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중심.
에게(Aege)해(海)는,
지중해의북동부,그리스동부와터키서부사이에있는해역으로서
남북이약650킬로,동서가약300킬로이며가장깊은곳이3294미터에이른다.
이해역에는크고작은섬이많아일명다도해라고도불린다.
일찍부터에게문명이발당했으며터키령의연안(소아시아)에는식민지가많고
섬과연안에는유적지도많기때문에관광지로서도잘알려져있다.
나는각기다른크기의배를타고에게해를여러번항해한일이있다.
에게해의가장인상적인특징은그특유의바닷물색깔이다.
정말불루불랙잉크색그대로다.
에게해는그렇게검푸른바다다.

한번은,
터키선적의50톤급여객선으로‘쿠사다시’를떠나에게해를항해하게됐는데
날씨는청명했지만한바다에나가니너울파도가일고있었다.
거개의사람들은높은파도에멀미가나는줄알지만제일무서운건너울파도다.
파도의폭이넓기때문에잘보이지않지만너울파도에견디는장사는없다.
결국50여명의승객은물론,나중에는선원들과선장까지도멀리하는지경에
이르렀다.
멀쩡한건나하나뿐이었다.
배가목적지에도착할때까지나는멀미를하지않았다.
터키인선장이내게물었다.
‘당신은어느나라사람인가.’
나는대답을짧게했다.
‘나는터키가사랑하는한국인이고,우리나라는반도로서삼면이바다다.’
터키인선장은머리를설레설레흔들었다.
그리고엄지를세워보이면서나를‘스트롱맨’이라고했다.

나는거의평생바다낚시를했다.
꼭두번,죽을고비가있었는데,
한번은남해에서배낚시를하던중작은배의낡아빠진육상엔진(법으로는
배에장착하지못하게돼있다.)이고장나서서버린것이다.
우리일행4명과선장까지5명이탄이작은배는조류에밀려떠내려가기시작
했고급기야날이어두워져동서남북을알수없는상황이됐다.
내가선장에게물어봤다.
‘이대로흘러가면어디로가는것인가.’
‘대마도쪽으로갑니다.’
‘만약대마도해역에닿지못하면그대로태평양으로가는게아닌가.’
선장은묵묵부답이었다.
미상불일은커졌고,달리손쓸방법도없었다.
바다귀신이되는차례만남은것이다.
그때,
멀리서불빛이보였고,그게점점우리쪽으로다가왔다.
작은어촌,저녁이면돌아오지않은배를곧알수있고,그래서그들이수색에
나선것이다.
그런일이자주있었다는얘기다.
수색나온배에예인되어어촌으로돌아가는중달빛에번쩍이는물체가계속
배옆을따라왔다.
갈치였다.
어촌에도착할때까지나는채낚기로굵은갈치수십마리를잡았다.
낚시꾼이그렇다.

또한번은서해의덕적도앞바다에서,
작은목선의낡아빠진엔진이서버렸고배는파도에밀려무인도의바위로된
절벽쪽으로가고있었다.
부딪치면낡은목선은산산조각이나는것이고그다음일은얘기할것도없다.
겨울바다의칠흙같은밤에배는절벽으로다가가고선장은죽을힘을다해
엔진을살려보려고했지만되지않았다.
우리일행5명은손에들수있는막대는전부동원해배와절벽사이의간격을유지
하기위해사력을다해절벽을밀어내고있었다.
그때개업의(開業醫)이신최원장께서선장에게말했다.
‘혹시엔진에에어가차있을수있으니먼저에어를빼고다시시동을걸어보라.’
정말그대로였다.
엔진이살아났고,우리도살아난것이다.
그렇게끔찍한일을당하고도그낡아빠진목선(어선)을그후10년동안탔으니
알다모를일이그것이다.
단,선장이바다밑여(바위)를잘아는게제일큰이유였을것이다.
그만큼고기를많이잡을수있는것이다.
또하나알다모를일은어려서부터배를타고바다를누빈선장이뭍에올라와
자동차만타면멀미를한다는사실이다.
그것도아주심하게.

오랜시간여러곳에서여러가지배를타다보니배의속성을알게됐고,
바다와배,배와사람의관계에대해나름대로의이해를가질수있었다.
그리고배를사랑하게된것도사실이다.
배는,
그것이수십만톤의거대한철선이라해도모든나라에서여성(女性)으로분류
된다.
그거친바다를헤쳐가는용감무쌍한배가여성으로분류되는것은,
우선,그몸체가유연한곡선을가지고있기때문이다.
사실모든배들은곡선에따라성능이크게차이가난다고한다.
다음은,
여자가아름답게보이기위해화장을하듯,배도페인팅이라는화장을한다.
여자도,배도나이가들면더짙은화장을하게된다.
그리고배는,
좀처럼하반신을들어내지않는다.
배가하반신을들어내는것은사고나수리할때뿐이다.
배와여자는똑같이유지비가많이든다.
지속적인관심을가지고쓸어주고,닦아주고,기름치고,조이고,덧칠을해야하는
존재다.
지금은작은변화들이있긴하지만,
배는전통적으로남자만타는게사실이다.
그러니배는여자인것이다.
이런얘기들은정설도아니고과학적인근거가있는것도아니지만오래동안배를
타다보면알게되는속설임도사실이다.
나중에,
선장은배가움직이는동안급한볼일이있으면내게키를맡기곤했다.
배를오래타다보니반은뱃사람이됐다는얘기다.

