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땅.
우리민족에게있어.
추석과설은최대의명절이다.
고향을찾는사람들의숫자는‘민족대이동’이라는표현으로그규모를설명한다.
그누구에게나고향은자기의뿌리이며혈육-가족이있는근거지이다.
그래서고향은자기의정체성을찾는곳이기도하다.
타향살이의서러움은고향이있기에가지는정서다.
그런데이민족적인명절에고향에가지못하는사람들이있다.
우선은갈처지가되지못해못가는사람들이다.
지금자기의형편으로는가족과친척,동네사람들앞에설수가없기때문이다.
몸이아파움직이지못하는사람들도있고,
직업때문에(연속근무자들)못가는사람들도있다.
그외에도여러가지개인적인사정으로고향에가지못하는사람들은많다.
그이유가어떠하든고향에가지못한다는것은안타까운일임에틀림없다.

그런데고향에갈수있는현실적인조건들을다갖추고있으면서도고향에못가는
사람들이있다.
고향이없기때문이다.
우리가족이바로그런사람들이다.
내본가(本家)는평안북도강계(江界)다.
‘강계미인’으로유명한곳이기도하다.
우리가가지고있는승용차로아침에떠나면저녁에도착할수있는데도그고향에
가지못한다.
그래서남북분단은,
우리가족에게는언제나가슴아픈현실이다.
1946년여름,야밤에인민군의감시를피해38선을넘은이후,부모님도나도
고향에가보지못했다.
이미부모님들은돌아가셨고,70이넘은나도고향에가볼수있다는희망한있을뿐
그게이루어질수있는지는아무도모른다.
쉽게고향을찾아갈수있는사람들은고향은있지만갈수없는사람들의아픈마음을
짐작도할수없을것이다.
특히나처럼철이들어고향을떠난사람들은아름다운고향산천을선명하게기억
한다.
그고향에갈수없다는것은비극이다.
사실은,갈수도있는데,못가기때문에더비극적이다.

2009년7월현재.
생존이산가족은8만7.586명이며,
이중90세이상고령자는4.518명으로4.7%이며,
70세이상은76%에이른다.
이들의직계가족만도800만이나된다.
이미2007년에4.303명이,2008년에는5.626명이고령으로사망했으며
2009년에는그숫자가6000여명에이를것으로추산하고있다.
1988년부터지금까지대한적십자사가접수한‘이산가족상봉신청자’는
12만7.500여명이다.
이중3분의1인4만1200여명은끝내혈육을만나지못한채이미이세상을
떠났다.
지난9월26일부터28일까지금강산의이산가족면회소에서는남측방문단97명이
북한에살고있는가족240명과상봉했으며2차로29일부터10월1일까지
북측방문단99명이남쪽의가족449명과만나게된다.
2000년8월제1차이산가족상봉이후2007년까지남과북에서각각1700여
가족씩모두1만6000여명이상봉의감격을나눴다.
이는1년에,
남쪽의12만이넘는신청자중200여명정도가북쪽가족을만났다는얘기다.
예를들어그숫자를크게늘려1년에1000명씩상봉한다해도나머지대기자
8만여명이북쪽의헤어진가족을만나는데는80년이걸린다는산술적계산이
나온다.
고향을떠난지60년이넘는사람들이80년을더기다린다는것은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한일이다.

1971년8월20일.
판문점중립국감독위원회회의실에서남과북은적십자요원각2명씩,4명이만났다.
분단이후최초의공식접촉이었다.
그이후2009년8월28일의남북적십자회담까지남과북은정부차원의접촉을
595회가졌다.
그런데도이산가족들의상봉문제가그근본에서해결되지않고있는것이다.
상봉대기자8만명중,80년이지난후까지살아있을사람은하나도없다.
일년에기백명씩만나는지금의방법으로는해결이불가능한것이다.
그래서어떤일괄타결책-정치적결단이있어야한다.
인간에게있어자기의가족-혈육보다더가까운관계는없다.
누구에게는고향은천금보다귀한곳이다.
지척에고향을두고해마다명절이되면임진각망향대에서북쪽을바라보며
피눈물을흘리는사람들의심정이어떤것인지를조금이라도이해한다면이렇게
손을놓고있지는못할것이다.
4년전,82세의한실향민은임진각에서‘이산가족상봉신청접수증’을가슴에안고
스스로목숨을끊은일도있었다.
살아있는국군포로들도아직찾아오지못하고있는‘무능,졸열’함과다를게
하나도없다.

