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렛 예수.
우리부부는12월이되면,
헨델의‘오라토리오메시아’를듣는다.
아주오래전부터그렇게해왔다.
우리들이듣는‘메시아’는트레버피녹(TravorPinnock1946)이지휘하는
잉글리쉬콘서트와콰이어의연주로Archiv가1988년에제작한음반이다.
런던왕립음악원출신인트레버피녹은본래가챔발로연주자로서특히바로크
음악에조예가깊다.
그는1973년영국의신예고악기연주자들을모아잉글리쉬콘서트를만들었다.
‘오라토리오메시아’는,
독일출신의헨델이영국에거주하면서1740년에작곡했으며,
아일랜드의더블린에서1742년4월에초연했다.
그이후헨델은계속해서악보를보완해왔기때문에단하나의원본은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부부가피녹의연주를사랑하는것은269년전에쓰여진이곡을그때사용하던
고악기들로연주하기때문이다.
그만큼연주내용이충실한것이다.

또하나의12월행사는,
아내가전담하는크리스마스데코레이션이다.
해외여행을다니면서수집한수많은소품들로꾸미는장식은정말아름답다.
그중하나가봉제인형인싼타클로스다.
세계2차대전이후,특히6.25전쟁시기를통해미군의GI문화에묻어들어온
싼타할아버지는그때나지금이나크리스마스의상징이다.
어렸을때,우리들은싼타클로스가실재하는사람이라고굳게믿었다.
성탄절아침,머리맡에놓인선물은지금도가슴설레이는환상적인추억이다.
그리고중학교,고등학교를거치면서싼타는실재하는인물이아니라는것을
알게된다.
어른이되어서는자기가싼타가되어아이들에게줄선물을준비한다.
허구의싼타는그렇게대물림이되어실재하는상징적존재가되는것이다.
우리모두에게는그런환상적인세계가필요하기때문이다.
싼타할아버지가세상에선물하는평화와기쁨은세상의그어느것으로도
대체할수없는가치를가진다.
그래서신화의세계는필요한것이기도하다.

말하자면나의‘성경읽기’가꼭싼타할아버지를알아가는과정과비슷했다.
나뿐아니라상당수의크리스챤들이그럴것이다.
그리고그것은필연적인과정이고또그과정을거침으로서더건전하고견고한
신앙을가질수있는것도사실이다.
‘의심하지않는믿음은위험하다’는경구는사실이다.
그래서가장무서운것이맹신(盲信)이며광신(狂信)이아니겠는가.
기독교의기복주의-미신화도사실은건전한의심을거치지못한것이주된
이유일것이다.
신앙자체가절대적인것이어야한다는것은‘도그마’다.
그도그마가상대적질문을봉쇄했었기때문에그고유한기능이없어진
죽은종교가되는것이다.
성경이라는‘책’은인간이기록한것이다.
그내용은하나님의사역하심이지만그것을사람의언어와글자로풀어쓴것은
여러계층의인간들이었다.
성경책안에있는,그수도다헤아릴수없는오류들은그게사람이쓴책임을
스스로증명하고있다.
책자체에절대성을부여하는것은정말위험한일이다.
성경은결코그렇게읽혀지기를원하는책이아니다.

카이로에있는‘예수피난교회’에처음갔을때,
그지하교회에들어서면서거의육감적으로어떤거부감을느꼈었다.
그리고시나이반도의사막,모세의산을거쳐베들레헴에갔다.
예수탄생교회도강열하게다가오는그무엇이없었다.
장식은요란하지만내용이없는물건처럼느껴졌다.
더북상해서나사렛에도착했으며가버나움을둘러봤다.
분명,거기엔뭔가있었다.
나는이코스를10여년동안여러번반복해서답사했다.
특히나라렛에서는그작은동네를오래동안걸어다니며많은생각을해봤다.
예수당시그곳은50여채의작은마을이었다고한다.
세상은그분을‘나사렛예수’라고부른다.
아무도,어디에서도‘베들레헴의예수’라고부르지는않는다.
왜냐하면그분은나사렛에서요셉의아들로태어났고,거기에서자랐으며,목수,
석수,농부의일을했기때문이다.
30세정도가되었을때집을떠났는데가족들은그가미쳤다고생각,밧줄을
가지고잡으러나서기까지했다.
역사적인물가운데예수만큼수많은미사여구(아름답게꾸민말과글)로수식된
경우도없을것이다.
그리고그게두꺼운이끼가되어본래의예수를가려버린것이다.