배가가지는기능중가장중요한것은무엇일까.
브릿지에서통신실을거쳐갑판까지,그리고바닥의기관실까지중요하지않은
기능은없다.
그러나그것들보다더중요한,가장기초적인기능은‘복원력-復元力“이다.
다른어떤힘에의해기울어졌던배가그대로침몰하지않고일어서는것은
전적으로이복원력때문이다.
복원력을잃으면다른기능들은아무쓸모도없다.
그렇게배의복원력은중요하다.
생사가걸린기능이바로그것이다.

그렇다면배의복원력은어디에서오는가.
그건,무게중심에서나온다.
무게중심이부력을받아야기울어졌던배가제자리로돌아가는것이다.
그동안있었던연안여객선들의각종사고는과적도문제였지만그보다는온갖
하중이갑판에만쌓이고배바닥에무게중심이없었기때문에복원력이없어
뒤집힌것이다.
대양을항해하는소형요트의경우.
요트중심의keel을뚫어center-board를길게물속으로늘어뜨리기때문에
비록작은요트지만그확실한무게중심때문에뒤집히지않는것이다.
때문에무게중심은배에있어서는가장우선되는조건인셈이다.
바닥에깔리는무게중심없이는복원력이생기지않기때문이다.
겉으로봐서아무리화려하고큰배라해도그무게중심이바닥이아니라갑판에
몰려있을때작은파도에도뒤집히는게그런이치다.

조금은다른얘기이긴하지만,
모든지상의구축물은그보이는부분을떠받치고있는,보이지않는부분의
기초때문에서있는것이다.
기초가부실하면그위에지은구조물은금이가고,기울고,종당에는무너진다.
배의무게중심도,구조물의기초도,
보이지않는곳에있어야한다는공통점이있다.
하나의국가,사회공동체를배로비유하는경우가많다.
사실적절한것이기도하다.
‘한국호’가그것이다.
지금한국호는누가봐도호화스러운선박이다.
잘차려입고,좋은것먹고,좋은집에서살고있다.
청바지하나에500만원짜리가있는나라이기도하다.
모두가자기를드러내기위해수단과방법을가리지않고있으며,그래서하나같이
갑판에만모여있다.
심지어민주한국호의엔진이라고할수있는국회까지도배밑을떠나갑판에
올라와온갖추태를연출하고있다.
아무도,보이지않는배의바닥에는내려가지않으려한다.
사실그건인지상정이기도하다.
누가어둡고냄새나는배바닥에있으려고하겠는가.
배가뒤집혀모두가죽는다해도거기에내려갈자원자는없다.

그렇다면누가이기피하는일을자원해서할것인가.
그게종교다.
종교에게주어진사명이바로‘무게중심’이다.
그종교가지금역세속화되어갑판으로올라갔으며세상을따라물량화되고있다.
그것이변질이며타락이다.
배가그생명선인복원력을얻기위해서는‘무게중심’이있어야한다.
모두가기피하는그무게중심을자청해서감당하는게종교요,기독교다.
교회는그래서바닥에있어야한다.
그게정위치다.
하나의국가,사회공동체를떠받치고있는기초가돼야하는것이다.
일찍이바울사도는그중요성을깨달은사람이다.
그가고린도교인들에게써보낸편지에는이런내용이있다.
‘우리는보이는것에눈길을돌리지않고,보이지않는것에눈길을돌립니다.
보이는것은잠시뿐이지만보이지않는것은영원하기때문입니다.‘
(고후4:18공동.)
기독교는잠시보이다없어지는것이아니라보이지않지만분명히존재하는
영원한것을추구하는게그본령이다.

이미이렇게중요한말씀이주어졌는데도왜지금의교회는갑판에자리잡고
온갖보이는것들을탐욕적으로추구하고있는가.
타락했기때문이다.
변질됐기때문이다.
기복-祈福이그것이다.
보이는것을추구하는한,교회는바닥으로내려갈수가없다.
따라서예수그리스도의가르침과는무관한인간집단이될뿐이다.
거기에구원은없다.
가장낮은자리,
더내려갈수없는바닥.
그러나복원력을일으키는그자리가바로‘십자가의길’이다.
수많은생명을구하는원리가그것이다.
오뚜기는쓰러지지도않고,쓰러뜨릴수도없다.
그무게중심이항상,분명하게바닥에있기때문이다.
지금한국호의바닥은비어있다.
작은파도에도뒤집힐수있는취약점을안고있는것이다.
그바닥의무게중심은끝까지보이지않는것을추구하는교회의몫이다.
그게진정한예수그리스도의기독교다.
그래서,영광의부활이있기전에고통의십자가가있었음을잊으면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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