이웃인중국과대만의관계를살펴보자.
大三通(대삼통-通航,通郵,通商)에합의한그들은
해운과항공로를열어양쪽주민들이자유롭게오가게했으며,
우편물이교환되고,직거래로통상하고있다.
대만타이페이의주민이전화로베이징의꽃가게에주문,베이징에있는친지에게
배달을시킬수있는수준이다.
지금도매일중국인5000여명이상이대만을방문하고있다.
2008년기준,
438만여명의대만인이중국을방문했으며,중국인28만여명이대만을방문했다.
과거동독과서독의관계도충분히주목할필요가있다.
서독은정치범의석방대가와고속도로통행료등의명목으로60조원정도를동독에
지불했으며,
그대가로동서독주민의통행,우편물의교환,동독에서의서독TV시청을얻어냈다.
친북좌파10년동안8조원이상을건네주고우리가받은것은‘핵공갈’과개성공단
협박뿐이다.
얘기의차원이다른것이다.

지금까지의이산가족상봉을지켜보면서가지는소회(所懷)는,
중국이나독일인들에비해우리민족성이더악랄하다는것이다.
악랄(惡辣)은그하는짓이몹시표독하다는뜻이며
표독(慓毒)은그성질이사납고독살스럽다는의미다.
인도적인문제를정치수단화하는게북한의정책이다.
우리가아니라그들이표독스러운것이다.
자기들의체제를지키기위해서는수단과방법을가리지않는게그들이다.
대부분이70이넘은노인들이눈을감기전에혈육을만나보고싶어하는그
간절한‘인간적바램’을무자비하게수단화하는게그들이다.
지금의중국과대만의관계를보면서더깊은분노를가지지않을수가없다.
지금까지우리의대북정책은그들의사악한속성을제대로모르고진행한게
많다.
대표적인것이김대중의‘햇볕정책’이다.
이산가족들의상봉문제를그근본에서해결하려면먼저상대에대해공부부터다시
해야한다.
무엇보다그들을아는게급선무다.
그래야해법이나올수있다.

북한은왜이산가족상봉문제를제한적으로만열고있을까.
무엇때문에이시급한문제를대규모로진행하지못하고있는것일까.
그첫째이유는체제때문이다.
대규모의남북가족접촉은체제를위협할수있는‘정치적요소’로파악하고있기
때문이다.
더정확하게말하면민간인끼리의가족만남인‘이산가족상봉’에쉽게흔들릴수
있는취약한체제라는의미다.
북한체제의뿌리는국민의합의와지지에있는게아니라비밀경찰-폭력-강제수용소
라는공포정치에있기때문이다.
따라서‘자유민주주의’에서자기의사와의지에따라자유롭게살고있는남쪽가족들
과의접촉은병영국가에길들여져있는북한주민을자극할수있다고판단하는
것이다.
그들로서는어떤경우에도지속적이고대규모적인접촉은정치적으로기피해야할
위험요소다.
체제수호,더정확히는김정일1인독재를위해서는그게무엇이든희생할수있는게
지금의북한체제다.
무서운일이아닐수없다.