상당수의크리스챤은,
신약성경의첫책이마태복음인줄로알고있다.
그러나그건장르별분류에서‘복음서’가앞에오도록편집했기때문이지
마태가가장먼저쓰여진책이라는뜻은아니다.
신약27권중,가장먼저쓰여진책은사도바울의서신이다.
사울(바울의옛이름)이다메섹도상에서예수와조우,회심한것이대략주후32년
경이다.
그리고그의첫번째편지이자,신약최초의책인갈라디아서는주후50년대에
쓰여졌다.
말하자면예수에대한가장최초의정보가그안에있으며적어도한세대이상
지난후에쓰여진복음서들과는분명하게차별되는기록들이그안에담겨져있다.
‘예수탄생’에대한바울의기록은너무간단해서오히려놀라게된다.
갈라디아서4장4-5절이그것인바,
‘그러나때가찼을때하나님께서는당신의아들을보내시어여자의몸에서
나게하시고….‘
여기서여자라는단어는gunaikos,보통의여자,결혼해서애를낳는가정주부,
아주머니라는뜻이다.
성모(聖母)의개념은흔적조차없다.

간단하지만분명한이기록을통해우리가알수있는것은초기교회에는‘탄생설화’가
존재하지않았다는점이다.
성령에의한잉태도,인구조사와베들레헴도,이집트로의피난도전혀언급이없다.
이미그때탄생에대한설화가있었다면바울이예수의탄생에대해‘여자의
몸에서나게하셨다.‘고간략하게기록할리가없다.
다음이공관복음서의오리지날인‘마가복음’이다.
대략주후70년대에쓰여진이책은,
‘예수탄생’에대한기사자체가없다.
마태와누가가그복음서내용의3분의2정도를마가에서차용한것은이미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마태와누가에있는예수탄생설화는전혀다른전승에서차용해온내용임을
알수있다.
특히누가복음2장의환상적이로아름다운탄생이야기는지금까지도사람들의
가슴을설레이게하는극적요소들로가득하다.
예수이후두세대가지나는동안그의이야기들은오래동안수많은사람들의입을
통해부풀려지고,확대되고,왜곡되고,신비한것이되면서정경(正經)보다더많은
외경(外經)과위경(僞經)을만들어낸게사실이다.
위경가운데는‘소년예수가죽은참새를집어들고날리자살아서날아갔다.’는
내용까지있을정도다.
분명탄생설화도그중하나일것이다.

독일뮌헨대학의저명한고대사교수인마르틴치머만(MartinZimmermann)은,
누가의기록과는달리그때팔레스타인지방에서조세(租稅)대상자를위한
인구조사가실시될수없다고했다.
그시기는,팔레스타인이아직로마의지배를받지않던때이기때문이다.
실제로아우구스티누스에의한호구조사령은주후6-7년사이에있었으며
호적지로의인구이동은없었다.
치머만교수는이스라엘의구원자가베들레헴에서태어난다는예언을예수에게
적용시키기위해누가가만든이야기라고지적한다.
예수탄생설화의한가지특징은,
‘구약의말씀,즉예언이이루어졌다‘는표현들이다.
AD1세기의기독교는지금의세계적인기독교는아니다.
수많은다른종교,다른신들과경쟁해야하는신생종교였다.
또그때는존귀한인물은모두가신비한탄생기록을가지고있을때다.
예수탄생설화가신앙적필요에의해만들어진전승일가능성이높아지는이유가
그것이다.
어찌그것을나쁘다고만할수있겠는가.
그때는과학이전의시대가아닌가.

