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네’는,말하자면덴마크의화폐다.
화폐-돈은그단위와명칭으로하나의국가를알게해주는특이한물건이다.
돈의단위는모든곳에서사람들의일상을구체적으로나타내보여주는상징적
기호이기때문이다.
화폐(貨幣)는,
일차적으로모든상품의교환가치를나타내는기능을가진다.
100원짜리,1000원짜리,만원짜리‘물건’이그런경우다.
비싸다,싸다할때도바로이교환가치에대한상대적비교를하기때문이다.
다음기능은,
상품을교환할때매개물로쓰이고있다.
최초의상품교환은말할것도없이‘물물교환’이었다.
지금도일부오지에는물물교환이남아있다.
낙타한마리에말열마리나,총한자루에양30마리등이그런것이다.
화폐-돈은말열마리를끌고가지않고서도낙타를교환할수있는간편한기능이
있는것이다.
말열마리값을화폐-돈으로줄수있기때문이다.
양30마리도마찬가지다.

화폐-돈은,
커다란돌,조개껍데기,천과같은실물화폐로시작해서금이나은을거쳐주화
(鑄貨-동전)와종이돈인지폐,은행권등으로발전해왔다.
지금은세계적으로거의모든나라가동전과지폐를사용하고있다.
한편으로화폐는,
저장,저축의기능도확대됐다.
은행예금이일반적이기는하지만아직도상당액의지폐를집에있는개인금고나
장롱에쌓아놓고있는사람들도많다.
지금우리들이사용하고있는화폐는‘한국은행권’이며정화(正貨)와바꿀수
없는‘불환지폐-不換紙幣’다.
정화의기준은금,또는은으로서태환지폐는지폐의액면가만큼의금,또는
은으로바꿀수있는돈이다.
지금거의모든나라의돈은‘불환지폐’이며여기에는정부-중앙은행과국민-시민
사이의‘신뢰’가존재하게된다.
때문에모든금융관계에서이신뢰가훼손되면쓰나미같은파국이오는것이다.

법이없어도살수있을만큼착한사람도돈이없으면못산다.
돈은우리의일상에서필수불가결한물건이다.
때문에돈을경멸해서도안되지만우상화해도안된다.
돈은돈일뿐이다.
그리고돈에대해서는‘제분수대로사는’지혜를가져야한다.
돈이사람을따라야지사람이돈을쫓으면파국을만나는게그런이치다.
그래서돈은하나지만,
사람에따라돈은두가지가된다.
목적이되는돈이그하나이며,수단이되는돈이다른한가지다.

최근영국의로이터통신과여론조사기관인‘입소스’가23개국2만4천여명을
대상으로조사한결과를발표한바있다.
그들이던진질문은‘당신은돈을인생에서최고의성공증표’라고생각하는가
였다.
카나다27%,스웨덴28%네델란드29%,프랑스32%,그리고미국인의33%가
‘그렇다’고대답했다.
반면,
한국은69%,중국69%,인도67%,일본인의63%가‘그렇다’고대답했다.
크게볼때서양과동양은그수치에서배이상의차이를나타내고있는셈이다.
돈에대해가지고있는‘가치관’이크게다르기때문이다.
한쪽이돈을일상생활을위한‘수단’으로보는데반해다른한쪽은‘목적’으로
생각하고있다는뜻이다.
세상을오래살다보면돈을수단으로생각하는사람과돈을목적으로생각하는
사람은삶의과정과결말에서아주큰편차를보인다는사실을알게된다.
거의대부분의경우돈을‘목적’으로살았던사람들은불행했다.
‘행복’이무엇인지모른채끝났다는얘기다.

돈에대한가치관에서서양과동양이보이는이큰차이는어디에근거하고있는
사고방식일까.
나는개인적으로20여년을미국인,일본인들과같은사무실에서일했다.
내경험은개인적인것이고,협소한것이긴하지만내가이해하기로이큰차이는
‘생활환경’이서로다르다는데서찾을수있을것이다.
서양도역사적으로볼때우리들과똑같은어려움을겪었지만그들은그것을극복
하고무엇보다도‘다양한사회’를만드는데성공했다.
오늘날서구사회가앞서는것은바로이‘다양성-多樣性’에서나오는‘창의력’
때문이다.
그들은어려서부터온갖가치관이함께있는다양한사회에서성장한다.
그것은다른말로‘선택의폭’이큰사회에서살고있다는뜻이다.
여기에서구의‘개인주의’가더해진것은말할것도없다.
그래서돈은여럿중하나일뿐결코절대적인것은아니다.

동양은,그리고우리사회는,
‘단선사회-單線社會’다.
좋다나쁘다의문제가아니라역사적과정에서지금그런자리에있는것이다.
대학입시준비-일류대학-좋은직장-높은연봉-좋은배우자가대표적인성공모델이다.
그리고는아직은다른모델이없다.
사교육시장-학원의팽창이웅변으로그사실을말해주고있다.
또다른성공의길이일반화되어있지않은것이다.
그래서돈은70%에육박하는사람들에게‘목적’이될수밖에없다.
한가지다행스러운것은지금의20,30대가가지고있는사고방식이다.
그들은돈과‘자기실현’을동등하게보고있다.
‘좋아하고,잘하는일을마음껏할수있는것’,그것을‘성공’이라고말하고있는
것이다.
이것은대단한,긍정적인변화라고볼수있다.
‘다양성’의문이열리기시작했기때문이다.

