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라한 결산.
지금의20대,30대에게,
‘노후-은퇴’를준비하라고하면외계인이하는말로들릴것이다.
그러나그생각이‘함정’이었다는것을깨달았을때에는지나간시간을되돌릴수
없기때문에‘만회-挽回’가안된다.
무임승차할수있는전철을타고종점에서종점까지오가는노인들도있고,
식사시간이면무료급식소에줄을서서식판에음식을담아들고벽을향해길바닥에
앉아밥을먹는다.
할일이없으니공원에우두커니앉아있는인생도있고,
아파트노인정에서하루종일십원짜리화투를치거나텔레비전을보다부녀회에서
끊여주는국수한그릇으로끼니를때우기도한다.
군고구마장사를하는친구옆에붙어앉아잔심부름을해주며새우깡에소주로
하루를보내는노년도있고,
반평짜리감옥같은쪽방에서정부가주는최저생계비로‘존재’하는노인도많다.
아들집에얹혀사니허리가아파도애를업어키우는할머니도있고,치료가안되는
지병때문에거동도불편한,완전히자식들의짐이된노년도부지기수다.
경제,공간,시간에서독립적이지못하고고통스러운노후를살고있는것이다.

문화사를공부해보면,
옛사회에서는장자상속(長子相續)이일반적이었다.
즉,부모재산의절반은장자가상속받고,나머니반을여러형제가분배했다.
여기에는장자가그부모를부양한다는조건이있었고상속재산의대부분은토지,
즉농사를지을수있는땅이었다.
산업화이후장자상속제도는저절로소멸됐으며,선진국의경우각종‘연금제도’가
그자리를대신,은퇴후의노후생활을보장하는수단이됐다.
우리나라의경우,
산업화와함께농경사회의상대적가치가축소되면서대부분의전통문화가소멸되어
거의대부분의지역과세대에서‘노부모부양’은사라지고있는추세다.
말하자면사람사는방법이달라지고있으며특히은퇴-노후생활에대한행태가
급속히변하고있다.
이제는자기의일상-삶에대해자기가끝까지책임져야하는각박한세태가된
것이며이변화는그누구도,제도도,정치도막지못한다.
그건엄연한현대사회의‘흐림’인것이다.
선진국의여러가지노후안전장치들을살펴보면우리가이부문에서상당히뒤처져
있는것을알수있다.

2010년은,
대한민국이‘산업화’된이후첫은퇴세대가등장하는뜻깊은해다.
1955년부터1963년의9년동안에태어난712만명의‘은퇴’가시작되기때문이다.
전체인구의14.6%인이들을‘베이비붐세대’라고부르며금년중약311만명이
정년퇴직으로은퇴하게된다.
장자상속으로자식이그부모를부양하던세대에서스스로자기의노후를책임져야
하는신세대가등장하는것이다.
거의혁명적인‘사회변화’라고할수있다.
평균55세의정년에걸려금년에은퇴해야하는베이비붐세대의평균자산은,
집한채와5000만원정도가전부다.
거의20년간직장에서매월평균250만원의소득을올렸던55세의김모씨가올해
은퇴할경우61세부터받을수있는국민연금은월74만원정도다.
더가혹한것은베이비붐세대중국민연금에가입한숫자가절반정도라는점이다.
2명중1명은국민연금도없이노후를맞는셈이다.
이들중대부분은은퇴연령인지금학교에다니는자녀가있고,출가시켜야할자녀도
있다.
돈쓸일이태산같다는얘기다.

미래에셋이55세이상은퇴자500명을세밀하게조사한결과를보자.
‘은퇴후에필요한돈을모으지못한이유’에대해,
자녀교육,자녀에대한투자때문이59.2%로가장높았다.
공교육과사교육비가가계수입의56%를차지하고있는현실이어떤재앙을
만나게되는지를잘보여주는통계다.
다음은소득이적어저축할수없었다가37.5%.
은퇴준비에대한생각을못했다가28.3%이며,
돈을모으고관리하는지식부족도18.4%였다.
GNP66달러였던1955년에서,
2만달러의2007년까지경제성장신화를만들어낸주역들이지만이들의앞날은
암울하기만하다.
은퇴후적어도20년,30년을더살아야하는현실을생각하면금년부터시작
되는베비비붐세대712만명의정년퇴직-은퇴-노후문제는커다란‘사회적숙제’
가될수밖에없다.
자칫‘신빈곤층’이생길수있기때문이다.
그런면에서베이비붐세대가던지는질문은우리사회가나아갈방향을재점검
해보는중요한계기가돼야한다.

