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 파수꾼.
‘타클라마칸사막‘은,
중국의자치구인신강위구르의타림분지에있으며
남쪽으로는쿤룬산맥과파미르고원,서쪽과북쪽으로는티엔산에의해경계가
정해진다.
27만에서37만평방키로에이르는이사막은그길이가약1.000키로,폭이
400키로이며100미터높이의사구가허다하다.
그만큼바람이세다는얘기다.
근자중국은남쪽의호탄과북쪽의룬타이를연결하는고속도로를건설한바있다.
‘타클라마칸’은위구르어로서‘들어가면나올수없다’는뜻이다.
사하라사막의초입에들어서면더들어가고싶은호기심과함께밝은친근감이
느껴진다.
그러나타클라마칸은이미초입부터언짢은마음을가지게된다.
흙과모래의색깔이밝지못하고사나워보이며갑자기여기저기에서일어나는
흙먼지의모래바람은대단한거부감을준다.
그렇게하늘로치솟은흙과모래는황사가되어우리나라까지온다.
내륙지역의사막답게여름에는무섭게뜨겁고겨울에는혹독하게춥다.

이사막의동쪽에유명한‘둔황’이있으며,
옛날에는큰오아시스를중심으로‘누란-樓蘭-Loulan’이라는왕국이있었다.
누란왕국의이름이중국문헌에처음나타난것은기원전176년으로실크로드
서역남로의중요한중계거점으로이요충지를둘러싼한(漢)과흉노(匈奴)의
전쟁을거쳐한의무제(武帝)가108년괴뢰정권을수립,그이름을선선
(敾善)이라고했다.
그후서기439년북위(北魏)가북량(北凉)을토벌할때북량의잔당들이누란을
공격했으며이로서누란왕국은사막의모래바람과함께사라졌다.
역사는누란왕국의붕괴를폐멸(廢滅)이라고부른다.
아주허물어져없어졌다는뜻이다.
타클라마칸의모래바람에먹힌것이다.

현기영(玄基榮)은,
1941년생이니지금예순여덟이며우리사회에서는원로다.
이문구의뒤를이어민족문학작가회의이사장을역임할정도로잘알려져있는
민족문학의대표적인작가로평가받고있으며,
제주출신으로제주의4.3사건을주제로한장편‘지상에숟가락하나’는1999년
한국일보문학상을수상한바있다.
그후실로10년만에그현기영이소설을발표했다.
제목이‘누란’.
모래폭풍에시달리다폐멸한고대왕국의이름으로제목을삼은현기영의소설은
그래서이미그내용이비판적시선을함축하고있음을눈치챌수있다.
그는이책에서변절하는인간의‘영혼부재’와거리에모인구중의‘영혼없는
휩쓸림‘을함께비판한다.
스스로도자기책을‘불편한소설’이라고했다.
현기영은나이에떼밀리고,결코죽을수없는살아있는작가정신으로우리시대의
파수꾼이되기로결심한것이다.

현기영은거리에쏟아져나온군중을보면서작품을구상했다고한다.
그의예리한눈은‘비판이결여된군중-우중(愚衆)’을본것이다.
스스로도‘군중,배신,파시즘등의문제에대해많이고민했다’고토로했다.
‘영혼이없는휩쓸림’은,
현대사회가안고있는대표적인특징중하나다.
정보의유통이자유롭고빨라진이유가그하나이며‘자기철학이있는개인’
보다는공동체라는흐름이그부정적역동성을제공하기때문이다.
유통되는정보의대부분이걸러지지않은‘소문’의수준이며이는어느나라나
마찬가지다.
그정보를분석,비판적으로선별하고수용하는숫자보다는무비판적으로받아
들이고충동받는대중이압도적인게현실이다.
그결과가지속적이지는않아도순간적으로쓰나미같은역동성과힘을가지게된다.
토네이도가지나간자리가폐허가되듯,우리사회의이악습은계속해서사회를
폐허화하고있다.
모든극단적인것의뒷자리가그러하다.

정치철학에서그집중성을인정받고있는한신대의윤평중교수는,
근저‘급진자유주의정치철학’에서
디지털시대의‘전자공론장’에대해비판한다.
‘인터넷정보매체양식의보편화현상이일대다(一對多)에서다대다(多對多)로의
커무니케이션방식전환과동행한다는사실이지적돼야한다.
그결과출현하는전자공론장이공공성의지역성,공간적한계를혁파하고
비대칭적이고비대화적이었던과거의공공성을대칭적이고담론적인공공성으로
변화시키고있다는것이다.
그러나높은이론적기대치에도불구하고한국의전자공론장을고전적공론장의
완전한대체공간이나경쟁세력으로간주하기에는무리가있는것처럼보인다.
전자공론장이때로현실공론장의일면성을경고하면서대의민주제의빈터를
메우는역할도하지만논의의섬세함과차분함에서상대적약세를피하기쉽지
않은전자공론장이현실공론장일각의목소리를일방적으로재생산하거나
감성적파편화의길을가고있는현상이분명히발견되기도하기때문이다.‘