해리슨포드는가장미국적인,미국을대표하는영화배우다.
가족을최우선하는건실한가장,
전문직에서성실하게일하는시민,
결코악한일에가담하지않고불의와는끝까지맞서싸우는미국인의전형이다.
460여편의외국영화대사를번역한이미도씨는해리슨포드가발음이좋고,
명확한영어를구사한다고평한다.
그는엄청난돈을벌었다.
그런데도언제나청바지의수수한차림이다.
그가이런말을했다.
‘나는유행을따라가본적이없기때문에유행에뒤지는일도없다.’
그는지금도오래된작업실에서연장을들고목수일하는것을가장즐긴다.
돈과자기가즐기는일을분명히구분하는것이다.
돈은있다가도없어질수있겠지만,
해리슨포드의‘목수방’은그대로일것이다.
그가가장사랑하는게‘목수일’이기때문이다.

빌케이츠는자기머리에서나온‘창의력-아이디어’로세계최고의부자가된
사람이다.
헐렁한파란색와이셔츠와면바지,낡아빠진단화를신은채회장실에서
플라스틱그릇에담겨있는태국볶음면을먹고있었다.
한직원이그건너무하지않느냐고말했을때,
‘부자가됐다고내가좋아하는음식도먹을수없다면굳이부자가될이유가
없지않은가‘하고대답했다.
자기가즐기는음식이가지는‘가치’와돈이가지는‘가치’가똑같다는생각이
없이는할수없는대답이다.

인터넷서점인‘아마존’의경영자제프베조스는,
우리돈으로4조원을가지고있는갑부다.
그는지금도창업초기자기가직접만들었던,헌문짝과각목으로만든책상을
그대로쓰고있다.
‘돈은우리가본래가지고있던정신세계와생활스타일에아무런영향도주지
못한다.‘
견고한‘자기철학’이없이는할수없는말이다.
해리슨포드나,빌게이츠,그리고제프베조스는‘다양성’이살아있는사회가
배출한인물들이다.
그들은‘다양한가치’에대해눈으로보고손으로만지면서자라난사람들이다.
그래서어려서부터돈은‘수단’임을배운것이다.

이제우리사회에서의‘출세의전형’을살펴보자.
삼성그룹계열사의경영자라면모두가선망하는‘성공한사람’이다.
오전7시에출근,팀장들과미팅하고,
간부경영회의를마친뒤20-30분단위로짜여진빡빡한일정을종일소화해야한다.
고객이나거래처,또는업무때문에하루에점심식사2번,저녁식사2번은일상적인
것이고심한경우저녁식사약속은4번까지늘어나기도한다.
주말에소쉬지못한다.
크고작은행사와골프약속이6개월에서1년뒤까지잡혀있다.
이‘성공한사람’이그자리에오르기까지의긴과정에서‘가족’과‘자기’는
철저히배제돼있다.
결국이경영자는유서를쓴후,24층아파트옥상에서투신자살했다.
더이상자기어깨에얹혀있는‘무거운짐’을감당할수없었기때문이다.
스트레스가사람을죽인것이다.
그가행복했다면죽었을리가없다.
그‘성공’은어떤것일까.
그걸정말한인간의‘인간적인성공’이라고할수있을까.
‘사람이온세상을얻는다해도제목숨을잃으면무슨소용이있겠느냐
사람의목숨을무엇과바꾸겠느냐,‘
성경에있는말씀이다.

내친지중한분은별명이‘수전노-守錢奴’다.
엄청난재산을가지고있지만흡사거지처럼산다.
돈이아까워서쓰지못하는것이다.
그분은당뇨식을배달받아먹고있다.
사실그음식은보통사람이라면먹을수없는‘맛이전혀없는음식’이다.
말하자면먹는즐거움도없이살고있는것이다.
돈이그인생의목적이었기때문에그렇게되고말았다.
돈을지키는노예,‘수전노’가된것이다.
그가죽은후,잘못키워진아들은그돈을탕진하면서못쓰게되고말았다.

신영복교수는그의저서‘고전읽기’에서이런얘기를한다.
‘당신이100을가지고있다면70을요구하는자리에가라.
70밖에없는사람이100을요구하는자리에가면파멸한다.‘
이이치를뒤집어돈에적용해도마찬가지다.
100이필요할때100이있으면교만해지고,120이있으면‘비인간화’된다.
천민자본주의의한국‘졸부’들이바로그런인간들이다.
그러나70이나80밖에없다면,
감사할줄알고,겸손해지며,노력하게된다.
그태도야말로하늘이부르실때까지우리의몸과마음을건강하고,건전하게
지켜주는지혜가아니겠는가.
따라서돈은수단일때만돈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