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크기의공간에서로다른개체수가있을때나타나는여러가지반응검사를위한
실험이었다.
10마리가있을때,그리고30,50,70,100마리가있을때의각각다른반응을통해같은
크기의공간에서개체수의밀집도(密集度)에따라쥐들의행동이크게차이나는것을
확인하는작업이었다.
10마리가있을때에는먹이를줘도서로싸우지않고먹을만큼먹고는쉽게물러났다.
30마리때에는같은패턴의행동에약간의속도가붙었으며,50과70마리에서는
방어적이고,경쟁적이고서로가적의(敵意)를드러냈다.
그러나100마리가되었을때에는먹이를먼저차지하고더많이먹기위해서로싸우고
다른쥐를물어뜯기까지했다.
그만큼격열하고공격적으로변한것이다.
이런동물실험은,
인간의동물적속성인본능(本能)을연구하는데기여하는바가큰과학적방법이기도
하다.
쥐들이보인반응의핵심은,
개체수가늘어남으로서받게되는’압력’이었다.
같은먹이-조건을두고더경계해야하고,민첩해야하고,경쟁해야하는
‘환경의변화’가압력이된것이다.
그압력은쥐들을포악스럽게변화시켰으며서로를물어죽이는수준까지발전한것이다.
복잡한도심(都心)에사는사람들의심성(心性)과농촌사람들의심성은크게다르다.
살고있는환경이많이다르기때문이다.
같은사람이지만노출되어있는환경에따라각박할수도,여유로울수도있는것이다.
이때복잡한도심에사는사람들이받는’압력’을스트레스-stress라고부른다.
스트레스가다양하고그정도가심할수록인간의심성도악화되는것은이미충분히
학문적으로설명되고있다.
두세대전만해도’스트레스’라는일상용어는쓰이지않았었다.
그러나지금은사람은말할것도없고가축까지도스트레스를받는시대가됐다.
스트레스-stress는,
인간이적응하기어려운환경이나조건을만날때받게되는심리적,신체적긴장상태를
이르는말이다.
이런상태가오래동안지속되면심장병은물론,위궤양,고혈압등의신체적질환을일으
키게되며불면증,노이로제,우울증의심리적부적응까지나타난다.
stress는압력,압박,억압,강제,긴장,급박,긴박의뜻으로해석되는부정적인단어
이기도하다.
내가미국에처음간것이1986년여름이었다.
개인적인여행은아니었고,사무실의일때문이었다.
미국에서도인구밀도가높은그도시에도착한것은늦은오후였고,그곳사무실에서
예약해준호텔에여장을풀었다.
작지만깨끗하고아름다운호텔이었다.
피곤이풀릴때까지침대에누워쉰후,저녁식사도할겸근처에나가려고후론트에내려
갔다.
그런데내가체크인할때에는보이지않았던두꺼운방탄유리가후론트데스크에세워져
있었으며더놀랜것은커다란사냥용산탄총이놓여있는것이었다.
놀래는나를지켜보던데스크의직원은바로옆기둥에걸려있는액자를가리켰다.
나로서는처음보는,아주생소한’허가증’이었다.
그내용은,
‘이호텔은저녁7시부터다음날아침6시까지산탄총을비치할수있으며자기방어용으로
사용할수있다’는시장의허가였다.
나는그직원에게근처에저녁식사를할수있는식당이있으면추천해달라고했다.
그런데,그직원은머리를좌우로흔들면서,
‘이미어두워지기시작했기때문에밖으로나가는것은아주위험하다’는것이며
호텔안에서스낵으로해결하라고말했다.
방에올라와창문으로내다보는밤거리에는정말다니는사람이하나도없었다.
그모두가내게는충격적인일들이었기에침대에서도뒤척이느라잠들기가어려웠다.
일을마치고그곳을떠날때에는이른아침첫비행기를이용하게됐다.
이른새벽그곳의미국인직원이운전하는차를타고공항으로나가게됐는데네거리
에서신호때문에차가멈추게됐다.
그때나는정말이상한광경을목격했다.
제복을입은젊은흑인여자가쇠로만든작은손수레를끌고가고있었는데그위에는
쇠로된작은상자들이실려있었고그상자들은가는쇠사슬로고리가연결되어있었고
그끝은여자의몸에감겨있는것이아닌가.
내가질문을하기전에그직원이설명했다.
‘저여자는전화국직원이고,
저상자들은매일새벽에수거하는공중전화의동전박스들이다.
그박스들과사람을사슬로연결하는것은강도들의강탈을막기위해서다.’
귀국하는비행기안에서나는정말많은생각을했다.
