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문화 의 덫.
조선시대,
그신분에서천한것이일곱가지있었다.
칠천-七賤이그것이다.
노비(奴婢),사내종과계집종을통틀어이르는말.
기생(妓生),지난날,노래나춤을배워술자리에나가흥을돕는것을업으로삼았던
여자,기녀(妓女)라고도불렀다.
혜장(鞋匠),가죽신을만드는갖바치.
영인(怜人),악공(樂工)과광대.
향리(鄕吏),한고을에서대를이어내려오는아전.
사령(使令),조선시대관아에서심부름등,천한일을맡아하던사람.
승려(僧侶),불교의중.
지금우리가’스님’이라고부르는불교의중이칠천의하나가된것은고려시대의호국
불교가조선시대에는유교에밀려억압받았었기때문이며유생의관료들은중들에게
반말을사용하기까지했다.
심지어는도성(都城-서울)출입이법으로금지되기까지했다.

지금우리가가지고있는문화재의대부분은불교문화가남겨준것들이다.
그러나서민들의일상생활안에서굳게자리잡고있는’관습’은유교적인것들이
압도적으로많다.
우리의정신세계는유교가지배하고있다고해도과언이아니다.
대표적인것이’제사-祭祀’다.
본래제사는죽은사람의넋에게음식을바쳐정성을표시하는예절이다.
그리고우리가자주사용하는말인’차례-茶禮’는명절이나조상의생일,또는음력
으로매달초하루와보름날등의낮에간단하게지내는제사를이르는말이다.
제사의중요성은,
마포나루절두산순교가웅변으로설명한다.
기독교가이땅에전래된이래제사를’우상숭배’로오해한선교사들에의해조상에
대한차례가거부되자’정부’가개입,이이방종교를탄압하게되었던것이다.
지금카톨릭은제사를인정하고있다.
그러나개신교에서는여전히대립의각을세우고있는날카로운문제로남아있다.

모두가아는대로유교(儒敎)는,
공자(孔子BC551-479경)를시조로하는중국고대의대표적인사상체계다.
공자는,난세를구하는것은법률이나군사력이아니라인간을사랑하는인(仁)이라고
했다.
그의가르침은맹자(孟子)와순자(筍子)등에의해정비되었고기원전2세기
한무제(漢武帝)에의해국교로채용되었다.
그후2000여년동안이가르침은중국정치교화의대원칙이되었다.
유교의교전은오경(五經),또는사서삼경(四書三經)으로서그해석은시대에따라
차이가있다.
조선시대에는,
유교,곧성리학의철학적이론으로무장된도학(道學)을국가이념으로받아들이고
불교에대한억압정책을실행했다.
유교적사회제도는,
신분계급의식과장자(長子)중심의종법(宗法)제도를그기초로한다.
때문에신분에따른차별이엄격하여사회적진출과통혼(通婚)의범위가한정되었고
의복과언어에까지차이를두는수직적계층질서를형성하게된다.

유교사회는대가족형태인가문(家門)을지키기위해친족중심의공동체의식을강화
함으로서안정의기초는얻었지만폐쇄적인문벌주의로분파적대립을일으키는
위험요소도안게된다.
가문은한인간의개성적인입지를좁혔고,
친족중심주의는결혼으로집안에들어온여자에대해자기의성(姓)을주지않는
폐쇄성과함께집안이아니면다른집단을적대시하는독선으로흐르게되었다.
한편가묘(家廟)에서,
조상에게제사하는일은조선사회에서확립된유교제례의가장일반적인형식이다.
조선시대에는조상에제사드리는四代奉祀의전통이성립되었으며관혼상제도널리
실천되었다.
지금,결혼식은전통혼례식보다예식장이나종교의식으로치르는경우가많지만
제사만은모든가정에서움질일수없는전통문화로자리잡고있다.
그만큼유교는조선시대에서지금까지우리의정신세계를지배하고있는절대적인
사유체계인것이다.

유교문화의대표적인양식(樣式)의하나가체면문화다.
‘양반은얼어죽어도겻불은쬐지않는다’가그것이다.
사대부(士大夫)의가문에서는아무리어린자식이귀여워도그것을겉으로나타내는
것을금기시했다.
말하자면인간이자연스레가지는희노애락의감정표현을억제한것이다.
지금한국인들의특징인’무표정’은바로그러한금기문화의산물이라해도결코
과장된말이아닐것이다.
싸울것같은험악한표정들은희노애락의감정을억제당한분노의표시가아니겠는가.
그만큼사회가각박해질수밖에없다.
체면문화는,
실속과실리보다는명분을중시한다.
자고로명분은남을의식하는데서시작되는법이다.
‘남부끄럽다.’
‘남의눈이있지않느냐.’
‘남들이뭐라고하겠느냐.’
이런표현들은우리가일상생활에서명분을얼마나중요하게생각하는지를잘보여
주고있다.
명분은,한개인의개성적인자기주장과자기실현을가로막는큰장애물이기도하다.
특히현대사회에서더그렇다.

