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 Oasis.
2004년4월.
필리핀을자동차로여행하던한국인한명이교통사고로숨졌다.
그러나현장에도착한필리핀경찰은숨진사람의신원을확인할수가없었다.
사고현장근처에살고있는,가난한주민들이소지품전부를훔쳐갔기때문이었다.
죽은자의신원을알수있는단서는하나도없었다.
나폴레옹의전기작가인,유럽의지성이자프랑스의지성인’막스갈로’는이런얘길
한적이있다.
‘그동안역사를연구하면서내가얻은교훈은,
우리가살고있는사회가매우취약하다는다소비관적인관점이다.
이렇게취약한사회가무너지고,야만적인행동과폭력이나타나는데는며칠,아니
몇시간도채안걸릴수있다.’
오래전,
뉴욕에서밤에정전사고가있었을때삽시간에수많은가게들이무자비하게약탈당한
사건을지금도우리들은잘기억하고있다.
물론그런무서운일이뉴욕에만국한되는것이아님은모두가알고있는사실이다.

갈로는계속해서말한다.
‘지금의사회시스템은특히20세기후반에확대된것이다.
인류를파괴할수있는핵과전세계를커버하는소통체계가등장한것은말할것도없고
세계화된지구촌시대에서개인의이동이확대되고개인주의가심화돼공동체의식이
사라지고있다.
인류는고독감과박탈감을느끼며불안과절망,분노등에쌓여그것이사람들의생활
방식을무너뜨릴것이다.’
‘사하라’는아랍어로’아무것도없는곳’이라는뜻이다.
우리는그곳을사막(砂漠)이라고부른다.
불모(不毛)의땅이라는뜻이며’죽은땅’이라는뜻이다.
때문에사막한가운데’오아시스’가있다는것은신비하기까지하다.

탈랜트김혜자(68)씨가.
아프리카수단에처음간것이1992년,
‘월드비젼’의권유로시작된아프리카사랑이지금도계속되고있다.
오가는길이힘들어주사를맞고,땅바닥잠자리를견디어야하는열악한환경을감수
하면서도그일을멈추지않고있다.
그가이런말을했다.
‘이일에내가쓰임받는것이감사하다.’
그가지금까지아프리카를찾는이유가바로이신념때문이다.
그동기가어떠하든’자기몫’을깨닫고있는인간만이할수있는고백이다.

국민가수이미자씨가엊그제정부로부터훈장을받았다.
50년을한결같이노래를부른공로가인정된것이다.
그이미자의얘기를들어보자.
‘저는가정주부를여성의대표라고봅니다.
인기를얻어유명해져도가정이없다면허울만좋은것이지요.
초혼에실패하고나니’가정이없으면아무것도아니다’라는생각이들었다.
나는집에서노래를부른적이없어요.
집안으로들어가는순간나는더이상가수가아니라주부다,그렇게죽살아왔어요.’
살얼음판같은연예계에서스캔들없이장수한바탕에’가정’이라는탄탄한기초가
있었던것이다.
그래서이미자는뿌리가분명한가수인것이다.
평범한것같지만,그게누구든한인간에게있어’가정’이얼마나중요한것인지를
깨닫게해주는얘기가아닐수없다.
가수이미자이기이전에인간이미자의훌륭한점이바로그것이다.

유수연씨는,
연봉10억원을받는토익강사다.
전문직에종사,성공한이젊은여성의성공비결은,
‘성인이된후하루5시간이상잠을잔적이없다.’는것이다.
같은나이의다른여자들보다하루평균2-3시간을덜잔것이다.
그누적된노력의결실이연봉10억이되었다.
남들이잠자는시간에그만큼더노력했다는얘기다.
그건절대로쉬운일이아니다.
또아무여자나할수있는일도아니다.
보통사람들의보통의지로는불가능하기때문이다.
우리는’성공’은쉽게보면서그것이있기까지의’피나는노력’은보지않으려한다.
YBM시사의민영빈회장(78)이이런얘길했다.
‘강의할때보면어떻게하면영어를쉽게배울수있느냐고묻는학생들이있다.
그런건없다.
쉽게하려고하면답이없다.
열심히하려고하면그방법을알려줄수는있다.’
우리모두는쉽게,빠르게가려고한다.
이세상에그렇게해서이룰수있는일은아무것도없다.

2009베니스비엔날레에설치미술로초대받은양혜규씨는미혼의젊은여성이다.
예술가로사는것이행복한가라는질문에대해,
‘특혜를받은사람이라고생각한다.
고스란히다소진하고또다시시작할수있으니까.
작가는단독적인존재이기때문에수많은사람들중한명이될수는없다.
그런의미에서근본적으로외로운존재다.’라고대답했다.
어쩌면당돌하게들릴수도있는이당찬대답은’예술에정진할수있는정신’만이
할수있는얘기이기도하다.
고독을극복할수있는창작의열의가없다면무너질수있기때문이다.
스스로에대한믿음,
예술의세계에몰입할수있는열정,
그리고작품세계를통해자기를실현하는희열이있기에고통을견디어내는것이다.
많은사람들중평범한하나가되기를거부하는독자성이있기에그자리를지킬수
있는것이다.