인민군1비행사단의책임비행사였던이웅평상위(대위)는,
1983년2월25일소련제미그19기로평남개천비행장을이륙한후서해의북방
한계선을넘었으며우리공군F-4의유도로수원비행장에착륙,귀순했다.
귀순후이웅평은한국공군에입대했으며대령으로공군대학교교관으로근무하던중
2002년5월4일별세했다.
한국으로귀순한후,그가쓴글에이런대목이있다.
‘하루는서해바닷가에나가서휴식하고있던중파도에떠밀려온비닐봉지를
발견했다.그건남쪽의라면봉지였는데뒤쪽을읽어보니라면을더맛있게먹기
위해서는계란을풀어넣는게좋다는글귀가있었다.
그건,남쪽사람들은누구나쉽게달걀을먹을수있다는얘기가아닌가.
그때,나는남쪽으로가기로결심했다.‘
얼마전,
남북이산가족상봉장에서,남쪽가족이준비해간음식중‘구운김’을집어들고
이게뭐냐고묻는북쪽가족이있었다.
달걀과김은그들에게는새로운‘현실’인것이다.

百聞不如一見이라는글귀가있다.
한번,직접눈으로보는것이귀로백번듣는것보다낫다는뜻이다.
특별히차려입고가지않아도북쪽사람들에게남쪽식구들은‘잘먹고잘사는’사람
으로보일수밖에없다.
잘먹고죽은귀신은혈색도좋다고하지않는가.
오히려평소보다더잘차려입고나온그들이촌스럽고부자연스러워보일뿐이다.
접촉은,그게아무리짧은시간이라도직접적이기때문에큰영향을줄수가있다.
남쪽에서간가족들은할수만있다면겉옷뿐아리라속옷까지도다벗어주고싶은
것이다.
아무리감시가심해도북쪽에서귀하다는달러를혈육의손에쥐어주는것은당연
하다.
다시는더볼수없는가족과의짧은만남과가슴아픈헤어짐은남쪽사람이나북쪽
사람이나마찬가지다.
눈으로보고,손으로만져보고,얘기해보고,좋은음식을함께먹어본북쪽의식구
들은변할수밖에없다.
겉으로는드러내지않지만그들은아는것이다.
북한의허약한체제는그게두려운것이다.

헤어진가족을다시만나고싶은마음은지극히인가적인것이고그래서그것은
‘인도주의’의문제다.
그러나북한이볼때그것은자기들이활용할수있는남쪽의‘약점’이된다.
그들은이약점을정치적수단으로이용하려고하는것이며악명높은‘살라미전술’
이바로그것이다.
조건을달고,무엇인가요구하고,남한사회의분열을획책하는수단으로쓰려고한다.
지금까지그렇게해왔고,앞으로도그럴것이다.
그미끼를절대한꺼번에내놓지않을것이다.
그래서이제는우리가전술을바꿔야한다.
가장큰전제는,
북한사회는있는것이소진되는만큼새것이생산될수없는붕괴된구조다.
시간이흐를수록더피폐해질수밖에달리방법이없다.
지금도수많은민간단체나종교기관들이북한에대해여러가지도움을주고있다.
직,간접으로정부-통일부의승인이있었기때문이다.
이제는그게무엇이든통일부가이를통제,하나로묶은다음‘무기’로써야한다.
이산가족상봉과이무기를연계하면충분히승산이있다.
급한건그쪽이니까.
이것이인도주의문제이기때문에우리가국제사회로부터비난받을이유도전혀없다.

이제는그들도이명박정권이친북좌파정권과다르다는것을알고있다.
북한문제게관한한지금정권이‘맹물’이아니라는것을이미알아차리고있다.
때문에이산가족상봉문제에대해서도차원을달리할것임을예견하고있을것이다.
내일모레면세상을떠날노인들이,
눈을감기전에혈육의손을단한번이라도잡아보고싶어하는피눈물나는그
바램을저버려서는안된다.
이산가족상봉문제에관한한,
정부가아무리강경한태도로나가도그것을반대할국민은하나도없다.
있다면그건우리의적이다.
고향을지척에두고가보지못하는800만실향민은다른나라사람이아닌
대한민국국민들이다.
북한은체제의이름이지만,
북녘땅은고향산천의이름이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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