같은사회공동체안에서의’집단주의’도그런것이다.
국민통합,국민정서,여론과쏠림현상이모두거기에서비롯되는것들이다.
게상적인개인의매몰은농경생활을해온전통에서비롯되는것이라해도유교의
영향은그이상이었다고봐야한다.
유교문화가꽃피었던조선사회에서,
입신양명(立身揚名),곧출세하는길은오직하나밖에없었다.
그게과거제도(科擧制道)다.
단선사회(單線社會)가그것이다.
한인간이인가적으로성공할수있는길이하나밖에없다는것은다양성(多樣性)이
전무했다는얘기다.
양반의자제들이오직과거를위해살았고,
낙제하면몇번이라도다시과거에매달리는것은출세의다른방편이없었기때문이다.
이러한폐쇄적인단선사회는그내용면에서는지금까지이어져내려오고있으며
그게84%에육박하는대학진학율로나타나고있다.
5만개가넘는직업,직종이있는세상이됐는데도대학입시에목을매는사회가단선
사회가아니고무엇인가.

선진국인이웃일본의대학진학율은51%선,
같은반도기질의선진국이태리는60%.
사실은이게평균적이고정상적인수치들이다.
가장큰이유는고등학교만졸업해도그개인의생활이양과질에서만족할수있는
‘사회구조’가돼있기때문이다.
물론거기에는선진국국민으로서의합목적적이고타당한’가치관’이있기때문
이기도하다.
우리는아직까지는일류대학,대기업,출세라는등식이지배하는단선사회다.
대학입시제도가누더기가되도록바뀌었어도이문제가해결되지않는것은전적으로
사고방식-의식구조의문제가바뀌지않았기때문이다.
실속보다는명분(일류대-대기업-출세)에집착하는유교문화의유산에서해방되지
못했기때문이다.
그러나사회적으로체면문화는그설자리가좁아지고있는것도사실이다.
이제는명분보다는실속을찾는변화가요청되는시대이기도하다.
세상이바뀌고있는것이다.
따라서생각도바뀌어야한다.

지금국내실업자는구직단념자,파트타임취업자등을포함하면400만명선이며체감
실업율은17%에달한다.
이중고등교육을받은청년백수가100만을넘어서고있다.
이숫자는줄어들기미가보이기않으며실제로줄어들수도없다.
그이유가’사회구조’에있기때문이다.
우리처럼좁은땅에적은인구로는한해400개가넘는2년제,4년제대학들이쏟아내는
56만명의공급을수용할수요규모가안된다.
쉽게말해공급은넘치고수요는없는것이다.
여기에더해백수로살지언정중소기업에는가지않는다는’눈높이’까지겹쳐백수는
계속늘어나고있다.
‘일자리창출’을아무리소리높여외쳐봐야그건모두헛소리다.
물리적으로불가능한일이기때문이다.
근자한언론사와중소기업은행이손잡고백수들과중소기업을연결하는캠패인을
벌이고있는것은분명하나의작은돌파구가될수있다.
말하자면일종의’눈높이낮추기’운동인셈이다.
정부차원에서이런캠패인이없는게아쉬울뿐이다.

지금과같은산업화된현대사회를살기위해서는,
반드시거기에걸맞는사고방식과가치관을가져야한다.
백수가될것이뻔한대학을갈이유가없다.
명분을버리고실속을차리라는얘기다.
일류대,일류대기업에갈실력이안된다면과감히방향을바꿔야한다.
체면문화에서벗어나는것이다.
대한항공엔진정비부의한영희부장은지금56세,
1971년에입사했으니한곳에서38년을근무한셈이다.
그렇게오래근속하게된동기를묻자.
‘좋아하는일을즐거운마음으로할수있었기때문’이라고대답했다.
그의학력은정석항공고등학교전기과졸업이전부다.
명분이아니라실속을챙긴대표적인케이스라고할수있다.
그는지금루프트한자나유나이티드항공등외국항공기의중정비도맡아하고있다.
자기분야에서최고의전문가가된것이다.
정신적으로도,물질적으로도풍요롭고충만한삶을살고있다.
성공한인생을사는것이다.

지금우리들이살고있는세상은,
빠른변화와전문성을요구하는시대이며직업에귀천이없는다양한사회다.
자기가좋아하고잘하는일이아니라면승부에서밀릴수밖에없다.
솔직하게말하자면지금의백수들은밀린사람들이다.
동년배중제자리를찾아간사람들도많지않은가.
그들은무엇에서앞섰을까.
좋아하는일을잘하는차이에서선발된것이다.
사람은그게누구든하늘이주신천부(天賦)가있다.
천부가아닌것으로는경쟁에서질수밖에없는게세상일이다.
대중가요에관한한이미자는명실상부한국민가수다.
지난50년동안2069곡을불렀고,560장의음반을냈다.
1964년,그옛날에’동백아가씨’하나로100만장이상이팔렸다.
이미자의노래를들으면그녀가타고난,천부의가수임을금방알수있다.
아무도흉내낼수없는그독보적인노래들은바로’천부’인것이다.
천부를찾아그길로가야한다.
대학이아니라그길이성공으로이어지는자신의지름길이다.
바야흐로지금은그길로가야하는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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