서들어온것은모두극단화되는게일반적인
현상이다.
비록왜곡되기는했어도사회주의이데올로기의극단화가바로북한이다.
세계에그런국가가없다.
그것도민족성이아니겠는가.
극단화에는’타협의여지’가없다.
그래서’나’와다른것,다른생각,다른방법은모두가적-敵-이다.
이게바로무서운’흑백논리’다.
조화(調和)가설자리가없는것이다.
우리의이분법(二分法)은우리가생각해도무서운사고방식이며의식구조다.
아는사람에게는간이라도빼줄정도로잘해주지만모르는사람에대해서는돌같이
굳어진다.
극단화와흑백논리.
이민족성이외래정치인’민주주의’와접목되었을때지금과같은파국에이르는것은
당연할지모른다.
‘토론문화’가없는우리에게민주주의의토론과표결은낯설수밖에없다.
그래서두세대가지났는데도정착이안되고있는것이다.
지금의국회파행도따지고보면극단성과흑백논리의속성이그대로드러난현상이다.
우리는분명그분류에서제3세계에속하지는않는다.
그러나제1세계로의진입은거부되고있다.
부분적인하드웨어는선진국문턱을넘어섰지만대부분의소프트웨어-의식구조-
사고방식은오히려제3세계쪽에더가깝다.
민주주의의요체인국회가마비되고있는게가장분명한증거다.
국회는우리가앞으로민주주의대의제를정착시킬수있는지없는지를가늠하는
‘시금석’이될것이다.
발전도퇴행도거기에서결판이나는것이며선진국도후진국도거기서결정되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