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먹을수있는여러가지식재료(食材料)를이용해맛있고영양가있는음식을
만드는일이다.
먹고마시는일이생존을위한절대적인조건인이상음식을만드는일은처음부터
가장중요한관심일수밖에없다.
인류의전통적인관습에서요리는여자들의몫이었다.
지금도큰흐름에서는마찬가지다.
때문에’손맛’이없는여자는노력에대한평가에서손해볼수밖에없다.
반대로같은재료인데맛이뛰어난요리를해내는여자들은언제,어디서나환영받는다.
인간에게있어음식은그렇게중요한것이다.
특히요리솜씨가뛰어난주부가있는가정은큰행운을가지고사는셈이다.
요리는인류문명과함께발달해왔고지구촌시대인지금은여러곳의요리가교차하는
퓨젼요리로까지변화하고있다.
이발전을앞으로도계속될것이다.
이태리의’인류학학회’가펴낸2009년도’인류학저널’에는
파리의국립과학연구센터의페르난도로지박사가이끈프랑스,독일연구진이밝힌새
학설이실려있다.
그내용은유럽대륙을중심으로20만년이상번성했던’네안데르탈인’이약3만년전에
갑자기멸종한것은현생인류(우리들)인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가이들을잡아먹었기
때문이라는것이다.
1920년레루아동굴에서발견된뼈들을재조사하는과정에서현생인류의뼈사이에
여러조각으로절단되고칼자국이나있는네안데르탈인의턱뼈를발견,위와같은
주장을하게된것이다.
사실.인류는처음부터식인(食人)의관습이있었다고볼수있다.
인류학자가쓴글중에는포로로잡은다른인간의머리를잘라바위틈에며칠동안
두었다가알맞게숙성한골을빼먹는내용이있다.
아주폭력적이고원시적이긴해도일종의요리인것만은사실이아닌가.
요리와불(火)은불가분의관계가있다.
문명은날것을익혀먹는일에서출발했다고해도과언은아닐것이다.
기원전50만년대에살았던베이징원인(猿人-Pekingman)이불을사용한최초의인간
인것은틀림없는사실로인정되고있다.
그들은번개에서불을채화(採火)했다.
그러나1981년아프리카케냐에서발견된유적은인류가불을사용한연대가142만년
전까지거슬로올라갈수있음을보여주고있다.
기원전7000년대에이르러신석기시대의인류는나무로만든도구를통해그마찰열로
불을얻는방법을찾아내기도했다.
1827년영국의화학자인존워커는황산을이용하여성냥을발명,지금까지우리들이
쓰고있으며이제는가스라이터같은편리한도구로까지발전했다.
불은난방과조명,종교적의식에까지널리쓰이고있지만음식을조리하는요리에서는
거의절대적인조건이기도하다.
날것을익히는방법없이요리는전혀불가능하기때문이다.
희랍의신화는인간과불의관계가가지는중요성을프로메테우스(Prometheus)의
얘기로남기고있다.
티탄족의영웅으로사려깊고예언능력이있던프러메테우스는제우수신이천지를다스
릴때함께일했다.
인간들이신에게바치는제물에대해그내용을속였다는이유로신은인간에게서불을
빼았아버렸다.
이에프로메테우스는인간을구하려고천상의불을훔쳐회향풀줄기에감추어인간에게
주게된다.
이를알게된제우스는프로메테우스를코카서스의큰바위에묶어두고독수리가간을
빼먹게했는데밤이면간이다시생기고낮이면독수리가다시파먹는고통을당하게
했다.
이고통은수천년동안계속되었으며영웅헤라클레스가활을쏘아그독수리를죽임
으로서끝나게된다.
인간과불의중요한관계를설명하는이신화는지금도널리회자되고있을정도다.
불-에너지없는세상을생각해보면그중요성은설명이필요없을정도다.
옛사대부가정에서여인들이’불씨’를생명처럼생각한것도같은맥락의일일것이다.
재미있는사실은,
인류의장구한역사를통해요리를담당해온것은여자들이었지만,
지금세계적으로인정받는일류요리사는거의모두남자들이다.
그전문성에서남자들이더앞선다는얘기다.
음식을만드는공간은’부엌’이다.
그부엌을학술용어로는’한지역문화의총화(總和)’라고부른다.
부엌을연구하면시간과공간안에서의문명,문화의흔적과내용을모두알아낼수
있다는뜻이다.
요리에는단지음식을만들어먹는것이상의인류문화사적의미가있다는얘기다.
현생인류의직계조상인’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500만년전에나타났다.
확실하게불을사용한게기원전50만년정도라면,인류는거의450만년동안날것을
먹은게된다.
지금의우리들이야채와생선회,육회까지먹는것을보면알수있는일이다.
그러나,비록불을사용하는요리의역사가짧다고해도그의미는크다고할수있다.
불을사용한다는것은인간의삶자체를그근본에서바꾼것이기때문이다.
우리의전통문화에서,
부엌에드나드는남자는팔불출,팔불용(八不出,八不用)으로분류했다.
