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너무나오래전일이기때문에학문적인정답을말하기는어렵다.
그러나지금남아있는,우리의일상에서사용되고있는악기들의기능에서그실마리를
찾을수는있을것이다.
그대표적인것이타악기(打樂器)다.
어떤물체를두드려서소리를내는일은가장원시적이지만그용도에서는필수적이었
을것이다.
지금까지남아있는원시부족들이사용하는대표적인악기가북인것을생각하면이
추리는상당한근거를가질수있다.
타악기는어떤신호로,의사의전달수단으로,또는군무(群舞)를위한악기로도사용
되었을것이다.
단순한타악기가지금의여러가지크고작은북이나금속성타악기로발전하기까지는
오랜기간이걸렷지만그기능에서크게변한것은거의없다.
그용도가더다양해졌을뿐이다.
북소리가가지는설득력과선동성을생각하면타악기는가장오래된악기임에거의
틀림이없다.
지금의롹밴드에서드럼이차지하는비중또한이런사정을뒷받침하고있다.
그다음에나타난것이관악기(管樂器)가아니었을까.
두말할것도없이그재료는크고작은짐승들의뿔이었다.
지금의FranchHorn이그대표적인후예다.
넓은나팔이밑을향하고있는혼의아름다운음색은긴여운과함께바이킹을떠올리게
하고알프스의목동들을생각나게한다.
재미있는것은지금사용하고있는금관풀륫을목관(木管)으로분류하고있는것인데
이는본래풀륫이세로로부는나무악기였었기때문이다.
아마도그다음이현악기(鉉樂器)였을것이다.
이미’다윗’은하프연주자이며,목동이었고또위대한왕이었다.
줄(현-鉉)을튕기면소리가난다.
그리고그줄을짚는위치에따라음정이달라진다.
기리와장력을달리해도서로다른소리가난다.
유적지의각종부조에서발견되는가장원시적인현악기의모습은지금의하프와비슷
하다.
그리고이현을소리통에옮겨걸었을때그아름다운울림이결국은바이올린족(族)을
탄생시켰을것이다.
물론그때의줄은강철이아니었다.
짐승의강한창자를꼬아서만들었을것이다.
지금도이렇게만든줄을사용하는현악기연주자들이있다.
바이올린족의눈부신발달을보면인간이줄-현의소리에얼마나매혹되었는지를짐작
할수있다.
타악기,관악기,현악기는아주오래된악기들이며비슷한시기에순차적으로만들어
지고사용되었을것이다.
그리고제각기나름대로의기능을다하면서발전을거듭했고비로서오늘날규모가큰
관현악단에중심악기들로서자리를잡게된것이다.
다음에나타난대표적인악기가’건반악기(鍵盤樂器)다.
건반악기는그기계적인구조때문에과학기술에의한제작기능이있어야만들수있는
악기다.
따라서그출현시기는아주늦은편이다.
최초의건반악기인챔발로-chambalo는그조상이프살테리움-psalterium이며,
이태리와독일계에서는챔발로로,
영어권에서는합시코드-harpsichord로,
불어권에서는클라브생-clavecin으로부르고있다.
프살테리움은얇은상자에매놓은줄을손가락이나골무로퉁겨서연주하는악기다.
9세기이래로교회와음유시인들이즐겨사용했으며14세기에이르러서야건반을
가지게되었다고한다.
프살테리움의후신인챔발로가최초로문헌에나타난것은’초블레아르노’의1436년판
‘악기제작론’이며35건반의구체적인설계까지실려있다.
챔발로에서포르테피아노를거쳐지금의피아노가탄생한것은모두가알고있는얘기다.
우리들은그피아노를’악기의여왕’이라고부른다.
주관적인얘기이긴하지만,
쿨재즈의경우,대표적인악기편성은피아노와더블베이스,그리고드럼이다.
우리시대최고의맴버는말할것도없이’자크루시에트리오’다.
각악기의연주자가가지고있는최고수준의기량은이오래된악기들의화음과리듬
에서듣는이들을완전히사로잡는다.
바하의음악은말할것도없지만,
드비시의전주곡연주에서드럼은건반악기와현악기를압도하는독보적기량을발휘
한다.
인류가처음만든타악기.
그북은지금도살아숨쉬면서사람들을선동하고,춤추게하고,전장으로내몰기도한다.
온갖샤먼문화에서북을빼면그세계는무너진다.
악기들은처음부터인간의일상안에있었다.
그리고그악기들이만들어내는온갖음악역시지금도우리들일상안에살아숨쉬고
있다.
음악은곧우리들의삶인것이다.
현악기중사람의목소리에가장가까운악기가첼로-cello라고한다.
그만큼인간에게친숙한,쉽게접근할수있는악기이기도하다.