마가복음6장에보면,
예수께서고향나사렛에서안식일에회당에들어가많은사람들을가르치신기록이
있다.
그때그가르침에놀란사람들은,
‘저사람은그목수가아닌가.
그어머니는마리아요그형제들은야고보,요셉,유다,시몬이아닌가.
그의누이들도다우리와같이여기살고있지않는가‘라고말한다.
요셉의이름이언급되지않고있는것은이미사망했기때문일것이다.
누이들을두사람으로만봐도예수는7남매의맏이로요셉의아들인것이다.
마태복음1장은아브라함에서예수까지의족보를,
누가복음3장에는예수에서아담을거쳐하나님까지의족보가기록돼있다.
유대인에게족보는생명과같은것이다.
특히예수가다윗의직계후손임을강조하는것은그가‘유대인의왕’임을
암시하기위한증거때문이다.
그러나마태1장과누가2장에는,
예수가요셉의아들이어서는안되는신비한기록이있다.
즉‘성령에의한잉태’가그것이다.
다윗의족보,즉요셉의족보를인용하면서요셉의아들이아니라는이이중성과
모순은설명이안되는대목이다.
말하자면탄생설화는어떤절박한필요에의해복음서에삽입되었을가능성이
크다는얘기다.

그때의팔레스타인인구밀도로볼때,
헤롯에의해죽임을당한애기들은대략20명전후로추산한다.
무엇보다도막태어난애기를데리고베들레헴에서시나이사막을지나카이로에
간다는것은물리적으로불가능한일이다.
나귀한마리로해결될일이아니기때문이다.
지금의교통수단으로도숨이턱턱막히는힘겨운여정이그길이다.
내게는,
예수가베들레헴에서탄생했든,
나사렛에서탄생했든전혀아무상관도없다.
그러나그때는‘베들레헴탄생’이절대적으로중요했다.
우리가그점을이해한다면‘탄생설화’는단지하나의전승일수있는것이다.
어찌탄생설화뿐이겠는가.
공관복음안에있는예수의말씀도크게봐서20%정도만이그분이하신말씀이다.
이는신약학학계에서는공공연한사실이다.
예수의비신화화(非神話化)가오히려나사렛의예수를본래의모습으로보여줄수
있다면하나도나쁠게없다.
20%의말씀만으로도그분은충분히‘하나님의아들-UniqueOne’으로고백될수
있는분이기때문이다.
그분은그렇게위대한분이시다.
그래서우리는그분을‘나의예수’라고부른다.

우리가아는대로필란드는‘노키아’의나라다.
노키아를주축으로하는핀란드의산업분야는GDP에서34%를차지하고있다.
그런데놀랍게도,
싼타클로스의나라필란드의관광,서비스업종은62%를차지하고있다.
이번크리스마스만해도,
핀란드의로바니에미에있는‘싼타빌리지’를찾기위해전세계에서600여대의
전세기가60여만명을실어올것이라고한다.
하얀눈,그리고루돌프사슴과썰매의북구(北歐).
싼타할아버지의고향.
사람들은그게허구인줄알면서도그곳을찾는다.
우리에게는‘현실’이아닌,현실을넘어서는‘환상의세계’가필요하기때문이다.
인간은영적존재가아닌가.
누가가채집한탄생설화의아름다운구도는지금도전세계모든이들의사랑을
받고있는놀라운‘환상의세계’다.
그아름다운이야기가우리의신앙에미치는영향은사실아무것도없다.
‘오늘’에살고있는우리들이2000여년전의세상에대해무엇을알수있는가.
그래서믿음은‘보지못하는것들의실상이며바라는것들의증거’인것이다.
메리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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