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를 움직이는 힘.
최근들어갑자기국격(國格)이라는낯선단어가
언론은물론,식자(識者)들사이에서회자되고있다.
인격(人格)이사람됨,즉인품이라면국격은나라의품격일터이다.
국격이라는말이회자되기시작했다는것은우리나라가지금과는다른‘다음단계’로
옮겨가고있다는분명한증좌다.
‘금강산도식후경’이라는말이있다.
금강산이아무리아름다워도배가고픈사람에게는아무의미도없다.
우선배가불러야아름다움-美도감상되는것이라는얘기다.
그동안우리는오직먹고사는문제에매달려온게사실이다.
그래서또성공하기도했다.
이제그문제,즉양적(量的)인것이어느정도해결되었으니질(質)을찾게된것이다.
사실당연한수순이기도하다.
단지두세대사이에이런자리에까지이른것은우리가우수한사람들이기때문
이다.

지난11월25일.
UNDP(유엔개발계획)의헬렌클라크총재가서울사무소의발전적해체와
‘한국UNDP서울정책센터’의설립및운영을위해서울에왔다.
10년동안뉴질랜드의총리를지낸바있는클라크총재는,
‘한국은6.25전쟁을겪으며극도의가난을경험한나라다.
그런데불과1.5세대만에OCED에가입한것은물론DAC(개발원조위원회)에
정회원이되는것은대단한스토리다.
한국의발전교훈과스토리를전세계에전하려고한다.‘고소감을피력했다.
세계경제협력개발기구,즉OECD는선진30개국이회원으로서‘부자클럽’이라고
불리기도하다.
그안의DAC는다른나라에대한원조를위해만들어진조직이다.
우리가OECD와DAC에정회원이된것은그외형에서는완전히선진국과
동등한대우를받고있다는뜻이다.
세계2차대전이후원조를받던나라중다른나라를원조하는국가로발전한나라는
우리밖에없다.

나라의위상이달라졌다면거기에걸맞는내용을가다듬어야하는것은원칙적인
문제다.
그리고이숙제는어느한계층만의것이아니라우리들전체에게주어진과제
이기도하다.
외형이없이먼저내용을갖추는일은어렵지만이미외형이되어있다면그안에
걸맞는내용을채우는일은상대적으로그만큼쉬울수도있다.
문제는,
외형은물리적인것이지만,내용은‘의식구조’나‘사고방식’과같은정신문화적
측면이기때문에더큰노력이필요하다는점이다.
선진국이된다는것은단지GNP만의문제는아니다.
그사회공동체를움직이는힘이‘폭력’이아니라‘법에의한질서’가돼야하기
때문이다.
이는다른표현으로는기강(紀綱)이라고부른다.
사물의차례나순서가법에의해지켜지는것이며,
이때법은사회생활의질서(차례)를유지하기위해통치자나국가가정하여국민
에게강제하는규범을말한다.

넓이와개체수에대한동물실험이있었다.
같은면적에한두마리의쥐를넣었을때와수십,수백마리를넣었을때의변화를
살펴보는실험으로서,
개체수가적을때는유순하던쥐들도그숫자가늘어날수록먹이를두고싸우고,
더광포해지고,공격적이되는것이다.
나중에는죽는쥐까지나타날정도로약육강식의정글이되고만다.
우리나라는약100000M2의좁은땅에4800만명이살고있다.
정말조밀한인구밀도라고할수있다.
OECD회원국중.
우리나라수도권지역은1km2당1만6700명으로그인구밀도에서1위다.
룩셈부르그가1600명으로30위.거의10배의차이가나고있다.
조밀한인구밀도는‘여유’를가질수없는각박한환경이되어무서운경쟁을
불러오며만인이만인을밟고넘어가달려가는이기주의가팽배하게된다.
동서고금을막론하고‘이기주의-개인주의’가만연한공동체는절대적으로무질서
했다.
그리고그무질서가큰덫이되어모두를함몰시킨사례는역사에얼마든지있다.

지금우리사회공동체에는,
무서운사람도,무서운것도없다.
그래서‘막가는사회’가돼가고있다.
애들의나쁜짓을나무라던노인이얻어맞는무법천지가된것이다.
법질서의회복과법의엄정한집행이전,이건도덕과윤리적인문제다.
하나의인간공동체가그안에도덕과윤리라는안전장치를가지지못하면아무리
물질적으로풍요로와도사람이사람답게살수가없게된다.
인간됨의기초를교육하는도덕,윤리과목이입시도구과목들에밀려가르쳐지지
않은것이이렇게무서운결과로나타나고있는것이다.
질서로서의기강이무너진대표적인현장이공권력이공격받는‘시위문화’와
불법폭력으로일관한강성노조들의파업이다.
이두가지의대표적인악습이없어지지않는한우리는그내용에서선진국이
될수없다.
선진국처럼보이는것과선진국은전혀다른것이다.
유럽에는GNP에서우리만못한나라들이많다.그런데도그들이선진국으로분류
되는것은선진국의내용적조건들을갖추고있기때문이다.