인간은주어진환경에따라사고방식과생활양식이결정된다.
같은공간에밀집해살아도엘리베이터안에서눈길도마주치지않으려는아파트
문화는과학적기능은있지만인간적인정서는끊어진,벽으로둘러쌓인’타인들의
방’으로엮여져있다.
마당과대청마루를거쳐뒷뜰로바람이통하던생활공간이벽으로차단된게지금
우리의생활양식이다.

이로재(履露齋)는,
‘효성이지극한가난한선비의집’이라는뜻이라고한다.
그이로재에서건축설계를하는분이승효상(56)씨다.
그는건축전문가로서주거공간에서’기능’만강조하는설계방법을반대한다.
그래서고생도많이한분이다.
그는’기분좋게불편한집이좋은집’이라는고집을가지고있다.
‘기분좋게불편한집은창의성을끌어내는자극제가된다.
사람들이지하주차장에서차를세운후엘리베이터를타고집으로갈수있도록편하게
설계하지는않는다.
차를세우고밖으로나와뜰을가로질러집으로가게한다.
불편하지만그래야하늘도보고별도볼수있다.’
인간에게정서(情緖-인간이가지는갖가지감정)가얼마나중요한것인지를알고있는
전문가의설명이다.
‘좋은건축가에게꼭필요한것이폭넓은독서다.
건축은다른사람의삶을조직해주는것이기때문에사람들이어떻게사는지알지못하면
설계를못한다.
그래서역사와철학을공부해야한다.’
시멘트건축문화속에인간의숨결을불어넣는작업이그가고집하는세계다.
‘기능’에중독된우리들모두에게무엇을상실하고사는지를일깨워주는얘기다.

정명화(65)씨는우리모두가알고있는첼리스트다.
정명훈,정경화와함께한국이배출한세계적인음악가족이기도하다.
금년은정명화씨가첼로로데뷔한지40년이되는해다.
그40년동안그에게첼로는어떤의미를가지는것인가하고묻자.
‘모든감정을표현하는내목소리’라고대답했다.
첼로와자기는하나라는얘기다.
그경지에이르는길은결코쉽지않았을것이다.
인간이어떤한가지일에정진해서그일과자기가하나가된다면그게바로최고봉이다.
정명화씨는그최고봉을지키기위해지금도연습을쉬지않는다.
악기를놓으면안되기때문이다.
그것이전문가의길이기도하다.

‘오늘날우리들은자기자신을좁은틀속에가두고서로닯으려고한다.
어째서따로다로떨어져자기자신다운삶을살려고하지않는가.
각자스스로한사람의당당한인간이될수는없는가.
저마다최선의장소는현재자신이처해있는바로그자리임을잊지말아야한다.’
학승법정(法頂)의말씀이다.
서로닮으려하지말고개성적인,자기만의삶을살라는주문이다.
한인간이개성적으로살기위해서는가치관,인생관,자기철학,목표에서아주분명
해야한다.
시류(時流-그시대의풍조,유행)를거스를수있는용기와지혜가있어야가능한일이다.

탈랜트김혜자,국민가수이미자,토익강사유수현,설치미술가양혜규,건축가승효상,
첼리스트정명화는우리와똑같이약점도있고부족한부분도있지만사막처럼건조
하고각박한우리사회에있는소중한오아시스들이다.
정직하고충실하게사는사람들이기때문이다.
우리들은그들을통해정신의갈증을풀수있다.
오아시스는사막에있는샘물이라는뜻과함께정신적으로위안을받는다는의미도
가지고있다.

노신학자한분이이런글을쓴일이있다.
‘왜조물주-하나님은당초인간을창조하실때완벽한,죄를짓지않는인간을만드시지
않았을까.’
그대답은,
‘인간이하나님의형상을닯았다는의미는,
인격적존재(人格的存在)라는뜻이다.
따라서인간에게는자유의지(自由意志)가있고,선택할수있는존재라는뜻이다.’
우리모두는어떤삶을살고있든그모두는결국자신의선택이다.
그리고우리모두는계속해서매일매일크고작은선택을하면서살아간다.
‘지금의자리가최선의장소’라는법정의지적이그뜻이아니겠는가.
사막에서모래처럼사는것도,오아시스가되는것도결국은각자의선택이다.
자기생활에충실하면그것이빛이되어다른이들에게까지혜택이돌아간다.
그빛이많아질때우리사회도그만큼더밝아지는것이아니겠는가.
사막에오아시스가있는한갈증때문에죽는사람은없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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