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교훈.
점수.

기원전490년.
아테네북동쪽의마라톤광야에서는제2차페르시아전쟁이있었다.
페르시아와그동맹국들의대군을맞이한그리스군은1만명의중무장장갑보병으로
치열한전투를치른후대승리를거두었다.
그리스군의용사‘페이디파에스’는100리길을한숨에달려아테네시민들에게
이‘승전보’를전한후기진해서죽었다.
올림픽의‘꽃’은그래서‘남자마라톤경기’다.
그용감했던병사‘페이디파에스’를기리는종목인것이다.
그리고동계올림픽은,
‘여자피겨스케이팅’이또하나의꽃이다.
남자마라톤과여자피겨스케이팅은결코그꽃의자리를다른종목에내주지않을
것이다.
벤쿠버2010의동계올림픽에서우리한국은여자피겨스케이팅에서금메달을차지,
우리와세계를놀라게했다.
더놀라운것은김연아선수가받은전대미문의기록적인점수들이다.

김연아는쇼트프로그램에서역대최고점수인78.50점을받았으며,
피겨여자싱글프리스케이팅에서도역대최고점수인150.06점을받아합계
228.56점으로금메달을목에걸었다.
앞으로이기록은그누구도쉽게깨지못할것이다.
우리가눈여겨봐야할대목은,
심판들이각각의기술에대해줄수있는수행평가점수에서17.40점이라는
경이적인점수를받은것과프로그램구성점수에서다시71.76점이라는기적
같은점수를받은사실이다.
이는심판들이김연아의연기에완전히매료되었음을의미하는전대미문의점수
들이다.
벤쿠버퍼시픽콜리세움의1만5천여관중이기립박수로환호한것은김연아가받은
역대최고의점수가어떤의미를가지는지를웅변으로설명해주고있다.
82개국이참가한벤쿠버동계올림픽에는15개종목에5.500여명의선수가참가
했으며우리는5개종목46명이참가,종합성적5위를기록했다.
참가종목과선수에비해믿어지지않는성적을올린것이다.
정말대한민국은대단한나라다.

천부-天賦.

올림픽이라는무대는,
글자그대로세계최고들이모이는자리다.
특히동계올림픽은훈련자체가돈이많이드는종목들이기때문에선진국들의
독무대가되어온것도사실이다.
그무대에서‘최고중의최고’가된다는것은사실기적같은일이다.
우리들은김연아선수의스케이팅을통해타의추종을불허하는독보적인기량과
유연한자세들을지켜봤다.
세계가‘감탄’하기에손색이없는최고의수준이었다.
여기에서우리모두가함께생각해야할점은최고중의최고는‘연습’만으로는
안된다는사실이다.
김연아에게는타고난‘끼’가있었다.
그게바로천부-天賦-하늘이내려준재능,재주,재간인것이다.
천부가가지는차이는경쟁으로좁혀지지않는다.
그어떤선수도김연아와같은우아함을보여주지못했다.
그건연습만으로되는일이아니기때문이다.
은메달의아사다마오와비교하면대답은절로나온다.
국제심판들의안목은그만큼정확하고예리했다.

1996년7월,
만여섯살의김연아는엄마의손을잡고막문을연과천시민회관실내빙상장에
갔다.
주3회,10개월간의마스터반이끝날무렵류종현코치는김연아의어머니박미희씨
를찾아왔다.
‘연아에게는재능이있다.’
전문가의눈에는유치원어린애가갖고있는‘천부’가보였던것이다.
이때박미희씨가그얘기를인사치례로듣고말았다면벤쿠버의기적은없었을
것이다.
그러나박미희씨는그얘기에귀를기우렸고어린딸의재능을살려보겠다는
결심을한것이다.
이세상에‘천부’가없는사람은하나도없다.
크고작은차이는있어도모두에게하늘이주신재능이있는것이다.
그천부를발견하는것도,그천부를키워대성시키는것도부모의몫이다.
똑같이세계최고가될수있는그천부를알아보지못하고죽이는것도부모들이다.
특히우리처럼쏠림현상이심한사회에서는남이하는대로따라가다가아이의
천부를죽이는일이허다하다.
김연아가여섯살에스케이트를신었다는것은전적으로어머니의덕이다.
딸의재능을알아본그안목이벤쿠버의기적을만든것이다.

집중-集中.