첼로의정식명칭은violoncello-비올론첼로로서바이올린족(族)에속하는악기다.
베이스성부의음역을지니며가온C음아래의2옥타브안에서C-G-D-A의음조로
맞춰져있다.
그길이는약70cm이며목부분으포함하여119cm로바이올린에비하면몸통부분이
크고목부분이짧다.
바이올린비올라에이어16세기에등장했으며초창기의첼로는5현으로제작되었다.
첼로는주로합주에서저음역을강화하기위해사용했으며17,18세기에이르러서야
독주악기로서비올라다감바를대신했다.
첼로는바이올린으로는불가능한높은포지션도가능하며하모닉스의음은현이길고
장력이좋기때문에매우아름답다.
피치카토는아름다운여운을오래남겨윤기가있고바이올린으로는불가능한음형
이나포르타멘토를연주할수있다.
겹음도엄지를사용할수있어바이올린이낼수없는음형이가능하며세줄이상의
반음계음정의화음에서는바이올린보다가능범위가넓다.
1600년대말에는도메니코가브리엘리등이독주첼로를위한작품을쓰기시작하여
바로크후기까지는독주악기로서의위치를확립했다.
하이든모짜르트와그이후작곡가들도기악합주에서첼로의비중을크게높혔다.
지금은첼로가솔로뿐아니라실내악이나관현악에있어서도빼놓을수없는악기가
되었다.
뛰어난첼로음악작품으로는,
J.S.바흐의6개의무반주첼로모음곡,
베토벤의첼로와피아노를위한5개의소나타.
드보르작,코다이의첼로협주곡이있으며E.포이에만,P.카잘스,P.프르니에,
로스트로보비치등은20세기의빼어난첼로연주자들이기도하다.
첼로음악을감상하는방법에는,
자기가선호하는첼로곡을중심으로감상하는경우가있고,
자기가좋아하는첼로연주자를기준으로하는경우도있으며,
특정악기(오래된명기-名器)를선호하는방법도있다.
이세가지기준이합쳐지는경우가가장이상적이라고할수있다.
체험적인얘기이긴하지만,
첼로라는현악기에대해가장적극적으로다가가는방법은무반주연주를듣는것이다.
바흐의무반주첼로모음곡들이대표적인것으로서그묘미는필설로다설명하기조차
어렵다.
지금은뮤직비디오가나와있기때문에눈으로보면서들을수있으니실로금상첨화가
아닐수없다.
바이올린과비올라,그리고더블베이스의소리를합한게첼로소리가아닐까하고생각
할때가많다.
그중후한소리는사람의심금을울리기에충분하다.
드로브작의첼로협주곡을듣고입원한음악가도있었다.
첼로소리는그렇게충격적이기도하다.
나는일주일에5,6일은아침마다첼로연습을하고있다.
격주로방문레슨을받고있으며,
오래동안가지고있던목관클라리넷은점점불기가힘이들어70이넘은나이에
현악기를잡은것이다.
본래악기를무척좋아하기때문에가능한일이기도하다.
처음배운악기가슬라이트럼본이었기에저음부악보는쉽게보는편이다.
현악기가관악기보다배우기어렵고대단히섬세하다는것도알게되었다.
악기자체가예민하고현을조율하는일도쉽지않다.
활을쓰는테크닉은하루이틀에배울수있는것이아님은말할것도없다.
악기를연주한다는것은,
우선악보를읽는일부터시작된다.
악보를제대로정확히읽기위해서는시신경-시선이긴장되고집중돼야한다.
이자극은시력의현상유지에큰도움이될것이다.
인간의육체는쓸수록좋아지기때문이다.
다음이정확한음정,
귀가살아있어야가능하다.
정확한조율을위해서는청각이극도로예민해야한다.
연습중에도줄이풀릴수있기때문에미세한음정의변화도느낄수있어야한다.
다음이육체노동,
국악인황병기교수가악기의연주를’육체의노동’이라고한말은사실이다.
첼로같이큰악기를안고활로줄을긋고,손가락으로현을짚어나가는일은완전히
강도높은노동이다.
그리고더중요한것은,
악보를읽고,음정을가늠하고,온몸으로연주해야하는일련의작업이뇌의명령과
조절에의한것임을생각한다면이이상의뇌운동-뇌활동도달리없을것이다.
악기를연주하는한치매가없다는얘기는사실일것이다.
특히음악은뇌의기능을향상시키기때문이다.
그리고악기를연주하는생활은적극적이고능동적인삶이기도하다.
텔리비젼리모콘을들고소파에앉는,늙는길밖에없는수동적인생활에서벗어나는
길이기도하다.
같은나이에서도’늙기’가질적으로차이가날수밖에없다.
듣기만하는음악에서참여하는음악으로가는길은그래서’풍요로운삶’을약속받는
길이기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