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시장은 정복되지 않는다.
장인(匠人)이라는말이있다.
장색(匠色)이라고도하는데이는본래손으로물건만드는것을업으로삼는
사람을가리키는말이다.
나무를다듬어물건을만드는목공,목수나점토를이용하여온갖도자기를
만드는도공,돌을다듬어서구조물을만드는석공등특정분야에서오래동안
그일을해오면서최고수준에이른고수(高手)들을이르는말이기도하다.
따라서‘장인정신’이란말도있는데이는최고의기량과자세로다른것들과는
견줄수없는물건을만들어내는마음가짐을이르는말이다.
대개의경우전통기능의전수과정을통해장인은그분야의다른장인을탄생
시킨다.

예능의세계에는,
그기초는공개적인대중교육,공교육을통해습득할수있어도자기분야에서
최고의기량을가지기위해서는별도의특별한학습과교육을받아야한다.
그게도제(徒弟)시스템이다.
그시작은서양중세시대주로수공업분야에서후계자를길러내는제도였으며
지금도각분야최고의고수들은도제제도를통해배출되고있다.
하나의예로특정악기의경우이도제제도는거의절대적인학습시스템이며
도제교육없이는최고가배출되기어렵다.
장인과도제제도의공통적인특징은가르치는자와배우는자의1대1의관계다.
그만큼지밀하고,직접적이고,절대적이고,요랜시간이소요된다.
말하자면장인의세계와도제제도는그시작부터지금까지,그리고앞으로도
변함없는사교육(私敎育)의형태라는점이다.
그것은공교육이나대중교육이커버할수있는영역이아니기때문이다.

지금의사교육시장은,
말하자면장인이나도제교육이그형식,방법,규모,비용에서커진형태라고할수
있다.
특히사교육현장을’시장‘으로부르는것은그속성을가장잘드러내는표현이기도
하다.
가장큰이유는,
수요와공급이맞아떨어져생겨난큰시장이기때문이다.
공교육,제도교육에서살수없는교육상품이있기때문에소비자들이기꺼이돈을
지불하는시장이바로사교육시장이다.
지금우리나라에는,
1만1.283개의초,중,고등학교가있으며,
초등학교367만,중학교204만,고등학교190만,합계761만명의학생이있다.
여기에761만명의학부로를합치면교육에대한수요자는전국민이라고말할수
있다.
사교육시장이계속팽창하고돈을벌수있는것도이렇게큰규모의수요자가언제나
가까이에있기때문이다.

그렇다면이시장은그구조가얼마나조밀하고큰것일까.
사교육시장1번지인서울의강남구에는148개의학교가있다.
그런데통계에잡히는,신고된학원만5.556개다.
불법고액과외와미신고학원까지합치면그숫자는쉽게배가넘을것이다.
‘사교육1번지’라고부르는강남의대치동에는일개동단위에183개의학원이
조밀하게붙어있다.
학원한곳의평균수강생을200명으로잡을때,그리고한학생이30만원짜리강좌를
2개듣는다면연간학원비총액은2.635억원이된다.
매출이이렇게분명한장사도쉽지는않다.
그렇다면전국적으로이렇게장사가잘되는학원은얼마나있는것일까.
‘사단법인한국학원총연합회’가지난7월16일에밝힌바에의하면모두78.000여
개의학원이있으며거기에종사하는인원이200여만명에이르고있다.
물론신고,가입된숫자만그렇다는뜻이다.
미신고까지합친다면그숫자도쉽게두배가넘을것이다.

엄밀하게분석해보면,
사교육시장도그형태와내용에서는크게두가지로나눌수있다.
크게문제가되고있는‘입시학원’이그하나이며,
주로저학년학생들이다니고있는‘기능전수학원’이그둘이다.
피아노,태권도,미술,악기,영어등특정기능을가르치는학원들과보습(補習)을위한
여러가지공부방이그런것들이다.
저학년들의경우그수강료를지불해야하는학부모들은선택절일수있다.
또형편에따라다니는학원수를조절할수도있다.
그러나고학년부모들에게‘입시학원’은선택의대상이아니다.
덜비싼곳과더비싼곳이있을뿐이다.
엄청난사교육비와그부담이주는사회적인문제는대부분‘입시학원’과관련된
것들이다.
사교육비를부담하기위해알바에나서는엄마들의고달픈행열이그증거다.

중요한질문의하나는,
‘왜사교육시장이생겨났으며날로그숫자가늘어나고있는가’하는것과
사교육시장이유발하는‘교육적문제’가두번째다.
아무리공개적인시장이라해도소비자가찾는물건이충분치못할때,
설령그물건이있다해도품질이떨어질때,소비자들은자기들이찾는상품이
있는다른시장으로옯겨가게된다.
심한경우외국시장으로까지나가는데그게조기유학붐이다.
수요와공급의원칙에서이는그무엇으로도막을수없는흐름이다.
공교육이내놓는상품이흡족한것이못되었기때문에사교육시장이생긴게첫번째
이유다.
다른하나는공교육에몸담고있는교육당사자인교사들이그전문성과실력에서
학원강사에밀리고있기때문이다.
여기에학생의우,열을부정,평등을외치는전교조의시대에뒤진구호가학부모
들로하여금다른시장을찾게만들고있다.
따라서사교육문제를해결하는방법중하나가공교육교사들의실력향상임은두말할
것도없다.