아메리칸드림의뒤안길은그렇게처참한것인가.믿기지가않는일들이었다.
세계에서가장강하고잘사는나라미국에서우리가놀래는엽기적인사건,사고가
계속되는것은왜일까.
미국이아무리큰땅덩어리라해도사람들이밀집해사는곳의형편은결국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선진국일수록스트레스의형태와내용도그만큼진화하게돼있다.
가난한인도사람이부요한미국인보다더행복할수있는게그런이유다.
지금우리들입에서’스트레스’라는말이쉽게나오는것은그게일상화됐다는뜻이다.
이미스트레스는우리안에우리와함께있으며모두가그’압력’에서벗어나보려고
노력하는것도사실이다.
우리가받는스트레스의통로는결국오감(五感)이다.
사물을식별하는기능의시각,
온갖소리를듣는청각,
먼곳에서끓이는커피냄새까지맡아내는후각,
천차만별의음식에서맛을가려내는미각.
바람이스쳐도솜털이일어서는촉각.
이를감각(感覺)이라고도한다.
우리몸인생체(生體)가어떤자극에반응하고주변의사물을통해받는느낌이나그
실체를파악하는정신작용이그것이다.
그체질이예민한사람은더크게스트레스를받고둔한사람은적게받는다는차이뿐
스트레스자체는없어지지않는다.
일전한정신과의사가쓴글을읽고많은생각을했다.
그요지는,
지금거의모든사람들은자기가여러가지스트레스의’피해자’라고생각하고있지만
사실은’가해자’인경우가더많다는것이다.
대표적인사례를설명해보자.
휴대폰은첨단의IT기술이만들어낸제품이다.
그건철저히문명의산물인하드웨어다.
그러나그휴대폰을사용하는’통화예절’은전적으로문화의영역이다.
많은사람들이함께있는공공장소나공간에서그휴대폰으로큰소리로통화하고,
10,20분씩시시덕거리는것은주변사람들에게는스트레스가될수밖에없다.
어떤사람들은더참을수가없어자리를뜨기도한다.
그럴수도없는경우는결국참아야한다.
억지로참는마음은악심(惡心)이될수밖에없고그감정은다른모든일과연계될수밖에
없다.
피해자가다시가해자가되는악순환인것이다.
다른케이스하나를더얘기해보자.
이른새벽시간모두가곤히잠들고있는데주차공간에주차된차중에서도난경보장치의
오작동으로그불쾌한소리가계속울려대면,사람들이받는스트레스는대단한것이
될수밖에없다.
이런경험은거의모두가가지고있을것이다.
불쾌해진악심은거의하루종일일상을지배할수있다.
그래서우리모두는피해자이자또가해자가될수도있다.
현대인의삶이그렇다고봐야한다.
100마리의쥐는10마리가되지않고는평심(平心)을되찾을수가없다.
그러나지금우리사회는10마리의환경으로돌아갈수가없다.
오히려그숫자가늘어나고있을뿐이다.
스트레스도그만큼늘어날것이고피해자와가해자도함께증가할수밖에없다.
이미우리사회도선진국이겪었던엽기적인일들이일상화되고있는게그증거다.
그렇다면법,규제,처벌로이문제를해결할수있을까.
기본적으로는그래야한다.
그러나그것만으로는해결할수없다는것을우리모두는너무나잘알고있다.
그래서섭리(攝理)에서배워야한다.
수만마리의새떼가하늘을날아도서로부딪혀떨어지는새는없다.
더많은물고기떼가하나같이움직여도부딪히지않는다.
그공간,
개체와개체사이의그절대공간은그래서섭리다.
섭리는우주와세상만물을다스리는하늘의뜻이다.
자연계의조화(調和)가그것이다.
우리모두의일상속에서의섭리는배려다.
배려(配慮)는관심을가지고남을돕거나보살피는것이다.
소극적으로는다른사람의입장이돼보는것이다.
지금우리들이각박하게살면서스트레스를주고받는것은배려가부족하기때문이다.
절대공간을만들지못하기때문에오감을통해계속부딪히는것이다.
세계를여행해보면,
후진국일수록사람들이표정이없다.
그러나선진국은표정들이풍부하고잘웃고친절하다.
상대에대한배려가,
결국자기가스트레스를덜받고사는방법이라는것을체험적으로깨달았기때문이며
그렇게교육받았기때문이다.
엽기적인일들과배려가함께있는게사람사는세상이다.
어느한쪽이더많고적은차이가있을뿐이다.
상대에대한따뜻한배려는,
빌려준돈을돌려받듯결국은내게로돌아온다.
배려만이스트레스를밀어낼수있는힘이있는게그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