베이비붐세대가은퇴-노후를제대로준비하지못한가장큰이유는,
자녀들교육에대한투자때문이다.
가계수입의56%가교육비로지출되는현실은결코정상적인것은아니다.
나아가서그것이덫이되어노후를준비할수없었다면교육비지출을줄이는
방법밖에는달리해결책이없다.
문제의핵심은우리나라의대학진학율에있다.
세계최고인84%.
2009년도현재우리나라4년제대학교재학생수는198만4043명이다.
2009년2월,교과부와교육개발원의조사에의하면,
전문대,대학,대학원포함,졸업생은54만7천명,
이중정규직취업률은48.3%.
절반에미치지못하고있다.
청년실업100만명이라는수치는오히려개념적인것이다.
1월17일기획재정부와통계청에따르면사실상백수는400만명내외를기록하고
있다.
15세이상인구가4천만명임을감안하면인구10명중1명은사실상백수인것이다.
금년봄이면다시50여만명의졸업생들이쏟아져나올것이지만정규직취업은
17만명정도로예측하고있다.
나머지는백수에합류하는것이다.
고용없는성장은이제현실이다.

청년실업100만은,
백수(白手)가100만명이라는자조적인표현이다.
그만큼일자리가없는젊은이가많다는뜻이다.
은퇴세대의가계지출에서56%를차지한교육비가‘구조적으로양산’한게지금의
백수들이다.
자식을대학에보내야한다는명제만있었지왜보내는것이며무엇을목표로
대학에가는지에대한질문과대답이없었다.
이류나삼류,지방대를나와서는취직이안되는게엄연한현실이다.
자식은자식대로백수가되어나이많은부모의짐이되고,부모는부모대로노후준비도
못하는이악순환을끊지못하면부모,자식모두가입는막대한피해는없애지
못한다.
쉽게말해‘노후’를준비못하는가장큰원인을없애지않고는해결이안되는문제인
것이다.
은퇴하고도20년,30년을더살아야하는데집한채와5000만원,그리고61세가
돼야국민연금70여만원을받는다면,그것으로정상적인노후생활은불가능하다.
문제를그근본에서다시봐야하는이유가거기에있다.

가장중요한대답은,
‘가치관’을바꾸는일이다.
자녀의교육비에서‘은퇴자금’을우선하는사고방식으로바뀌어야한다.
현실적으로그렇게할수밖에없는상황을인정해야한다.
때문에고등학교까지만책임지고그이후는자녀스스로독립하는구미식‘자녀
교육관‘을배울필요가있다.
냉정한것같지만그게양쪽모두가사는길이다.
아주뛰어난자식이라면최고학부까지진학하도록도울수있지만일류대에갈수
없는수준이라면취업쪽으로방향을바꾸는게현실적이고지혜로운판단이다.
4년을허송세월하고백수가되어평생을열등감속에사는것보다4년일찍직장인이
되어건전하게사는게백번옳은길이다.
이제는필요에의해,서로가제대로살기위해‘출세지향’의천민교육을버릴때가
됐다.
자기가하고싶은일,자기가남보다잘하는일이직업이되면가장행복한사람이다.
모두가그렇게현실적이돼야한다.
더이상명분때문에실리를버리는어리석은일은하지말아야한다.
그건시대적인요청이기도하다.