법질서파괴의1번지는,
법을만드는입법부,곧국회다.
‘세계에서가장폭력적인국회’로국제사회가낙인찍을정도다.
회의장점거,단상점거,거리투쟁,해머와전기톱,위법,반칙,폭력이난무하는
입법부,국회는법정시한이한참지난지금도새해국가예산안을심의조차못하고있다.
여,야가정책으로경쟁하는것이아니라서로가상대를죽이기위해싸우고있다.
그들의눈엔유권자인국민이보이지않는다.
그러면서도선거때만되면거짓의탈을쓰고다시한표를호소한다.
병들고썪은국회를치유하는단한가지처방은다음총선에서완전히새사람으로
바꾸는길밖에없다.
때문에잘못하면다시뽑지않는다는유권자의식이있어야한다.
국회는법을만들고그법을먼저지키는솔선수범을보여야하는곳이다.
나라의‘법질서’는바로거기에서시작되는것이다.
지난정기국회는최근5년동안최악의실적을기록했다.
지금국회에접수된안건이6981건이며이중처리를기다리며쌓여있는안건이
4732건이다.
‘국회무용론’은결코빈말이아니다.

이제고위공직자의임명동의안을위한‘국회청문회’를살펴보자.
국무총리등국가중책을맡아나라를운영해야할고위공직후보자들은하나같이
위장전입,다운계약서작성,소득신고누락,세금탈루,논문중복게재,병역기피의혹등
갖가지의의혹과반칙을밥먹듯한사람들이다.
걸러져서뽑힌사람들이이정도니일반국민은더말할것도없겠다.
솔직히말하면‘법’을지킨사람보다도‘법과규칙’을어긴사람들이더많을것이다.
‘나라의기강’이라는말자체가존재할수없는막가고있는나라가아니고무엇인가.
더중요한것은,
그런위법과반칙에대해우리모두가가지고있는‘이상한관용’이다.
그건,자신도그런일을저지르고있기때문에가지게되는공범의식일것이다.
이런기초적이고기본적인법과규칙이모두에의해지켜지지않는다면‘기강’은
물건너간것이된다.
잘못을현실적으로견제할수있는것은‘법’자체가아니라그법을지키려는시민의
힘이다.
‘준법정신’은절대로허황된구호가아니다.

삼성경제연구소의조사에의하면,
우리나라사람들이‘다른사람을믿는다’고답한비율은28%다.
스웨덴,덴마크같은유럽의강소국(强小國)들은이게70%수준이다.
‘처음만난사람,즉알지못하는사람을믿는다’에서한국인은13%다.
반면가족을믿는다에서는99%다.
피붙이외엔믿지못하는폐쇄적이며혈연주의,연고주의의전형인셈이다.
하나의사회공동체가가지는준법정신,서로에대한신뢰,사회적연대같은
무형의사회질서-기강은경제학에서‘사회적자본’으로정의된다.
하워드데이비스(HawardDavies)런던정경대(LSE)학장은,
‘경제적낙후의상당부분은상호신뢰의부족으로설명될수있다.
실제로많은경제적연구를통해사회공동체내의상호신뢰수준과경제적
성취-발전사이에는강한상관관계가있음이드러났다.‘고피력한다.
선진국의상대적신뢰도가높은것은그사이에그것들을현실적으로연결하는
‘법질서’가존재하기때문이다.
약속이지켜지지않는피해에대해당사자를압박하는강도가높기때문이다.

법과규칙을지키지않아‘사회기강’을흐리게하는대표적인행태의하나가
경범죄다.
밤늦게소음으로이웃의일상을방해하고,술마시고소란피우고,아무데나침
뱉고쓰레기버리고,아무데서나소변보는등기본질서를지키지않아발생,
입건된경범죄가인구10만명당622건으로이웃일본의14건에비해44.4배에
달하고있다.(2008년통계)
이격차가보여주는수치는사실심각한수준이다.
예를들어,
술취한사람이파출소에들어와소란을피워도경찰은이들을법적으로제지할수가
없다.
형사소송법은음주소란자라해도주소지가분명하면체포할수없도록돼있다.
따라서취객들이경찰관에게주먹을휘두르거나파출소기물을파괴할때까지기다
렸다가체포하게되며이때는이미경범죄가아닌중범죄가되어전과자가된다.
초기단계에서제지,구류나벌금으로끝나면전과는없다.
법의미비로단속도안되고선의의전과자가양산된다면빨리법을고쳐야된다.
누가할일인가.
그게국회의책임이다.
지금눈이벌겋게싸우고있는그들에게이런문제가보일리없다.
말하자면구조적인문제인것이다.

이미우리의경제는세계10위권에들어있고,
올림픽과월드컵도치렀다.
내년이면G20정상회의도개최하게되었다.
국제적인원조를받던최빈국에서이제다른나라를원조하는국력을이룩했다.
정말국격이회자될만한싯점에와있는것이다.
나라의국격은,그게따로있는게아니라국민한사람한사람의인격이모여
형성되는것이다.
결국사람-국민이문제다.
겉모습이아니라속이문제다.
‘의식구조’와‘사고방식’이법과규칙,기본질서를지키려는마음으로바뀌지
않는한소기의목적은달성할수없다.
법을정비,처벌을강화하는것도필수적이지만더중요한건기초교육이다.
초등학교의교육뿐아니라가정에서의밥상머리교육도똑같이중요하다.
그리하여우리의공동체를움직이는힘이‘물리적인힘’이아니라도덕과윤리에
바탕하는‘정신’이되어야한다.
규칙,법은조밀하게모여사는인간들이충돌하지않기위해만든여백이자약속이다.
그약속들이지켜질때우리공동체는누구나편하게,풍요롭게살수있는선진국이
되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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