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도 시장이다.
추수하지않은논을갈아엎는퍼포먼스에이어,
지난11월17일에는전국농민회총연맹,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등
13개농민단체회원1만5000명(경찰추산)이여의도광장에서
‘쌀대란해결,협종조합개혁쟁취전국농민대회’를열었다.
이들은,
‘농민들은생산비도건지지못하는데정부는사실상손을놓은채쌀값을시장에
맡기겠다는무책임한태도만보이고있다’면서,
쌀소득보전직불제가제구실을하려면지금의목표가격인17만원을21만원으로
상향조종해야된다고주장했다.
지금시행하고있는‘변동직불제’는,
쌀값이80kg당목표가격인17만원에못미칠경우쌀농가소득보전을위해
목표가격과산지쌀값의차액85%를정부가현금으로지급하는제도다.
쌀직불금이가장많이지급됐던해가2005년으로1조5000억원이소요됐다.
그러나금년의쌀농사대풍으로내년에소요될직불금은그기록을넘어설
것으로전망되고있다.
변동직불제에서문제가되는것은
농촌에논을가지고는있으나도시에거주하는부재지주로서,
이들은직접쌀농사를짓지않으면서도직불금을신청하고있어직접농사를짓는
임대농가에는전혀혜택이돌아가지않는점이다.
거기에더해불법으로직불금을수령한사람들도많다.

1991년경기도김포의통진면과고양군일산읍신석기토층에서Japonica볍씨가
발견되었으며과학적분석결과BC2000년대의것으로밝혀졌다.
그러나쌀이주식이된것은최근의일이며그이전에는피,기장,조,보리,
밀등의잡곡이한국인의주식이었다.
약1천여년전부터벼의생산량이증가했으며분식에서쌀밥중심의식생활문화가
생겼다.
쌀은5-6세기경까지만해도귀족식품이었다.
통일신라의경우북쪽은조,남쪽은보리가주식이었으며귀족층만쌀을먹었다.
우리나라가쌀자급을이룬것은1975년으로통일벼생산량이3000천만석을
기록하면서목표가달성되었던것이다.
한편우리나라의1인당쌀소비량은,
1970년136kg에서2008년76kg으로줄었으며,
대신같은기간1인당밀가루소비량은26kg에서34kg으로늘어나연간200만톤
의밀가루가소비되고있다.
쌀의수요가거의절반으로줄어든것이다.
한편우리나라의잡곡자급비율은쌀을제외하면27%미달이며특히옥수수와
콩의자급율은겨우1%와10%수준이다.

지금현재세계적으로쌀시장을개방하지않고있는나라는필리핀과우리뿐이다.
우르과이라운드이후쌀시장을개방하지않는대신쌀을수입해야하는‘의무량’
때문에쌀의수요와공급에서의폭이압박을받고있는게사실이다.
쌀값이계속떨어지는것은결국수요와공급의문제때문이다.
수요는반감했는데공급은해마다늘어나고있다.
금년의경우지난해의484만톤을웃도는대풍으로50만톤,350만석이나더많아
산지쌀값이크게하락,풍년빈곤이재현되고있다.
쌀이한국의대표적인식량이라해도수요와공급이라는시장경제원칙에서
예외인것은아니다.
지금의쌀값문제는쌀의‘경제학’을무시한정치적땜질이부른재앙이다.

김영삼정부시절,
농어촌구조개선대책(1992-89)과농촌발전계획(1999-2003)에
68조8000억원의세금을쏟아부었다.
2010년도국가예산규모가292억원임을감안할때이게얼마나큰돈인지짐작
할수있을것이다.
이렇게큰돈을쓰고서도농촌의형편이전혀개선되지않은것은‘정책’의
이름으로돈-현찰이뿌려졌기때문이다.
그건‘표’때문이었다.
결국돈은사라지고농촌문제는그대로남았다.
그래서정치가농촌을망쳤다는얘기는진실이다.
다른한가지는우리의쌀값이가지는경쟁력문제다.
외국쌀에비해같은품질에서5배까지비싸다.
소비자들이값이싼수입쌀을사먹는것만큼국내산은다시재고가된다.
쌀을경제적인측면이아니라정치적인측면에서,그리고국민정서라는애매모호한
보호막으로시장에서격리시킨것이문제를커지게한원인이다.
안에서곪기시작,이제는수술해야하는단계에까지오고야말았다.
그대로두면고름이온몸으로퍼져죽게된것이지금의쌀농사다.

예를들어‘변동직불제’의경우,
시세차액의85%까지정부가보전해주는것은‘형평의원칙’에서크게어긋나는
일이다.
그돈이국민의혈세,세금이기때문이다.
그렇다면고기를많이잡지못한어선에대해서도,악천후로농사를망친과수원도,
연료비가올라단가압박을받고있는화훼농사에도,장사가안돼파리를날리고
있는식당에도똑같이목표수입의차액85%를줘야하는것이아닌가.
어떤경우에도세금을그렇게쓸수는없다.
이제농촌도‘온실의과보호’를졸업할때가됐다.
글자그대로‘시장’에맡기는것이다.
같은작물이라도쌀이외의것은전부시장에노출돼경쟁하고있는데유독쌀만
과보호할필요가없다.
스스로경쟁력을가지지못하면끝까지국민의혈세로땜질하게된다.
뼈아픈진통을겪더라도한번은넘어야할고비가그것이다.
언제까지변동직불제를고수할수는없지않는가.
시세가폭락,배추밭을갈아엎었다해도그손해를보존해주지않는게그런예다.
그래도해마다배추농사는짓고있다.