대표적인케이스스터디가‘광우병촛불’이다.
자상파와인터넷으로유포,전달된‘거짓’이그진위를확인할수있는다른정보
들이옆에있었는데도분석,비판되지않았다.
그렇게오랫동안,그렇게많은사람들이사실과진실을외면한채거짓과왜곡에
쉽게휩쓸렸다는것이현기영과윤평중의날카로운지적이다.
그들은군중은곧우중(愚衆)이될수있으며거기에서발산되는부정적에너지가
하나의국가공동체를‘폐멸’할수도있다는근심을얘기하고있는것이다.
현기영이말하는‘군중,배신,파시즘’이바로그것이다.
카페에앉아맥주를마시던보통사람들이아우슈비츠에서저지른일이바로
그런것이다.

현기영은소설속에서주인공허무성을통해87년민주화운동에깊숙이개입했던
386운동권출신들의일그러진초상을그려내고있다.
‘나는소비한다.고로나는존재한다’는명제로그들의물신주의를고발한다.
소비는미덕이라고배운세대의등장이만들어낸물량과잠식된자본의관계가
그것이다.
2009년2월말현재,
우리나라의이동통신가입자는4.598만명이다.
휴대폰보급률이95%인것이다.
1999년이후,
국내에서판매된휴대폰은1억2506만대이며이중수거된것이4000만대,
나머지4000만-5000만대는각가정의장롱이나서랍속에방치돼있거나
쓰레기에섞여그대로버려지고있다.
정보통신부조사에따르면우리나라휴대폰이용자들은평균1년6개월마다
한번씩휴대폰을바꾸고있으며이주기는계속짧아져휴대폰이용자중
1200만,1300만명이충분히사용할수있는휴대폰을버리고있다.
2008년의경우,
‘생산자책임회수제도‘에의한회수량은16,5%인약250만대였다.
결국4,5천만대의휴대폰은멀쩡한상태로죽어있는것이다.
사실은그게바로돈-자본이다.
쓸수있는물건을단지유행때문에버리는이런소비가바로무서운물신주의다.
공교육이죽었기때문에어디에서도‘절약’을배우지못했기때문이기도하다.
일본은차고지(車庫地)증명이없으면돈을들고도차를사지못한다.
캘리포니아주는쓰던휴대폰을가져오지않으면새것을살수없다.
이강제는전체주의국가의폭력과는그질이다른것이다.
물신을이기는지혜가그안에있기때문이다.

현기영은,
‘무작정앞으로질주만하는세태,성찰없는사회에대한절망감’을말한다.
동물에게는성찰이없다.
오직본능만있을뿐이다.
성찰(省察)이무엇인가.
자신이한일을돌이켜보고깊이생각하는것이다.
엊그제가광복절,
내가살고있는아파트단지를걸어다니면서태극기게양상태를살펴봤다.
어떤동은10%,다른동은20%,많아야30%를넘지못했다.
주인의식이없기때문이다.
몸은자유대한에살아도그의식구조-정신은여전히‘식민지백성’인것이다.
일제의36년을성찰하지않고오늘을설명할수는없는것이며내일을계획
할수도없다.
지금처럼내달리기만하면쉽게기진할것이며함정에빠질것이다.
그형태가어떠하든또다시‘식민’이될수도있는것이다.
지금의386이하세대는,
과거를‘소비해버린것’으로만생각한다고현기영은한탄한다.
역사는소비된적이없다.
어제와오늘,그리고내일로연결돼있는것이며여기에서제외되는인간도,
사회도,국가도없다.
역사가소중한게그때문이다.
우리시대의큰특징중하나가‘비겁한침묵’이다.
정치인도,학자도,종교인도,‘지탄’이두려워악을보면서도입을다물고있다.
특히종교지도자들과사회학분야의학자들이더심하다.
그런소심함으로이격동의시대를산다는것이괴로울것이다.

파수꾼이없으면모두가죽는다.
파수꾼이있어도잠들어있으면모두가죽는다.
그러나파수꾼이깨어있으면모래바람이오는것을경고할수있다.
무릇모든일은대비하면살수있고,손을놓고있으면당하게되어있다.
지금처럼깨어있는파수꾼이절실한때도드물다.
현기영은,
사막의모래바람속에서폐멸한‘누란’을얘기한다.
타클라마칸에작은흔적만남긴채,
한때는실크로드의요충지로융성했던누란의폐허를얘기하고있는것이다.
파수꾼인현기영의눈에는지금우리사회를향해불어오고있는그시커먼
모래폭풍이보이고있는것이다.
비겁한자들은눈을감고외면하지만현기영은그모래폭풍을분명하게보면서
우리들에게경고하고있다.
깨어있는파수꾼의살아있는목소리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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