어리석은인간이라는뜻이다.
이고루한생각은여자들을통해두가지형태와생각으로나타난다.
‘우리남편은내가없으면꼼짝을못해,
냉장고의음식도꺼내먹지못하는것은물론,애들도잘하고있는,라면하나도
끓여먹지못한다니까..’
이얘기에는두가지측면이있다.
정말,남편의무능을질타하는뜻이그하나이고,
우리남편은절대부엌에관여하지않는다는,’남존여비’의생각이그다음이다.
실제로그렇게생각하는여자들은뜻밖에많다.
남편과요리의무관함을당연시하고합리화하는이잘못된생각은’노예근성’이
남아있기때문이다.
남자는요리하면안된다는이전제는생각보다그뿌리가깊은데있으며마조히즘
(masochism)에닿아있을수도있다.
외국영화를보면남자들이요리하는장면이많다.
특히이태리와러시아마피아들이그렇다.
이태리마피아의경우온갖파스타요리는거의남자들몫이다.
정원에있는긴식탁에대가족이모여앉아음식을즐기는전통에는남자들의요리솜씨
가묻어있다.
유럽의경우,
신사(紳士-Gentleman)의조건에는악기연주와요리한가지가필수다.
악기가예능이라는문화의조건이라면요리는실제생활에서의긍정적인기능때문일
것이다.
가족들들위해남편,아버지가만드는특별한요리가가지는의미는’전통’속에녹아
있는문화가된다.
이웃나라중국의남자들은부엌일,음식을장만하는일을전담하고있다.
장을보는일부터요리하고,식사준비와설거지까지모두남자들의일이다.
공산주의혁명도이생활문화를바꾸지는못했다.
부엌은그렇게강인한존재인것이다.
서울의한구청이운영하는여성교실의’반찬전문반’에는정원30명중12명이남자들이다.
요리학원인’라퀴진’의’직장인을위한점심특강’에는수강생의4분의1이남자들이다.
G마켓이최근한달간주방용품구매자를분석한결과42%가남성이었다.
전년대비15%의증가라고한다.
세상이변하고있는것이다.
맞벌이부부가늘어나고,
싱글로독립해살고있는젊은남자들도증가하고있으며보통가정에서도남자들의
부엌출입이잦아지는추세인것이다.
설거지를도와주다식사준비로발전하는경우도허다하다.
그리고이런변화는무엇보다도시대적인요청이기도하다.
사는방법이옛날과는달라졌고남자도부엌일을해야되는요구가현실적으로나타나고
있기때문이다.
가족모두가서로돕지않고는원만하게살기힘든세상이된것이다.
그리고오늘의남자들은현명하게도이변화를받아들이고있다.
나역시현역이었을때는아내를돕고싶어도시간적으로불가능했다.
가끔설거지를대신해주는수준이었다.
화가인아내는그림을그리는작업의연속선이살림때문에끊어지는것을언제나가슴
아파했다.
은퇴후,내가처음맡은일은빵식인아침식사였다.
그것만으로도아내는큰해방감을느꼈다.
그러다시간이지나면서그림에몰두해있는아내를대신해내가식사준비하는일이
잦아졌고아뜰리에에서애들을가르치는시간이길어지면서부엌일은자연스레
내게로넘어왔다.
나는누구에게도요리를배운일이없으며,요리학원에다닌일도없다.
아내가사두었던요리책들을연구하면서한가지씩음식만드는법을익혔다.
그런데,
아내는물론,아들과며느리까지내가만든음식이맛이있다는것이다.
그들은그걸’손맛’이라고표현한다.
내가제일잘하는게’밥’짓는일이다.
내가먹어봐도정말맛이있다.
그동안익혀온몇가지반찬은이제수준급이다.
연속해서,유일하게세번실패한게’자장면’이었다.
춘장과식용유의비율에서틀렸었기때문이었으며지금은옛날’장궤’가만들던바로
그진짜짜장면을만들어먹는다.
(실패하면서도자장면을끝까지만들어성공한것은지금의중국집자장면이너무비
위생적이고인공조미료가많이사용되고있기때문이었다.먹고난다음에입안에남아
있는그텁텁한맛은그음식이얼마나불량한것인지를알게해준다.)
영국의소비자트렌드조사단체인’퓨쳐파운데이션’의2008년도조사에따르면,
18세이상의영국여성중거의절반인48%가요리하는남자에게매력을느낀다고대답
했다.
일부가구회사에서는이미싱크대높이를남성들에게맞도록조정하고있다.
주부들이급한일이있을때,
주부들이부엌에매달려지쳐갈때,남편이,아빠가앞치마를두르고맛있는식탁을준비
할수있다면그게바로가정의행복이다.
필요한경우,정장의신사가윗저고리를벗어놓고부엌에들어가맛이기가막힌요리
한가지를척하니만들어낸다면그매력은다른것들과비교할수도없는것이다.
이제,누가그들을팔불출이라고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