이제는쌀생산을위주로했던농업정책도바뀌어야한다.
쌀농사가과잉상태라면수입의존도가높은콩이나옥수수등잡곡을재배해야한다.
정지가잘된논이나수리안전답은계속쌀을재배하되경작여건이나쁜곳에는
대체작물을심는것이다.
5만ha만조정해도약25만톤의물량을줄일수있다고한다.
수입개방에대한시한이다가오고,국내의쌀소비량도계속감소하고있는것을
안다면이미농민들스스로가어떤결단을내려야했으며농협의기능과역할이
여기에서살아있었어야했다.
그러나농협은이미죽으지오래다.
도대체언제까지남아도는쌀값을정부가해결해줄것으로믿고있을것인가.
농촌은너무나안이했다.
이미모든농촌의쌀농사는‘기계화’되어있다.
아무리큰논이라해도세사람이면모든일을다해낸다.
파종에서비료주기,추수까지전부기계가하고있다.
이미‘기계영농’이현실이라면이제는시장성이있는재배품종으로바꾸는일만
남은셈이다.

우리나라농민들이재배하는벼품종은280여종에이른다.
그중2006년부터선을보이고있는산호,금탑,노른자찰의3가지품종은갈색
빛깔에‘가바-gaba’라는물질을풍부하게포함하고있다.
이품종은뇌세포의대사기능을촉진하고혈압저하와당뇨에효과가있는것으로
알려져있다.
지난해4개국내대학에서함께가바쌀의성분을분석한결과,
일반현미보다8배,흑미보다4배가많은가바성분이검출됐다.
1kg의가격은일반무농약쌀보다17-24%가높은3000원수준이다.
품종개량과쌀고급화의시범케이스가될수있다.
앞으로정부가정책적으로지원해야할쌀농사는바로이런것이다.
전북군산시회현면금관리에는,
‘가나안영농조합’이있다.
61개농가가참여,24만평에서‘오색미’를생산하고있다.
농약을전혀사용하지않는홍미,황미,녹미,흑미,백미는1kg의가격이
1만원으로일반쌀의5배가격이다.
금년에약200톤을생산,10억원의수입을기대하고있으며이미단골고객
4000여명과직거래를하고있다.
같은쌀이라해도개량품종을재배,높은단가를받음으로‘시장’을통해거듭나는
농촌케이스인것이다.
어려움도많이겪겠지만길게보면그게사는길이다.
국민의세금으로땜질하는정치적처방은결코오래갈수가없다.
또그래서도안된다.
이제농촌도눈을크게뜨고그생각을바꿔야한다.
시장이없는상품을아무리만들어봐야팔리지않고,단가가내려가면
그걸로끝인것이다.
어찌쌀이라고예외일수가있겠는가.

쌀문제에접근하는정부의‘정책’도바뀌어야한다.
농촌을‘표’로보는한문제의근본은해결되지않는다.
이제는‘정책적’으로접근해야하며혹독한시련을겪는다해도그걸뚫고나가야
한국의농촌도‘자생력’을가질수있다.
쌀문제는반드시그렇게해결해야한다.
이웃일본은,
쌀생산량이일정비율을초과하면그물량을가공용과사료용으로사용하는것을
명문화한‘집하원활화정책’을제도화했다.
작황이좋아초과생산량이많아도그물량은시장에서격리되기때문에농민들은
걱정할필요가없다.
수요와공급의적절한균형을제도로서유지하고있는것이다.
우리도초과물량에대해서는가공용,사료,주정용등으로쓸수있도록제도화
함으로서농가의수입과쌀시장안정을동시에도모할수있다.
초과물량에대한확실한격리와일정부분의대채작물재배를병행한다면문제를
근본적으로해결할수있을것이다.
여기에농민들의상품특화노력이합해진다면금상첨화가아니겠는가.

뉴질랜드는선진국중유일하게농업보조금이없는나라다.
1984년농업보조금은농업예산의70%에달했으며국가예산에서농업예산은
3.75%에이르렀다.
이대로가면국가재정이거덜날것은명약관화했다.
1984년에집권한노동당정부는하루아침에모든농업보조금을폐지했다.
엄청난정치적도박이었다.
여러곳에서보조금중단을반대하는격렬한시위가일어났으며심지어는칼로
양의목을따는일까지있었다.
그러나롱이총리와로저더글러스재무장관이이끄는개혁정부는꿈쩍도하지않고
개혁을밀고나갔다.
80년대중반이후,농업예산은73%가감소했고,전체예산에서차지하는비중도
0.5%수준이되었다.
그러나GDP에서농업이차지하는비중은14%에서17%로올라갔으며
축산농가의평균소득도개혁전4만달러에서7만1500달러로늘어났다.
보조금이끊어진농민들은하나같이스스로개혁하고노력해서자기의살길을
찾은것이다.
대표적인것이낙농업의세계적인경쟁력이다.
그리고천덕꾸러기농축산업이효자산업이되었다.

우리의쌀농사가사는길은,
쌀도시장에서그값이결정되는길이다.
절대로다른방법은없다.
있다면편법이고잠시의속임수일뿐국민의혈세만낭비될뿐이다.
쌀값을정부가책임지라고외치는후안무치한농민들도반성해야한다.
앞으로계속해서쌀수요는줄어들것이고곧다가올수입유예기간이끝나면
같은품질의값싼외국쌀이들어올것이다.
지금부터,서둘러준비하지않으면경쟁력상실로쌀농사는초토화된다.
가장중요한것은농민스스로의반성과자구책이다.
죽어있는농협을일으켜세워금융부분을단호히도려내고농사에만전념하는
전문기관이되게해야한다.
시장은냉엄하다.
수요와공급이만나는그장(場)에서견디지못하면사멸할수밖에없다.
이제는‘쌀’도그시장에서살아남을것을요구하는시대임을모두가알고인정
해야한다.
그게한국의쌀농사가사는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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