2002년슬로베니아트리글라브트로피대회,
13세이하의이대회에서김연아는우승했으며그때이미피겨스케이팅의6가지
점프중트리플악셀을뺀5가지에숙달해있었다.
2007년3월,
일본의도꾜체육관에서열린피겨스케이팅세계선수권여자싱글쇼트프로그램에서
최고점수인71.95점으로우승했다.
그때가열일곱살때였다.
김연아는무릎과허리,꼬리뼈,고관절까지온몸에부상과통증을달고살았다.
허리디스크의판정까지받은일도있다.
그리고만약김연아가,
피겨스케이팅이외에피아노학원,수학,영어학원,미술학원등에다녔다면세계
정상에설수있었을까.
100이라는재능을20이나30으로쪼개어썼다면결코최고는될수없다.
오직피겨스케이팅에‘집중’했다는것,
100의재능을한가지에만쏟아부었다는것,
그것이오늘의‘결과’를만들어낸것이다.
두세개에서,심하면열곳의학원으로애들을뺑뺑이돌리는헬리콥터맘들은
사실은가장‘무지한’엄마들이다.
분산된재능으로는아무것도이룰수가없기때문이다.
그많은사교육비는그래서아무것도얻지못한채낭비되는아까운돈인것이다.
‘개물에타먹었다’는말이그뜻이다.

전력투구-全力投球.

야구경기에서투수가공을던질때의동작이전력투구다.
온힘과기량을다해타자를피한공이스트라이크존에들어가도록던지는것이다.
딸의‘천부’를확인한박미희씨는피겨스케이팅에대해공부했다.
김연아의12살때의‘초상화’는엄마의유화작품이다.
박미희씨는그‘미술의길’을접고딸의뒷바라지에전념했다.
점프와착지,선수에대한물리치료까지혼자공부했다.
그모녀는실내링크직원들이불을꺼야한다고채근할때까지,자정이넘은시각
까지연습하고또연습했다.
스케이팅은실내링크를이용해야하고장비도비싸다.
거거에코치료등인건비까지겹치면그지출은커지게마련이다.
김연아의부모가딸의뒷바라지를위해은행에집을저당잡히기까지한것은
그들의전력투구가어떤것이었는지를알게해준다.
우리나라는아직빙상선수들이연습하기에좋은조건을가진나라는아니다.
그악조건을이기고최고가된다는것은여건이좋은나라의선수들에비해몇배의
고통이따라오는일이다.
김연아일가의‘전력투구’가아니었다면오늘의영광은없었다.
딸이주저앉을때마다다시일으켜세우는엄마의강한의지는모든엄마들의
귀감이되고도남는공헌이다.

안목과수준.

김연아의코치브라이언오서는,
84년과88년동계올림픽은메달수상자다.
그리고안무는데이비드윌슨이맡았다.
피겨스케이팅에서코치와안무는결정적조건이된다.
다른운동도마찬가지지만세계최고의무대에서기위해서는‘세계적인수준’
과‘안목’이필수적이다.
기술은코치가,그우아한동작은안무가의손에서만들어지는것이다.
두명의외국인은김연아를우물밖으로끌어낸장본인들이다.
그큰무대에설수있도록김연아를다듬은연금술사들인것이다.
자식의천부를발견하고,
집중하고,전력투구하는것은기본중기본이다.
그러나그천부가빛을내기위해서는‘수준’을가져야한다.
우리끼리는안되는분야가그것이다.
더큰물을아는,그물에서놀았던외국전문가가필요한게그때문이다.
브라이언오서와데이비드윌슨의공로를과소평가하면안된다.
그들이있어김연아의천부가꽃을피운것이다.

성공과보상.

마지막연기가끝났을때,
1만5천여관중이기립박수할때,
김연아는울었다.
그것은기쁨의눈물이자회한(悔恨)의눈물이기도했다.
세계정상에서기까지의‘가시밭길’이보였기때문이다.
온가족이함께겪었던고통의시간들이주마등같이지나갔을것이다.
업계에서는지난해김연아의수입이100억원정도는되었을것으로추산한다.
앞으로이수입은더큰폭으로늘어날것이다.
정당한노력과성공이그에마땅한보상을받는것은당연한일이다.
돈을벌기위해서였다면최고는되지못한다.
그러나최고가되면돈은따라온다.
그리고그최고는‘천부’가없이는불가능하다.
최고가되는길은스케이팅만은아니다.
그래서어린아이의천부가중요한것이며빨리발견해야한다.
지금대부분의엄마들은자기애가가지고있는천부는모르는채남들따라하기에
바쁘다.
그렇게해서이룰수있는일은아무것도없다.
김연아는스케이팅이라는천부를타고났고,전문가에의해그것이확인되었으며
지혜롭고용기있는엄마에의해집중적으로계발되었으며본인의피나는노력과
외국인코치와안무가에의해꽃을피운것이다.
김연아는,
그랑프리파이널,
4대륙선수권대회,
세계선수권대회,
그리고올림픽에서의우승까지피겨스케이팅의그랜드슬램을이룩한독보적인
존재다.
당분간그누구도이기록을깨기는어려울것이다.
그러나김연아의가장큰위업은‘대한민국’이세계를향해자신감과자부심을
가지게된점이다.
이제20세밖에안된우리의신세대가이룩한이위업은국운의상승을상징하고
있다.
82개참가국중5위는진정우리의자라나는신세대가이룩한값진성공인것이다.
그래서그들은우리의희망이기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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