하나의예를들어보자.
2010년에개교하는21개의‘마이스터고’는학교소재지와관계없이전국단위로
학생을선발한다.
이미3.55대1의경쟁을거쳐3640명이선발됐다.
이들은입학금과3년간의수업료,학교운영지원비가전액면제되며,
저소득층과우수학생에게는별도의장학금이지급된다.
전원기숙사입주자격이주어지며2조9156억원의정부지원이이프로젝트에
투입된다.
청년명장-youngmeister-을양성하는전문계고등학교인마이스터고는산,학
연계의커리큘럼으로졸업생100%의취업이가능한특수학교다.
21개의마이스터고는앞으로50개가될것이며이는‘4년간직장에서일하면
대학4년을다닌것보다사회에서더나은대우를받는세상을만들겠다.‘는
이명박대통령의의지에따라시작된고교다양화300프로젝트의일환으로설립된
학교들이다.
마이스터고를선택한학생들은그성적이우수한것은물론,4년제대학졸업후
‘백수’가되는것을스스로거부한총명한학생들이기도하다.
따라서마이스터고는충분히하나의대안이될수있다.
또그럴때도되었다.

우리사회에서G세대는,
말하자면새인종이자새로운국민세대다.
G세대는1988년서울올림픽을전후해태어났으며한국이세계10위권경제대국이
된2000년대글로벌마인드-globalmind-를가지고성장한세대다.
부유한나라에서구김살없이자란첫세대이기도하다.
88-91년생으로좁혀잡으면263만명,
86-91년으로넓게잡으면389만명이된다.
어려서부터인터넷에단련된이들은다른사람들과의관계구축에서윗세대보다는
훨씬유연하며자신들의취향과기호를반영한창의적관계망이발달돼있다.
이들은인터넷커뮤니티나미니홈피등을통해수시로이합집산하고있으며
동창회같은오프라인집단보다는IT기술을통한온라인인맥에더강한소속감을
가지는세대이기도하다.
따라서이들의가치관과사고방식은윗세대와는많이다르다.
한국리서치가지난해12월,20-24세의505명을대상으로조사한바에의하면,
이들이인생에서가장원하는것은,
부(富)가27.3%,자기실현이20.6%였다.
나머지항목들은10%를넘는게없었다.
가장큰특징은부와자기실현이비슷한크기로자리잡고있는점으로서이는
윗세대와가장차이나는변화라고볼수있다.

이들은또‘어떤것이성공한인생인가’하는질문에대해
‘하고싶은일을속박없이하는것,즉자기생각대로사는삶’에높은가치를
부여했으며
‘하고싶은일을하면서살수있다면그보다더행복한일은없을것’이라고대답
했다.
명예와권력을통해타인의인정을받는삶에가치를부여했던윗세대와는그
근본에서차이를드러내는인생관이아닐수없다.
서울대대학생활문화원이09학번신입생2790명을대상으로실시한설문조사
에서도‘인생에서가장원하는것’은
‘자아실현’으로서44.2%라는높은비율로나타났다.
자기가좋아하고,남보다잘하는일을통해자기를실현하는인생관이큰비중을
가진다는것은주목할만한발전이아닐수없다.
그만큼G세대,즉신세대는그생각이현실적이고실리적이다.
이제남은문제는,
이러한신세대의변화와베이비붐세대의초라한결산을구체적으로접목시키는
사회적인노력이다.
더이상자식을키우느라노후를준비하지못하는비극은지양돼야한다.
백수를만들기위해엄청난돈이투자되는어리석음에서벗어날때가된것이다.
그런의미에서G세대의등장은정말고무적이아닐수없다.

정년퇴직-노후생활을피할수있는사람은아무도없다.
돈이많다고해결되는문제도아니다.
지금은거기에더해기대수명이2,30년이나늘어났기때문에문제는그만큼더
심각해졌다.
가계수입의56%를자식의‘백수교육’에투자하고자기의노후를준비하지못했다면
이는전적으로어리석은본인의책임이다.
이제는그잘못된‘틀’을깰때가됐다.
자식이좋아하고,남보다잘하는일이직업이되는게최상의길이다.
그건반드시대학에가야되는일도아니다.
타인의인정을받기위해‘자기실현’을희생하는세대가더이상계속되어서는
안된다.
그건개인적으로나사회적으로나,국가적으로도어리석은낭비일뿐이다.
진정자식을사랑하는길은일찍부터스스로설수있도록‘독립’시키는일이다.
그리고자기의은퇴-노후를위해준비하는게현명한선택이다.
노년에경제적으로독립하지못하면시간적으로도,공간적으로도독립할수없다.
전철을타고시간을보내고,무료급식소를찾아헤매는막장인생을피하는유일한
길은수입이있을때이를준비하는길밖에다른방도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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