다음은사교육시장이가지고있는‘교육적문제’에대해깊은성찰이있어야한다.
모든학원은,
사람을인격적으로길러내는‘교육-敎育’이아니라특정한기능-技能을길러주는
‘가게’인것이다.
최근엔‘선행학습’이라는새미끼로어리석은학부모들을흔들고있다.
물론그영업목적은경제적인이익이다.
학교교육의의미와역할이줄어들고학원들의비중이커지는것은국가의미래를위해
서는아주큰적신호가된다는사실을깨달아야한다.
학원이불필요하다는것이아니라학원의기능이학교의기능을대신할수없다는
절대적명제를분명히하자는것이다.
학교에서는잠자고,공부는학원에가서하는세대가자라날때우리의미래는
비관적이될수밖에없으며위험하고무서운일이기까지하다.
‘대입학원’의팽창과엄청난과외비는‘경쟁’이만들어낸괴물이다.
84%의,세계최고의대학진학율이일류대합격이라는경쟁과맞물릴때사교육시장은
국가차원에서콘트럴이안되는돈먹는공룡이될수밖에없다.

2007년도현재,
사교육비총액은GDP의3%수준인,연간30조원에육박하고있다.
수십만명의해외유학생들에게공식적으로송금되는금액만도연40억불이넘는다.
통계청자료에의하면,
학교성적상위10%의학생중87.7%가사교육을받고있으며,
하위20%학생들은51.6%가사교육을받고있다.
소득별자녀1인당월평균사교육비지출을보면,
소득200만원이하가10만8000원,
400-500만원이30만6000원.
700만원이상이47만4000원이었다.
부모의경제력이자녀의성적순위에결정적인요인이될수있다는통계다.
만약이런현상이시정되지않고계속된다면내용적으로는사회의‘신카스트’
제도로굳어질수도있는비관적현상이아닐수없다.
교육의부익부,빈익빈현상은가난의대물림과게층간차이를더벌려놓는부정적인
요인이될수있기때문이다.

‘대학입시제도’만기준한다면,
이미역대정권에서15번바뀌었고조만간다시바뀔전망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사교육시장은전혀개선되지않고있다.
정부의접근방법이계속‘가지치기’로일관했기때문이다.
사교육시장에대한규제와압박(최근엔밤10시이후강의금지)은또하나의악성
암시장(暗市場)을만들뿐이다.
일단암시장이되면돈없는사람만불편해지고불이익을당한다.
가진자들에게값은전혀문제가되지않는다.
‘불법고액과외’가그런상품이다.
정부가나서서암시장을만들고,있는사람들만이익을챙긴다면그건너무큰
불평등이다.
그동안의전말을기준해서요약한다면,
‘사교육시장은결코정복되지않는다’이다.
사교육시장은규제와억압으로는없애지못한다.
그것은경쟁으로이겨야하는대상이다.
공교육이학부모들,곧교육소비자가원하는질좋은상품을만들어내면경쟁력을
가질수있다.

사교육1번지인서울의강남구는,
지방자치단체로서는처음으로‘인터넷수능강의’를시작했다.
2004년6월처음문을열었을때회원수는8만명,
2007년까지매해30억원의적자를냈다.
지금은연회비3만원의정회원수가94만3천명.
강좌도96개에서543로늘었다.
올상반기에만이미11억여원의수익을올렸다.
수준별강좌,내신강좌,수시특강,입시전략등고교과정만487개강좌가있다.
현직교사,특목교교사,유명학원강사들이수업을진행하고있으며
강남구거주자는3만명수준이지만70만명이넘는타지역학생들이이강좌를
통해저렴한과외비로큰혜택을받고있다.
사교육시장과경쟁하는‘성공적인모델’이아닐수없다.
공교육이사교육과의경쟁에서이겨야할가장큰숙제는학교교사들의질적향상
이다.
사설학원의전문강사보다못한실력과수준이유지된다면경쟁은하나마나다.
교사들의실력과자질을개선,향상시킬수있는열쇠는교육부에있다.
교사들에대한인텐시브와대우의차등이교육부가해결해야할가장큰기술적인
숙제다.
그리고능력과자질,실력에서부족한교사들은단연코퇴출시켜야된다.

이제발상을바꾸는얘기를해보자.
모든입시학원의교육내용은오직대입과목에집중,국한된다.
그중영어는모든사교육비지출의40%이상을차지하는큰비중을가진다.
정말가지치기가아니라뿌리를자르겠다면,
입시과목에서영어를빼는것이다.
대한민국국민이자기나라에서대학들어가는데영어에큰돈써가며목을맬
이유가무엇인가.
학원의문법과독해위주의입시교육은영어생활에큰도움도주지못한다.
영어는,그게꼭필요한사람이라면입시과목이아니더라도제돈내고공부하게
돼있다.
영어과목만빠져도학부모들은과외비의40%를줄일수있고,
산술적으로는사교육시장도40%가축소된다.
이명박정부는2013년부터수능에서영어과목을빼고국가주관의영어능력평가
시험으로대체하겠다고한다.
사실은그것도할필요가없다.

국어는모국어이기때문에반드시제대로배워야한다.
수학은,인간이사물을계량화해서정리하는수리능력(數理能力)을위해필요하다.
도덕윤리는인간을인격자로양육하는기능이있으며지금과같은사회의
황폐화를막기위해서도필수적이다.
여기에한문을추가해야한다.
우리의역사가모두한문으로기록돼있으며소중한고전모두가한문으로쓰어졌기
때문이다.
한편지정학적으로도한문을사용하는중국과일본사이에있기때문에그건
우리들의‘생존의도구’이기도하다.
대입과목을국,수,도덕윤리,한문으로바꾸면사교육시장의판도는크게달라질수
밖에없으며공교육의경쟁력은그만큼살아날수있다.
사교육시장은하루아침에생긴게아니다.
또나름대로의긍정적인기능도있다.
수요가있어공급이생긴것이기때문에규제와억압으로는잡지못한다.
경쟁으로이기는길밖에왕도가없다.
그지름길이입시과목의변경과공교육의강화다.
시간과노력,돈은들겠지만가장확실한방법은그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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